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모로우 에세이] 조성진 음반 판매 돌풍, 클래식 음반 시장 ‘호재(好材)’ 될까?

2015/12/24 by 박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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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모로우 에세이 조성진 음반 판매 돌풍, 클래식 음반 시장 호재 될까? 여러분의 취향에 맛과 멋을 더해줄 에세이스트 8인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매주 목,금요일 삼성전자 뉴스룸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박제성 음악평론가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 한국 음악 시장에서 음반 부문은 상당히 침체돼 있다. 수요가 줄고 있다기보다 수요를 담아내는 미디어 방식이 바뀌며 ‘음반’이란 매체에 대한 소비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주위 음반사를 둘러보면 한결같이 급락하는 매출 상황을 넋 놓은 채 바라보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모양새다. 도시별로 즐비한 음식점만 해도 그렇다. 장사가 잘 안 돼 월세 낼 걱정에 한숨만 깊어간다. 그렇다면 이들을 단순히 자본주의 경쟁 체제에서 걸러지는 낙오자들로만 봐야 할까? 정말로 한국 음반 시장엔 더 이상 미래가 없는 걸까?

 

한국 음반 시장, 규모는 작지만 잠재력 상당해

이를 확인하려면 우선 21세기 들어 급변하고 있는 전 세계 음악산업의 방향부터 바라봐야 한다. 음반 시장과 음악 시장은 더 이상 뚜렷이 구분되지 않는다. 메이저 음반사들은 일찌감치 음악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일명 ‘360도 경영’이란 이름으로 음악에 관한 전방위적 분야를 흡수하고 소화해내기 시작한 것. 이제 음반회사는 단순히 음반을 제작,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일반 기업들과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노력과 시간, 자본을 아끼지 않고 있다. 클래식 음반 산업 또한 예외가 아니다.

뮤지션이 무대에서 기타와 함께 노래를 하는 모습입니다.

이제 음반사도 미디어의 다양성과 기술적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티스트 발굴·섭외·관리 등 매니지먼트 사업 △저작권(copyright)과 노하우를 획득하기 위한 인수∙합병 사업 △일반 시장을 상대로 한 광고·홍보·영업 △자동차·비행기·요트 등 공산품 제작 기업들과의 협력 등이 대표적이다. 더 나아가 영화나 콘서트 제작·기획은 물론,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콘텐츠 제작과 배포 측면에서도 IT 업체와 오디오·음향 업체들과의 제휴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쉽게 말해 현재의 음반회사들은 음악이 사용되는 모든 분야에 빠짐없이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레코드판을 바라보는 남녀의 모습입니다.

음반이 탄생한 이래 전 세계 음악 시장의 규모와 영업이익은 줄어든 적이 없다시피 하다. 음반사마다 경영과 콘셉트의 문제로 인수, 합병되는 경우는 있을지언정 음악 산업의 규모와 이윤 자체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중음악 분야는 이제 엄청나게 성장해 ‘아시아의 맹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클래식이나 재즈 등 장르별 성장세도 지속되고 있다. 그런 까닭에 유럽 음반사들은 늘 한국을 주시해왔다. 시장 규모는 중국이나 일본만큼 크지 않지만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은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레코드판이 돌아가며 음악을 재생하는 모습입니다.

더군다나 요즘 음반은 CD에 한정되지 않는다. ‘복고’ 열풍을 타고 LP 시장 매출 규모도 다시 늘고 있다. 차세대 포맷인 블루레이(Blu-Ray) 영상물 또한 DVD 시대를 마감하며 그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다. 현재 오페라 같은 장르의 새로운 프로덕션이나 오케스트라 실황 아카이브들은 거의 대부분 CD가 아니라 블루레이를 통해 발매되고 있다. 그리고 음원이나 영상물 판매 형식 또한 음반에서 온라인 스트리밍이나 다운로드, 혹은 B2B(Business to Business) 모델로서 케이블 방송이나 정규 방송국에 오리지널 소스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변화해가고 있다. 그런 까닭에 음악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음원, 즉 콘텐츠다.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으면 그 가공 형태도 시대 변화와 무관하게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것이다.

 

‘사업적 감각’과 ‘예술적 안목’ 겸비하는 게 관건

분명한 건 음악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자 기준점이 음반이란 사실이다. 이는 과거와 현재, 미래에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음반에 담긴 음원을 상업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음반사의 영업은 단순히 음반 판매량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오늘날 다양해진 미디어와 비즈니스 모델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자본 규모를 확장시킬 수 있느냐에 달린 방법과 아이디어 문제다. 한국에서 성업 중인 메이저 음반사들은 점차 이런 방향을 깨닫고 그 영역을 넓히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한국을 넘어 중국과 아시아 시장을 대상으로 조직과 목표를 재편해왔다. 그렇다면 한국 클래식 음반 시장의 현주소는 어떨까?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국내 음악 시장에서 클래식 음악의 비중은 10% 내외 수준이다. 하지만 그 규모는 계속 확장돼왔고 최근엔 그 수요층도 점점 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현상은 중·장년층에 치우친 유럽 클래식 음악 인구와 달리 20대 이후의 젊은 청중, 즉 미래의 우수 고객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발맞춰 세계적으로 인정 받을 수 있는 역량을 갖춘 한국 연주가의 잇따른 등장도 한국 시장에서의 입지 강화에 한몫하고 있다. 문제는 아직 세계적으로 인정 받을 만한 스타급 아티스트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음악적 능력이나 상업적 가치 측면에서 국내 시장을 주도할 시장과 기업, 시스템이 부족한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단순히 음반을 수입해서 팔거나 라이선스(license) 제작 형태로 판매하는 음반사는 당연히 매출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관건은 국내외 시장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사업적 능력, 그리고 내로라하는 아티스트를 확보할 수 있는 예술적 안목을 누가 겸비하는지에 달려 있다. 메이저와 마이너 할 것 없이 이 문제를 직시하고 체질 개선에 뛰어들지 않는 한 음악 시장에서 정당한 이윤을 창출해내긴 어려울 것이다. 음반 시장은 더 이상 음반만의 문제가 아니다. 음악 시장과 동의어인 동시에 ‘얼마나 창조적인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고 시장에 성공적으로 내놓을 수 있는가’ 하는 국제 문화 비즈니스 영역에 속한다. 일본은 클래식 음악에 뜻을 둔 기업들이 일찍이 클래식 소프트웨어 시장에 뛰어들어 격변의 과정을 거치며 지금에 도달했다. 한국 또한 보다 많은 국민이 클래식 음악을 중시하고 그 가치를 헤아릴 수 있을 때까지 노력과 시도를 계속해야 할 것이다.

피아노 건반을 치는 모습의 사진입니다.

쇼팽 콩쿠르 우승 직후 발매된 조성진 음반 판매량이 한 달여 만에 10만 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일찍이 전례가 없던 일이다. 혹자는 이 같은 현상을 가리켜 ‘스타(혹은 애국심) 마케팅’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실제로 오자와 세이지(小澤征爾)가 빈 필하모니커 신년 음악회를 최초로 지휘했을 당시 관련 DVD가 일본에서 100만 장 가까이 팔린 사례도 있었다. 문제는 이런 열풍이 1회성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연속성을 가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해답은 결국 꾸준한 인재 개발과 적극적 시장 개발, 글로벌 비즈니스 감각일 것이다. 물론 이 같은 논의와 별도로 조성진의 연주가 ‘21세기 대한민국 문화재’로 평가될 만큼 커다란 가치를 지닌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 이 칼럼은 전문가 필진의 의견으로 삼성전자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by 박제성

음악평론가 (삼성전자 에세이 필진 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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