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6부작 특별 기획 ‘IT로 문화 읽기’_②콘텐츠, 관건은 ‘좋은 자극’… “사랑하는 걸 써라”
여기저기서 ‘콘텐츠(contents)’란 말이 자주 들린다. “콘텐츠가 중요하다” “21세기는 콘텐츠의 시대다”… 우리 시대에 콘텐츠가 갖는 의미는 뭘까? 콘텐츠는 왜 중요하며, 좋은 콘텐츠를 완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삼성투모로우가 준비한 6부작 특별 기획 ‘IT로 문화 읽기’, 오늘 읽을 문화 코드는 ‘콘텐츠’다.
50년간 건재한 명제 “미디어는 메시지다”
콘텐츠의 어원은 라틴어에서 찾을 수 있다. 원래 ‘그릇이나 자루 따위에 물건이 가득 담겨 있는 상태(혹은 그렇게 담긴 내용물)’을 가리켰던 이 단어는 중세 이후 수도원과 대학을 중심으로 출판물이 양산되며 ‘책에 담긴 내용’이란 뜻을 포함하게 됐다. 그러다 20세기 후반 ‘인터넷 시대’로 접어들며 글∙그림∙영상∙음악 등 ‘온라인을 통해 제공되는 내용’을 통칭하기에 이르렀다. 오늘날 콘텐츠는 비단 온라인에 그치지 않고 △연극∙영화 등 연행(演行) 관련 자료 △기사∙서적 등 출판물 △영상∙디자인 등 시각 자료를 아우르는 포괄적 개념으로 쓰인다.
콘텐츠의 개념을 언급할 때 빠지지 않는 인용구 중 하나가 “미디어는 메시지다(The medium is the message)”다. 캐나다 출신 문화비평가 마셜 매클루언(Marshall McLuhan, 1911~1980)이 한 말로도 유명한 이 명제는 ‘특정 내용을 전달하는 매체(미디어)의 성격이 사실상 그 내용을 좌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1967년 매클루언이 펴낸 동명의 책에 수록된 이 문장은 이후 반 세기에 걸쳐 콘텐츠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오고 있다. 더욱이 IT 기술의 발달로 예전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매체가 등장하며 매클루언의 주장은 날로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똑같은 내용이라도 소설로 접할 때와 영화로 접할 때 사람들이 공감하고 수용하는 메시지는 달라진다. TV로 보는 파리 테러의 느낌과 테러 현장에 있었던 친구에게서 받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가 주는 느낌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콘텐츠 마케팅 전문가인 리 오든(Lee Odden) 톱랭크 온라인 마케팅(TopRank Online Marketing) 최고경영자는 몇 년 전 ‘콘텐츠란 무엇인가’란 질문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후 그 결과를 이렇게 요약했다. “콘텐츠란 최종 사용자(end-user)에게 제시되는 정보와 경험이다.” 이때 ‘경험’이란 (사용자가 자신에게 제시된 정보를 전달 받은) 매체 이용 경험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포털 지식 검색 서비스의 ‘대박’ 비결은?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 매출액은 94조3000억 원으로 지난 2010년 이후 5년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최근 5년간 콘텐츠 수출 시장 규모 역시 70%가량 성장하며 지난해 53억1000만 달러(약 6조850억 원)의 수출액을 기록했다. 2015년 예상치도 장밋빛이어서 전년 대비 매출은 4.9% 포인트, 수출은 8.1% 포인트 각각 증가할 전망이다.
콘텐츠 산업의 성장세는 세계적 흐름이기도 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추산한 지난해 전 세계 콘텐츠 시장 규모(도서·영화·인터넷·광고·잡지·음악·신문·라디오·TV·비디오게임 등 13개 분야 합산)는 1조8652억 달러로 역시 전년도 대비 5.1% 포인트 성장했다(그중에서도 단연 강세를 보이는 부문은 인터넷 접속과 광고, 비디오 게임 등이다).
혹자는 인생을 “B(birth∙탄생)와 D(death∙죽음) 사이의 C(choice∙선택)”라고 정의한다. 아닌 게 아니라 인생은 매 순간 선택의 연속이다. 물론 그 선택은 결코 쉽지 않다. 대상이 콘텐츠로 넘어오면 더더욱 그렇다. ‘디지털 융합’이니 ‘뉴미디어 출현’이니 하는 용어가 쉼 없이 등장하는 현대 사회에서 선택의 순간은 점점 더 자주 찾아오고, 그럴 때마다 망설임의 정도도 커져간다.
파비안 그레이븐허스트(Fabian Grabenhorst)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신경과학과 교수 팀은 지난 2011년 인간이 특정 선택을 하는 순간의 두뇌 작용 원리를 규명했다. 이에 따르면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먹는 것과 따뜻하고 기분 좋은 손길을 받는 것,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을 때 인간의 두뇌는 전혀 다른 두 가지 보상 중 하나를 결정하기 위해 바삐 움직인다.
첫째, 두 자극이 지니는 가치와 비용에 관해 굉장히 복잡한 계산 과정을 거친다. 둘째, 거기서 나온 정보를 본인의 동기∙인식∙(상황적)맥락에 놓은 후 다시 분석한다. 셋째, 분석 결과를 (자신이 선택한 행동을 시작하도록 지시하는) 신호로 변환한 후 해당 신체 부위에 보낸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먹는’ 보상을 선택한 이는 손 근육을 움직여 그 음식을 집는 동시에 침샘과 장을 자극시켜 소화시킬 준비를 마친다. 반면, ‘따뜻하고 기분 좋은 손길을 받는’ 보상을 선택한 이는 몸 전체 근육을 움직여 음식에서 시선을 돌린 후 자신을 어루만질 상대를 붙잡는다.
