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물도 디자인한다, ‘비스포크 정수기’ 디자인 이야기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단순히 조리 공간이던 주방은 점차 사용자의 취향을 담아 꾸며지는 특별한 공간이 됐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확장된 거실’로 변모하며, 오래 머무르는 만큼 아름다운 공간으로 만들려는 사용자들이 늘어난 것.
삼성전자는 새롭게 주방의 포인트가 될 아이템의 하나로 ‘정수기’에 주목했다. 깨끗한 정수를 제공하는 기능뿐만 아니라 공간 속에 포인트로 녹아들 수 있는 디자인에 집중한 결과 탄생한 결과물이 바로 비스포크 정수기. 지난 기사에선 상품기획, 엔지니어를 만나 어떻게 기획을 하게 되었는지와 개발 과정에 대해 들었다면 이번엔 주방에 위화감 없이 녹아들면서 미적인 아름다움과 사용성을 모두 갖춘 비스포크 정수기의 디자이너들을 뉴스룸에서 만나봤다.
공간은 적게 차지하면서 주방의 포인트로, 파우셋+모듈형 구조
‘삼성전자 정수기’의 시작점이 된 비스포크 정수기. 도전의 첫발이었던 만큼 긴 사전 조사의 시간이 필요했다. 다양한 주방을 살피며 정수기가 어떤 형태로 놓여있는지 살피고 사용자들의 필요를 파악한 뒤의 결론은 기존 다른 제품보다 공간 활용에 유리하면서도 사용이 쉬운 정수기를 만들자는 것. 조태형 디자이너는 “비스포크 정수기는 개개인의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 할 수 있는 새로운 타입의 제품으로 사용성이 쉬우면서도 감성적으로 매력이 있는 제품을 만들자고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최대한 주방의 공간을 적게 차지하면서도 주방 인테리어의 포인트가 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비스포크 정수기는 파우셋 형태로 굳혀졌다. 익숙한 카운터 탑 형태가 아니면서도 정수기의 정체성을 띠고, 주방 안에서 위화감 없이 자리할 수 있기 때문. 여기에 사용성을 고려해 출수 레버를 더했다. 윤덕상 디자이너는 “사람들은 보통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때 지나치게 낯선 형태면 거부감을 느낀다. 어색하지 않으면서도 비스포크 정수기만의 새로운 이미지를 더할 수 있는 장치로 레버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출수부와 연결된 성능 부분은 싱크대 아래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모듈형으로 제작했다. 공간 내부를 최적화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 것. 집집마다 싱크대 아래 공간이 전부 다르지만 구동부 모듈, 필터 모듈은 분리해서 수직, 수평으로, 주방 환경에 맞게 설치할 수 있다.
눈에 보이는 외형뿐 아니라 모듈 속 필터에도 섬세한 배려를 놓치지 않았다. 사용자 스스로 필터를 교체해야 하는 제품인 만큼, 헷갈리지 않고 정확히 필터를 바꿔 끼울 수 있도록 했다.
‘디지털’의 메인 파우셋, ‘아날로그’에 집중한 서브 파우셋
활용성에 따라 출수부인 파우셋도 두 가지로 나눴다. 음용수를 비롯한 대다수의 정수를 제공하는 메인 파우셋과, 조리수 위주로 활용될 서브 파우셋으로 구분한 것. 최대 120도까지 회전 가능해 편의성을 높인 두 파우셋은 서로 다른 역할만큼 외형도 확실히 구분되도록 디자인했다.
메인 파우셋의 경우 한층 다양하고 세심한 활용을 위해 디지털적인 컨트롤 방식을 적용했다. 파우셋 상단에 있는 LCD 모니터를 터치해 물의 온도, 출수량 등의 옵션을 필요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여기에 아날로그 방식의 레버를 더해 키가 작아서 혹은 아직 어려 터치 조작이 어려운 아이들과 고령층의 사용성도 고려했다. 윤덕상 디자이너는 “파우셋 상단에 있는 디스플레이를 조작하기 힘든 노약자나, 조리를 하느라 손에 물이 묻은 주부는 레버를 이용해 편하게 물을 틀고 끌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서브 파우셋은 조리수 용도로 만들어진 만큼 메인 파우셋보다는 크기가 작다. 사용성을 잡으면서도 쉽게 부러지지 않을 만큼의 크기로 디자인한 것. 디스플레이 없이 레버만 적용한 것도 메인 파우셋과의 차이점이다. 윤덕상 디자이너는 “서브 파우셋은 채소를 씻거나 조리할 때 필요하기 때문에 젖은 손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손을 사용하지 않고 손등이나 팔꿈치로도 쉽게 조작이 가능하도록 레버만 탑재했다”고 설명했다.
