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나, 너의 여동생을 사랑하게 되었어

2017/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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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라는 건 말이야, 상어 같거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해. 안 그러면 죽어버리니까.”
– 우디 앨런의 <애니 홀> 중에서

누군가와 관계를 오랫동안 지속할 때, 우리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너, 요즘 조금 변한 것 같다”라는 말.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변한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환경이 변하고, 그에 따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변하는 관계에서 수동적으로 마치 자신은 변하지 않고 상대방만이 달라졌다고 여기기 시작하면, 그 관계는 점차 멀어지게 되고, 둘 사이의 인연도 결국 끊어지게 된다.

결국, 우디 앨런의 말처럼 모든 관계는 변하기 때문에, 그 변화에 맞춰 계속 서로 맞춰 나가야 한다. 고등학교 때 온종일 같이 다니던 친구가 다른 대학교에 진학하고, 결혼 전 함께 어울리던 무리도 하나둘씩 결혼을 하면서 관계가 달라지지만, 바뀐 환경에서도 여전히 좋은 인연을 이어가는 사람들은 그만큼 노력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여기 직장동료로 만나 친구가 된 두 사람이 있다. 두 사람 사이에, 한 여자가 들어오면서 그들의 관계에 새로운 변화가 찾아온다. 삼성전자 뉴스룸이 여러분께 들려드릴 삼성전자 임직원 사연 공모<회사와 나의 인연> 마지막 편은, ‘친구의 여동생을 사랑하게 된 남자’의 이야기다.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어렵게 쌓은 우정과 갑작스럽게 찾아온 사랑 모두를 지켜, 친구라는 ‘인연’을 가족이라는 새로운 ‘인연’으로 바꾼 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지금부터 함께 만나보자.

가슴 따뜻한 인연이 머무는 곳 회사와 나의 인연

나에겐 특별한 친구가 있다

2010년 5월, 삼성전자에 최종 합격한 저는 인터넷 합격자 커뮤니티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과 입사를 기념하는 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그 여행이 특별했던 것은, 해외에서 느낀 낭만이나 새로운 추억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마음이 잘 맞는 동갑내기 친구 하나를 얻었다는 것이 그 여행이 나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었죠. 비록 일하는 부서는 서로 달랐지만, 우리는 입사 후에도 자주 만나며 우정을 이어갔습니다.

그렇게 3년이 지났고, 그 친구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요. 그때는 이미 막역한 사이가 되었기에, 저는 근무를 마친 뒤의 피곤함도 뒤로 하고, 친구의 결혼식장이 있는 울산행 버스에 올랐습니다.

4시간이 넘는 긴 여정 끝에 도착한 친구의 결혼식장. 그곳에서 저는 마치 운명 같은 한 여인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상형에 가까운 외모, 앙증맞은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그녀는 그날 결혼을 하는 친구의 여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를 처음 봤을 때, 이미 저는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모르게 그녀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하며 인사를 건넸던 겁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 친구 권혁상입니다. 오빠의 결혼 축하해요. 나중에 또 봐요.”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그땐 무슨 생각이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지만, 저와 그녀와의 ‘특별한’ 첫 대면은 그렇게 끝이 났지만, 결혼식 이후에도 한참 동안 그녀의 모습이 제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었죠.

그 날 이후, 저에겐 말 못 할 고민이 생겼습니다. 차라리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번호도 물어보고, 적극적으로 다가갔을 텐데, 친구의 여동생이라는 것이 저를 소극적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절대 그녀를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 였습니다.

저는 조심스럽게 친구의 SNS를 통해 댓글로 그녀와의 소통을 이어갔고, 그녀와 관련된 게시물에는 습관처럼 ‘좋아요’를 누르며 제 존재감을 어필했습니다.

그러는 한편, 그녀와 제 사이를 이어줄 유일한 연결고리인 친구에게 저를 어필하기 위해 긴 시간 공을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가끔 그녀가 제 친구를 만나기 위해 수원에 올라와 친구네 집에 묵는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일부러 친구에게 연락을 해서 “맥주나 한잔하자”고 약속을 잡았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친구도 여동생이 와서 곤란하다고 거절을 했죠. 하지만 저는 “네 여동생만 괜찮으면, 같이 보자”라고 말하며 자연스럽게 셋이 보는 자리를 만들었고, 그런 만남이 몇 차례 이어졌습니다. 또한, 저와 그 친구의 취미가 비슷하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함께 캠핑과 낚시하러 다니며, 저의 진실한 생각과 모습들을 친구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그렇게 친구에게 저의 장점을 어필하던 어느 날, 친구는 저에게 말했죠.

“혁상아, 너 내 동생 한 번 만나볼래?”

드디어, 기다리던 순간이 찾아온 겁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만큼 기쁨이 솟구쳐 올라왔지만, 최대한 티를 내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친구에게 답했습니다.

“그래? 난 괜찮은데, 일단 네 동생에게 한번 물어보고 말해줘.”

돌이켜 생각해보면, 최대한 태연한 척한다고 노력하는 제 모습에서, 이미 제가 얼마나 기뻐하고 있었는지, 친구도 분명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렇지만 제가 무안하지 않도록, 그 자리를 그냥 넘겨주었던 거죠.

2015년 여름, 그렇게 우리는 정식으로 처음 만났고, 교제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년이 조금 넘게 지난 겨울. 우리는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신혼여행을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그녀가 제가 했던 말을 저는 아직 기억합니다.

“자기, 기억나? 우리 오빠 결혼식 때, 자기가 갑자기 나한테 악수하자고 손 내밀었던 거? 그때는 솔직히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싶었거든. 근데 이제와 생각해보면, 자기가 그때 용기 내서 손을 내밀어 준 덕에, 그 많은 오빠 친구 중에서 자기를 알게 되었고, 기억하게 되었잖아. 나에게 용기 내줘서 고마워.”

비록 그 당시 그녀의 말처럼 용감했던 건 아니었지만, 결국 그때 제 행동이 저희를 이어준 것이었고, 비행기에서 들은 그녀의 말은 마치 제가 대단한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해주었습니다.

‘회사’를 통해 연결된 인연의 끈으로 저는 둘도 없는 친구를 얻었고, 이제는 그 친구가 가족이 되었습니다. 이 정도면 정말 드라마틱한 인연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요?

끝으로, 소중한 인연을 맺어주고, 그 인연을 더욱 소중한 관계로 발전시킬 수 있는 용기를 주고, 마침내 아름다운 결실을 보는 과정까지 함께 한 우리 ‘회사’와 ‘회사 친구’에게 저는 더 없이 감사함을 느낍니다.

권혁상(Foundry제조센터)

 

우연히 다가온 인연을 소중히 여김으로, 그 인연에서 다시 새로운 인연이 이어지는 마치 드라마 같은 이야기. 사실 누구에게나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순간이 종종 찾아오곤 하죠. 회사에서 알게 된 친구의 여동생과 사랑에 빠진 한 남자의 이야기, 카드뉴스로 만나 보시죠.

 

*본 기사는 <LiVE 공모전 2탄: 회사와 나의 인연>의 사연 중 일부를 재구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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