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0년 전 내린 과감한 결정, AI TV의 기반이 된 타이젠 OS

2024/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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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젠은 계속 진화하는 플랫폼, 독립성 확보한 ‘자부심’”
–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천정식 프로

 

TV가 진화함에 따라 시청자들은 점점 다양한 서비스를 원하게 되었다. 지상파나 케이블TV 외에도 여러 가지 OTT, SNS 서비스들을 즐기기도 하고, 집 안의 다양한 기기들을 TV에 연결해 스마트홈을 활용하기도 한다. 삼성 스마트TV의 OS(Operating System, 운영체계)인 타이젠(Tizen)은 2015년 이후 스마트TV 수억 대에 탑재되며 TV의 똑똑한 진화를 선도해왔다.

타이젠 OS 개발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소프트웨어 플랫폼 랩의 황서영 프로와 정선용 프로는 사용자들에게 보다 나은 스마트TV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문득 타이젠의 전신인 오르세이(Orsay) 운영 체제를 개발한 선배들이라면, 새로운 도전을 마주했을 때 어떻게 대응했을지 궁금해졌다.

(왼쪽부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강영수, 천정식, 변광섭, 정선용, 황서영 프로

▲ (왼쪽부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강영수, 천정식, 변광섭, 정선용, 황서영 프로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에서 오르세이 개발을 담당했던 변광섭 프로, 천정식 프로, 강영수 프로와 함께 타이젠 OS 개발진인 정선용 프로와 황서영 프로가 타이젠이 스마트TV에 본격적으로 도입되게 된 계기와 이후 전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잘 최적화된 오르세이를 두고 큰 변화를 시도해야만 했던 근원적 이유부터 타이젠이 오픈소스 기반 플랫폼의 장점을 극대화하며 스마트 TV의 대표적인 OS로 자리매김하기까지의 다채로운 비하인드 스토리,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고민하는 개발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타이젠은 선배들의 역사가 담긴 플랫폼”
– 황서영 프로

 

왜 잘 최적화된 오르세이를 두고 새로이 타이젠 OS를 택했나?

2011년 첫 도입된 '오르세이'를 시작으로, 2015년에 삼성 TV에 최초로 적용된 타이젠 OS는,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다양한 기기까지 확대되며 삼성의 대표적인 운영체제로 자리잡았다.

▲ 2011년 첫 도입된 ‘오르세이’를 시작으로, 2015년에 삼성 TV에 최초로 적용된 타이젠 OS는,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다양한 기기까지 확대되며 삼성의 대표적인 운영체제로 자리잡았다.

2015년에 오픈소스 플랫폼 타이젠을 처음 적용하기 이전에는 2011년부터 선보인 폐쇄형(closed) 플랫폼 오르세이(Orsay) OS를 활용하고 있었다. 오르세이와 타이젠은 ‘자사 주도의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반면, 연산처리 방식에서는 싱글과 멀티로 큰 차이가 있다. 쉽게 말해 한 번에 한 가지 연산을 처리하는지(싱글), 여러 연산을 동시에 처리하는지(멀티)의 차이다.

강영수 프로는 두 OS의 프로세스 차이를 ‘목적지로 가는 방식’에 비유했다. 그는 “싱글 프로세스 기반인 오르세이는 여러 사람이 ‘한 대의 버스’를 타고 각각의 목적지로 이동하는 방식”이라며, “각자 필요한 것을 다 같이 싣고 목적지를 향해 가다가, 한 사람에게 문제가 발생하면 동승자 모두가 영향을 받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멀티 프로세스 기반의 타이젠은 사람들이 ‘각자의 승용차’를 타고 목적지로 이동하는 것이다. 그래서 각자 목적에 맞게 준비 물품을 효율화할 수 있고, 만약 문제가 생기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지 않고 개별적으로 집중해서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며, “스마트 TV에서의 다양한 요구사항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타이젠의 멀티 프로세스 구조가 훨씬 효율적이다” 라고 설명했다.

강영수 프로는 오르세이와 타이젠OS의 큰 차이는 연산처리 방식과 개방성이라고 설명했다.

▲ 강영수 프로는 오르세이와 타이젠OS의 큰 차이는 연산처리 방식과 개방성이라고 설명했다.

