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결과 소통의 경험을 불어넣다: 카리사 포터 x 삼성 아트 스토어

2024/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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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본질적으로 연결을 갈망하는 사람…

외로울 땐 생각을 공유하며 타인과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 카리사 포터(Carissa Potter)

 

예술가 카리사 포터(Carissa Potter)는 스스로를 ‘연결을 갈망하는 인간’이라 설명한다. 그는 ‘사람 사이의 깊은 연결’을 구현하기 위해 판화, 글, 설치 예술 등 다채로운 예술 활동을 펼쳐왔다. 포터의 작품들은 풍부한 감정과 공감을 통해 인간 경험의 다양하고 복잡한 면을 보여준다.

포터는 페이스북과 구글, 칼라 아트 인스티튜트(Kala Art Institute) 등 캘리포니아 소재 여러 유명 회사에서 작가로 활동했고 그의 작품은 샌프란시스코 현대 미술관(San Francisco Museum of Modern Art, SFMOMA)부터 미국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어반 아웃피터스(Urban Outfitters) 매장까지 다양한 곳에서 전시되고 있다.

삼성 뉴스룸이 그의 예술 여정과 영감, 그리고 삼성 아트 스토어를 통한 대중과의 소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카리사 포터

▲ 카리사 포터

 

글과 그림으로 예술을 창작하고 연결하다

Q: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늘 흥미로운 질문이다. 나를 대표할 경험을 한두 가지만 고르기 어렵기 때문이다.

나는 본질적으로 연결을 갈망하는 사람이다. 책을 쓰고 대화를 하고 설치 미술 작품을 만들며 글과 그림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또,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 본사를 두고 있는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People I’ve Loved)’에서 2012년부터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연결을 촉진하는 오브제를 만들고 있다.

 

Q: 창작에 가장 큰 영감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어릴 때부터 스스로에게 무거운 질문을 던지며 창의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힘든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의미 없는 세상에서 의미는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가?’ 같은 질문들 말이다. 지금도 내 마음이 이끄는 주제에 관심을 쏟는다. 외로울 땐 생각을 공유하며 타인과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이런 생각들이 가장 큰 영감이자 매체의 경계를 허무는 도구가 된다.

 

“타인에게 내 마음을 드러내 보이는 것은 나도 상대방의 마음을 들어주겠다는 일종의 초대이다”

 

삶을 담은 예술, 예술을 닮은 삶

Q: 개인적인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는 개방적 방식으로 작품에 독특한 느낌을 부여한다. 작품의 테마와 서사는 어떻게 형성하는가?

작품이 흥미롭기 위해서는 감정적 연결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내 작품에 실제 경험을 반영하곤 한다. 내가 원했던 삶이나 실제 경험을 작품에 담는 것은 거울을 보는 것과 비슷하다. 때로는 스스로 돌아보는 이 과정이 위안이 된다.

카리사 포터와 딸 마가렛

▲ 카리사 포터와 딸 마가렛

신뢰하는 사람과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가까워지는 일은 매우 황홀한 일이다. 하지만 말과 행동은 상황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되도록 옳은 일을 하고 싶어도 의도한대로 솔직해지기가 어렵다. 나는 이런 사회적 규범에 억눌려 있었던 감정들을 이끌어내려고 한다. 상처받고 싶지 않거나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기 때문에 실제론 말할 수 없는 내용도 예술 작품으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내가 원했던 삶이나 실제 경험을 작품에 담는 것은 거울을 보는 것과 비슷하다. 때로는 스스로 돌아보는 이 과정이 위안이 된다

 

Q: 작품에 개인적인 주제들이 담겨 있는데, 관람객은 이런 주제에 대해 주로 어떻게 반응하는지?

사람들은 대체로 타인에게 열려있다고 믿는다. 타인에게 내 마음을 드러내 보이는 것은 상대방의 마음도 들어주겠다는 일종의 초대이기도 하다. 이렇게 작품을 통해 드러낸 내 개인적인 주제들이 관객과 연결될 때 내 생각도, 작품을 감상한 관객의 생각도 모두 있는 그대로 가치를 지닌다.

특히 내 작품을 본 사람들이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라던가 “제가 비슷하게 힘든 일을 겪을 때 당신의 작품을 봤어요”, “당신의 작품을 통해 저의 부정적인 면도 받아들이게 됐어요” 등 자기 이야기를 해줄 때면 작품을 통해 나보다 큰 어떤 존재에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카리사 포터 x 삼성 아트 스토어

겨울 달(Winter Moon, 2022)

▲ 겨울 달(Winter Moon, 2022)

Q: ‘겨울 달(Winter Moon)’이 작년 아트 스토어의 구독자들에게 특히 많은 사랑을 받았다. 겨울이란 계절과 달을 모티브로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또, 이 작품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단순한 작품이라 사랑받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는 복잡한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단순한 이미지는 마음의 휴식과도 같다.

