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돋는’ 33년 전 명함 엿보기

2014/07/14 by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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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리는 삼성전자 커뮤니케이터 H입니다.

삼성투모로우 독자 여러분은 혹시 오랜 시간 고이 간직해온 자신만의 소장품이 있으신가요?

꼭 거창하고 으리으리한 물건이 아니더라도 몰래 숨겨둔 옛 연인의 편지라든지, 언젠가 꼭 입겠노라며 걸어둔 유행 지난 원피스 같은 것들 말이죠. 오늘은 자그마치 33년을 소중하게 간직해온 소장품을 한 번에 몽땅 털린(?) 한 남자의 이야기를 들려 드리려 합니다.

01▲33년 전 삼성전자에 처음 입사할 당시 받았던 손때 묻은 명찰을 가슴에 달아보는 사료 기증자 고석 씨.

그의 이름은 고석입니다. 1981년 고등학교 3학년이던 그는 제1회 기능올림픽에 출전하며 삼성전자에 입사했습니다. 우연히 보관한 첫 명찰을 시작으로 올해 초 퇴직할 때까지 사원증과 명함을 모아왔는데요. 퇴직 후 제2의 삶을 살고 있지만,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 담당자의 연락을 받고 그동안 모아온 소장품을 흔쾌히 무상 기증하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02▲ 지난 1982년부터 2013년까지 수집한 사원증과 명함(왼쪽 사진), 무선 호출기 번호와 PC 통신 서비스 ‘UNITEL’ 아이디까지 표시된 추억 ‘돋는’ 90년대 명함입니다.

03▲ 표기가 한자에서 한글로 변화된 모습, 삼성 로고와 캐치프레이즈의 변화 등을 한눈에 보실 수 있습니다.

한걸음에 달려간 필자와 사료 담당자는 그가 건네준 한 뭉치의 수집품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야말로 ‘사료(史料: 역사 연구에 필요한 문헌이나 유물, 기록, 건축, 조각)’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자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한 직원의 흔적’을 넘어 곳곳에 녹아있는 시대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명함에 쓰여진 글자가 한자에서 한글과 영어로 변하는 과정은 물론, 삼성의 로고와 캐치프레이즈의 변화, 호출기에서 휴대폰으로 바뀌는 순간까지! 작고 단순한 명함에 반영된 변화는 생각보다 다채로웠습니다.

04▲ 부서를 이동하거나 업무가 바뀔 때마다 꼼꼼하게 기록해 두었던 흔적들이 보이시나요?

그의 인생 발자취와도 맞닿아 있는 이 소중한 기록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다 보니, 깨알같이 작은 손글씨가 눈에 띕니다. 부서 변경, 이사, 첫 그룹장 역임 등 의미 있는 순간들을 하나하나 적어둔 것인데요. 매일 새로운 콘텐츠를 좇아 습관처럼 ‘새로 고침’을 누르는 필자에겐 33년 동안 차곡차곡 모아온 그의 담백한 기록이 오히려 큰 울림을 전해주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는 너무 쉽게 많은 것을 소비하고 버리며 살아가는 이 시대가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그는 “요즘엔 모든 게 디지털화(化) 되어버려서 이런 기록의 소중함을 점점 더 잊고 사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그래도 참 다행입니다. 이렇게 기록의 진가를 미리 알아보고, 수고를 아끼지 않아 준 그가 있어서 말입니다.

05▲ 그가 집안을 뒤져 추가로 사료를 전해주자 동행한 사료 담당자는 웃음을 감추지 못합니다.

간단한 증정식(?)이 끝난 후 못내 아쉬웠는지 그는 다시 집으로 들어가 미처 가지고 나오지 못한 자료들을 마저 꺼내왔습니다. 온 집안을 다 샅샅이 뒤지기라도 한 것인지, 한참 후 다시 나온 그의 손에는 150여 장의 월급 명세서와 기능올림픽 은상 수상으로 받은 포장증(표창장)과 메달, 수십 년 전에 사용된 서류 봉투까지 다양한 종류의 사료들이 한가득 들려있었습니다. 그야말로 남은 그의 보물들을 탈탈 털어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06▲ 150여 장의 월급명세서, 포장증(褒章證), 메달, 서류 봉투까지. 그의 꼼꼼함이 돋보이는 순간입니다.

“열심히 모으신 건데 아깝지 않으시겠어요?” 담당자가 묻자, 인터뷰 내내 수줍은 미소만 보여주던 그가 처음으로 단호하게 대답하더군요. “필요한 곳에 쓰여야지요. 모아두면 언젠가 이렇게 쓰이게 될 날이 올 거라 생각했답니다.”

그가 기꺼이 내어준 결코 가볍지 않은 33년의 기록들은 올 하반기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의 ‘History of Samsung’ 코너에서 직접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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