색상 선정에만 10개월, 비스포크 정수기가 ‘진짜 메탈’이 될 수 있던 이유
형태를 완성한 뒤 파우셋에 색상과 질감을 입히는 과정이 이어졌다. 최근 주방 가전 색상의 대부분은 화이트와 그레이지(그레이+베이지) 톤으로 맞춰진다는 점, 색감에 대한 사용자들의 기준이 나날이 세심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알루 화이트’, ‘알루 블랙’, ‘알루 로즈골드’ 세 가지 색상을 엄선했다. 색상 앞의 ‘알루’는 알루미늄을 줄인 것으로, 이름에서 직관적으로 소재까지 느낄 수 있도록 색상 앞에 붙였다. 최미도 디자이너는 “밝은 컬러를 통해 트렌디한 주방을 만들 수 있는 화이트 컬러와 최근 해외에서 트렌드가 된 블랙 컬러, 악센트가 될 수 있으면서도 따뜻하고 소프트한 메탈의 감성을 담은 골드 계열 컬러를 각각 선정했다”고 말했다.
비스포크 정수기의 컬러를 고르고 입히는데 소요된 시간만 10개월. 개발 과정에서 제품의 형태가 바뀌면 색상은 물론이고 소재, 후가공까지 전부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비스포크 정수기는 메탈 소재를 활용했는데, 색상과 질감을 통해 실제 메탈의 느낌을 구현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윤덕상 디자이너는 “메탈이라고 생각하고 만졌을 때 ‘가짜’라는 느낌은 주고 싶지 않았다. 파우셋도 머리와 기둥 부분의 공법이 각각 다른데 이를 조율해 맞춰가는 과정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색상 구현 과정에서도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그 자체로 그레이 색상을 가지고 있는 메탈 소재 위에 순백의 화이트 컬러를 표현해내는 과정이 쉽지 않았던 것. 최미도 디자이너는 “비스포크 정수기의 컬러 시리즈가 알루미늄의 소재를 표현하고 있다. 어두운색 위에 밝은색을 입히면 명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밝은 흰 색상을 만들어내야 했다”며 “다른 색과는 다르게 코팅 과정과 공법에 변화를 주어 결국 성공했고, 어렵게 만든 만큼 애착이 가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사용자들이 더욱 편리하도록, 비스포크 정수기 속 세심함
비스포크 정수기의 가치는 보이는 아름다움 너머의 사용성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LCD 디스플레이를 통해 물의 온도와 출수량을 쉽게 확인, 조절할 수 있는 점은 비스포크 정수기만의 특별한 장점이다. 조태형 디자이너는 “정수, 냉수, 온수 여부를 색상으로 나타내거나 컵을 놓을 위치를 알려주는 ‘컬러 라이팅’ 으로 직관성을 더했다. 또한 10mL 단위로 물이 나오는 상황을 표시해줌으로써 레시피에 맞춰 정확한 물의 양을 출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심한 디자인의 흔적은 비스포크 정수기 이곳저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레버를 누를 때 딸각이는 소리, 출수량의 변화에 따른 음의 변화 등이 그것. 사운드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버튼을 눌렀을 때 출력되는 사운드의 크기나, 주파수를 조정해 귀에 편하게 들리도록 한 부분도 세심한 디자인의 한 면을 보여준다. 파우셋의 길이를 정할 때도 물이 떨어지는 높이 기준으로 수십 개의 컵과 잔을 대고 물이 얼마나 튀는지 일일이 실험했다. 조태형 디자이너는 “비스포크 정수기는 싱크대 뿐만이 아니라, 아일랜드 식탁 등 접근성이 좋은 위치에서 아이, 어른, 휠체어 탄 사람들까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사용자가 필터를 직접 교체하는 과정에서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했다. 필터의 한계점이 90% 이상 되었을 때 교체 알람과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 조태형 디자이너는 “사용자가 필터 교체에 익숙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가이드를 쉽게 제공하는 방법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LCD 화면을 통해 교체 단계별로 화면을 다르게 구성했고, 필터에도 몇 가지 컬러와 가이드 라벨을 주어 조립이 어긋나는 일이 없도록 했다”고 말했다.
디자이너들은 사운드, 인간공학, 그래픽 등 다양한 파트와의 협업으로 비스포크 정수기가 탄생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윤덕상 디자이너는 “앞으로 정수기는 더욱 미니멀해지고,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형태가 될 것이다. 사용자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아름답고도 편리한 정수기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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