두 번째 단계, 즉 정보 분석 단계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 해당 정보와 관련해 신뢰할 만한 사람이 미리 내렸던 판단과 평판이다. 아무리 (시각적으로) 먹음직하고 (후각적으로)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음식이라 해도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방치돼 있다면 좀처럼 선택 받지 못할 것이다. 이 상황에선 어릴 적 어른들에게 누누이 들어온 말(“거리에 버려진 음식을 함부로 먹어선 안 된다”)이 적잖은 영향을 끼친다. 마찬가지로 누가 봐도 매력적인 남자에게서 달콤한 구애의 시선을 받았을 때 주변 친구의 한마디(“그 사람, 여자깨나 울린 바람둥이야”)가 그 유혹을 뿌리치게 하는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인간은 왜 ‘신뢰할 만한’ 정보에 의존하는 걸까? 혼자 힘으로 구할 수 있는 정보와 자료만으로 복잡한 계산과 분석 과정을 거치려면 에너지가 과도하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은 그 의미를 보다 명확하게 설명해준다.
▲그레이븐허스트 케임브리지대 교수에 따르면 인간의 두뇌는 쾌감을 인지하고 그 가치를 판단, 선택하는 과정에서 무수한 영역을 활성화시키며 다량의 에너지를 소비한다
위 도표에서처럼 인간은 자신의 앞에 놓인 무수한 ‘옵션(option)’을 인지하고, 그 가치를 판단하며, 판단 결과를 토대로 최종 결정을 내린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다양한 두뇌 영역을 고루 활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 고려한다면 정보 인지와 처리, 분석에 기운을 쓰는 것보다 미더운 타인의 판단을 그대로 따르는 편이 훨씬 이롭다. 패션에서부터 정치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 분야를 망라해 리더(leader)와 팔로워(follower)가 존재하는 것 역시 그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사람들은 혼자 판단하기보다 되도록 많은 사람이 하는 얘길 따르려는 경향을 보인다. 혼자서 새삼 그 복잡한 계산을 시작하기보다 이미 충분히 계산을 마친 이들의 경험을 참조하려는 것이다.
‘퀵브라우징’에 익숙한 소비자 사로잡아야
현대 사회는 페타바이트(petabyte∙10의 15승 바이트)를 넘어 엑사바이트(exabyte∙10의 18승 바이트), 더 나아가 제타바이트(zettabyte∙10의 21승 바이트)의 속도로 전진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 정보 교환이 가능해지면서 인류 전체가 주고받는 정보의 양은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2015년 10월 한 달간 인터넷으로 소통된 정보량은 인류 역사를 통틀어 지금껏 의사소통에 사용된 정보량을 훌쩍 넘어선다.
바야흐로 ‘정보 홍수’의 시대, 사람들은 인터넷 바다를 항해하며 실로 무수한 정보와 마주친다. 단 몇 분 사이에도 ‘관련 정보를 좀 더 찾아볼까, 다른 웹사이트로 휙 넘어갈까?’ 수십 번 고민한다. 이런 상황에선 ‘타인 판단에 의존하기’ 전략도 별 맥을 추지 못한다. 그 대신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정보에 의존, 판단을 내리는 비중은 늘어난다. 타고난 감각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쾌감에 탐닉하는 것이다.
실제로 빼어난 미모의 남녀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 젊고 매력적인 뮤지션이 선보이는 춤과 노래, 매끈한 디자인을 뽐내는 웹사이트 등이 콘텐츠 환경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전까지 국제 사회에서 별다른 인지도나 권위를 갖지 못했던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콘텐츠가 놀라운 파급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 역시 같은 배경으로 설명할 수 있다. 기존의 문화적 영향권에서 벗어나 온라인상에서 누구나 자유롭고 편리하게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게 된 환경 덕을 톡톡히 본 것이다.
한때 콘텐츠 시장의 판세를 좌우했던 홍보 능력, 그리고 그에 비례했던 국력 따위는 이제 그 힘을 상당 부분 잃었다. 새로운 판에선 ‘퀵브라우징(quick browsing)’에 익숙한 콘텐츠 소비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수 있는 요소가 성패를 좌우한다. 결국 남는 과제는 소비자의 두뇌 속 ‘정보 취사선택’ 과정에서 보다 즐겁고 신선한 자극을 입력해줄 수 있는 콘텐츠, 보고 들을 때 절로 즐거워지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요컨대 향후 콘텐츠 경쟁력의 핵심은 ‘좋은 자극’에 달려 있다.
▲삼성전자가 디자인 분야에서 ‘의미 있는 것 만들기(Make it meaningful)’ 전략을 지속해오고 있는 것 역시 미래 콘텐츠의 핵심 경쟁력인 ‘좋은 자극’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사진은 ‘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주제로 열린 ‘2015 디자인삼성 아이디어 페스티벌’ 수상작들
이쯤에서 남는 마지막 질문은 이것이다. ‘어떻게 해야 사람 마음에 좋은 자극을 남길 수 있을까?’ 어쩌면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이 시각에도 전 세계 모든 콘텐츠 생산자들은 그 질문에 최적화된 답을 찾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이와 관련, 20세기 후반 미국 소설가 레이 브래드버리(Ray Bradbury)의 말이 얼마간 ‘힌트’가 돼주지 않을까?
“좋은 글을 쓰고 싶나요? 그렇다면 당신이 사랑하는 내용만을 쓰세요. 그리고 당신이 쓴 내용을 진심으로 사랑해야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당신이 사랑한 것, 당신의 삶을 지탱해준 것에 대한 글을 쓰세요. 당신이 쓸 수 있을 때까지 힘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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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6부작 특별 기획 ‘IT로 문화 읽기’_①융합, 모든 게 합쳐져 ‘당신’이란 점(點)으로 수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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