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모로우 에세이] 남부럽잖은 인생을 누리고 싶나요?

2015/11/19 by 유지성
공유 레이어 열기/닫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투모로우 에세이 남부럽잖은 인생을 누리고 싶나요? 여러분의 취향에 '맛'과 '멋'을 더해줄 에세이스트 8인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매주 목·금요일 투모로우 블로그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유지성 오지레이서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바닷가에서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파도 소리를 벗 삼아 느긋하게 커피 한 잔 마시기. 상상만 해도 기분 좋은 광경이다. 누구나 매일 이렇게 여유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인생, 이란 게 과연 존재할까? 물론 이때 부러움의 대상이 꼭 엄청난 부(富)나 명예뿐인 건 아니다. ‘행복한 삶’을 구성하는 방정식은 생각보다 꽤 까다로울 수 있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직접 경험했던 일, 만났던 사람들을 떠올리며 이 주제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무모한, 하지만 가슴 뛰게 하는 도전

어느덧 15년이 흘렀다. 지난 15년간 난 사하라 사막에서 열린 트레일러닝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했고, 실제로 대회에 나가 완주했으며, 이후 그 전과 완전히 달라진 인생을 누리고 있다. 대회에서 겪었던, 결코 잊히지 않을 추억을 되새기는 내내 난 행복한 고민에 휩싸였다. ‘어떻게 하면 트레일러닝의 참된 매력을 한국에 이식할 수 있을까?’

사막의 사진입니다.

일단 경험을 좀 더 쌓기 위해 크고 작은 대회에 등록한 후 최선을 다해 달렸다. 대회가 없을 땐 힘 닿는 데까지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트레일러닝을 알렸다. 대회 개최에 필요한 노하우를 얻기 위해 준비해야 할 사항이 엇비슷한 마라톤 여행사도 숱하게 찾아 다녔다. 스포츠용품 업체도 여러 곳 기웃거렸다. 관심 가는 용품 몇 종(種)은 직접 수입해 팔아보기도 했다.

트레일러닝을 국내에 제대로 들여오기 위한 내 노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만족하려면 아직 멀었다. 시장은 이제 겨우 조금씩 꿈틀거리며 반응하는 정도다. 계속 노력하겠지만 어쩌면 난 훗날 이 분야에서 ‘영원한 실패자’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때론 무모해 보이는 행동을 거듭하더라도 그게 누군가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 수 있다면 내 모험과 도전은 ‘일단 성공’이다. 사실 그런 게 인생 아닌가.

한 남자가 사막에서 팔을 벌리고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여행’처럼 준비했던 사하라 사막 종주

운동과 전혀 무관하게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운동과 관련된 인생으로 갈아타는 일은 흡사 ‘자고 일어났더니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몸으로 바뀌어 있는’ 일과 같다. 뭐라 설명할 수 없이 즐겁지만 그만큼 적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시도 때도 없이 번민과 회의, 고통이 찾아온다. 하지만 쉬이 포기할 순 없다. 힘겨운 변신을 완성했을 때 찾아오는 즐거움, 그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처음 “사하라 사막을 달리겠다”고 선언했을 때 정말 많은 얘길 들었다.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조롱(“마라톤 풀코스 한 번 안 달려본 사람이 무슨 사막 종주람?”)과 비아냥거림(“90㎏ 체중으로 트레일러닝에 도전하겠다고?”)도 없지 않았다. 일부는 날 ‘장렬하게 전사(戰死)할 각오로 전장에 임하는 군인’ 보듯 했다.

한 남자가 사막에서 언덕을 달려가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당시 내가 원한 건 그저 ‘맘껏 달릴 수 있는 여행’이었다. 낙타 타고 갈 형편은 안 되니 두 발로 직접 땅을 디디며 사막을 누비고 싶었다. 그 극한의 과정을 견디며 하나뿐인 내 인생을 멋지게 불태우고 싶었다. 당시 내게 달리기는 어디까지나 여행 수단의 하나였다. ‘생명을 건 도전’이라고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했더라면 결과는 지금과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성공한 이들의 공통 분모는 ‘집중력’

사람들은 내게 종종 묻는다. 어떻게 사막을 달릴 수 있었느냐고, 90㎏의 체중을 무슨 수로 70㎏까지 줄였느냐고. 답은 간단하다. 그저 뛰었고, 열심히 뺐다. 물론 달리기가 익숙지 않은 사람에겐 주행 거리 한두 걸음 늘리는 것조차 쉽지 않다. 단기간에 20㎏씩이나 체중을 감량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직접 뛰어들어 해본 사람으로서 내가 내린 결론은 ‘어렵긴 해도 하면 (어느 정도까진) 되더라’는 것이다.

