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호기심에 대한 오해와 진실

2014/10/17 by 곽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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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사람들 왜 저래?” “아까 둘이 무슨 얘길 주고받았을까?”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됐지?”

인간은 늘 뭔가를 궁금해 한다. 호기심은 종종 생각지 못했던 큰 결과를 낳기도 한다. 오죽하면 지나친 호기심의 위험성을 경계하는 속담(Curiosity killed the cat)까지 나왔겠나.

고양이에게 아이스크림을 건네는 사진


과한 호기심은 고양이도 죽인다?

진화론적으로 볼 때 모든 동물은 호기심을 갖고 있다. 인간에게나 동물에게나 호기심은 생명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 호기심을 가질수록 획득하는 정보량이 많아지고 그만큼 자신이 놓인 상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위험한 상황을 피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진다. 요컨대 생활 환경이 계속 바뀐다고 가정할 때 같은 조건이면 호기심 강한 사람의 생존 가능성이 더 높다.

인간과 동물의 호기심은 그 성격이 서로 다르다. 동물은 단순히 주어진 상황에서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 호기심을 갖는다. 반면, 인간의 호기심은 ‘생존’과 ‘이익’의 차원을 넘어서 정보와 지식을 끊임없이 획득하고자 하는 ‘배움’의 욕구와 연결된다.

강도의 차이도 확연하다. 인간의 호기심 욕구는 동물의 그것보다 훨씬 강하다. 한 심리학자가 실험을 통해 인간(어린이)과 원숭이의 호기심을 비교했다. 두 집단 모두에게 △신기한 기계를 보여준 후 △해당 기계에 관심을 보이고 작동시킨 집단에게만 일정한 보상을 제공한 것. 결과는 흥미로웠다. 원숭이 집단의 경우, (기계를 작동시켜) 보상을 받은 무리만 기계 작동 원리를 추론하려는 호기심을 보였다. 반면, 어린이 집단은 보상 유무와 관계 없이 기계 작동 원리를 궁금해 했다.

아이들이 바닥에 엎드려 지도를 보고 있는 사진

인간과 동물의 호기심은 그 성격이 서로 다르다. 동물은 단순히 주어진 상황에서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 호기심을 갖는다. 반면, 인간의 호기심은 ‘생존’과 ‘이익’의
차원을 넘어서 정보와 지식을 끊임없이 획득하고자 하는 ‘배움’의 욕구와 연결된다.

 

인류 문명은 끝없는 호기심의 결과

특정 현상의 원인과 결과를 연결 지어 추론하는 능력은 모든 영장류가 갖고 있다. 하지만 인과적 추론 과정에서 내적 동기인 호기심을 작동시키는 건 인간이 유일하다. 위 실험에서도 알 수 있듯 인간은 즉각적 보상이 주어지지 않아도 모든 현상을 궁금해하며 탐색한다. 그 과정을 반복하며 주변 정보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지식을 축적한다.

인간 특유의 열정적 호기심은 실로 많은 걸 창조해냈다. 수많은 작가와 발명가, 과학자가 바로 이 호기심 욕구 덕분에 새로운 작품과 발명품, 과학기술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호기심은 인간에게 ‘새로운 환경과 경험에 대한 탐험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호기심이 새로운 관점 형성의 단초로 작용하는 셈이다.

우주선, 행성, 우주인 등 상상하는 어린 아이

인간 특유의 열정적 호기심은 실로 많은 걸 창조해냈다. 수많은 작가와 발명가, 과학자가 바로
호기심 욕구 덕분에 새로운 작품과 발명품, 과학기술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호기심은 인간에게
‘새로운 환경과 경험에 대한 탐험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호기심이 새로운 관점 형성의 단초로 작용하는 셈이다.

 

‘워터페블(waterpebble)’이란 도구가 있다. 샤워할 때 배수구로 흘러가는 수량을 측정, 물을 아끼도록 도와주는 물건이다. 이걸 만든 디자이너 폴 프리스트만(Paul Priestman)은 어느 호텔에 묵으며 ‘물을 아껴 써라’는 표지판을 보고 문득 궁금해졌다. ‘어떻게 하면 실질적으로 물을 아낄 수 있을까?’ 시작은 단순한 호기심이었지만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사용자가 샤워 직전 배수구에 넣어둔 워터페블은 사용자가 샤워를 얼마나 오랫동안 했는지, 수온은 어느 정도였는지 LED 조명으로 표시한다.

워터페블을 설치한 모습▲ LED 조명으로 샤워 시 사용 수량을 측정, 물 절약에 도움을 주는 워터페블 (출처 : 워터페블 공식 홈페이지/출처가 명기된 이미지는 무단 게재, 재배포할 수 없습니다)

워터페블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호기심은 ‘전에 없던 물건’을 발명해내는 창조력의 원천이 된다. 반대로 말하면 누가 뭘 하든 무관심하고 세상만사가 심드렁해지는 순간, 창조나 개혁은 물 건너가버린다. 이는 개인과 조직 할 것 없이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원리다.

 

물음표 달고 살아야 행복하다

호기심은 개개인의 삶의 만족도나 행복에도 영향을 끼친다. 매사 비관적인 사람은 자기 몸 하나 추스르는 것도 힘들다 보니 남의 인생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 반면,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자연스레 여러 가지 일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이런 호기심은 ‘긍정’이나 ‘행복’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한 심리학자가 70대 노인들을 대상으로 호기심과 건강의 상관관계에 관한 실험을 진행했다. 피험자의 호기심 정도와 건강 상태를 측정하고 5년 후 그들의 생존율을 조사하는 방식이었다. 놀랍게도 연령과 흡연 여부, 질병 상태 등과 무관하게 호기심 많은 대상자가 더 많이 살아 있었다. 비슷한 결과가 도출된 동물 실험 결과도 보고된 적이 있다. 종양에 걸려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쥐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 결과, 호기심 많고 탐험적 행동을 보인 쥐가 그렇지 않은 쥐보다 6개월 더 오래 산 것. 이 두 실험 결과는 우리에게 ‘호기심이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심리가 아니라) 생물의 건강, 나아가 생존에 영향을 끼치는 욕구’란 사실을 새삼 일깨운다.

아이들은 말 끝마다 “왜?”를 덧붙인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나이가 들수록 이런 질문의 수는 계속 줄어든다. 어쩌다 물음표가 떠올라도 스스로 유치하다고 생각하며 애써 욕구를 감추려 한다. 이는 잘못된 행동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평생 질문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더 나아가 호기심 자체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기 자신도, 조직과 사회도 존재할 수 있다.

궁금해하는 여성의 사진

즐겁게, 행복하게 살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내면에 잠들어 있는 호기심 욕구를 흔들어 깨워라. 뭐든 궁금해 하고 탐색하려는 자세를 갖자. 그리고 기꺼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자. 호기심이야말로 인간의 삶을 지속시키는 가장 원초적 욕구니까.

※ 이 칼럼은 전문가 필진의 의견으로 삼성전자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by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삼성전자 전문가 필진 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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