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지식기반경제 이끌 선도대학 육성해야

2014/11/07 by 송재용
공유 레이어 열기/닫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송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경영학의 대부’ 피터 드러커는 21세기를 지식기반경제 시대로 정의했다.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도 저서 ‘부의 미래’에서 ‘21세기의 부는 고객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차별적 지식을 먼저 확보한 개인·기업·국가가 차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양팔 저울 한쪽엔 돈, 한쪽에 책들이 놓여 있습니다.

21세기의 부는 고객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차별적 지식을 먼저 확보한 개인·기업·국가가 차지할 것이다.

 

2010년대에 들어 지식기반경제화는 지난 20세기까지 경제의 패러다임이었던 산업혁명을 대체하며 급속하게 진전되고 있다. 특히 2000년대 후반 시작된 스마트혁명이 가속화되면서 지식기반경제는 진화·발전하고 있고 빅데이터, 클라우드컴퓨팅, 사물인터넷(IoT) 등 ‘지식집약 산업’의 시대도 활짝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지식기반경제를 선도하기 위한 창조경제 구현이 화두로 떠오른 상황이다.

 

21세기는 지식기반경제 시대

21세기 경제 패러다임이 지식기반경제로 변화하면서 정보기술(IT), 생명공학(BT), 나노기술(NT) 과 같은 지식기반 하이테크 산업이 급부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투자금융업, 컨설팅업, 의료, 문화콘텐츠와 같은 지식기반 서비스산업 또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지식기반산업에서는 경쟁에서 가치있는 지식재화를 창출하고 선점하는 데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고, 실패 확률 또한 상당히 높다. 반면 일단 해당 지식이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 잡고 원천기술 특허 등 지적재산권으로 보호를 받게 되는 순간, 그 지식을 장악한 초기 경쟁의 ‘승자’가 오랜 기간 높은 이윤을 향유할 수 있다.

저작권이 다양한 지식산업과 관련있음을 보여주는 이미지입니다.

지식자산의 중요성은 지식기반산업뿐만 아니라 전통 제조업의 경쟁 패러다임도 급속히 변화시키고 있다.

 

반면 초기경쟁의 ‘패자’나 후발기업은 생존조차 어려워지는 ‘승자독식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지식자산의 중요성은 지식기반산업뿐만 아니라 전통 제조업의 경쟁 패러다임도 급속히 변화시키고 있다. 전통 산업 분야도 지식기반 고도화 없이는 날로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지식기반경제에서 눈여겨볼 ‘스마일 커브’

지난 20세기 산업혁명기를 지탱했던 자본, 노동, 토지 등 유형재화는 지식기반경제 시대에 들어서면서 그 중요성이 퇴색되고 있다. 대신 경쟁자가 모방하기 어려운 차별적인 기술력, 프리미엄 브랜드, 강력한 경영시스템과 조직문화, 맞춤형 고객서비스 등 무형자산, 특히 지식자산이 경쟁 우위의 원천으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차별적인 지식을 창출해 내는 혁신능력과 그 주체인 핵심인재를 확보하느냐 마느냐가 기업의 운명을 좌우한다.

박사가 현미경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진입니다.

차별적인 지식을 창출해 내는 혁신능력과 그 주체인 핵심인재를 확보하느냐 마느냐가 기업의 운명을 좌우한다.

 

이에 따라 산업·기업의 가치사슬(value chain, 아래 그래픽 참조)에서도 커다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가치사슬에서 기업의 이익 또는 부가가치의 축은 과거 산업혁명기에는 ‘역(逆) U자형’ 곡선(커브)을 그렸지만, 지식기반경제 시대에는 U자형 곡선으로 뒤바뀌는 이른바 ‘스마일 커브’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즉 산업혁명기에는 자본력을 바탕으로 대규모 생산설비를 가동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거나, 낮은 인건비를 바탕으로 생산원가를 줄이는 단순 제조활동을 바탕으로 높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반면 지식기반경제에서는 가치사슬의 상단에 있는 연구개발(R&D), 디자인, 핵심부품이나 소재, 소프트웨어, 콘텐츠의 개발·확보가 차별적인 경쟁 우위의 원천으로 작용한다. 또 가치사슬의 하단에 있는 마케팅 역량과 프리미엄 브랜드 확보, 종합솔루션 제공 형태의 서비스 활동 역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렇게 제조가 아닌 가치사슬의 상단과 하단에 위치한 무형자산들이 높은 부가가치와 이익의 창출로 직결되고 있는 것이다.

