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모로우 에세이] 여행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힘, 사람
유지성 오지레이서
한 사람이 평생 만나는 사람 수는 몇 명이나 될까? 요즘이야 SNS가 있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도 쉽게 친구가 될 수 있지만 사이버 세상의 교류와 현실의 교류는 그 성격이 다른 만큼 ‘직접 얼굴을 맞대는’ 진짜 만남의 수와 양이 문득 궁금해졌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 만난 사람이 오래가던가요?”
길에서 스쳐 지나는 만남도 인연이라면 인연일 수 있겠다. 하지만 말 한마디라도 주고받는 필연적 만남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직업적 특성상 유독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다수는 꽤나 제한적인 사람과 교류하는 데 만족한다.
사실 만나는 사람의 숫자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 많이 만나는 게 옳고 적게 만나는 건 그르다고 단정 짓기도 어렵다. 정말 중요한 건 소중한 사람을 만나고 그들과 즐거운 인생을 누리는 일이다.
누구나 일상에서, 직장에서, 또는 기타 공동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 그런데 혹시 이런 생각 해본 적 있는지 모르겠다. ‘어떤 상황에서 만난 사람이 오래, 소중한 존재로 남았을까?’
내게 그 질문의 대답은 비교적 명확하다.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리고 떠난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 부담 없이 함께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달리기 여행을 통해 알게 된 사람이 대체로 오래 남았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내게 크고 작은 오지 레이스 대회는 ‘여행의 연장’이자 ‘여행을 떠나기 위한 구실’이며 ‘새로운 사람과의 교류를 가능케 해주는 징검다리’다. 그래서 틈만 나면 ‘대회 참가’를 구실로 크고 작은 여행을 떠난다. 소중한 이들을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고달픈 인생에서 조금이나마 여유와 풍요로움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물론 훌륭한 취미 활동이자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기도 하다).
눈물의 고비사막 레이스, 옐로우나이프 오로라…
돌이켜 생각하니 이제껏 약 40여 개국을 돌아다녔다. 참가했던 오지 레이스도 30개쯤 된다. 하도 여기저기 다녀 그런지 사람들에게 받는 질문의 유형도 엇비슷해졌다. “어디가 제일 좋았어요?” “어느 대회가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어디였어요?”….
사실 이 질문엔 곧장 답하기 어렵다. 똑같은 여행지라 해도 누구와 함께 갔는지, 가서 누굴 만났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과 추억으로 남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많은 곳을 돌아다녔지만 특별히 어느 장소나 나라가 좋았다는 기억은 많지 않다. 그보다 특별한 사람들과 함께했던 곳, 나 자신에게 의미 있는 선물을 건넨 곳, 지친 마음과 영혼을 치유 받은 곳 등이 종종 내 ‘좋아요’의 기준이 됐다.
지난 2003년, 탤런트 김명국씨와 소아암 환자의 건강을 기원하며 중국 고비사막을 달렸다(당시 김명국씨의 아들이 소아암으로 고통 받고 있었다). 그때 일행과 달리며 함께 흘린 눈물은 아마 평생 잊히지 않을 것이다. 2002년 난생처음 사막을 달리던 기억도 생생하다. 깊은 밤, 별과 달을 벗 삼아 사하라 모래밭을 달리며 낯선 길을 함께 헤매던 친구들 덕분이다.
아이슬란드 레이스도 생각난다. 종일 눈비 맞고 추위에 떨다 잠깐 해 뜨면 일행과 함께 일광욕 하며 멋진 풍광 감상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333레이스’의 추억은 또 얼마나 근사했던지. ‘3개월간 3개 대륙에서 열리는 울트라대회(100㎞ 이상 달리는) 3개에 참가하자’며 일본인 친구들과 의기투합해 만든 타이틀이었다. 첫 번째 도전지였던 캐나다 옐로우나이프에서 영하 40도의 혹한을 견뎌가며 만났던 환상적 오로라는 영원히 잊을 수 없다. 아! 그리고 푸르디푸른 제주 바다, 타조와 얼룩말이 뛰놀던 나미비아 초원도 있다. 모두 달리기를 통해 알게 된 ‘특별한 친구’가 있어 더 좋았던 여행지였다.
‘꿈’과 ‘사람’ 함께 나누는 가을 여행 계획해보세요!
사람은 누구나 꿈을 먹으며 성장한다. 그래서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꿈을 꾸며 행복을 좇는다. 그 꿈을 좋은 사람과 함께 나누며 키워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여행 인구가 갈수록 느는 건 어쩌면 ‘여행이 선사하는 만남의 가치’를 아는 이가 그만큼 많아지고 있다는 뜻인지도 모르겠다. 올가을, 꿈과 친구를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여행을 계획해보는 건 어떨까?
※ 이 칼럼은 전문가 필진의 의견으로 삼성전자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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