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 앞에 놓인 과제, 최고 해결사는 블록체인?!
자동화(automation)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걸 두 가지 꼽으라면 ‘신뢰’와 ‘조건 만족’을 들 수 있다. ‘자동화’란 용어 자체가 인간 관점을 기준으로 붙여진 사실을 감안할 때, (자동화 대상인)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자율적 판단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외부에서 특정 임무를 처리해 달라는 요청이 발생하면 하드웨어(또는 소프트웨어)는 요청 주체를 신뢰할 수 있는지, 또한 그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인지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블록체인은 이런 과정에서 신뢰와 조건 만족을 둘 다 다룰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전자상거래 행위, ‘송금’ ‘상품 발송’ 빼면 자동화 가능
최근 자동화는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봐도 무방할 만큼 친숙한 주제가 됐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이 자동화와 인공지능을 엇비슷하거나 같은 주제로 치부하곤 한다. 자동화는 인공지능과 달리 필요조건이 맞기만 하면 미리 정해진 일을 처리함으로써 기능한다. ‘온라인 중고 장터’에서의 거래 행위를 예로 들어 살펴보자<아래 참조>.
위 과정을 자동화 관점에서 들여다보면 판매자와 구매자 간 거래는 ④ 시점에서 발생한 후 ⑨ 시점에서 종결된다. 이때 ④ 시점의 계약 상태는 아래 <표1>과 같고 ⑨ 시점의 계약 상태는 <표5>가 돼야 한다. 통상적으로 현실에선 구매자가 송금을 완료하면<표2> 판매자는 “물건을 보냈다”는 증빙으로 운송장 사진을 찍어 구매자에게 보낸다<표3>. 만약 이 과정을 자동화한다면 어떻게 될까?
우선 모두가 알고 있는 전제는 ‘블록체인에 들어있는 자료는 신뢰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즉 아래 표 내 ‘상태’ 정보가 블록체인에 있다면 누구나 그 정보를 믿을 수 있다. 따라서 이 모든 과정을 자동화한다고 했을 때 판매자는 △(블록체인에 들어있는) 상태 정보를 살핀 후 △<표2> 상태가 됐을 때 상품을 자동으로 발송하고 △<표3>과 같이 상태 정보를 수정하면 된다. 이후 구매자는 △도착한 상품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이상 없을 시 상태 정보를 <표4>와 같이 변경한다. 그러고 나서 △구매자가 송금한 돈이 판매자에게 자동으로 지급되면 거래는 완료된다. 요컨대 ‘송금’(구매자)과 ‘물건 발송’(판매자)을 제외한 나머지 거래 행위는 모두 자동화로 해결할 수 있다.
자동화 실현 1등 공신은 블록체인 ‘스마트계약’ 기능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자동화 절차가 원활하게 진행되려면 두 가지가 충족돼야 한다. ‘상호 신뢰 가능한 정보 기록 장치’가 하나, ‘기록(조건)에 따라 취해져야 할 행동’이 다른 하나다. 전자는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확보할 수 있다. 결국 필요한 건 ‘상태 정보를 확인하고 주어진 조건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셈이다.
그런데 블록체인은 ‘스마트계약(smart contract)’[1]이란 걸 제공한다. 그 덕에 단순히 믿을 만한 자료를 기록할 수 있는 건 물론, 그 자료의 조건에 따른 행위를 정의하는 일도 가능하다. 이를 활용하면 많은 일을 자동화할 수 있다. 대표적 예가 보험금 지급이다. 아파트 대물 배상 보험에 가입한 A가 누수로 인해 아랫집에 피해를 입혀 보험 배상금을 받고자 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보통은 증빙 서류를 갖춰 보험사에 신고하면 한참 후에야 배상금이 나온다. 하지만 동일한 상황에서 블록체인을 사용하면 A가 자료를 등록하는 즉시 보험금이 지급되도록 자동화할 수 있다.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주변의 꽤 많은 일이 자동화 단계를 거쳐 진행된다. 행정 업무만 해도 웬만한 건 소정의 서류가 갖춰지면 알아서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간혹 여기저기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는 적절한 서류가 갖춰졌는지 신뢰하지 못해 발생하는 상황이다. 이 모든 경우에도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절차가 한결 간소해진다.
공유경제 서비스, 대안 화폐 등 활용 잠재성 ‘무한대’
블록체인을 이용한 자동화는 공유경제 사회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호주 노동당이 제시한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공유경제 체제에선 모두가 일정 규칙에 따라 공유 자산 사용에 따르는 대가를 공정하게 지불해야 한다. 그런데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신뢰와 규칙을 기반으로 하는 자동화가 가능하다. 블록체인이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 실현의 타당한 대안이 될 수 있는 근거다.
공유 자동차를 예로 들어보자. 공유 자동차 서비스 이용 희망자 B는 사용 예정 시간을 입력하고 그에 해당하는 비용을 지불하는 행위만으로 해당 시간 동안 특정 자동차를 자신의 것처럼 쓸 수 있다. 하지만 원활한 서비스가 이뤄지려면 몇 가지 전제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처음 약속된 장소에 승용차가 대기하고 있어야 하고, B 또한 사용을 마친 후엔 해당 장소에 승용차를 갖다 둬야 한다. 이 같은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수많은 규칙이 정해지고, 그에 따라 취해질 조치 역시 미리 마련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블록체인을 이용해 모든 걸 자동화하면 약속 이행 여부에 대한 우려나 보상이 제대로 이뤄질지에 대한 걱정 같은 건 불필요해진다.
이제 마지막으로 ‘새로운 형태의 돈’을 생각해볼 차례다. 주는 이가 지불해도 받는 이는 쓸 수 없는 돈, 받는 이의 돈이 됐지만 특정 조건을 만족시켜야만(알맞은 상태로 만들어야만) 사용할 수 있는 돈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일상 속 거래에서 돈을 지불하고도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할까 봐 걱정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돈의 효용 가치가 얼마나 높을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이런 돈도 블록체인의 힘을 빌리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아니, 이미 만들어져 있다. 실제로 블록체인을 활용, 지방자치단체나 공동체 내에서 통용되는 포인트나 적립금을 이런 형태의 돈으로 만들어 사용하면 여러 서비스와 혜택을 자동화할 수 있다.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반드시 ‘돈’의 형태일 필요도 없다. 서로의 가치를 합리적으로 교환할 수 있다면 돈보다 편리한 대안적 수단도 얼마든지 고려해봄 직하다.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개인적 소견이며 삼성전자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1] 블록체인과 같은 분산원장 기술에서 일정 거래 조건을 만족시키면 당사자 간 거래가 자동으로 체결되는 기술. IBM이 주도하는 하이퍼레저(Hyperledger)의 경우, 체인코드(chaincode)란 이름으로 스마트계약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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