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TV 포장재의 착한 변신, 에코 패키지 디자인 스토리

2020/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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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패키지로 만들 수 있는 물건 6가지

 


“한가로운 주말 오후, 오늘은 온 가족이 함께 ‘냥이’의 보금자리를 만들기로 한 날이다. 필요한 준비물은 버리지 않고 보관해 둔 더 세로 포장재와 칼, 그리고 자와 연필.
박스의 어떤 면을 지붕으로 할지 고민해 도면을 그리고, 열심히 조립한 결과 3시간 만에 예쁜 집을 완성했다. 냥이도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 게 맘에 쏙 드는 눈치다.”

 

지난 4월,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 출고되는 라이프스타일 TV ‘더 프레임(The Frame)’·‘더 세리프(The Serif)’·‘더 세로(The Sero)’ 포장재에 업사이클링 개념을 적용한 ‘에코 패키지(Eco package)’를 도입했다. TV 배송이라는 임무를 마치면 쓰레기로 여겨지는 포장재에 디자인을 입혀 반려동물용 물품이나 소형 가구 등으로 재사용 할 수 있도록 고안한 것.

에코 패키지를 통해 “뛰어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뿐만 아니라, 환경보호라는 가치도 실현하고 싶었다”는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에코 패키지 디자이너들을 만나 그간의 여정을 들어봤다.

 

TV 사용하는 모습에서 얻은 ‘힌트’… 에코 패키지의 첫걸음

에코 패키지 디자인을 담당한 제품디자인그룹 윤대희 씨(왼쪽)과 Future Experience(FX)디자인그룹 황수현 씨(오른쪽)

▲ 에코 패키지 디자인을 담당한 제품디자인그룹 윤대희 씨(왼쪽)과 Future Experience(FX)디자인그룹 황수현 씨(오른쪽)

‘한 번 쓰고 버려지는 TV 포장재를 가치 있게 사용할 순 없을까?’ 에코 패키지는 평소 품어왔던 작은 물음표에서 시작됐다. 윤대희 씨는 “최근 환경 보호에 관심 있는 소비자가 많은데, 에코 패키지는 개인이 제품을 구매하면서 ‘환경 보호라는 가치를 실천했다’는 만족감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 힘을 얻어 개발까지 이어졌다”고 탄생 배경을 밝혔다.

‘포장재 재사용’이라는 핵심 아이디어는 나왔지만, 이를 구현하기 위한 방법은 구체화 되지 않은 상황. 다양한 방법을 논의하던 때, 이들의 머릿속에 소비자들이 TV를 사용하는 모습이 스쳤다. TV 주변 기기나 리모컨을 보관하기 위해 별도의 수납함이나 바구니를 구매해 사용하는 경우가 있었던 것. 황수현 씨는 “TV 포장재로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소형 가구들을 만들기 위해, 시중에 판매 중인 골판지 제품을 조사하기도 하고, 골판지 가구 생산 업체도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치수 재지 않고도 뚝딱, ‘점 패턴’으로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실용성이 떨어지면 그 의미가 퇴색되기 마련이다. 때문에 디자이너들은 많은 사람이 쉽게 따라 만들 수 있으면서도 튼튼한 패키지를 구상해야만 했다. 처음엔 제품 패키지에 칼 선을 내거나 도면을 그려 제공하는 것도 생각했지만, 이 방법들을 적용했을 때 배송 중 제품이 손상될 수도 있고 다양한 매뉴얼을 제공할 수 없다는 문제가 예상됐다.

에코 패키지 상품을 만드는 모습

많은 고민 끝에 그들이 택한 방법은 바로 ‘점 패턴’. 패키지에 점만 인쇄하면 되기 때문에 ‘제품 보호’라는 1차적인 목적과 ‘쉽고 실용적인 업사이클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윤대희 씨는 “점 5개마다 큰 점이 찍혀 있고, 도면이 센티미터(cm)가 아닌 점의 개수로 제공되기 때문에 정확한 치수를 재지 않고도 누구나 쉽게 가구를 만들 수 있다”며 “뿐만 아니라 완성했을 때 예쁘게 보이는 심미적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에코 패키지 개발을 담당한 Future Experience(FX)디자인그룹 손성도 씨

▲ 에코 패키지 개발을 담당한 Future Experience(FX)디자인그룹 손성도 씨

박스 상단 QR 코드로 제공되는 매뉴얼 역시 환경 보호와 비용 절감을 위해 채택된 방법이다. QR 코드를 활용하면 인쇄된 매뉴얼 없이도 여러 종류의 도안을 제공할 수 있다. 손성도 씨는 “QR 코드는 별도 앱을 설치하는 과정 없이도 빠르게 도면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나중에 도안을 추가하거나 수정할 때도 편리하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거듭된 테스트로 지속가능성, 실용성, 내구성 모두를 잡다

기존 패키지에 점을 찍고, 도면을 제공하는 일은 얼핏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수반됐다. 따라 하기 쉽게 만들면 결과물이 예쁘지 않거나 내구성이 좋지 않아 절충안을 찾기 힘들었다. 수도 없이 많은 모양을 고민해 보았다는 황수현 씨는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 지금의 구조를 만들게 됐다”며 “매뉴얼에 가구 종류별로 난이도와 소요 시간을 함께 표시해 각자의 상황에 맞게 가구를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제작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에코 패키지를 주고 실제로 만들도록 하는 테스트를 거쳐 다양한 피드백도 받았다”며 “같은 도안, 같은 패키지인데도 각기 다른 그래픽의 위치, 모양이 나와 신기하기도 했다”고 테스트 당시를 떠올렸다.

▲ 실제 에코 패키지를 들고 있는 디자이너들. 왼쪽부터 황수현, 손성도, 윤대희 씨

▲ 실제 에코 패키지를 들고 있는 디자이너들. 왼쪽부터 황수현, 손성도, 윤대희 씨

“에코 패키지로 종이 폐기물의 양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는 없겠지만, 환경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입을 모아 말하는 디자이너들. CES 2020에서는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CES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것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포장재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준 에코 패키지. 이들의 발걸음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손성도 씨는 “영국 라이프스타일 전문 매체 디진(Dezeen)과 협업해 누구나 참여 가능한 ‘에코 패키지 디자인 공모전’을 진행한다”며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골판지를 더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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