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칼럼] 재고, ‘쌓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
주말에 마트를 다녀오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렇게 다양한 상품을 쌓아놓고 파는 대형 마트는 물품을 어떻게 보관하고 관리할까?” 유통기한이 임박한 물건도 있을 것이고, 고객들이 찾을 걸 대비해 창고에 두는 물건도 많을 텐데 말이죠. TV 기구부품 구매 업무를 맡고 있는 저로선, 당연히 들 수밖에 없는 궁금증인데요. 오늘은 다양한 자재 재고 관리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가득 찬 창고… 이런 게 ‘유비무환’?
TV 같은 완성품부터 생산 원재료, 가공 중인 재공품(在工品)까지. 삼성전자 같은 제조회사는 다양한 형태의 재고 자산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소속된 구매팀 담당자들은 완성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원자재를 구매하면서 필연적으로 재고를 보유하게 되는데요.
그렇다면 재고를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어야 ‘관리를 잘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요? 단순히 생각해보면, 해당 부품의 수급 상황이 좋지 않을 때나 가격이 상승할 때에도 넉넉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무한정 쌓아 놓는 것이 마음이 편할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음식이 가득 찬 냉장고를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른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냉장고도 채우다 보면 남은 공간이 없어지듯 원자재를 보관하는 장소도 한정돼 있습니다. 굳이 비용을 써가면서 창고를 늘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닌 거죠. 시간이 지나면 냉장고 속 음식도 점점 상하게 마련, 원자재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품질이 저하되고 점점 그 가치도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특히 요즘처럼 신제품 주기가 짧아지고 기술 변화가 급격할 땐 더욱더 그렇습니다. 과거,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던 시절엔 재고가 곧 자산이었다고 하는데요.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지금은 재고 보유 기간이 길수록 악성 재고가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사용 가치가 떨어진 재고는 곧 회사의 재무상태를 악화시키기도 하니까요.
굳이 쌓아둘 필요 있나요? 팔릴 만큼만!
물론 재고를 쌓아두지 않는 방법도 있습니다. 협력사에서 부품을 생산 계획에 맞춰 그때그때 납품하는 적기공급생산(JIT)[1] 시스템인데요. 수급한 자재를 바로 소진하니 불필요한 재고가 생기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대신 협력사에 갑작스러운 문제가 생겼을 땐 대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겠죠.
사례도 있습니다. 과거 일본의 한 자동차 부품업체에 불이 나 부품을 생산하는 라인이 모두 타버린 적이 있습니다. 이 회사의 부품을 적기공급생산 방식으로 공급받던 자동차 회사도 당연히 생산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었는데요. 결국 생산 라인 가동을 한동안 멈출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재고를 적게 가져가서 생기는 이점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충분히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이처럼 재고는 손실을 줄 수도 있고 이익을 가져다줄 수도 있습니다. 분명한 건 ‘적정’한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거죠. 다소 추상적일 수도 있는 이 ‘적정’ 수준은 역설적이게도 가장 과학적인 분석이 필요한 부분인데요. 구매 담당자들이 그해 시장 상황, 원자재 시황, 공급업체의 능력 등 예상되는 변수에 늘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입니다.
직장뿐 아니라 집에서도 스마트한 구매자가 되기 위해 오늘은 집안을 한번 둘러봐야겠습니다. 괜한 욕심에 사놨던 물건이 하염없이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1]Just In Time, 재고를 쌓아 두지 않고 필요한 때 적기에 제품을 공급하는 생산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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