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화제 속 막 내린 2015 대전 세계과학정상회의_풍요의 시대 여는 마법의 주문 “열려라, 과학!”

2015/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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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세계과학정상회의_도비라

 

“세계 과학기술계에 미래 10년 이정표 제시했다”

지난 19일부터 닷새간 대전에서 세계과학정상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의 정식 명칭은 ‘2015 대전 OECD 장관회의와 세계과학기술포럼(OECD Ministerial Meeting Daejeon & World Science Forum 2015)’. ‘세계과학정상회의’란 별칭으로 불리는 건 그만큼 과학기술계와 관련 행정 부문의 최고위급 인사들이 모여 진행하는 회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행사엔 75개국의 과학기술 장∙차관과 세계적 석학, 글로벌 기업 CEO 등 저명인사 300여 명을 포함해 국내 과학기술계 주요 인사와 일반 시민 등 총 3800여 명이 참여했다. 역대 OECD 과학기술 장관회의 중 최대 규모다. 주최 측을 대표해 연단에 선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이 행사와 관련해 “세계 과학기술계에 미래 10년의 이정표를 제시한, 매우 뜻깊은 행사”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스페셜리포트세계과학정상회의1 ▲행사 규모와 회의 진행 방식, 토론 주제 등 모든 부문에서 ‘2015 세계과학정상회의’는 이제껏 진행된 OECD 과학기술 회의와 다른 양상을 띠었다. 가장 큰 차이는 다름 아닌 ‘개방성’. ‘오픈사이언스(open science)’는 미래 과학기술 혁신을 이끄는 핵심 키워드이기도 하다 (출처: 2015 세계과학정상회의 제공/출처가 명기된 이미지는 무단 게재, 재배포할 수 없습니다)

 

마침내 막 오른 ‘전 지구적 과학기술 소통의 시대’

OECD는 ‘경제협력개발기구(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의 약자다.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토대로 주요 선진국이 모여 경제·환경·과학기술 등 다양한 사회 이슈에 대해 토론하며 지구촌 전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잡아가는 게 주요 임무다. 국제기구이긴 하지만 사무국 역할보다 회원국이 모여 경험을 주고받으며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포럼(혹은 회의체)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OECD는 이 같은 특성 때문에 급변하는 국제 환경을 발 빠르게 포착, 대처할 수 있는 효율성을 갖췄다. 실제로 OECD엔 사안별로 약 200개의 위원회와 실무 집단(working group), 전문가 집단이 갖춰져 있다. 이들의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각국의 관련 행정부서 최고 책임자인 장관급 회의가 열리고, 이 자리에서 전반적인 글로벌 정책 기조가 결정되는 구조다.

OECD는 우리나라를 포함, 총 34개 회원국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그 전신은 1948년 출범한 OEEC(Organization for European Economic Cooperation, 유럽경제협력기구)다. 이 같은 설립 배경 때문에 이제까지 OECD의 주요 이슈는 대부분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유럽 선진국이 이끌어왔다.

OECD 과학기술 장관회의 역시 1962년 처음 열린 이래 (OECD 사무국 소재지인) 프랑스 파리에서 줄곧 개최됐다. 올해 행사가 ‘파리 아닌 곳에서 처음 개최되는’ 회의였던 셈이다. 이번 세계과학정상회의는 여러모로 OECD 과학기술 장관회의가 확대, 발전된 형태다. 대표적 변화는 참여 국가의 면면에서 드러난다. OECD 회원국을 중심으로 사안별 관련 국가가 주도해온 기존 회의와 달리 올해 행사에서 주최국인 한국인 아세안(ASEAN) 10개 회원국을 처음으로 초청했다. 기간 중 한국과 중국, 일본 등 3개국 장관급 인사가 함께하는 ‘아세안+3 과학기술 혁신 장관 포럼’이 개최된 것도 그 덕분이었다.

▲올해 세계과학정상회의에서 처음으로 열린 ‘아세안+3 과학기술 혁신 장관 포럼’. 주최국인 우리나라의 노력으로 성사됐다 (출처: 2015 세계과학정상회의 제공/출처가 명기된 이미지는 무단 게재, 재배포할 수 없습니다)

올해 과학기술정상회의 과학기술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맡았던 세계적 석학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 미국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은 “21세기엔 협력적 공유경제가 새로운 경제 시스템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인터넷과 신재생에너지 등에 무인 운송 수단이 결합, 제3차 산업혁명이 일어날 전망이다(3차 산업혁명에 관해선 지난 7월 8일자 ‘스페셜 리포트’에서 보다 자세한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3차 산업혁명기의 경제 체계는 몇몇 특정 국가 위주로 돌아가기보다 지구상의 거의 모든 국가가 함께 참여해 만들어가는 형태가 될 것이다.

