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고 다시 시작된 그들의 연애, 하숙집 로맨스
“한 번 만난 인연은 잊혀지는 것이 아니라 잊고 있을 뿐이다”
살다 보면, 가끔 지난 날을 돌이켜 보는 때가 온다. 그 때 인연을 소중히 여기지 않았던 탓에 내 곁에서 사라진 사람들이 떠오른다. 한 때는 서로의 삶을 공유했지만,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사람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안 될 인연은 안 되고, 아무리 도망을 가도 결국 만날 인연은 다시 만난다. 결국 우리가 놓친 인연들은 안 될 인연들이었을까? 아니, 결국은 기다림을 이겨내는 사람만이 소중한 인연을 지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의 내 마음이다. 시간이 흐른 뒤, 지금을 돌아봤을 때, 다시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금 노력을 해야 한다. 이에 삼성전자 뉴스룸은 삼성전자 사내 커뮤니케이션 채널인 ‘삼성전자 LiVE에 진행된 <LiVE 공모전: 인연-세상에서 가장 가슴 따뜻한 이야기>의 사연 중 일부를 재구성해 소개한다. 모든 인연이 소중하다는 취지 아래 3부작으로 소개되는 ‘우리 삶을 스쳐 지났던 인연’과 ‘그 인연의 가치’에 관해 함께 이야기 해보자.
오늘은 그 마지막 시간으로, 끊어질 뻔한 인연의 붉은 실을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다시 이어 결혼까지 성공한 한 커플의 이야기를 전하려 한다. 이 이야기와 함께, 앞으로 여러분이 만나게 될 인연은 항상 ‘끝이 좋은’ 인연으로 맺어지길 기대해 본다.
80대 1의 경쟁률을 뚫은 남자, 오늘 밤 주인공은 나야! 나!
저희는 하숙집에서 만난 커플이었습니다. 저는 하숙생, 그녀는 하숙집 딸이었습니다. 그 시절을 제가 기억하기에는, 약 80명의 하숙생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수많은 경쟁자들 가운데, 제가 그 하숙집 딸과 사귀게 된 거죠. 당시 그녀는 아무것도 모르는 스무 살 새내기였고, 저는 스물 여섯의 복학생 아저씨였죠. 그녀는 저에게 첫사랑이자 첫 여자친구였고, 저도 그녀에게 첫 남자친구였습니다. 그만큼 서로에게 애틋한 사이였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연애를 전혀 해보지 않았던 연애 초보였기에 제대로 사랑을 하는 법을 몰랐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새내기와 복학생 사이에는 소소한 의견 차이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생각해보면, 당시 그녀는 제 나이와 노안이었던 저의 외모가 부담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아저씨 같다면서, 그녀의 친구들에게 저를 소개시켜주지 않았거든요. 이런 것들로 티격태격하다 보니, 제 마음속 한 켠에서는 ‘혹시 이 사람과는 인연이 아닌 건가’라는 생각에 서운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 대학 졸업을 앞두고 갔던 부산여행.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우리는 불편한 구두를 신고 온 여자친구의 신발 때문에 다투게 되었습니다. 사실 별것도 아닌 사소한 문제였지만, 자존심 때문에 한 달간 서로 연락을 안 하게 되었죠. 당시 저는 이미 하숙집을 나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던 터라,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처럼 자연스럽게 서로 멀어지면서, 결국 우리의 인연은 여기까지라 선을 긋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습니다. 서로의 입장을 정리하고 헤어지던 마지막 날. 문뜩 하늘을 올려다 보는데, 하늘은 여전히 맑고 예뻤습니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그녀를 사랑했던 건 아니구나.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거면, 저 푸른 하늘도 우울하게 느껴졌을 텐데.”
지금 돌이켜 보면, 이별을 영화나 책으로만 경험해서 그랬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그렇게 대학을 졸업하고 2년이 지난 어느 날. 예전에 살았던 하숙집 아저씨, 즉 그녀의 아버지가 저녁 식사 한끼를 같이 하자고 연락을 주셨습니다. 저는 같이 하숙생 생활을 했던 친구 한 명과 함께 하숙집을 방문했습니다. 예전에 하숙집 아저씨, 아주머니와 함께 했던 볼링 동아리 이야기부터 다른 하숙생들의 이야기까지, 오랜만의 만남이었기에, 더욱 반갑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거기서 그녀를 다시 보게 된 거죠. 그때의 떨림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다소 어색한 인사를 마치고, 함께 저녁을 먹는데, 왠지 맘이 짠해지더군요. 그날 밤, 친구와 함께 예전에 지냈던 하숙방에서 잠을 자려 누웠는데, 많은 생각이 들어,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했었죠.