두 OS간 더 큰 차이는 개방성에 있다. 폐쇄형 OS는 개발 주체가 운영체계를 완전히 소유하고 통제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단독 개발, 기능 점검, 품질 관리 측면에서 특히 유리하다. 반대로 개방형(Open) OS는 소스코드가 공개되며 수정과 배포가 비교적 자유롭다. 다양한 개발자들을 유치하기에 유리할 뿐 아니라, 개발을 위한 툴도 서로 만들어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통적인 TV 기반으로 방송과 외부 입력에 기반한 부가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오르세이는 폐쇄형 OS였다. 그에 비해 타이젠은 확장이 용이한 오픈소스 플랫폼이다. 변광섭 프로는 “다양한 외부 개발자를 유입시켜 생태계를 확장하는 것이 타이젠 도입의 가장 큰 목적이었다”라고 밝혔다.

 

“오르세이로 잘하고 있는 상황에서 왜 힘든 일을 가야 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껍질을 깨는 고통을 겪고 나와보니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었다”
– 강영수 프로

 

TV의 미래를 내다보고 감행한 과감한 도전

오르세이 개발진들은 ‘순항 중이던 오르세이의 뒤를 타이젠이 잘 이어갈 수 있을까’ 조금은 불안했다고 회고했다. 변광섭 프로는 “일부 모델이 아니라 전체를 타이젠으로 바꿔야 했기에 돌아갈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심리적 부담감만이 아니었다. 특히 오픈 플랫폼 기준으로 맞추는 작업은 매우 도전적이었다. 업무 수행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대상이 내부 개발자들에서 다양한 부서의 다양한 담당자로 방대해지고, 협업하는 조직이 국내외로 확대되면서 업무 효율성 개선이 요구되었다. 폭넓은 소통과 협업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에 회의, 점검 방식을 모두 바꾸어야 했다.

반면 오픈소스로 전환함으로써 생기는 장점도 있었다. 변광섭 프로는 “오르세이 때는 개발자들이 코드를 하나하나 생성하고 몇 시간을 기다려 시뮬레이션을 돌리다 보니 밤샘 작업이 일상이었다. ‘돌도끼를 가지고 개발한다’고 농담하곤 했다”며, “타이젠 도입과 함께 원활하게 일할 수 있는 개발 툴들이 공유되어 효율성이 늘었다”고 말했다.

전(前) 오르세이 개발진들은 과감한 도전이 현재의 TizenOS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 전(前) 오르세이 개발진들은 과감한 도전이 현재의 TizenOS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초기 타이젠 개발팀은 오픈 플랫폼으로서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개발 생산성을 개선하기 위해 개발 인터페이스인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공용화, 외부 오픈, 표준 기술 도입 등에 집중했다. 이후 SDK(Software Development Kit) 개발 환경 개선, 플랫폼 저변 확산을 위한 아키텍처와 라이센싱에도 힘썼다.

이렇게 표준 기술을 적용한 타이젠은 폐쇄적인 오르세이와 달리 외부 콘텐츠 공급자(Content Provider, CP)들의 접근성을 높여 서비스를 다양화할 수 있었다. 실제 삼성 스마트TV에서는 삼성이 개발한 서비스 외에도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애플티비 등 다양한 CP들의 앱을 사용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사용자들은 오르세이 때와 마찬가지로 일관된 사용자 경험에 더해 개방형 타이젠이 가져다주는 다채로운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됐다.

 

새로운 스마트 경험을 선사하는 타이젠 OS

타이젠 OS는 TV가 하드웨어를 넘어 소프트웨어까지 생태계를 확장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단순한 기기 간 연결을 넘어 운영체제와 서비스, 콘텐츠 간의 경험까지 광범위하게 연결하며 이미 대세가 된 스마트 홈 라이프를 더욱 편리하게 만들어줄 최적의 OS로도 평가받는다. Tizen OS는 2023년 말 기준, 삼성 스마트 TV 약 2억 7천만 대에 탑재되어 단일 규모로는 업계 최대를 자랑한다.

2015년 처음 도입된 ‘삼성 타이젠 OS’는 점점 거대한 규모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 2015년 처음 도입된 ‘삼성 타이젠 OS’는 점점 거대한 규모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만큼 개발자의 자부심도 상당했다. 정선용 프로는 “삼성 TV는 매우 직관적 구조를 갖췄다”며, “메뉴만 보아도 전체를 파악할 수 있고, 원하는 설정을 위해 눌러야 하는 버튼이나 동작들이 적어 스텝 수가 확 줄어드는데 이런 점이 다른 운영체제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선용 프로(좌)는 앞으로 타이젠이 TV 판매 후 수익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정선용 프로(좌)는 앞으로 타이젠이 TV 판매 후 수익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타이젠의 이점 중 하나는 새로운 스마트 경험을 소비자에게 빠르게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소비자의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이 가능하다. 정 프로는 “개방형이지만 자체 개발한 OS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원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제약 없이 시도하고 빠르게 제공할 수 있다. 삼성 TV 플러스처럼 타이젠 기반으로 기존의 TV 사용 경험을 유지하면서 OTT나 VOD 서비스를 구현했고, 최근 출시한 게이밍 허브도 반응이 굉장히 좋다”고 설명했다.

