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너머’ 떠오른 희망의 나비 효과
어디선가 이 음악이 흘러나오면 우리는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됩니다. 누군가의 휴대폰이 울리고 있다는 생각 때문인데요.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에 기본 테마곡으로 설치돼 있는 ‘오버 더 호라이즌(Over the Horizon)’은 힘 있고 감동적인 멜로디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벨소리입니다.
‘…호라이즌’ 오케스트라 버전이 갤럭시 S3의 테마곡으로 사용되면서부터 많은 사람들이 이 음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요. 이후 팝 버전으로도 편곡돼 지금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듣게 되는, 그래서 그냥 흘려버릴 수도 있는 이 곡엔 아주 감동적인 사연이 하나 있다고 하는데요. 지구 반대편, 멕시코에서 온 라파엘 고메즈(Rafael Gómez)씨의 이야기를 삼성투모로우 가족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작곡가의 호기심 자극한 뮤직비디오
윤중삼 삼성전자 UX디자인 3그룹 책임은 ‘…호라이즌’의 작곡자입니다. 어느 날 윤 책임은 유튜브(YouTube)를 검색하다가 한 편의 감동적인 뮤직비디오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그 뮤직비디오는 다름 아닌 ‘…호라이즌’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것이었습니다.
영상미가 뛰어난 건 아니었지만, 그 뮤직비디오엔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표정과 아름다운 가사가 담겼는데요. 윤 책임은 소박하지만 진실한 뮤직비디오를 보고 큰 감동을 느꼈습니다.
누가, 왜 이 뮤직비디오를 만들게 됐는지 궁금해진 그는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고메즈씨에게 메일을 보냈고, 고메즈씨가 보내온 답장을 통해 뮤직비디오에 숨겨진 감동 스토리를 듣게 됐습니다.
▲‘오버 더 호라이즌’ 뮤직비디오 속 아이들의 예쁜 미소와 희망찬 메시지에 감동한 작곡자 윤중삼 책임은 설레는 마음으로 제작자 라파엘 고메즈씨에게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신장 투석할 돈이 필요했습니다”
뭉클한 감동이 느껴지는 뮤직비디오와는 달리 고메즈씨가 전해준 사연은 현실적 문제를 담고 있었습니다.
멕시코 동북부 지역에서 태어난 고메즈씨는 우연히 삼성전자의 캠페인 광고를 보게 됐습니다. 캠페인의 내용인즉, ‘…호라이즌’에 노랫말을 붙이고 영상을 만들어 올리면 상금을 준다는 것이었는데요. 광고를 보자마자 그는 바로 해당 곡을 내려받았습니다.
당시 고메즈씨에겐 우승 상금이 절실하게 필요했는데요. 그는 직업도 없었고 신장병을 앓아 1주일에 세 번 신장 투석을 받아야 했습니다. 시작은 그랬습니다. 신장 투석할 비용을 구하기 위해 그는 아주 절실하게, 절박하게 뮤직비디오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호라이즌’을 듣자마자 그는 마치 사랑에 빠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합니다. 평소 좋아하던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라는 곡이 떠오르기도 했는데요. 이상하게 ‘…호라이즌’을 들을수록 그의 머릿속 가족과 친구, 직장 등 모든 것을 두고 고향을 떠나야만 하는 멕시코 동북부인들의 생활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고메즈씨가 제작한 뮤직비디오엔 미국 텍사스와 멕시코의 경계지역인 브라운스빌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고메즈씨는 “위험이 도사리는 고향을 떠나 생활해야만 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고메즈씨가 태어난 곳은 마타모로스(Matamoros)라는 멕시코 동북부 지역의 항구도시인데요. 그곳은 여전히 마약 판매상들과 범죄자들의 위협에 노출돼 있습니다. 마타모로스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은 안전한 삶을 위해 하나 둘 고향을 떠나고 있는데요. 보다 나은 삶을 꿈꾸며 이민을 떠난 사람들은 이민자로서 힘들고 어려운 삶을 살고 있거나 범법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호라이즌’은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나는 마타모로스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변하는 것만 같았는데요. 고메즈씨는 이 곡을 통해 고통과 이별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의 마음은 그가 붙인 노랫말에도 오롯이 나타나 있습니다.
특히 ‘지평선 너머, 그곳엔 너와 나를 위한 땅이 있어. 지평선 너머, 자유의 땅에 누워(Over the horizon, There’s a place for you and me. Over the horizon, Lies the land of the free)’란 가사엔 이민자들의 간절한 바람이 담겨 있습니다.
진실한 마음 앞에 불가능이란 없다
▲고메즈씨(왼쪽)와 그의 아내 마리엘라(Maryella)
가사를 완성하는 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자신과 친구들의 어려웠던 시절을 떠올리니 음악에 대한 간절함은 더 커져갔고, 어렵지 않게 가사가 완성됐습니다. 가사를 완성하고 고메즈씨는 아내에게 가사를 보여줬습니다. 아내는 가사를 보며 눈물을 흘렸는데요. 누구보다 이민자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제야 고메즈씨는 아내에게 삼성전자 콘테스트에 대한 얘길 꺼냈는데요. 아내는 고메즈씨에게 지인이었던 아트디렉터 차파(Ms.Chapa)씨를 소개해줬습니다. 차파씨의 도움을 받아 고메즈씨는 작은 어린이 합창단을 만들었는데요.
