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혁신의 시작은 기존 서비스를 보다 편리하게 만드는 것”_ 개발 임원이 직접 말하는 삼성 페이의 가능성

2015/10/19 by 박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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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투모로우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삼성 페이 개발을 맡고 있는 박재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무입니다. 전 삼성 클라우드를 비롯해 빅데이터·푸시플랫폼 등 다양한 공통 플랫폼과 소셜 허브, 챗온 서비스 등을 개발·운영한 경험이 있습니다. 덕분에 기술 개발뿐 아니라 서비스와 플랫폼 운영에 대한 경험도 많이 쌓았습니다. 오늘은 그 경험을 토대로 삼성 페이의 가능성에 대해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MST는 뭐고 NFC는 뭘까요?”

카드 단말기에 카드를 긁고 있습니다.

현재 모바일을 통한 결제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NFC(Near Field Communication, 근거리 무선통신)와 MST(Magnetic Secure Transmission, 일반 마그네틱 단말기에 자기 신호를 이용해 신용카드 정보를 전송하는 결제방식)이 그것입니다. NFC는 도입된 지 10여 년밖에 되지 않은 최신 기술이고 대부분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별도 단말기를 구비해야 결제가 가능하다’는 치명적 단점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부담 때문에 NFC 단말기를 보유한 전 세계 소매점은 도입 10년이 지난 지금도 3%가 채 안 됩니다. NFC와 IC 카드가 일반화된 유럽에서도 NFC가 대중화되기까진 1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습니다. NFC를 주된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기엔 아직까지 한계가 뚜렷한 셈입니다. 물론 NFC가 여전히 확산 가능성이 높은 기술인 것만은 분명하지만요.


NFC 단말기가 설치되지 않은 매장엔 대부분 일반 마그네틱 카드 단말기(MSR, Magnetic Stripe Reader)가 설치돼 있습니다. 그리고 MST를 활용한다면 기존 마그네틱 카드 단말기에서도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NFC와 MST를 동시에 도입한다면 대부분의 매장에서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허황된 말 같으시다고요? 지금도 수많은 사용자가 활용하고 있는 삼성 페이 얘깁니다. 가장 광범위하게 결제를 사용할 수 있게 한 유일한 결제 서비스죠.

삼성 페이 화면입니다.

좋든 싫든 기술은 천천히 움직이며 발전하고 있습니다. HDTV만 해도 출시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일반 해상도의 방송을 보고 있죠. 실생활에서 해당 기술이 적용되려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엔지니어로서 전 소비자가 현재 방식에서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갑작스럽게’ 변화를 받아들이도록 강요 받아선 안됩니다. 자연스러운 변화가 기술 진화를 더 앞당길 수 있습니다.

 

"하나보다 둘이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듭니다"

두 사람이 큰 퍼즐조각을 들고 맞추고 있습니다.

요즘은 어딜 가든 와이파이(wi-fi)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혹시 와이파이의 기반 기술이 뭔지 아십니까? 아마 정확하게 아시는 분은 많지 않을 겁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중요한 건 ‘쉽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가?’죠. 이게 바로 현실입니다. 소비자를 불편하게 하지 않는 기술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한 업체가 ‘모바일 결제 서비스 사용 가능 장소 안내 애플리케이션’을 내놨습니다. 제가 볼 때 이 서비스는 주객이 전도된 형태입니다. 소비자는 쇼핑할 수 있는 곳에서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사용합니다.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곳에서 쇼핑을 하는 게 아니라요.

삼성전자는 처음부터 이런 목표를 염두에 두고 MST 기술을 적용해왔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MST 자체가 아닙니다. MST는 그저 멀티모드(multimode)의 일부일 뿐입니다. 멀티모드는 NFC와 MST를 모두 지원합니다. 기존 서비스를 뛰어넘는 이성적 접근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NFC와 MST 중 어느 게 더 나은지에 대한 논쟁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가지 서비스를 모두 지원해 사용자가 이들을 구별 없이 편하게 사용하도록 하는 게 문제의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모바일 지갑의 목표는 소비자가 실제로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어야 합니다. 사실상 모든 곳에서 결제 방식이 통용되지 않는다면 소비자는 사용하지 않을 겁니다. 물론 소비자가 재미 삼아 한두 번 사용할 순 있겠죠. 하지만 그걸 갖고 “우리 기술이 받아들여졌다”고 말하긴 어려울 겁니다. 기술을 받아들인다는 건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사용한다’는 뜻이니까요.

전 벌써 1개월 넘게 플라스틱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가게에 들어갔을 때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해 ‘민망한 상황’이 벌어지진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이게 바로 삼성 페이 서비스의 핵심입니다.

 

“MST, 이래서 반드시 필요합니다”

삼성 페이로 계산대에서 결제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NFC의 보급률은 국가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평균 15% 선입니다. 특히 한국은 2% 가 채 안 됩니다. NFC 단말기가 없는 곳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 페이는 분명 유용합니다. 그리고 MST는 80% 이상의 장소에서 확실한 결제 성공을 담보하게 될 겁니다. 이는 그 어떤 기술적 설명보다 소비자에게 더 중요한 부분입니다.

