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소녀들 웃게 한 ‘아주 특별한 재봉틀’ 이야기

2016/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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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헌을 말하다 인도소녀들 웃게 한 아주 특별한 재봉틀 이야기. 삼성전자 사회공헌 활동에 대해 보다 많은 분과 진솔하게 소통하기 위해 삼성전자 사회봉사단이 직접 운영하는 공간입니다.

“드르륵, 드르륵, 드르르륵….” 지난 3일<현지 시각>, 인도 동남부 첸나이에 위치한 키라날루(Keeranallur) 공립학교의 한 교실에서 난데없이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가정 교과 수업 시간, 이사이브야니(Isaivyani) 가정 교사의 시범을 지켜보는 세 소녀(스웨타∙비키∙지니)의 눈망울이 유독 초롱초롱했다.

이사이브야니 키라날루고 가정 교사<사진 맨 오른쪽>의 재봉틀 시범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이 학교 재학생 스웨타∙비키∙지니 ▲이사이브야니 키라날루고 가정 교사<사진 맨 오른쪽>의 재봉틀 시범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이 학교 재학생 스웨타∙비키∙지니

불과 3년 전만 해도 이 학교 학생들은 교실 부족 사태에 시달렸다. 시간표와 무관하게 앞마당 나무 그늘에서 공부해야 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했다. 몰라보게 달라진 이 학교, 그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2013년, 키라날루 공립학교에 ‘인삼따봉’이 떴다!

3년여 전, 재학생 1000여 명 규모의 키라날루 공립학교에 ‘인삼따봉’이 찾아왔다. 인삼따봉은 ‘인도 삼성전자 따뜻한 봉사팀’의 줄임말. 삼성전자 임직원 105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지난 2013년 11월부터 약 3주간 이 학교를 찾아 봉사 활동을 펼쳤다.

삼성전자 임직원 해외봉사단은 지난 2013년 ‘인삼따봉’이란 이름으로 인도 첸나이 지역을 찾아 현지 학교 등에서 다양한 봉사 활동을 펼쳤다 ▲삼성전자 임직원 해외봉사단은 지난 2013년 ‘인삼따봉’이란 이름으로 인도 첸나이 지역을 찾아 현지 학교 등에서 다양한 봉사 활동을 펼쳤다

인삼따봉이 처음 키라날루 공립학교를 찾았을 당시만 해도 학생들은 컴퓨터 수업 시간에도 마우스 한 번 잡아보지 못한 채 이론 공부만 반복하고 있었다. 이 광경을 안타깝게 여긴 인삼따봉은 이 학교 학생들을 위해 ‘스마트 클래스’를 구축해주기로 했다. 이후 학교엔 반듯한 교실과 컴퓨터 등 실습 기자재가 갖춰졌다. 봉사단원들은 현지 교사를 대상으로 기자재 활용법 교육에 나섰다. 인삼따봉 단원들과 학생들은 서로에게 잊히지 않는 경험을 선사하고 아쉽게 헤어졌다. 그게 3년 전 일이다.

 

2년 후, 우연히 생긴 50만 원… ‘아이들 위해 쓸까?’

당시 인삼따봉 단원 중엔 김성식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대리도 포함돼 있었다. 봉사에 대한 열정과 또렷했던 아이들의 눈망울에 대한 기억이 잦아들 무렵, 김 대리는 삼성전자 사내 아이디어 공모 플랫폼 ‘모자이크(MOSAIC)’에 한 아이디어를 제출했다. 평소 어르신들이 등산 등 일상 생활 도중 MP3 플레이어로 일명 ‘트로트’ 가요를 자주 듣는다는 사실에 착안, ‘실버폰 전용 트로트 음악 서비스’를 제안한 것.

그는 이 아이디어로 큰 호평을 받았고, ‘위너(winner)’에 선정돼 50만 원의 상금까지 획득했다. ‘이 돈으로 동료들과 식사나 한 끼 할까?’ 생각하던 김 대리의 머릿속에 퍼뜩 3년 전 인도 봉사 당시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 아이들에게 뭔가 해주고 싶더라고요. 기왕이면 학생들에게 도움 되는 형태로 기부해야겠다, 생각했죠. 그 길로 삼성전자 사회봉사단에 연락을 취해 봉사 당시 함께 일했던 비정구기구(NGO) 담당자와 연결됐고, 그에게서 ‘요즘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뭔지 들을 수 있었습니다.”

