[스페셜 리포트] 특허가 경쟁력이다_② 삼성전자 LTE/LTE-A 표준특허 세계 1위의 ‘숨은 주역’ DMC연구소 6인방을 만나다

2015/06/17 by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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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스터는 이 자리에 LTE 주요 기술 중 하나인 MIMO(Multiple-Input Multiple-Output, 여러 개의 안테나로 데이터를 동시에 주고받아 전송 효율을 높이는 기술) 분야 세션을 주재하는 부의장 자격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scene 1. 2005년 10월, 미국 LA행 항공기 안

비행기는 태평양 상공을 날고 있다. 탑승객 대부분이 깊이 잠든 시각, 이주호 삼성전자 DMC(Digital Media&Communication)연구소 글로벌표준팀 마스터가 불 꺼진 좌석에 앉아 창 밖 여명을 내다본다. 세 시간 후면 미국 로스앤젤레스공항에 도착할 것이다. 내일 아침엔 샌디에이고 시내의 한 호텔에서 3GPP(3rd Generation Partnership Project) 무선접속네트워크물리계층워킹그룹(RANWG1) 회의가 열린다. 이 마스터는 이 자리에 LTE 주요 기술 중 하나인 MIMO(Multiple-Input Multiple-Output, 여러 개의 안테나로 데이터를 동시에 주고받아 전송 효율을 높이는 기술) 분야 세션을 주재하는 부의장 자격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출국 직전까지 기술제안서 작성 등 회의 준비로 쉴 틈이 없었지만 이주호 마스터는 비행기에 올라서도 긴장을 놓지 못한다. 회의 참가 기업들이 제출한 200여 편의 제안서를 거듭 점검한다. 회의 광경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회의 대응 시나리오를 가다듬는다.

3GPP는 지난 1998년 3세대 이동통신 기술의 표준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후 4세대 기술인 LTE를 국제 표준으로 채택하는 등 100여 개 회원사 간 기술 경쟁을 통해 최고의 이동통신기술을 표준화하는 단체다. 3GPP 표준회의에선 자사 기술을 업계 표준 기술로 구현시키기 위해 치열한 경합을 벌인다. 2세대까지 통신 분야의 국제 기술 표준화 작업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던 삼성전자는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 이를 표준회의에 제안하기 위해 적잖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왔다. 초기엔 이전까지의 국제 표준 기술에 익숙해져 있던 선진국 기업들에 압박 당하기도 했지만 어느새 어엿한 의장단원을 배출할 만큼 주도적 위치에 올랐다.

이주호 마스터는 2003년 2월 이동통신 기술 표준단체 3GPP 내 무선접속네트워크물리계층워킹그룹(RANWG1) 부의장으로 선출됐다. RANWG1은 3GPP 내에서도 핵심 기술을 담당한다▲이주호 마스터는 2003년 2월 이동통신 기술 표준단체 3GPP 내 무선접속네트워크물리계층워킹그룹(RANWG1) 부의장으로 선출됐다. RANWG1은 3GPP 내에서도 핵심 기술을 담당한다

‘[스페셜 리포트] 특허가 미래다_①LTE/LTE-A 표준필수특허 세계 1위 기업, 삼성전자’에서도 살펴본 것처럼 특허는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 성실한 산업 주체에게 정당한 대가가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 오랜 세월에 걸쳐 다듬어진 제도다.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기업은 자사가 개발한 기술의 효용을 높이는 한편, 이를 보호하기 위한 특허권 확보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허 제도와 특허권이 없다면 누구도 애써 기술을 개발하려 하기보다 남의 것을 적당히 빼앗거나 베끼려 들 것이다. 기술이 곧 돈이고 기회인 시대에 이런 사태는 분명 문제가 될 수 있다.