이 같은 일명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 패러다임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과학기술 분야 국제 협력 방안을 제시하고 있어 고무적이다. 한국이 개최국으로 참여한 행사에서 시대적 흐름을 선도하는 행보가 최초로 등장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과학, 전문가와 대중의 경계 허물고 ‘생활’이 되다

실무적 논의와 결정이 사실상 전부였던 종전의 과학기술 포럼이나 장관 회의와 달리 올해 세계과학정상회의는 그야말로 ‘21세기 일상에서 과학기술과 함께하는’ 축제 한마당이었다. 과학기술장관회의, 세계과학기술포럼, OECD 과학기술정책위원회 총회 등 기존 OECD 과학기술 회의 프로그램 진행에 덧붙여 △(앞서 설명한) 아세안+3 과학기술 혁신 장관 포럼 △(국내외 과학기술 전문가 500여 명이 참석하는) 대한민국 과학발전 대토론회가 함께 열린 사실 자체가 이를 방증한다.

한쪽에서 다양한 전문가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주최 도시인 대전 일원에선 10개의 과학문화 행사가 열렸다. △다양한 과학체험 학습 프로그램을 갖춘 과학문화∙예술 축제 ‘대전 사이언스 페스티벌’ △국립중앙과학관이 마련한 ‘사이언스 데이(Science Day)’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연구 성과가 전시된 ‘2015 연구개발특구 기술박람회’ △한국과학창의재단 주최로 열린 ‘2015 대한민국 과학기술창작대전’ 등이 대표적. 당초 과학에 관심 있는 대중을 상대로 기획된 이들 행사는 앙헬 구리아(Angel Gurria) OECD 사무총장 등 세계과학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한 세계 각국 과학기술 전문가들의 발길을 붙드는 데 성공하며 명실상부 ‘시민과 소통하는 전문가 회의’로서의 위상 정립에 기여했다.

▲2015 세계과학정상회의 참석차 대전을 찾은 앙헬 구리아 OECD 의장은 대전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찾아 입주자들과 만나는 등 행사 기간 중 왕성한 행보를 보여줬다 (출처: 2015 세계과학정상회의 제공/출처가 명기된 이미지는 무단 게재, 재배포할 수 없습니다)

전문가와 일반인 간 경계가 무너지고 소통이 강화되는 경향 역시 세계 과학기술계에서 나타나는 시대적 흐름 중 하나다. 보편 교육의 정착과 정보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터넷 시대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현대 과학기술의 새로운 진전, 즉 ‘이노베이션(innovation)’은 더 이상 전문가(혹은 전문 조직)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보다 효과적인 성취를 이루려면 대중의 자유로운 참여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정보기술 개발 분야에서 ‘오픈소스(open source)’가, 포괄적 과학 일반 분야에서 ‘오픈사이언스(open science)’나 ‘시티즌사이언스(citizen science)’가 각각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 현상만 봐도 그렇다. 그리고 이런 개념들은 하나같이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을 추구하는 21세기 지식 동향에 부합한다. (오픈소스에 관해선 지난 5월 6일자5월 13일자 ‘스페셜 리포트’에서, 집단지성에 관해선 지난 4월 1일자 ‘스페셜 리포트’에서 각각 보다 자세한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2015 세계과학정상회의는 다양한 전시회를 마련, 시민들에게 열린 과학 체험의 장(場)을 제공했다 (출처: 2015 세계과학정상회의 제공/출처가 명기된 이미지는 무단 게재, 재배포할 수 없습니다)

한때 ‘의심의 여지없는 전문가 영역’으로 간주됐던 과학기술계는 어느새 그 문을 활짝 열고 ‘지구인 모두’를 위한 과학으로 거듭나려 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세계과학정상회의의 주요 안건들, 이를테면 △기후 변화와 환경 △에너지 △과학기술의 불평등 해소 △과학교육 인재 양성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문화예술과 과학기술 간 융합 △헬스케어 등은 전부 오늘날 지구촌 모든 인구가 직면한 과제인 동시에 협력과 공생의 노력 없인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다. 올해 세계과학정상회의는 그렇게 커다란 흐름을, 모두가 어우러지는 역동적 축제 형태로 비교적 잘 구현해냈다.

