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IT시대 만국 공용어’, 코드(code)에 주목하라!
19세기, 유럽을 중심으로 대륙 간 교류가 활발해지며 사람들은 ‘지구 전체가 하나의 언어를 쓰는’ 세상을 꿈꾸기 시작했다. 1887년 폴란드 발명가 자멘호프(L.L. Zamenhof)는 ‘만국 공용 언어’의 꿈을 담아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에스페란토(Esperanto)를 만들기도 했다. (실제로 오늘날 전 세계 에스페란토 구사자는 200만 명이 넘는다.)
오늘날 만국 공용 언어는 단연 영어다. 전 세계 67개국 27개 지역이 영어를 공용어로 쓰고 있으며, 영어를 공식 언어로 쓰지 않는 나라에서 영어를 쓰는 사람 수는 원어민 수를 넘어선 지 오래다. 2012년 현재 영어를 유창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사람 수는 9억 명이 넘는다. 지구인 8명 가운데 1명은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영어나 에스페란토보다 더 많이 쓰이는 언어가 있다. 지난해 초를 기준으로 약 20억 명이 사용하는 걸로 추산되며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적용 영역과 사용 인구가 늘고 있는 언어, 바로 ‘컴퓨터 언어’ 코드(code)다.
#컴퓨터와의 의사소통 가능케 하는 ‘마법’
코드와 언어를 완전히 동일시하긴 어렵다. 코드 내엔 소프트웨어에 따라 다양한 언어 체계가 있다. 또한 하나의 소리를 대표하는 글자나 단어 따위가 있는 게 아니라 숫자와 부호, 알파벳을 조합해 특정 명령을 전달하고 텍스트를 구축하는 방식이어서 ‘언어’라기보다 ‘부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코드는, 비록 온전한 언어는 아니지만 특정 대상을 그에 맞는 방식으로 나타냄으로써 ‘컴퓨터가 특정 과제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시하는 표기법’을 의미하는 프로그래밍 용어로 쓰인다. 쉽게 말하면 ‘컴퓨터를 작동시킬 수 있는 부호(혹은 암호)’인 셈이다. 이에 따라 코딩(coding)은 인간이 자신의 의도대로 컴퓨터를 움직이기 위해 코드를 만드는 것, 즉 인간이 컴퓨터를 ‘작동 가능한 언어 체계’로 바꾸는 활동을 뜻한다.
코딩 교육이 ‘차세대 IT 인재 육성 교육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대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게 (동일 언어를 기반으로 하는) 의사소통이듯 사람이 컴퓨터를 시켜 일을 하게 하려면 그에 앞서 ‘컴퓨터와 소통 가능한 언어’가 개발돼야 하는 것이다. 물론 컴퓨터가 특정 코드를 곧바로 알아 들을 순 없다. 컴퓨터가 인식하는 건 오직 ‘온(on)’과 ‘오프(off)’, 즉 전류가 흘렀다 끊겼다 하는 차이뿐이다. 컴퓨터가 구사하는 모든 기능은 바로 이 ‘온/오프’의 배열과, 배열 사이 공간 조합 방식에 따라 구현된다.
코드는 무수한 ‘온/오프 조합’의 변형을 한꺼번에 묶어 입력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약속이다. 컴퓨터를 작동시키는 신호 체계인 셈이다. 그러면 컴퓨터는 ‘디코딩(decoding)’ 절차를 거치며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그 코드를 푼 후 다시 ‘온/오프’ 조합으로 바꿔 작업하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컴퓨터를 쓰면서도 코딩까진 신경 쓰지 않았다. 코드는 전문가인 프로그래머가 소프트웨어를 만들 때 사용하는 것이고, 일반인은 그 소프트웨어를 구매해 컴퓨터에 깔기만 하면 누구나 손쉽게 해당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경우, 사용자는 소프트웨어가 제공하는 작업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친구들과 온라인 게임을 즐기다 게임 내용이 맘에 안 든다 해도, 프로그래머가 설정해놓은 대로 수동적 작업밖에 할 수 없는 식이다. 그래픽 소프트웨어를 쓰다 개선 방안이 떠올라도 프로그래밍 전문가에게 부탁해 코딩 단계에서부터 손보지 않으면 안 된다. 아무리 사소한 부분이라도 바꾸려면 프로그래밍 전문가를 거쳐야 하는 것이다.
만일 세상 사람 대부분이 코딩을 어느 정도 구사할 수 있는 세상이 된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영어 사용 인구가 늘며 정보 교류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듯 ‘코딩’이라는 컴퓨터 언어의 장벽이 무너지는 순간, 지구인은 실로 엄청난 변화를 목도하게 될지도 모른다.
#세계 각국은 지금 ‘코딩 교육 전쟁’ 중!