▲ 리드싱어로 나선 제이미는 노래 실력이 출중할 뿐더러 아름다운 미소를 간직한 아이입니다
차파씨는 노래에 재능이 많고, 무엇보다 환한 미소가 아름다운 제이미(Jamie Tadeo Garza)를 뮤직비디오의 리드싱어로 선정했습니다. 위 사진 속 소년이죠.
영상 콘테스트 마감을 3주 앞두고 고메즈씨는 학교 체육관에서 뮤직비디오를 촬영했습니다. 어린이 합창단과 함께 1주일을 꼬박 연습했다고 하는데요. 긴 시간 힘들었을 텐데 아이들은 정말 열심히 촬영에 임했습니다.
뮤직비디오 촬영은 고메즈씨의 딸 이자벨라가 맡았습니다. 이자벨라는 영화 제작을 전공하고 있었는데요. 아버지를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죠. 하지만 그들에게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촬영도 하고 영상도 편집해야 했지만 그들에겐 카메라도, 노트북도 없었죠.
이에 좌절하지 않고 고메즈씨와 친구들은 카메라와 노트북을 빌려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는데요. 그러는 동안 고메즈씨의 몸 상태는 더욱 악화됐습니다. 녹음을 끝내고 조금 쉬어야겠다고 생각한 찰나, 고메즈씨는 갑자기 가슴에 심한 통증을 느꼈는데요. 병원에 갔더니 심근경색이라는 진단 결과가 돌아왔습니다. 고메즈씨는 수술을 받아야만 했고 그렇게 뮤직비디오 제작은 중단되는 듯했습니다.
▲ 아이들이 녹음을 위해 다시 스튜디오에 모였습니다. 장시간 이어진 녹음에도 아이들은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고, 맑은 목소리로 ‘…호라이즌’을 합창했습니다
생사의 기로를 넘어 겨우 몸을 회복하고 집으로 돌아온 고메즈씨의 머릿속엔 미처 완성하지 못한 뮤직비디오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때 작은 오디오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지인이 고메즈씨의 사연을 듣고 녹음을 도와주겠다며 나섰고, 고메즈씨와 아이들은 녹음을 위해 다시 스튜디오로 모였습니다.
성공적으로 녹음을 마친 순간, 씩씩하게 합창단의 리드 싱어 역할을 했던 제이미가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제이미도 알고 있었던 거죠. 이 가사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짜 기적’은 바로 지금부터
비록 영상 콘테스트에 제출하진 못했지만 고메즈씨는 뮤직비디오를 완성했습니다. 사실 뮤직비디오는 영상 콘테스트 당일 이미 완성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파일 크기에 비해 영상 업로드 속도가 너무 느려 고메즈씨는 결국 기한 내에 영상을 제출할 수 없게 됐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메즈씨는 자신이, 그리고 자신을 도와 뮤직비디오를 완성한 모든 이가 염원했던 메시지를 보다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어 완성된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습니다.
▲고메즈씨는 “뮤직비디오를 유튜브에 올린 다음부터 행복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그때부터 기적이 시작됐습니다. 올 3월 11일, 텍사스 남부 도시 샌 안토니오(San Antonio)에 있는 대학 이식센터에서 고메즈씨에게 딱 맞는 신장을 찾았다는 연락이 온 것입니다. 이튿날인 3월 12일은 고메즈씨의 생일이었는데요. 바로 이 날 그는 신장 이식수술을 받았고 100%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고메즈씨에게 ‘…호라이즌’은 희망의 다른 이름입니다. 그는 “아름다운 곡에 가사를 붙이고 뮤직비디오를 만들면서 더 밝은 사람이 됐고, 좋은 일들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건강을 되찾은 고메즈(왼쪽)씨와 그의 가족이 삼성전자에 보내온 사진입니다. 참 단란해 보이죠?
또 그는 “이 노래가 세상 사람들에게 다양한 의미로 다가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는데요. 고메즈씨의 딸 이자벨라는 가족 사진과 함께 “우리 가족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준 삼성전자에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보내 왔습니다.
사람들은 참 작은 것에 감동하고, 웃고, 움직입니다. 삼성전자가 만든 음악 하나에 지구 반대편 어느 가족은 더없이 행복해졌고, 그들이 만든 영상은 또 다른 이웃에게 희망을 전달했습니다.
상금을 받은 것도, 대단한 상을 탄 것도 아닌데 커다란 선물을 받은 듯 벅찬 기분, 이런 게 바로 행복 아닐까요? 고메즈씨와 그의 가족, 그리고 ‘…호라이즌’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탠 모든 분께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고메즈씨, 힘내세요! 당신이 만든 영상 덕분에 저희도 행복해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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