 

scene 2. 특허의 진원지, 15세기 베니스항(港)

혹시 ‘마카로니 그라탱(Maccaroni Gratin)’을 아시는지. 파스타에 고기와 각종 채소, 향신료·치즈 따위를 얹은 후 오븐에 구워낸 이 요리는 우리나라에서 ‘오븐 파스타(oven pasta)’란 명칭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혹시 ‘마카로니 그라탱(Maccaroni Gratin)’을 아시는지. 파스타에 고기와 각종 채소, 향신료·치즈 따위를 얹은 후 오븐에 구워낸 이 요리는 우리나라에서 ‘오븐 파스타(oven pasta)’란 명칭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프랑스풍 명칭으로 세계적 사랑을 받고 있지만 사실 마카로니 그라탱은 남부 이탈리아가 세계 교역의 중심으로 번창하던 15세기 무렵, 당시 인근 교역의 중심지였던 베니스에서 처음 등장했다고 전해진다. 그 유래는 다음과 같다.

옛날 옛적, 베니스 항구에 한 사내가 나타났다. 깡마른 체구에 검정색 옷차림의 그는 자그마한 보따리 하나를 든 채 배에서 내렸다. 사내는 항구 인접 마을에서 외따로 떨어진 곳에 하숙집을 하나 구한 후 늘 문을 안으로 꼭꼭 걸어 잠그고 지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 집 안에서 기 막히게 맛있는 냄새가 풍겨 나왔다. 하루는 하숙집 위층에 살던 주인 아주머니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사내 방 열쇠구멍으로 방 안 풍경을 몰래 엿봤다. 사내는 부엌에서 이런저런 요리를 해보고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맛있는 냄새를 풍긴 이튿날, 사내는 홀연히 어디론가 사라졌다. 하지만 그는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 주인 아주머니가 전날 아침 일찍부터 열쇠 구멍으로 그가 요리하는 과정을 줄곧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3년 후, 베니스항을 다시 찾은 사내는 충격에 휩싸였다. 자신이 하숙집에 머물며 고안해낸 특별한 요리 냄새가 베니스 시내 전체에 진동하고 있었던 것. 마카로니 그라탱이었다. 사실 사내는 ‘세상에 없던 요리’를 만들어 궁정 요리사로 진출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좀 더 많은 향료를 구하기 위해 동양행(行) 선박을 타느라 3년간 자리를 비운 동안 그가 고안해낸 레시피는 ‘베니스의 대중 요리’가 돼 있었다. 그 길로 씁쓸하게 뒤돌아서 베니스를 떠난 그를 이후 누구도 다시 볼 수 없었다.

이 민담은 15세기 베니스의 풍경을 그리고 있지만 특허의 기원과 관련, 중요한 단초를 제공한다. 교역의 중심지였던 만큼 자금 흐름도 풍부했던 베니스에서 좋은 아이디어는 큰 돈을 벌 수 있는 절호의 사업 기회였다. 하지만 누군가가 그 아이디어를 모방할 수 있었고, 그 경우 최초 고안자의 노력은 보상 받지 못하는 일도 종종 발생했다. 그래서일까, 베니스는 근대적 의미의 특허권이 처음 정립된 지역으로 꼽힌다. 15세기 후반 무렵, 베니스에선 특허를 체계적으로 부여하는 사회 분위기가 정착됐다. 새롭고 창의적인 장치를 고안한 사람은 베니스공화국에 보고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곳에서 선진국 세계로 퍼진 특허 제도는 500년 이상 다듬어져 왔으며, 현대 과학기술 문명 수립의 주춧돌 역할을 했다.

 

scene 3. 20세기 말, ‘특허 괴물’의 등장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트롤(troll)’은 힘이 세진 않지만 심성이 못된 괴물이다. 개울 다리 밑이나 숲 속 큰 나무 그늘 같은 데 숨어 지내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물이나 구덩이에 빠뜨리는 게 특기다. 그런데 1980년대 중반을 넘어서며 이 트롤의 심술에 당하는 기업이 하나둘 생겨났다.

과학 문명의 발달에 따라 꾸준히 증가해온 특허 건수는 20세기 후반을 넘어서며 폭발적 증가세를 기록했다. 그 중에서도 반도체·IT 산업은 ‘특허의 집약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신기술과 이를 보호하려는 노력이 엄청나게 집결돼 있다. ‘현대 과학기술의 꽃’이라 할 수 있는 IT 분야는 특허로 인한 사업 기회가 많은 것과 비례해 관련 경쟁과 분쟁도 치열했다.