 

대전선언문의 메시지_‘열린 과학’ 위한 각국의 노력

올해 세계과학정상회의의 정신은 행사 마지막 날 발표된 ‘대전선언문’에 잘 요약돼있다. 대전선언문은 이번 회의의 취지(‘과학기술 혁신은 전 지구적 미래를 어떻게 창조해나갈 수 있을까?’)를 명시하고 있을 뿐 아니라 관련 논의의 성과까지 제시하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과학기술 혁신의 역할에 대한 비전 공유다. 선언문에 따르면 과학기술 혁신은 길게 봤을 때 ‘보다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우리 사회의 고용과 생산성, 경제 성장을 증대시킬 수 있다. 바로 이 때문에 우리 모두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원천이 된다. 과학기술 혁신은 선진국뿐 아니라 개발도상국에서도 다양한 사회 문제의 해법을 찾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할 전망이다. 신생(혹은 기존) 기업에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가 하면 새로운 에너지원을 개발하고 식량 안보 문제를 해결하며 건강한 노년 생활을 보장하는 등이 대표적 예다.

▲2015 세계과학정상회의 참석자들은 대전선언문에 대한 지지와 과학기술인으로서의 다짐을 낭독했다 (출처: 2015 세계과학정상회의 제공/출처가 명기된 이미지는 무단 게재, 재배포할 수 없습니다)

오늘날 과학은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진화로 가히 혁명적 변화를 겪고 있다. 그리고 변화의 방향은 ‘기술 진입 장벽을 낮추고 대중의 참여를 촉진하며 민관 협력 연구를 강화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 같은 일련의 흐름은 ‘차세대 생산 혁명(Next Production Revolution)’을 예고하는 이들 미래 기술이 결국 ‘지속가능한 성장과 복지’로 이어질 수 있으리란 기대를 갖게 한다.

실제로 OECD는 이런 선순환을 가능케 하기 위해 과학기술 혁신 정책을 분석하고 정부 간 정책의 상호 학습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유일 국제기구로서의 역할 수행에 부산한 모습이다. △오픈사이언스 관련 정책 지원과 연구∙개발 △과학기술 혁신 정책의 파급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지표 개발 △과학기술 혁신의 핵심 특성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통계∙측정 시스템 개선 △차세대 생산 혁명 수행에 필요한 혁신 정책의 기본 틀 개발 등이 대표적 예. 물론 수행 주체는 회원국 대표들이다. 대전선언문은 “이 모든 과정이 원활하게 이행될 수 있도록 모든 회원국이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배타적 “열려라, 참깨!” vs 개방적 “열려라, 과학!”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은 1001가지 옛이야기를 담은 책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에피소드 중 하나다. 가난하지만 고결한 인격을 지닌 ‘알리바바’는 어느 날 우연히 도적들의 보물 창고를 발견한다. 그 문을 열려면 “열려라, 참깨(Open, sesame)!”란 주문을 읊어야 했다. 주문을 제대로 말하면 일확천금의 행운을 거머쥘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하면 (탐욕적인 알리바바의 형처럼) 자칫 목숨을 잃게 될 수도 있다.

오래된 이야기엔 언제나 시대를 관통하는 교훈이 담겨 있다. 지난 세기까지만 해도 인간은 너나 할 것 없이 경쟁적으로, 그리고 배타적으로 각자의 이익을 추구해왔다. 그 성과는 마치 도적들이 빼앗아온 금은보화처럼 동굴 속에 꽁꽁 숨겨져 (문 여는) 주문을 외우지 못한 이에겐 한 줌의 이익도 돌아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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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1세기 들어 인류는, 특히 과학기술분야에서 점차 지혜로워지고 있다. 꽁꽁 닫아걸었던 문을 활짝 열고 내부에 보관 중이던 무한한 보물을 인류 전체와 나누려 하는 것이다. 이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주문 “열려라, 과학(Open, science)!”이 뜻깊은 건 바로 그 때문이다. ‘오픈사이언스 정신’에 뿌리를 둔 이 기특한 주문은 인간의 창의성과 그에 기반한 혁신, 그 결과로 도출되는 생산 혁명을 통해 인류에게 풍요롭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약속해주는 열쇠가 돼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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