다음 날 오후, 집으로 돌아가려 터미널로 향했고, 충주행 버스표를 샀는데, 출발까지 1시간 정도의 시간이 은 겁니다. 왜 였을까요? 순간 저는 그녀에게 꼭 연락을 해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너를 다시 만나고 싶다.”는 고백을 그녀에게 전하지 못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너무나 강하게 들었습니다. 이 순간을 놓치면 평생을 후회할 것 같았죠. 결국 용기를 내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1시간 뒤에 버스가 출발하는데, 혹시 잠시 볼 수 있을까?”
잠깐의 침묵이 흐른 뒤, 그녀는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지금 택시를 타고 저를 만나러 오는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인연의 끈을 잡게 되었습니다. 결국 인연을 만드는 건 깊은 시간이 아니라, 시간보다 깊은 마음이었습니다. 고향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전화를 다시 한 것이 얼마나 잘한 일이었는지, 스스로가 너무 대견해서 칭찬을 하고, 또 해주었죠.
그런데, 이 이야기엔 저도 모르던 반전이 있었습니다.
그녀도 저를 잊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그녀의 아버지는 하숙생들이 보고 싶다는 핑계로, 저와 그녀가 만날 자리를 만들어주려고 저녁 약속을 잡으셨던 겁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진실. 저의 대학 졸업 후, 제 아버지가 하숙집 아저씨, 아주머니께 저를 잘 돌봐주신 감사 인사를 드리려고, 하숙집을 찾은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그녀를 보고, 당신의 며느리가 될 거라는 강한 확신을 가지셨다고 합니다. 그 후 제가 그녀를 못 잊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고는, 저 몰래 제 남동생을 그녀에게 보내서 저와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고 조언을 했다고 합니다.
그녀의 아버지도, 저의 아버지도 서로 그 사실을 모르고 계셨다가, 저희가 결혼하게 되었을 때, 서로 본인이 우리를 이어준 것이라 이야기하시면서 알게 되셨죠. 사실 저도 결혼 전까지는 두 분의 숨은 노력은 전혀 알지 못했고, 그저 제 용기가 저와 그녀의 인연을 새롭게 이어준 것이라고만 믿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장인어른과 저의 아버지 두 분이 상을 다 차려 주시고 저는 숟가락만 얹었던 거였죠.
소설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하숙집 딸과의 사랑은 그렇게 풋사과처럼 풋풋하게 시작되어, 잠깐의 시련도 있었지만, 결국 부부의 인연으로 이어졌습니다. 저희는 2002년 월드컵을 같은 집에서 보게 되었고, 2018년 러시아 월드컵도 같이 볼 예정입니다. 당연히 다음, 그 다음의 월드컵도 계속 같이 보게 되겠지요.
지금 저희는 결혼 16년차 부부로 중2, 초6의 아들 둘을 둔 부부로 살아가고 있지만, 과연 그때 터미널에서 제가 용기를 내지 못했더라면, 그리고 그 이전에 저희 부모님들의 노력이 없었더라면, 저희 부부는 각자 다른 사람과 인연을 맺고 살 수도 있었겠지요. 이렇게 인연 중에는 간혹 주위 사람의 도움이 만들어주는 인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인연을 만들기 위해 도움을 준 사람들 또한 저에게는 뜻 깊은 인연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은 좋은 인연의 실타래가 잘 얽혀서 끊어질 뻔한 저희 부부의 인연을 꽉 잡아 준 게 아닐까요?
덧. 사연을 마치며
사진 속 건물이 저희 하숙집이랍니다. 1층엔 주인집, 하숙생들의 방, 화장실이 있었는데요. 1층은 방이 커서 2~3명이 함께 사용했습니다. 반지하와 2층은 복도를 중심으로, 양쪽에 작은 방들이 있었죠. 마치 기숙사처럼요. 지금 생각하면 웃긴 이야기일 수 있지만, 당시에는 아침, 저녁으로만 보일러가 돌아갔는데요. 장인어른께서 태양열 패널을 설치해 놓으셔서, 나름 낮에도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할 수 있었답니다. 사진에는 없지만 건물 옆에는 하숙집 식당이 있었고, 그 사이에 탁구대가 하나 있었는데요. 가끔 하숙을 하는 친구들과 점심을 먹고, 탁구를 치던 기억이 나네요.
글을 쓰기 위해 앨범을 찾아보다 우연히 발견한 사진. 연애 시절, 아내에게 받은 사진인데요. 지금은 처가 식구들이 된, 당시 주인집 가족 사진입니다. 사진 속 주황색 셔츠를 곱게 차려 입은 저 소녀가 지금의 제 아내죠.
이유진 님(Sensor상품기획그룹/시스템LSI)
풋사랑 같은 연애 끝에 여자친구와 헤어졌다가, 주변의 좋은 사람들 덕분에 다시 사랑을 되찾은 이유진 님. 그의 파란만장한 사랑 이야기를 카드 뉴스로 보다 생생하게 만나보자.
*본 기사는 삼성전자 사내 커뮤니케이션 채널인 ‘삼성전자 LiVE’에 진행된 <LiVE 공모전: 인연-세상에서 가장 가슴 따뜻한 이야기>의 사연 중 일부를 재구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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