특허협력조약 하 국제 특허 신청 건수 증가 추이.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다.

그 와중에 신생 업종도 생겨났다. 일명 ‘특허권 관리기업(NPE, Non Practicing Entities)’이 그것. NPE는 제품을 직접 제조하는 대신 제3자에게서 특허를 매입한 후, 제조 업체에 특허 소송 등을 제기해 획득한 로열티로 수익을 창출한다. 업계에서 '특허 괴물(patent troll)'이란 별명으로 통하는 이들의 표적은 이 같은 '특허권 함정'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후발 주자, 그리고 관련 매출을 발생시키는 모든 기업이다.

 

scene 4. 21세기, 발로 뛰는 삼성의 표준·특허 전문가들

삼성전자는 자사 특허 권리를 보호하고 제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2005년 일명 ‘특허 중시 경영’을 공식 선포하며 특허 문제에 관한 대응 구조를 탄탄히 갖춰나가기 시작했다. 그 결과, 10년 만에 국제사회 특허 문화를 주도해가는 위치에 설 수 있었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진 현장에서 땀과 열정으로 뛰어온 표준·특허 전문 인력들의 노력이 숨어 있었다.

삼성전자의 표준특허 관련 업무는 △가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해당 기술 중 기존의 것과 새 것을 구분, 후자를 특허 출원하며 △자체 개발 기술을 국제 표준화해 업계 내 활용도를 높이고 △출원된 특허를 등록 받는 등 크게 4단계로 구분된다. 이 과정에서 DMC연구소 내 연구팀과 글로벌표준팀, IP출원팀이 서로 협력해 단계별 업무를 소화해나간다. 특히 글로벌표준팀과 IP출원팀은 각각 ‘표준전문가’와 ‘특허엔지니어’로서 삼성전자의 표준특허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

글로벌표준팀은, 말하자면 삼성전자 표준특허 업무 중에서도 ‘행동대장’ 역할을 맡는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표준회의 참석차 떠나는 해외 출장만 1년에 열댓 번은 됩니다. 일요일 저녁에 도착하면 1주일 내내 마라톤 회의를 소화하고 토요일 아침에 호텔을 나서죠. 한창 바쁠 땐 새벽녘까지 회의가 이어지고 회의 도중엔 숙소 밖으로 전혀 나가지 못합니다. 자료를 검토하고 상황 돌아가는 것도 지켜보다 무슨 일이 생기면 실시간으로 대응해야 하니까요.”

이주호 마스터에 따르면 글로벌표준팀 내 표준전문가의 업무는 상당히 복합적이다. “우선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합니다. 최종 표준 규격에 반영될 수 있을 정도로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개발할 때도, 우리가 개발한 기술이 국제 표준으로 채택되도록 하기 위해 업체들과 협상할 때도 전문성은 필수죠. 겉보기엔 화려할지 몰라도 정신적, 육체적으로 무척 힘든 일이에요.”

실제로 글로벌표준팀원들은 표준 기술을 직접 만들기도, 3GPP 같은 국제 회의에 참석해 자사 기술이 국제 표준으로 채택되도록 치열하게 경쟁하기도 한다. 하나같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조율해가야 하는, 고된 업무다. 이와 관련, 아리스 파파사켈라리우(Aris Papasakellariou) 삼성전자 미주연구소 수석연구원에겐 업무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일화가 하나 있다. “한 국제회의에 참석했을 때의 일이에요. 제가 기술 기고문을 발표한 직후 갑자기 모 기업 참석자가 숨쉴 틈도 없이 우리 회사 제안을 반박하는 긴 글을 읽어내려가더군요. 낭독이 끝나자 회의장에 있던 200여 참석자의 기립 박수가 이어졌고요. 전 기 죽지 않고 반박문의 논리를 다시 조목조목 재반박하며 격렬한 토론을 펼쳤고, 끝내 우리 회사 기술을 표준으로 채택되게 할 수 있었습니다. 그 참석자요? 지금도 국제회의 갈 때 종종 만납니다. 좋은 친구가 됐죠.”

