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모로우 기획] 사회공헌을 말하다_㊻ 잠비아 세 가족 이야기
투모로우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잠비아 중부에 위치한 도시 카브웨(Kabwe)는 타임(Time)지가 소개한 ‘세상에서 가장 오염된 도시’ 중 하나입니다.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던 1902년 거대한 납 매장량이 발견되면서 잠비아에서 가장 큰 광업도시로 발전했는데요.
본격적인 광산 개발이 시작되면서 수많은 현지인들은 중금속으로 피해를 입었습니다. 결국 광산은 경쟁력을 잃고 문을 닫았죠. 그렇게 수십 년이 지났지만 공기는 여전히 오염돼 있습니다. 이곳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피 검사 결과 중금속 수치는 미국 환경보호국에서 제시한 기준치의 최소 5배에서 최대 10배 넘게 높을 정도로 심각합니다.
거대 슬럼 지역 ‘마쿨룰루 정착지’에 새로운 희망을
일반적으로 도시가 개발되면 대다수 노동자들이 도시로 몰려옵니다. 때문에 도시 주변엔 일자리를 찾아 나선 젊고 값싼 노동자들이 자연스레 불법 주거지를 형성, ‘슬럼(slum) 지역’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잠비아 마쿨룰루 정착지 내 거주자들이 마을 회의를 진행하는 모습
광산업으로 경제 성장을 이룬 카브웨도 예외는 아닙니다. 카브웨에서 약 3킬로미터 떨어진 외곽엔 마쿨룰루 정착지(Makululu Settlement)라는 슬럼 지역이 있는데요. 이곳은 한때 수많은 청년들이 성공을 꿈꾸며 이주했지만 지금은 빈곤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정착한 대규모 불법 거주지역이 됐습니다.
▲허허벌판 형체조차 찾기 힘든 마쿨룰루 정착지 내 초등학교
이곳의 아이들은 양질의 교육은커녕 일자리를 구하기도 힘들 뿐더러 심지어 병든 삶에서 희망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해비타트와 함께 마쿨룰루 정착지에서 새로운 희망을 밝히고자 사회활동을 펼치고 있는데요. △총 18가구에 새로운 주택 제공 △태양광 발전으로 IT를 공부할 수 있는 태양광인터넷스쿨 구축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 이하 ‘HIV’)와 후천성면역결핍증(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이하 ‘AIDS’)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보건 교육 진행 등 현지 환경 개선을 위한 활동이 한창입니다.
매일 115명이 HIV에 감염되는 나라, 잠비아
마쿨룰루 지역엔 유독 HIV/AIDS 감염자가 많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사실 잠비아는 남부 아프리카 지역에서 HIV/AIDS 감염률이 가장 높은 나라입니다. 지난 2011년 한 해에만 성인 약 4만2000명(전체 성인 인구 중 13%)과 어린이 약 9500명의 신규 HIV 감염자가 발생했는데요. 매일 115명의 신규 HIV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는 셈입니다.
▲마쿨룰루 정착지를 둘러보고 있는 현지 주민들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으러 농촌지역에서 도시로 대거 이주하면서 HIV가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보통 HIV에 대해 무지한 경우가 많았는데요. 그래서 광산업으로 발전했던 카브웨는 센트럴주(Central Proviance)와 함께 잠비아에서 가장 많은 HIV 감염자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마쿨룰루 정착지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죠.
HIV/AIDS가 잠비아 세 가족에게 남긴 것들
올해 초부터 삼성전자는 마쿨룰루 취약계층을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섰습니다. 지역 정부와 협의를 마친 지난달에야 도움이 필요한 현지 주민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사실 슬럼 지역에서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모두가 낙후된 환경, 힘든 상황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죠. 삼성전자는 그 중에서도 더 절실한 사람을 선별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현재 18가구 중 3가구를 수혜 가구로 선정했는데요. 이 세 가족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 크리스틴씨 가족_자녀 잃은 아픔, 그리고 이어진 혹독한 일상
“저에겐 자녀 6명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AIDS로 5명의 아이를 잃었어요. 지금은 아이들이 남기고 간 9명의 손자와 HIV에 감염된 저의 유일한 아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크리스틴씨 가족
크리스틴(Christine Mpomwa)씨는 부모를 잃은 손자 9명(5~12세)과 HIV에 걸린 28세 아들, 그리고 남편까지 총 12명이 마을 교회와 정부 보조금으로 지은 방 두 개짜리 집에서 함께 살고 있습니다. 집은 구운 진흙 벽돌을 쌓아 올렸고, 창문은 없으며, 문은 부서진 지 오랩니다. 비가 오는 날엔 갈라진 벽과 고장 난 지붕 사이로 빗물이 들어와 집 안이 비로 흥건해지고 말죠.