2013년 인도 첸나이 봉사 당시 현지 학교 학생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김성식 대리의 모습 ▲2013년 인도 첸나이 봉사 당시 현지 학교 학생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김성식 대리의 모습

전해 들은 소식에 따르면 키라날루고 학생 중 상당수는 당시 구축된 스마트 클래스를 통해 대학에 진학하거나 도시에 취업했다. 하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여학생이 적절한 생계 수단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학교 측은 고심 끝에 이들이 졸업 이후에도 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기술을 가르치기로 했다. ‘바느질’이었다.

 

2015년, ‘인삼따봉’ 이름으로 기증된 재봉틀 석 대

NGO 담당자를 통해 김성식 대리가 전해 들은 요청 사항은 ‘재봉틀 구입’이었다. 간디라잔(GandhiRajan) 키라날루 공립학교장은 “이미 맨손으로 바느질 기술을 익혀온 학생들에게 재봉틀이 주어진다면 (바느질 통한 생계 유지에) 한층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설명을 전해왔다.

그 얘길 들은 김 대리는 상금으로 재봉틀 세 대를 구입한 후 기부자명을 ‘김성식’ 대신 ‘인삼따봉’으로 지정, 키라날루 공립학교에 기부했다. 그는 “인도 봉사를 다녀온 후 아이들의 눈빛이 잊히지 않아 ‘언젠가 꼭 아이들을 위해 뭔가 선물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당시 봉사팀명으로 학교에 작은 성의나마 전달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김성식 대리가 사내 아이디어 공모에서 받은 상금은 재봉틀로 변신, ‘인삼따봉’ 이름으로 키라날루 공립학교에 전달됐다 ▲김성식 대리가 사내 아이디어 공모에서 받은 상금은 재봉틀로 변신, ‘인삼따봉’ 이름으로 키라날루 공립학교에 전달됐다

재봉틀이 학교에 도착한 건 지난해 11월. 이날 기부식엔 키라날루 공립학교 전교생과 교사진이 모두 참석해 한바탕 축제가 벌어졌다. 그날 이후 간디라잔 교장 말처럼 김 대리가 기부한 재봉틀 덕에 이 학교 여학생들의 바느질 실력은 날개를 단 듯 일취월장했다

‘인삼따봉’ 이름으로 기부된 재봉틀을 활용, 키라날루 공립학교 여학생들이 완성한 가방과 바구니들 ▲‘인삼따봉’ 이름으로 기부된 재봉틀을 활용, 키라날루 공립학교 여학생들이 완성한 가방과 바구니들

이사이브야니 교사는 “재봉틀이 없을 땐 수작업으로 가능한 소품 정도 만드는 게 고작이었는데 재봉틀이 생기면서 다양한 작품을 완성할 수 있게 돼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며 “무엇보다 학생들이 졸업 이후 학교에서 연마한 바느질 기술로 소득을 얻을 수 있게 된 점이 기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에서 기증 받은 재봉틀 덕에 이 학교 여학생들의 바느질 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기증 받은 재봉틀 덕에 이 학교 여학생들의 바느질 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

 

“기술 배워 걱정거리 덜었다”는 감사 편지 한 통

며칠 후, 삼성전자엔 반가운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간디라잔 학교장 명의로 된 편지였다.

지난해 말 간디라잔 키라날루 공립학교장 명의로 삼성전자에 도착한 감사 편지 원문 ▲지난해 말 간디라잔 키라날루 공립학교장 명의로 삼성전자에 도착한 감사 편지 원문

이 편지에서 간디라잔 교장은 ‘인삼따봉’의 이름으로 학교에 기증된 재봉틀이 가져온 변화에 대해 인도의 대표적 시인 타밀(Tamil)의 작품 속 문구 “기술을 배움으로써 걱정거리를 덜었다(Learn a craft/And you accept no worries)”를 인용,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성식 대리가 떠올리고 ‘인삼따봉’의 이름으로 키라날루 공립학교에 전해진 재봉틀 석 대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었다. 스웨타와 비티, 지니의 꿈이었다. 앞으로 세 소녀의 꿈은 또 어떤 방향으로 뻗어갈까? 그 미래를 흐뭇하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김 대리와 인삼따봉, 그리고 삼성전자 임직원 해외봉사단원은 충분히 행복하다.

봉사는 분명 ‘받는 이’에게 도움을 준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주는 이’에게도 많은 걸 선사한다. 한 번 봉사의 매력에 빠진 이들이 봉사를 멈추지 못하는 이유 역시 거기에 있다. 삼성전자 임직원 해외봉사단이 올 한 해 계획 중인 봉사활동은 또 어떤 즐거운 파급 효과를 가져올까? 벌써부터 기대가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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