‘삼성전자 DMC연구소 글로벌표준팀 3인방’ 김성훈 수석, 이주호 마스터, 원성환 책임(왼쪽부터). (아리스 수석은 자리를 함께하지 못했다) 세 사람은 “표준 기술 채택 단계에선 협상력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좋은 기술을 가져가는 게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삼성전자 DMC연구소 글로벌표준팀 3인방’ 김성훈 수석, 이주호 마스터, 원성환 책임(왼쪽부터). (아리스 수석은 자리를 함께하지 못했다) 세 사람은 “표준 기술 채택 단계에선 협상력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좋은 기술을 가져가는 게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IP출원팀은 연구원들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특허 활용성을 판단, 실제 특허로 등록되기까지의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이다. 국가별로 다른 데다 까다롭기 그지없는 심사를 통과해야 특허로 등록될 수 있으므로 심사 결과가 잘 나오도록 노력하는 한편, ‘특허 받을 만한 기술’ 여부를 판단하는 일에 집중하는 게 이들의 역할이다.

이희정 IP출원팀 책임은 마음속에 늘 ‘칠전팔기(七顚八起)’란 말을 새기며 일한다. “심사관이 여러 번 퇴짜를 놓더라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할 특허가 있거든요. 그럴 땐 심사관에게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여러모로 공을 들입니다. 인터뷰와 서류 준비를 철저히 하는 건 기본이고 촉박한 기한과 절차를 준수하는 것도 중요하죠. 그런 과정을 거쳐 통과된 특허는 하나하나가 제 자식처럼 여겨져요.”

IP출원팀원들은 각국 특허법 관련 지식에 해박하다. 개별 기술의 이해도도 해당 기술을 직접 개발한 연구원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높다. 이희정 책임은 “우리 팀이 직접 발명을 하진 않지만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가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DMC연구소 IP출원팀 3인방’ 가희돈 책임, 이희정 책임, 배태한 책임(왼쪽부터). 세 사람은 “뭐니 뭐니 해도 제일 중요한 건 최초 기술의 발명”이라며 “발명된 결과물에 각을 세워 방향을 제시하고 해당 기술이 법적으로 최대한 보호 받을 수 있도록 치열하게 고민하는 게 우리 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삼성전자 DMC연구소 IP출원팀 3인방’ 가희돈 책임, 이희정 책임, 배태한 책임(왼쪽부터). 세 사람은 “뭐니 뭐니 해도 제일 중요한 건 최초 기술의 발명”이라며 “발명된 결과물에 각을 세워 방향을 제시하고 해당 기술이 법적으로 최대한 보호 받을 수 있도록 치열하게 고민하는 게 우리 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epilogue. 긴 호흡으로 조용히 노력하는 ‘숨은 인재들’

인간의 기술력이 발달할수록 기술 경쟁과 관련 분쟁 역시 치열해지고 있다. 그런 만큼 표준전문가나 특허엔지니어의 역할도 날로 중요해지는 추세다. 이들의 업무는 표준특허 분야의 특성상 호흡이 길고 당장 가시적 성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일반적으로 특허는 출원 후 등록되기까지 짧으면 3년, 길면 5년에서 6년 걸린다. 등록된 특허가 표준 기술로 상용화되려면 여기에 또 추가 시간이 소요된다.)

최성호 삼성전자 DMC연구소 글로벌표준팀장(상무)은 “표준특허 분야에서 선두를 차지하기 위해 연구팀과 글로벌표준팀, IP출원팀 등 3개 부서 임직원이 오랜 시간 적극적으로 협력한 덕분에 비교적 짧은 시간에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며 모든 성과의 공을 현장에서 땀 흘려 일하는 표준전문가와 특허엔지니어에게 돌렸다. 삼성전자가 달성한 ‘LTE/LTE-A 표준필수특허 세계 1위’의 위업 뒤엔 이들의 숨은 노력이 조용히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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