‘코딩 교육’은 오늘날 전 세계의 공통 화두 중 하나다. 정보기술(IT) 인력 수요가 급증하며 주요 국가들이 관련 인재 유치와 육성 경쟁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현재 3만1500명 선인 IT 업계 외국인 수를 6만 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역시 과학·기술·공학·수학 등 일명 ‘스템(STEM, Science·Technology·Engineering&Mathematics)’ 분야의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외국인 체류 자격을 완화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08년부터 ‘천인계획(千人計劃)’이란 범국가적 프로젝트를 통해 IT 등 핵심 산업에 필요한 해외 고급 인력을 유치하고 있다.
자국 내에서 IT 인재를 육성하려는 움직임도 점차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 주요 국가들은 IT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IT 관련 수업을 의무화하는 추세다. 영국이 지난해 9월부터 코딩을 가르치는 컴퓨터 수업을 초·중·고교 필수 과목으로 지정한 데 이어, 프랑스 역시 내년 9월부터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을 중학교 정규 과목으로 지정하도록 최근 교육과정을 개편했다.
지난해 3월 뉴욕타임스(NYT)은 “초등생에서 박사과정 학생에 이르기까지 점점 더 많은 이들이 코딩의 기초를 익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세계 각국 정부와 교육자, IT 산업 옹호자의 입을 빌려 “컴퓨터의 작동 원리를 기초적으로라도 이해시키는 게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며 “그런 지식은 학생 개인의 장래 경력 전망뿐 아니라 국가적 경쟁력을 높이고 양질의 IT 인력을 수급하는 데도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정부도 지난달 21일 교육부와 미래창조과학부를 중심으로 일명 ‘소프트웨어 중심 사회를 위한 인재 양성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초등학교에서 대학교까지 모든 교육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특히 코딩의 기초를 가르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삼성, ‘글로벌 코딩 인재 양성’에 앞장서다
폴란드 비엘레코폴스키주(州)의 작은 마을 라틀로보에서 태어난 소년 니코뎀(Nikodem‧13)은 유치원에서부터 수학과 음악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하지만 집중력결핍 과잉운동증후군(ADHD) 진단을 받을 정도로 행동 패턴이 특이해 부모님의 걱정을 사곤 했다.
2013년 9월, 니코뎀은 삼성전자 폴란드 현지법인(Samsung Electronics Poland, SEPOL)이 주최하는 ‘코딩 마스터즈’ 프로그램에 선발됐다. 코딩 마스터즈는 SEPOL이 폴란드 현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소프트웨어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진행 중인 활동으로 2013년 시작돼 현재 2기가 가동 중이다. 지난 6월까지 이 프로그램을 거쳐간 이는 600개교 교사 1300명. 학생 수는 5만 명에 이른다.
코딩 마스터즈 참가 이후 니코뎀의 일상은 바뀌었다. 코딩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을 뿐 아니라 교사와 친구의 도움으로 한 가지 행동에 집중하고 향후 과제를 계획하는 요령도 익히게 된 것. 그는 점점 더 자신을 관리해 집중할 수 있게 됐으며 이후 게임을 디자인하고 음악을 구성하는 한편, 자신보다 어린 학생들을 지도하며 어엿한 ‘코딩 마스터즈 리더’로 활약하기에 이르렀다.
▲삼성전자 폴란드법인의 ‘코딩 마스터즈’ 프로그램 덕분에 자신도 몰랐던 코딩 실력을 발견하게 된 니코뎀
코딩 교육을 지원하는 삼성전자의 노력은 비단 니코뎀 한 명, 폴란드 한 국가에만 그치지 않는다. 삼성전자 독일법인(SEG)은 유럽연합코드위크(EU code week, 이하 ‘ECW’)의 공식 파트너로 유럽 지역 코딩 교육에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다. ECW는 EU 회원국이 자국 어린이에게 코딩과 프로그래밍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매년 개최하는 행사다.
독일은 자타 공인 ‘과학기술 강국’이지만 디지털 교육 부문에선 사정이 좀 다르다. ‘국제 컴퓨터∙정보사용능력연구’에 따르면 독일 중학생 가운데 3분의 1은 국제 기준에 비춰 디지털 기술 이해도가 뒤처진다. 이에 독일은 지난해부터 ECW에 참여하며 자국 어린이가 첨단 디지털 문화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분발하고 있다.
SEG는 △독일 내 학교 코딩 경연 대회 개최 △교사 연수 △코딩 교육 이해당사자(언론∙공무원∙시민) 대상 회의 주최와 후원 등 다양한 활동으로 독일 사회의 디지털 교육 노력을 지원하고 있다. 법인 차원에서 ECW ‘코드위크상’을 제정, 우수 활동을 지원하는 등의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삼성전자 영국법인(SEUK)은 영국 정부의 IT 교육 강화 기조에 부응, 현지 초등생(9~11세)을 대상으로 방과 후 코딩 수업을 제공하는 비영리단체 ‘코드클럽(Code Club)’을 지원해오고 있다. 1개 클럽은 주로 1개 초등학교 내에서 15명 내외로 구성되며, 교사와 자원봉사자가 주 1회 게임과 애니메이션, 웹페이지 제작 등의 코딩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영국에선 지난해 9월 이미 코딩이 초등학교 필수 교과목으로 지정된 상태. SEUK는 이 흐름에 발맞춰 코드 클럽 지도 교사 훈련센터를 5개소 설립했다. 노트PC 등 교육용 제품도 후원하고 있다.