여러 명의 사람들이 배날을 메고 사막을 걸어 가는 사진입니다.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이들을 가만히 관찰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자신이 종사하고 있는 분야를 무섭도록 파고드는 인물인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집중하다보니 잘하게 되고, 잘하니 성공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자기 분야에서 대외적으로 인정 받은 사람은 ‘내 일’에만 몰두하면 돼 시간을 여유롭게 조절하며 살 수 있다. 그 결과, 그저 자기 일을 열심히 했을 뿐인데 남들 눈엔 특별한 인생을 누리는 것처럼 보인다.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 어렵다는 시험을 높은 점수로 통과한 사람, 누구나 선망하는 직장에 취업한 사람…. 모두 마찬가지다. 그들은 목표를 이뤘을 때 얻게 되는 성취감의 ‘맛’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바로 그 순간을 위해 지금의 고통을 참고 기다리며 묵묵하게, 꾸준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마침내 원하던 걸 손에 넣는다. 이런 과정을 몸소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의 눈에 이들은 그저 ‘매사 여유만만한 승리자’로 비치겠지만, 언제나 그렇듯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

한 남성이 결승 지점에 들어와 손을 번쩍 들어 기뻐하는 사진입니다.

 

삶에 ‘행복’ 더하려면 나눌 줄 알아야

내 주변에서 선망의 대상에 오르곤 하는 이들도 하나같이 ‘버티기의 고수’였다. 달콤한 과실을 얻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고통과 인내를 기꺼이 온몸으로 받아들여온 사람들이었다. 더위와 추위, 비바람을 모두 견뎌낸 덕에 그들이 손에 쥔 과실의 당도는 단연 으뜸이었다. 자연히 ‘상품 가치’도 높았다.

한 남자가 사막에서 많은 장비를 챙기고 걷고 있는 사진입니다.

혹시 지금 본인에게 닥친 현실이 혹독하다 여겨지는가? 그렇다 해도 ‘여유 있는 삶’을 꿈꾸는 마음까지 놓아버리진 말길. 영화 ‘쇼생크 탈출’(1994)의 주인공 ‘앤디 듀프레인’(팀 로빈스 분)은 살인범의 누명을 쓰고 종신형을 선고 받은 채 감옥에 갇혀서도 낭만적 미래에 대한 희망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기회가 왔을 때 과감히 결정을 내리고 자신의 생각을 실행에 옮길 수 있었건 바로 그 낙관주의 덕분이었다.

인생은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점점이 이어져 비로소 완성된다. 각각의 점을 선으로 잇는 작업은 오롯이 그 인생을 누리는 본인의 몫이다. 누군가의 인생이 특정 형태를 띠고 있다면 그건 전적으로 그 사람의 선택과 노력, 책임이 빚어낸 결과란 뜻이다. 여기에 ‘행복’과 ‘여유’를 더하려면 반드시 자신이 이룬 것들을 타인과 나눌 줄 알아야 한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나 역시 달리며 얻게 된 행복과 혜택을 세상에 돌려주려 무던히 애쓰고 있다.

한 남자가 머리에 라이트를 켜고 양 손에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는 사진입니다.

김수철 노래 ‘정신 차려’를 종종 듣는다. 남부럽잖은, 아니 남이 부러워하는 인생을 떠올릴 때 한 번씩 들으며 가사를 음미한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께도 노랫말의 메시지가 온전히 전해지길. “(전략) 무엇이 그리도 크길래/ 욕심이 자꾸 커져만 가나/ 왜 잡으려고 하니/ 왜 가지려고 하니/ 자꾸 그럴수록 외로워져/ 혼자 살아가야 하니까/ (중략) 자꾸 그럴수록 사람 사람이/ 사랑이 안 보이잖아/ 아 여보게/ 정신 차려 이 친구야~♬”

※ 이 칼럼은 전문가 필진의 의견으로 삼성전자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by 유지성

런엑스런 대표 (삼성전자 에세이 필진 1기)

기획·연재 > 오피니언

기획·연재 > 오피니언 > 외부 기고

삼성전자 뉴스룸의 직접 제작한 기사와 이미지는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 뉴스룸이 제공받은 일부 기사와 이미지는 사용에 제한이 있습니다.
<삼성전자 뉴스룸 콘텐츠 이용에 대한 안내 바로가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