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모로우 에세이] 음식, ‘스토리’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

2015/11/06 by 김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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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모로우 에세이 음식, '스토리'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 여러분의 취향에 '맛'과 '멋'을 더해줄 에세이스트 8인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매주 목·금요일 투모로우 블로그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김연수 푸드테라피스트


 

음식은 특정 시대의 관습과 생활 문화가 반영된 흔적이다. 맛과 먹는 행위도 중요하지만 때론 요리에 담긴 ‘스토리(story)’가 대중의 마음을 더 끌기도 한다. 가령 요리명(名)엔 단순히 식재료나 맛에 대한 표현 이상의 유행이 담겨 있다. 그 때문에 외식업계에서 뜨고 지는 레시피의 운명도 요리명으로 짐작해볼 수 있다.

 

마요네즈_알고 보면 18세기 유럽 전쟁식?

요즘 인기를 끄는 일명 ‘먹방(음식을 만들거나 먹는 모습을 소재로 제작된 방송 프로그램을 일컫는 말)’마다 너나 없이 ‘○○○ 셰프 레시피 따라 하기’에 분주하다. 하지만 사용되는 식재료나 조리 기법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완성된 음식의 맛이란 조리 과정에서 사용된 일부 조미료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다. 특히 ‘초간단 레시피’로 탄성을 자아내는 음식일수록 소금∙간장∙설탕 같은 기본 조미료, 혹은 마요네즈∙굴소스 등 각종 소스(드레싱∙dressing)가 전체적 맛을 좌우하곤 한다.

여러 종류의 소스들이 그릇에 담겨있는 사진입니다.

얘기가 나온 김에 소스 얘길 좀 더 해보자. 언제부턴가 샐러드가 ‘다이어트식(食)의 대명사’처럼 인식되면서 그 종류도 무척 다양해졌다. 하지만 드레싱 빠진 샐러드는 팥소 없는 찐빵이나 다름없다. 가짓수가 아무리 많아도 결국 샐러드의 핵심은 드레싱이다. 그리고 드레싱의 대표주자는 뭐니 뭐니 해도 마요네즈, 그리고 토마토케첩이다.

샌드위치 사진입니다.

샐러드와 샌드위치에 다양하게 활용되는 사우전드아일랜드(Thousand Island) 드레싱도 그 기본은 마요네즈다. ‘가장 대중적인 드레싱’이라고 할 수 있는 마요네즈의 명명 과정은 상당히 흥미롭다. 마요네즈는 얼핏 일본색(色)이 느껴지지만 실은 프랑스에서 탄생했다. 마요네즈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샐러드용 소스의 하나. 달걀노른자, 샐러드유(油), 식초, 소금, 설탕 따위를 섞어 만든 것’이라고 나와 있다. 그리고 한글 표기 옆에 ‘mayonnaise, 프랑스어’라고 적혀 있다. 그런데 프랑스어 사전에서 ‘mayonnaise’의 뜻을 찾아보면 “특별한 의미는 없고 마용(Mahon)이란 항구에서 유래했다”고만 나와 있다.

마요네즈가 하얀 그릇안에 소프트 아이스크림처럼 담겨있고 끝에 작은 잎사귀로 장식되어 있는 사진입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 하나. 마요네즈를 포함해 현대인의 식탁에 흔히 오르는 소스의 대부분은 18세기 프랑스 음식 문화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그 시절, 프랑스에선 미식(美食)도 어엿한 귀족 문화의 한 장르로 대접 받았다. 귀족들은 자신의 이름이나 고향 지명을 활용, 요리 이름을 즐겨 짓곤 했다.

마요네즈는 ‘18세기 세계대전’으로 불리는 7년 전쟁 도중 탄생했다. 1756년 6월 리슐리외(Richelieu) 공작이 마용항(港) 함락을 기념해 달걀노른자와 우유, 버터 등을 한데 섞어 만든 후 현지 원주민들과 나눠 먹은 데서 유래한 걸로 전해진다. 마용은 지중해 연안 메노르카섬(Menorca, 현재는 스페인령)의 수도. 여기에 ‘~풍(風)’의 의미를 갖는 프랑스어 접미사 ‘-aise’가 붙으며 ‘마요네즈’란 명칭이 완성됐다. ‘세계 요리사를 주름 잡는 기본 소스’ 마요네즈의 탄생 배경이다.

 

파스타∙리소토_이탈리아 국민성이 보이네!

이탈리아 요리 하면 피자를 꼽는 이가 많다. 하지만 난 파스타(pasta)와 리소토(risotto)를 우선으로 친다. 피자는 중세 터키 등 이슬람 생활권에서도 공유된 음식이지만 파스타나 리소토는 이탈리아인 특유의 생활 문화와 관습의 영향을 받아 발달해온 음식이기 때문이다.

빨간 토마토 파스타 사진입니다.

파스타는 어느덧 지구촌을 대표하는 ‘대중 음식’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이탈리아 현지 파스타는 정교하면서도 과학적인 요리로 인지되고 있다. 반죽의 강도와 면 삶는 시간에 따라 수십 가지의 레시피가 체계적으로 탄생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파스타는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충분한 귀족 중심 문화에서 발전된 음식이라 할 수 있다.

리소토가 하얀 접시에 담겨있는 사진입니다.

이에 반해 리소토는 서민적 음식이다. 맛이나 조리 방식은 파스타와 비슷하지만 조리 체계를 무시하는 간결함과 소박함이 깃들어 있다. 파스타는 종류에 따라 면을 삶는 시간이 6분∙8분∙10분 등으로 정해져 있는 등 엄격한 레시피가 강조된다. 반면, 리소토는 일단 조리 시간의 제약에서 자유롭다. 파스타와 리소토 모두 조리 시간이 꽤 걸리는 ‘슬로푸드(slow food)’이긴 하지만 리소토는 쌀 끓이는 시간이 면 삶는 시간에 비해 다소 자유롭고 (주재료가 면이 아니라 밥이기 때문에) 남은 음식을 재활용하기에도 좋다. 서민적 넉넉함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냄비에 쌀을 넣고 있는 사진입니다.

이렇게 볼 때 리소토엔 ‘대화를 즐기다 못해 수다스러운 느낌마저 드는’ 이탈리아인 특유의 생활 문화가 오롯이 담겼다고 할 수 있다. 팬에 불린 쌀을 넣고 중불과 약불 사이에서 40분 이상 뭉근하게 끓여내는 사이, 음식을 만드는 이와 먹기 위해 기다리는 이 간 대화가 자연스레 이뤄진다. 리소토를 가리켜 ‘가장 이탈리아다운 요리’라고들 하는 건 그런 특성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 이 칼럼은 전문가 필진의 의견으로 삼성전자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by 김연수

푸드테라피협회장 (삼성전자 에세이 필진 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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