이탈리아법인(SEI)과 프랑스법인(SEF) 쪽 움직임도 활발하다. SEI에선 교실의 디지털화를 위해 교수법을 개선하고 학생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려는 일명 ‘스마트 퓨처(Smart Future)’ 프로젝트 진행이 한창이다. 2015년 8월 현재 지원 중인 ‘스마트 교실’은 총 37개. SEI는 올해 중 72개 교실을 더 지어 2850명의 학생과 230명의 교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SEF는 7세부터 13세까지의 현지 어린이를 대상으로 ‘삼성 캠퍼스 주니어’를 론칭한다. 여기엔 어린이 대상 무료 온라인 트레이닝 웹사이트 운영과 교사 양성 프로그램도 포함돼 있다.
#국내선 이미 궤도 오른 ‘삼성발(發) 코딩 교육’
김태민(경기 광명북초등 4년)군은 얼마 전, 아빠를 위해 ‘깜짝 선물’을 준비했다. 학교에서 ‘삼성 주니어 소프트웨어 아카데미’(이하 ‘주소아’) 수업을 함께 듣는 친구들과 함께 ‘아빠와 즐길 수 있는 미디어 아트 게임’을 만든 것. 화면 속 모기를 잡으면 점수가 올라가는 이 게임은, 사용자가 모기를 잡기 위해 몸을 움직이고 박수를 치는 모습이 마치 춤추는 것처럼 보여 단연 눈길을 끈다. 김군은 지난해 10월 이 작품을 삼성전자 홍보관 ‘딜라이트’(서울 서초구 서초대로)에 전시하며 ‘국내 최연소 미디어 아티스트’로 데뷔했다. 게임 개발에 얽힌 사연으로 미래창조과학부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처음 제가 ‘모기 잡기 게임’ 아이디어를 말했을 때 친구들이 좋다고 해줘 정말 행복했어요. 무엇보다 게임 덕분에 아빠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친해지게 돼 기쁩니다. 주소아 수업은 친구들과 의견을 나누며 과제를 해결하고 힘을 모아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보며 자신감과 협동심을 기를 수 있도록 구성돼 있어요. 주소아 덕분에 뚜렷한 목표 없이 학교에 다니던 제가 프로그래머의 꿈을 꿀 수 있게 됐죠.”
김군에게 잊히지 않는 추억을 안겨준 주소아는 삼성전자가 2013년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시작한 소프트웨어 교육 기부 프로그램이다. 해외 지역 법인의 활발한 코딩 교육 프로그램 개발 흐름에 앞서 국내 본사 차원에서도 일찌감치 IT 교육의 중요성에 눈뜨고 기민하게 대처해온 것이다. IT 전문가와 교사가 공들여 개발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과학·수학·인문·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소프트웨어 언어로 쉽고 재밌게 학습하며 창의력·문제해결력·융합적 사고력·논리력 등을 키울 수 있도록 설계된 게 특징이다.
주소아 수업은 학기 중 방과후 교실 형태로 12주에 걸쳐 진행된다. 수업 방식은 여느 과목과 사뭇 다르다. 놀면서 진지한 탐구와 학습이 이뤄지도록 유도하는 게 가장 큰 차이다. 어려운 논리 알고리즘도 애니메이션과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쉽게 이해시키고, 모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고력을 키우도록 돕는다.
국내에서 이뤄지는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 노력’은 크게 4개 트랙(track)으로 진행 중이다. 첫째는 소프트웨어 교육 콘텐츠 개발, 보급이다. 이미 학생용∙교사용 콘텐츠 11종과 교구 3종이 개발, 활용되고 있다. 둘째는 ‘소프트웨어 교육의 시작은 선생님입니다’란 슬로건으로 운영 중인 교사 연수 프로그램이다. 이제까지 총 5회 진행됐으며 참여 교사 수는 820명에 이른다. 셋째가 바로 주소아다. ‘학생들이 소프트웨어에 친숙해지고 소프트웨어를 통해 창의력과 문제 해결력을 기를 수 있도록 돕자’는 의도로 개설된 이 프로그램은 ‘소프트웨어 인구 저변 확대를 위한 삼성전자의 노력’으로 그 성격을 규정할 수 있다. 2015년 8월 현재 누적 참여 인원은 전국 270개교 1만1000명에 이른다. 마지막은 올해 미래창조과학부와 함께 첫 삽을 뜬 ‘주니어 소프트웨어 창작대회’(이하 ‘주소창’)다. 주소창은 청소년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소프트웨어로 구현하도록 지원하는 일종의 공모전. ‘가족을 위한 소프트웨어’가 주제인 제1회 대회 예선 지원은 오는 17일부터 시작된다(상세 내용은 공식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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