앞으로 수 년간 NFC를 사용한 거래는 점점 더 늘어날 겁니다. 하지만 그 시점이 언제가 되느냐 하는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시간이 흐르더라도 구형 단말기를 사용하는 소매업자는 여전히 많을 겁니다. 구형 단말기를 쓰는 소매업자들은 NFC를 받아들이지 않을 테고, 심지어 NFC를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을 완전히 무시할 순 없습니다. 그건 결코 좋은 마케팅 전략이 아니죠. 최고의 접근 방식은 “모두에게 맞추겠습니다. 어떤 방식이든 모두 작동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겁니다.

전 삼성 페이의 성공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서 광범위한 테스트를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한국과 미국에서 수천 건 이상의 거래를 시험했죠. 물론 완벽하진 않겠지만 앞서 말씀 드렸듯 전 플라스틱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은 지 1개월이 넘었습니다. 게다가 상당히 게으른 편입니다. 결제 과정이 번거로웠다면 다시 플라스틱 신용카드를 사용했을 겁니다.

삼성 페이는 분명 시장을 변화시키고 사용자에게 큰 혜택을 안길 상품입니다.  지금까지 선보인 모바일 지갑은 하나같이 ‘일부 장소에서만 작동된다’는 한계를 갖고 있었고, 사람들은 기술에 대해 걱정했습니다. 만일 어떤 상품이 그저 흥미롭기만 하다면 기술 도입으로까지 이어지진 않을 겁니다.

소매점 가운데 불과 2%(국내 기준)에서만 작동하는 기술을 받아들일 순 없습니다. 삼성 페이는 이 부분에서 큰 강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어디에 들르든 대부분의 장소에서 작동할 테니까요.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 특정 장소에 가야 하는 게 아니라 여러분이 실제로 쇼핑하는 모든 곳,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신용카드 정보 보호 장치, 토큰화(Tokenization)

데이터 정보를 보호하는 모습의 자물쇠 그림입니다.

모바일 결제에선 보안 수준을 강화하고 카드번호의 유출·오용을 막기 위해 실물 카드 정보 대신 토큰을 사용합니다. 토큰을 사용하면 독자적 암호화와 자체 보안 설정으로 거래 형식이나 경로 등을 제어할 수 있고 정보가 외부로 유출돼도 개인 정보를 보호할 수 있습니다. 토큰 사용으로 얻는 또 하나의 장점은 기존 플라스틱 카드를 이용한 결제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토큰과 실물 카드 번호 간 치환은 TSP(Token Service Provider) 서버를 통해 이뤄지므로 은행·가맹점 등은 기존 시스템의 변경 없이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삼성 페이는 MST로 결제할 때 이 토큰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IC카드 단말기만 이용 가능? 삼성 페이는 ‘이상 무’ 

신용카드가 쌓여 있습니다.

국내 여신금융협회는 신용카드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지난 7월 21일부터 신규 가맹점은 IC 카드 단말기만 이용하도록 하는 지침을 내렸습니다. 수 년 전부터 카드사에선 IC 칩 장착 신용카드가 발급되고 있습니다. 해당 법률상 IC 칩이 장착된 카드의 경우, 신규 가맹점에서의 결제는 반드시 칩인(chip-in) 방식으로 거래해야 합니다. 단, 예외 규정으로 현재 사용 중인 기존 단말기(CAT·POS)의 경우 오는 2018년 7월 20일까지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습니다. 삼성 페이에선 1회용 카드번호를 MST 방식으로 생성, 안전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기존과 동일하게 마그네틱 방식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향후 IC 카드 단말기에서도 여전히 삼성 페이 서비스를 쓸 수 있다는 뜻입니다.

 

모바일 결제 시장이 바꿀 미래, 그리고 삼성 페이

여러 장의 카드가 연동되어 있는 삼성 페이입니다.

현재 모바일 결제는 초기 단계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모바일 결제는 물리적 카드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걸 제공해줄 겁니다. 단순한 포맷 변화가 아닙니다. 모바일 결제는 물리적 카드보다 훨씬 더 유연하고 다양한 기능을 포함한, 새로운 지급 결제 방식입니다. 카드와 달리 휴대전화 속 모바일 지갑은 항상 기기와 연동돼있기 때문이죠. 이는 카드 발행 기관이 새로운 결제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삼성 페이를 통해 휴대전화만으로 은행 ATM 출금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삼성 페이는 휴대전화만으로 은행 ATM 출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지금은 단순히 ‘현금카드를 소지할 필요 없는’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머지않아 이전까지 은행에서만 이용할 수 있었던 서비스가 삼성 페이와의 결합으로 등장하게 될 겁니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카드 발급 기관이 자신의 결제 장치(혹은 상품)을 연동하고 싶어 하지 않겠습니까? 물론 그들은 연동을 원할 겁니다. 현재 발급 기관이 사용자와 소통하는 유일한 방법은 결제 명세서를 발급하거나 일부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도록 하는 것뿐입니다.

카드 발급 기관이 결제수단과 항상 연동된다면 시장 판도는 바뀔 겁니다. 모바일 결제가 진정으로 지향하는 지점이 바로 이겁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아무런 일도 나타나지 않을 겁니다. 기술이 시장에 수용되려면 "어디서나 기술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대명제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결제 상품의 등장이 머지않았습니다. 그리고 모바일 결제는 새로운 결제 상품을 가능케 하는 유용한 도구입니다. 전 삼성 페이가 모바일 결제 시장을 선도하게 되리라고 믿습니다. 모바일 결제 시장과 삼성 페이가 바꿀 미래,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by 박재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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