타이젠 OS는 스마트TV 서비스가 주요 수익원으로서의 경쟁력을 갖추는 데도 일조했다. 정선용 프로는 “삼성 TV 플러스나 게이밍 허브 등 소비자 경험을 고려한 다양한 서비스와 광고 수입이 매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사업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플랫폼 개선과 라이센싱 제품군 확대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TV를 판매한 후에도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가 된 것이다.

 

“타이젠은 미래로 가는 사다리”
– 정선용 프로

 

플랫폼 관점에서 바라본 AI, 타이젠이 중추적 역할

황서영 프로는 앞으로 타이젠 OS에서 AI 기술이 더욱 빛날 것으로 기대한다.

▲ 황서영 프로는 앞으로 타이젠 OS에서 AI 기술이 더욱 빛날 것으로 기대한다.

이제 전 세계 가전 시장이 AI 기술에 주목한다. TV에 AI를 입히는 데도 타이젠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황서영 프로는 “삼성 TV는 업스케일링 등 화질 및 음질 개선을 위해 과거부터 AI 기술을 활용해 왔지만, 2024에는 타이젠 OS에 대폭 향상된 하드웨어까지 힘을 합쳐 온디바이스 AI가 빛을 발하고 있다. 자막을 인식하고 위치를 자동으로 조정한다거나, 게임 장르를 인식해 자동으로 최적의 화면모드를 적용할 수 있다. 계정 기반으로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향후에는 타이젠 플랫폼 관점에서 AI 기능을 강화하여 사용자에게 더욱 의미 있는 AI 경험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다양한 AI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서버 클라우드, 온디바이스, 엣지를 모두 포함하는 플랫폼 기술이 필요한데 타이젠 플랫폼이 이 점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고 강조했다.

출시 초기부터 모바일, 웨어러블, TV 등 다양한 디바이스를 지원했을 만큼 유연한 타이젠 OS는 지금도 다양한 디바이스 폼팩터(form factor)를 지원하며 주목받고 있다. 특히 하나의 코드 베이스로 여러 해상도/비율/폼팩터를 한꺼번에 대응할 수 있어 앱 개발이 효율적이다. 타이젠은 실제 스마트 TV와 모니터는 물론, 빔프로젝터, 그리고 The Wall을 비롯한 B2B 사이니지 제품까지 탑재돼 여러 기기에서 상황에 알맞은 스마트 경험을 선사한다.

CES 2024를 통해 첫 선을 보이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AI 컴패니언 ‘볼리(Ballie)’에도 타이젠 OS가 탑재된다. 정선용 프로는 “엣지 기술을 활용해 볼리 제품 안에 탑재된 고성능 컴퓨팅 리소스를 이용하면 초연결을 통한 AI 기술의 활용 사례가 될 것”이라며 “타이젠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나에게 타이젠이란?

개발진은 앞으로 AI TV까지 책임질 타이젠 OS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 개발진은 앞으로 AI TV까지 책임질 타이젠 OS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황서영 프로는 “타이젠은 선배들의 역사가 담긴 플랫폼”이라며 “지금의 개발 환경, 제품들이 모두 그냥 나온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니 후배들에게 이와 못지않은 것을 남겨주고 싶다”고 전했다. 정선용 프로는 “타이젠은 앞으로 무한한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에 미래로 가는 사다리’라고 정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르세이부터 타이젠까지 개발에 함께한 천정식 프로는 “타이젠은 계속 진화하는 플랫폼이며,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이다”라고 밝혔다. 변광섭 프로는 “아이가 둘인 부모로서, 타이젠은 마치 셋째 아들 같다”며 “타이젠 역시 앞으로 더 잘 성장할 수 있게끔 잘 키워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오르세이 개발을 담당했던 강영수 프로는 새로운 사용경험 제공을 위해 고심 중인 후배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운 도전을 감행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타이젠 개발은 ‘껍질 깨기’와 같다”며 “오르세이로 TV 사업을 잘하고 있는 상황에서 왜 힘든 일을 가야 하는지 의문이 들 때도 있었지만, 막상 껍질을 깨는 고통을 겪고 나와보니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다음 스텝을 밟게 됐다”고 설명했다.

삼성 타이젠 OS는 사용자들에게 특별한 스마트 경험을 선사할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사용자 경험을 최우선시하는 철학 하에 앞으로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타이젠 개발팀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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