사람들이 파란색을 좋아해 작품이 사랑받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색상으로도 복잡한 실험은 하진 않는 편이다. 단순한 색도 작품의 톤 전체에 깊이와 느낌을 전달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겨울 달’은 편안함과 우울함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고,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뉴트럴한 감정 톤이 특징이다.

버니 러브(Bunny Love, 2024)

▲ 버니 러브(Bunny Love, 2024)

Q: 4월과 5월 컬렉션에는 ‘버니 러브(Bunny Love)’와 ‘엄마를 위한 꽃(Flowers for Mom)’도 포함됐다. 이 작품들이 아트 스토어 사용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계절의 변화를 인식하는 것은 우리의 시간과 공간을 이해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겨울이 끝날 무렵, 사람들은 새로운 삶과 에너지, 축하하고 기대할 무언가를 원한다.

이 두 작품은 우리가 봄을 맞아 갈망하는 것과 앞으로 마주할 변화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라 관심을 받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봄이 모티브가 된 이 두 작품을 감상할 때 ‘지금 있어야 할 곳에 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Q: 그 외에 더 프레임에 전시할 작품들을 추천한다면?

우울증을 겪던 시기, 식물을 돌보며 즐거움을 찾았다. 단순하고 뻔한 일 같지만 나에게 식물은 매우 큰 힘이 되었다. 식물과 상호작용하는 관계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찾기도 하고 복잡한 생명의 신비에 경외감을 느끼며 스스로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닫기도 했다.

내가 작은 존재라는 깨달음은 ‘해내야만 하는 일’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었다. 이런 편안함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식물을 주제로 한 작품 세 점을 추천한다.

‘플랜트 월(Plant Wall)’ 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과의 컬래버레이션의 일환으로 탄생했다. 흰색 바탕에 다양한 식물을 검은색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식물 가족(A Family of Plants)’은 테라코타 화분에 담긴 식물들을 표현한 작품이고, ‘9월의 꽃(September Bloom)’ 은 꽃다발을 안고 앉아 있는 여성을 표현했다.

플랜트 월(Plant Wall, 2020)

▲ 플랜트 월(Plant Wall, 2020)

식물 가족(A Family of Plants, 2024)

▲ 식물 가족(A Family of Plants, 2024)

9월의 꽃(September Bloom, 2023)

▲ 9월의 꽃(September Bloom, 2023)

 

디지털 세상에서 예술을 탐험하다

Q: 더 프레임의 아트 스토어는 일상에서도 쉽게 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작품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노력들이 예술의 대중화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다양한 예술작품들을 넘겨보며 인간 창조성의 너른 범위를 탐색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미술 학교에서는 파격적인 시도를 우선시해 집에 어울릴 만한 편안한 작품을 만드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일상에서 함께하고 싶을 정도로 갖고 싶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정말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예술은 시대와 기술이 협력해 낳은 작품”

 

기술의 도움으로 예술은 많이 대중화됐다. 미술관에서만 접근할 수 있었던 예술을 집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것, 몸은 이곳에 있지만 마음은 완전히 다른 공간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이나 물건에 둘러싸여 있을 수 있다는 것은 마법 같은 일이다.

 

Q: 기술이 예술 창작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하는가? 본인 작품 활동에도 변화가 생겼는가?

모든 예술은 시대와 기술이 협력해 낳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나쁜 현상이 아니다. 간혹 부정적인 영향도 있겠지만 그 또한 이해의 형식을 바꾸는 과정일 뿐이라 생각한다. 일례로, 그림을 그리기 위해 산 태블릿이 내 인생을 바꿨다. 태블릿 덕분에 나는 더 자유로워졌다. 하지만 정교해진 기술로 인해 예기치 못하게 좋은 결과를 내는 우연한 사고가 발생할 여지가 줄어들기도 했다.

미래가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 단언할 수 없다. 하지만 기술이나 AI로 예술을 창작할 때, 인간의 지식을 어떻게 활용할지 상상해 보면 흥미롭다. 이미 AI와 같은 기술은 우리 사회의 집단의식에 구체적 형태를 부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상처받고 싶지 않아 실제론 말할 수 없는 내용도 예술 작품으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Q: 본인의 작품이 관객에게 어떻게 수용되기를 기대하나?

최근에 읽은 한 연구에 따르면, 요즘 사람들은 감정이 상할만한 일을 피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우울한 사실이다. 나는 인간관계와 감정, 그리고 그로 인해 생기는 여러가지 일에 관심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내 작품이 사람들에게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힘을 주기를 바란다. 누군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거나, 사랑하지만 함께 할 수 없다는 말처럼 마음속에 있는 것을 숨김없이 말할 수 있는 힘 말이다.

사람들은 삶의 달콤한 순간이나 사람들과의 추억을 떠올리기 위해, 그리고 즐거운 순간은 다시 찾아올 것이라는 기대를 품기 위해 물건에 감정을 이입하고 보관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물건은 감정을 촉발할 수 있는 도구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예술 작품은 보다 더 큰 의미를 품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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