▲12명이 함께 살고 있는 크리스틴씨 가족의 집
나이가 어린 손자들은 비가 들이치는 날엔 혼란 상태에 빠지기 일쑤입니다. 얼마 전 비 때문에 무너진 옆집을 보고 겁을 먹었기 때문입니다. 크리스틴씨는 튀김을 팔고, 남편 샌포드(Sanford)씨는 시장에서 가끔 일자리를 얻어 돈을 법니다. 부부의 수익은 대부분 아이들의 먹거리나 생필품을 사고 나면 남는 게 없는데요. 집을 고친다는 건 상상조차 어려운 일입니다.
# 니코데무스씨 가족_생존을 위한 고령 HIV 감염자의 사투
“저는 자녀 2명과 손자 3명을 맡아서 키우는 노인이자 HIV 감염자입니다.”
니코데무스(Nicodemus Mwansa Kabamba)는 55세입니다. 잠비아의 기대 수명이 49.4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고령에 속하죠. HIV 감염자인 그는 정기적인 소득 없이 빨래, 타일 붙이기, 마을 청소 등을 하며 약간의 소득을 얻는데요. 가족에게 꼭 필요한 식료품을 사고 나면 번 돈은 금세 바닥납니다.
▲니코데무스씨의 집(왼쪽)과 화장실
니코데무스씨는 “한 번도 음식의 영양 성분을 걱정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그의 가족에게 음식은 오로지 '생존용'일 뿐 '음미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허드렛일을 도우며 간간히 살아가는 니코데무스씨(왼쪽)와 그의 딸
햇볕에 말린 진흙 벽돌로 쌓은 집은 작은 구멍만 있고 창문이 없습니다. 집 안 공기는 환기가 되지 않아 아이들은 늘 호흡기 질환에 시달립니다.
# 패트릭씨 가족_거동 불편한 가장(家長)이 짊어진 힘겨운 삶
패트릭(Patrick Mulenga)씨 역시 61세로 고령 HIV 감염자입니다. 그에겐 자녀 5명이 있었지만 모두 사망했고 하루 아침에 고아가 된 손자 5명을 기르고 있는데요.
▲자녀를 모두 잃고 어린 손자 5명과 살고 있는 패트릭씨 가족
고령에 잦은 질병으로 거동이 불편한 패트릭씨는 일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저 가깝게 지내는 친척이나 마음 좋은 마을 주민의 도움으로 살아가고 있죠.
패트릭씨의 집은 진흙으로 지어졌고 바닥은 엉망이며, 창문도 없습니다. 지붕은 철판, 플라스틱 등으로 엉성하게 만들어져 있고요. 화장실엔 풀마저 자라고 있었습니다.
HIV와 AIDS가 세 가족에게 남긴 건 삶의 무거움과 힘겨움이었습니다.
‘작지만 포근한’ 삶의 터전 짓습니다
HIV/AIDS가 세 가족에게 남기고 간 삶의 무게를 덜어주고자 삼성전자는 마쿨룰루 정착지에 작은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세 가족이 안락하게 살 수 있는 희망의 터전을 짓기로 한 건데요. 현재 세 가족의 새 집이 들어설 땅을 고르고 있답니다.
세상에서 가장 오염이 심한 곳, 남부 아프리카에서 HIV/AIDS 감염률이 가장 높은 국가, 잠비아에서도 가장 많은 감염자가 밀집해 사는 곳 등 열거하기도 힘들 만큼 수많은 절망이 자리 잡고 있는 마쿨룰루 정착지. 삼성전자는 이곳에서 새로운 희망을 심고 있습니다. 앞으로 변화해갈 마쿨룰루 정착지의 모습, 그리그 이곳에서 피어날 새로운 희망을 함께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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