20세기 산업혁명기는 제조의 부가가치가 높다면 21세기 지식기반경제는 R&D, 디자인핵심부품, 소재 소프트웨어 개발 콘텐츠와 마케팅 서비스의 부가가치가 높다는 걸 보여주는 그래프입니다.▲지식기반경제에서의 스마일 커브

 

대학, 지식기반경제의 핵심축으로 자리매김해야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지식기반경제에서는 혁신을 바탕으로 가치 있는 지식을 창출해 내는 것이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첩경이라고 할 수 있다. 다수의 균질적인 인재가 필요했던 산업혁명기와 달리, 이제는 소수의 뛰어난 인재가 수만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최근 국내외 선도기업들은 핵심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국적을 불문하고, 세계 각지에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과거 한국기업들은 낮은 원가에 기반을 둔 ‘빠른 추종자 전략’을 구사해 후발주자였음에도 제조업에서 선진기업을 추격하는 데 성공했다. 기술을 사 오거나 모방한 후 낮은 인건비, 규모의 경제 등을 기반으로 원가를 낮추고 ‘점진적 혁신’을 펼치면서 기존 제품의 품질을 개선하고, 여기에 차별화 기능을 추가함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해 왔다.

하지만 최근 우리 기업들은 주력산업에서 원가경쟁력은 중국에 추월 당하고, 제품 자체는 범용화되면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 거세지는 신흥기업들의 추격을 따돌리고 혁신과 함께 시장 선도자로 변신하려면 기업과 대학·연구소의 협업, 이를 기반으로 한 개방적 혁신체제를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또한 대학은 기업의 혁신과정에서 필요한 기반 기술을 개발하는 핵심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역량을 끌어올려야 한다.

수준 높은 연구활동을 바탕으로 차별적인 지식을 창출하는 연구중심대학, 핵심인재를 길러 내는 ‘엘리트 양성소’로서 대학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대학 건물과 책이 있는 이미지입니다.

수준 높은 연구활동을 바탕으로 차별적인 지식을 창출하는 연구중심대학,
핵심인재를 길러 내는 ‘엘리트 양성소’로서 대학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필자는 미국 아이비리그에 속한 컬럼비아대학에서 수년간 교수 활동을 했었다. 이 과정에서 보고 느낀 것은 산학협동·기초연구의 중심이자, 엘리트 교육의 산실로서 명문대학들이 세계 최강국인 미국을 이끌어 가는 진정한 힘이라는 것이었다. 또한 이들 대학의 중요성은 지식기반경제에서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미국, 중국, 일본, 심지어 북한을 비롯한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가 연구·교육의 측면에서 선도대학들을 육성하기 위해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남성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기록하고 있는 이미지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창조경제의 성공을 위해 연구와 교육에서 공히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학들이 많이 나올 수 있는 토양을 서둘러 만들어 나가야 하겠다.

※ 이 칼럼은 전문가 필진의 의견으로 삼성전자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by 송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삼성전자 전문가 필진 1기)

기획·연재 > 오피니언

기획·연재 > 오피니언 > 외부 기고

삼성전자 뉴스룸의 직접 제작한 기사와 이미지는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 뉴스룸이 제공받은 일부 기사와 이미지는 사용에 제한이 있습니다.
<삼성전자 뉴스룸 콘텐츠 이용에 대한 안내 바로가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