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드는 따뜻한 기술] 장애인 접근성 개선 솔루션 두웰(DOWell) 개발팀
손 또는 팔 동작이 자유롭지 않은 상지 장애인들의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으신가요? 터치를 기본으로 하는 조작 환경 때문에 지금도 많은 상지 장애인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최근 삼성소프트웨어멤버십과 삼성디자인멤버십 학생들이 상지 장애인을 위해 만든 특별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크게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자체적으로 고안한 소프트웨어 ‘두웰(DOWell)’을 통해 상지 장애인들이 평소 사용하는 컴퓨터 보조 입력 기구를 활용,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장애라는 ‘벽’을 허물기 위해 뜨거운 열정과 신선한 아이디어로 도전한 젊은이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지금부터 소개해드립니다.
‘실력파’ 학생들 두웰로 하나 되다
▲상지 장애인을 위한 스마트폰 솔루션 ‘두웰’을 최초로 기획한 안현진씨
두웰(DOWell) 프로젝트의 시작은 우연한 계기를 통해서였습니다. 프로젝트를 처음 제안한 안현진(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씨는 학교 연구실에서 상지 장애를 가지고 있는 선배가 스마트폰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광경을 목격하게 됐는데요. 그 모습을 보고 평소에 어렵잖게 사용하던 기기도 장애인들에겐 접근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닫게 됐습니다.
그는 ‘어떻게 하면 상지 장애인들이 보다 쉽게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생각하낸 게 바로 특별한 소프트웨어였습니다. 상지 장애인들이 PC를 이용하기 위해 사용하는 다양한 보조기구들을 연결해 보다 쉽게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자는 게 그 핵심이었죠.
▲두웰 앱 개발의 주역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정동욱 삼성전자 소프트웨어센터 소프트웨어전략팀 선임, 강동헌 책임, 이재욱 책임(이상 임직원), 최현빈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애플리케이션 개발팀 사원, 안현진씨, 김기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애플리케이션 개발팀 사원, 윤재석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애플리케이션 개발팀 사원(이상 개발팀). 이들 외에도 마지연(홍익대 시각디자인학과 4년)씨와 정글지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사원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상지 장애인을 위한 스마트폰 앱 개발을 결심한 그가 처음으로 한 일은 뜻있는 ‘동료’들을 모으는 일이었는데요. 안현진씨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삼성소프트웨어멤버십과 삼성디자인멤버십 내 실력 있는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며 “개인 사정으로 바쁜 사람들도 있었는데 흔쾌히 허락해주고 또 열정적으로 프로젝트에 임해줘서 지금까지도 무척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장애인의 스마트폰 접근성 개선을 위한 그의 진심이 통했을까요? 적극적인 요청으로 ‘실력자’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각자 시간을 쪼개 참여하는 등 팀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준 덕분에 프로젝트가 점점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하면 좋은’ 일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일
팀이 결성된 후 그들은 먼저 상지 장애인들을 찾아가 스마트폰 사용 환경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멋지게 만들더라도 ‘사용자들이 제대로 쓸 수 없다면 소용없는 제품’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죠. 안현진씨는 지난해 7월부터 2개월간 국립재활원 인턴 사원으로 근무하며 장애인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기도 했는데요. “직접 장애인과 관련된 일을 하고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제품의 필요성을 더 실감하게 됐다”고 합니다.
▲두웰 앱 개발에 참여한 윤재석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애플리케이션 개발팀 사원
프로젝트에 참여한 윤재석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애플리케이션개발팀 사원은 “장애인들의 의견을 직접 들어보면서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하면 좋은’ 일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며 “완성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고 말했습니다.
두웰 개발팀은 다양한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장애인들에게 최적화된 앱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는데요. 지난 편(‘한국의 스티븐 호킹’ 이상묵 교수를 만나다)에 소개해드린 이상묵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와 김종배 국립재활원 재활연구소 박사가 대표적입니다. 관련 단체 등의 적극적 협조 덕분에 더욱 완성도 높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삼성전자 임직원들, 대학생의 열정을 응원하다
일사천리로 진행되던 두웰 프로젝트, 하지만 그들에게도 난관은 있었습니다. 그동안 이론으로만 파악하고 있던 기술들을 실제로 적용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인데요. 특히 물리적 입력 없이 클릭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내는 작업이 가장 어려웠다고 합니다. 상지 장애인들의 경우 스스로 스마트폰을 터치할 수 없는 만큼 이 작업이 필수적이었는데요.
▲두웰 앱 개발에 도움을 준 강동헌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애플리케이션 개발팀 책임과 이재욱 무선사업부 서비스개발팀 책임
난관에 봉착한 두웰 개발팀 앞에 손길을 내민 건 바로 삼성전자 임직원들이었습니다. 그들은 기술적 조언과 함께 삼성전자의 인프라를 활용해 제품 출시를 돕기도 했죠. 이재욱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서비스개발팀 책임은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씩 겪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며 “그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선 ‘루팅'(rooting,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한 모바일 기기에서 관리자 권한을 획득하는 것)이 필요했는데 그 권한을 가진 건 결국 삼성전자와 같은 제조사뿐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루팅을 위해선 두 가지 방법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갤럭시앱스’에 포함시켜 출시하는 방법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별도의 앱으로 개발하는 방법이었는데요. 삼성전자는 이들이 후자의 방법으로 두웰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습니다.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죠.
그리고 얼마 후 많은 사람의 노력 끝에 드디어 두웰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최근엔 우수 사례로 CHI 2015에서 전시돼 큰 관심을 모으기도 했는데요. 강동헌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애플리케이션개발팀 책임은 “두웰을 개발하느라 학생들이 정말 많이 고생했는데 결과적으로 이번에 출시된 제품이 우수한 선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크다”며 “두웰의 개발 과정과 성공 스토리가 앞으로 세상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작은 움직임’이 돼 장애인 접근성 기능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이 개선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스마트폰에서 접근성 메뉴가 사라지는 날까지
▲두웰 앱 개발을 계기로 새로운 꿈이 생겼다는 최현빈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애플리케이션 개발팀 사원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두웰 앱 개발은 이제 마무리됐지만 모두가 스마트폰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접근성 개선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입니다. 두웰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학생 중 몇몇은 삼성전자 유관 부서의 신입사원으로 입사하기도 했는데요.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더욱 멋진 기술들을 개발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윤재석 사원은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접근성에 대해 별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막상 완성이 되고 이용하시는 장애인들이 정말 좋아하는 걸 보니 무척 뿌듯하더라”며 “새롭게 생긴 꿈을 가지고 더 많은 분이 쉽게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새로운 각오를 다지게 된 건 개발을 도운 삼성전자 임직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강동헌 책임은 “궁극적으로는 스마트폰 접근성 메뉴가 사라질 수 있는 때가 오길 기대하고 있다”며 “두웰 앱을 개발한 학생들과 같은 노력이 모여 비장애인과 장애인 모두가 접근성 메뉴 없이도 자유롭게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두웰 앱 개발팀과 삼성전자 임직원들의 특별한 개발 이야기를 소개해드렸습니다. 뜻깊은 일을 위해 하나가 된 그들의 모습이 참 멋진데요. 앞으로 이들이 만들어갈 ‘따뜻한 기술’에 여러분의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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