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모로우 에세이] ‘도전’과 어울리는 말이 꼭 ‘무한’일 필요는 없다
유지성 오지레이서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 단어들이 있다. 몇몇은 지나치게 남용된다. 마치 그걸 안 하면, 그게 없으면 큰 난리라도 날 것처럼. 꿈∙열정∙도전 따위가 대표적 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도전’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딱 하루’만 일상과 다르게 살아보기
사람들은 대부분 도전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도전은 알고 보면 간단하다. 막상 부딪쳐보면 별 것 아니다. 도전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의 진짜 문제는 남들의 거창한 떠벌림에 주눅 들어 감히 뭔가에 도전해볼 생각조차 못하는 것, 그래서 크고 작은 벽 앞에서 우물쭈물하는 것이다.
오른손잡이라면 ‘왼손으로 밥 먹기’를 시도해보자. 늘 왼쪽 눈으로 윙크를 했다면 오늘은 오른쪽 눈으로 해보자. 회사 갈 때 늘 버스를 탔다면 하루만 지하철을 이용해보자. 걷는 데 익숙해져 있다면 한 번은 힘껏 달려보자. 이제까지 살아온 방식과 다르게 하루만 살아보는 것도 일생일대의 도전이 될 수 있다.
혹자는 비웃으며 말할 것이다. ‘쳇, 그런 게 무슨 도전이야. 헛소리!’ 그런 반응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 누구나 자라온 환경이나 처한 상황이 각기 다르므로 어떤 이에겐 비교적 쉬운 도전이 다른 이에겐 엄청난 중압감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뭔가에 도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이에겐 ‘새로운 걸 시도해볼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게 중요하다.
도전을 달리 바라보면 ‘전문가’의 정의도 바뀔 수 있다. 전문가는 “이 분야에선 내가 아니면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이 아니다. 보다 많은 사람이 그 분야에 쉽게 도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사람이다. 남들은 그 분야에 접근조차 못하게 장벽을 쌓고 온갖 대접과 혜택을 혼자서만 누리려는 전문가는 가짜다. 자신이 먼저 경험했고 잘 알기 때문에 그 분야에 대해 무지한 타인에게 먼저 손 내밀고 이끌어주는 사람, 그래서 종국엔 그들의 실력을 자신보다 더 수준급으로 만들어주는 사람이야말로 진짜 전문가다.
백패킹과 트레일러닝, 둘을 합하면?
얼마 전, 좀 색다른 방식의 백패킹(backpacking, 배낭 도보여행)에 도전했다. 백패킹 문화를 지켜보며 늘 의아했던 점이 있다. ‘백패킹에 왜 저렇게 많은 짐이 필요할까?’ 오지 레이스에 출전할 때 내 짐은 아주 가볍다. 레이스 기간이 1주일이라고 했을 때 짐 무게가 적게는 6㎏, 많게는 10㎏ 정도다.
‘오지 레이스를 준비하듯 백패킹 짐을 꾸려보면 어떨까?’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직접 실험을 해봤다. 레이스 출전 시 사용하는 배낭(20~30리터급)과 경량 텐트(1~2인용), 가벼운 침낭과 에어매트리스를 기본으로 갖춘 후 최소한의 의류와 기타 장비를 챙겨 넣었더니 기간 중 마실 물까지 포함해도 짐 무게가 6㎏ 전후로 줄었다.
기존 백패킹 방식에 트레일러닝을 결합한 것도 나름의 새로운 시도였다. 산에 오르는 목적이 꼭 ‘(전통적 의미의) 등산’일 필요는 없다. 누군가는 “맘껏 달리기 위해” 산을 찾을 수도 있다. 다만 산에서 달리다 밤이 되면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선호되지 않았을 뿐이다. 이 문제도 백패킹과 트레일러닝을 결합하면 가뿐히 해결된다. 산과 들을 자유롭게 누비다 어둑해질 무렵, 적당한 곳에 텐트를 치고 캠핑을 즐기면 되니까.
눈치 보지 말고, 마음 끌리는 대로!
내가 생각하는 도전은 ‘반복되는 일상에서 하루쯤은 다르게 살아보기’다. 그런 경험이 쌓이면 자신도 모르는 새 새로운 경험에 단련된다. 그 결과 값이 모여 어느 날, 진짜 커다란 도전을 할 수 있는 용기로 탈바꿈한다.
도전을 겁내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눈치’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남들이 뭐라고 수군대든 신경 쓰지 말고 ‘내 방식’대로, ‘내 생각’대로 살자. 가끔은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해도, (불온하지만 않다면) 일탈을 시도해도 괜찮다. 한 번쯤 청개구리마냥 남들과 반대로 살아보면 또 어떤가! 그렇게 소소한 모험이 곧 도전이고, 도전이 곧 일상인 사람은 언제든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
지금 이 시각, 크든 작든 뭔가에 도전하려는 모든 이에게 뜨거운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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