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밍이 악보로? 정식 출시 앞둔 작곡 앱 ‘험온!’, 대학생 밴드가 써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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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미술의 3대 거장’으로 불리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늘 작은 노트 한 권을 품고 다녔다. ‘모나리자’나 ‘최후의 만찬’ 같은 걸작은 뭐든 관찰하고 기록하는 그의 습관 덕에 탄생할 수 있었던 셈이다. 사실 글과 그림으로 일상에서 떠오른 영감을 기록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떠오른 악상(樂想)을 남기려 한다면 얘긴 좀 달라진다. 작곡 관련 전문 지식이 필요할뿐더러 순간적 영감을 고스란히 타인과 공유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 작곡을 잘 몰라도 손쉽게 악상을 남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있다. 삼성전자 크리에이티브랩(Creative Lab) 소속 ‘뮤직크로키’ 팀이 제작한 ‘험온(Hum On)!’(이하 ‘험온’)이 바로 그것. 과연 실제 아마추어 음악인들은 험온을 어떻게 평가할까? 한 대학생 밴드를 만나 그들의 ‘생생 사용 후기’를 들었다.

 

“작곡에 대한 진입 장벽, 엄청 낮아지겠는데요”

험온 베타 버전을 실제로 사용해본 고려대학교 밴드 동아리 ‘아드레날린’ 멤버들. (왼쪽부터)정민지∙심의재∙송성인씨 ▲험온 베타 버전을 실제로 사용해본 고려대학교 밴드 동아리 ‘아드레날린’ 멤버들. (왼쪽부터)정민지∙심의재∙송성인씨

험온은 사용자가 허밍으로 흥얼거리는 음을 인식, 악보로 만들어주는 앱이다. 완성된 악보를 단선율(單旋律)∙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재생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고려대학교 밴드 동아리 ‘아드레날린’ 멤버들은 험온을 써본 후 “아이디어로만 머물던 생각을 실제로 구현해준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앱”이라고 입을 모았다.

심의재(정치외교학과 2학년, 드럼)씨는 “허밍만으로 음을 인식하고 멜로디를 추출하는 건 전에 없던 모바일 작곡 방식”이라며 “이 앱이 상용화되면 작곡에 대한 진입장벽이 상당히 낮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심의재씨가 자신이 허밍한 멜로디를 ‘험온’을 통해 ‘다시 듣기’ 하고 있다
▲심의재씨가 자신이 허밍한 멜로디를 ‘험온’으로 ‘다시 듣기’ 하고 있다

험온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멜로디를 인식하는 것이다. 사람 음성 중에서도 멜로디와 멜로디가 아닌 걸 구분한다. 개발진이 가장 공을 들인 것도 이 부분이다.

험온을 실행한 후 허밍으로 동요 ‘나비야’를 불렀더니 즉석에서 악보(오른쪽 사진)가 만들어졌다 ▲험온을 실행한 후 허밍으로 동요 ‘나비야’를 불렀더니 즉석에서 악보(오른쪽 사진)가 만들어졌다

험온에서 ‘녹음’ 버튼을 누르면 화면 속 붉은 점이 음의 높낮이와 연속성을 인식, 파동 형태로 움직인다. 불과 몇 초 후면 허밍 분석 결과가 악보로 완성돼 화면에 떠오른다.

정민지(경제학과 2학년, 베이스)씨는 “음의 높낮이는 사용자가 언제든 임의로 변경할 수 있어 설사 허밍 인식 결과가 흡족하지 않아도 멜로디 라인을 유지할 수 있다”며 “악보 내 음표 자체를 삭제하는 기능이 추가되면 더욱 유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의재씨는 “베타 버전의 특성상 간혹 잡아내지 못하는 음이 있는 건 아쉬운 점”이라며 “그럴 땐 ‘편집’ 기능을 사용해 악보를 일부 수정, 보완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빅데이터 활용, 완성된 선율에 반주 입힐 수도

험온에선 연주 테마별로 악기를 설정할 수 있다. 베이스의 경우 ‘어쿠스틱’ ‘일렉’ ‘슬랩’ 등 총 9종(種)의 음원을 제공한다▲험온에선 연주 테마별로 악기를 설정할 수 있다. 베이스의 경우 ‘어쿠스틱’ ‘일렉’ ‘슬랩’ 등 총 9종(種)의 음원을 제공한다

녹음 직후 완성되는 악보엔 음표와 박자, 장단까지 표기된다. 멜로디를 들을 수 있는 건 기본. 반주도 다양하게 곁들일 수 있다. 특히 반주를 입히는 과정에선 빅데이터 기술의 일종인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이 적용돼 사용자가 선택한 장르에서 가장 적합한 화음과 반주를 도출해낸다. 송성인(자유전공학부 1학년, 드럼)씨는 “평소에도 밴드 활동 하며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보려 시도하는 편”이라며 “(험온은) 음악적 효과를 다양하게 구현하려 노력한 앱이란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험온엔 △피아노 △발라드 △R&B(Rhythm and Blues) △록 △오케스트라 등 다섯 가지 테마가 있다. 모든 테마는 악기의 종류와 음량을 개별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예를 들어 ‘오케스트라’ 모드에선 높은 음과 낮은 음을 구성하는 관현악기를 각각 다르게 지정한 후 볼륨을 조절할 수 있다. 아드레날린 멤버들은 “악기 종류를 사용자가 설정할 수 있도록 해놓은 걸 보며 개발진의 배려를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험온 앱을 사용해 만들어진 음원이 궁금하다면 아래 플레이리스트를 하나씩 실행해보자. 뮤직크로키 팀이 직접 녹음한 음원을 통해 동요 ‘나비야’의 허밍이 어떻게 악보로 완성되고 다양한 장르로 변주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각각의 음원이 서로 다른 곡인 듯 다채로운 느낌을 자아내는 것도 재밌다.

▲R&B 버전

▲록 버전

▲멜로디 버전

▲발라드 버전

▲오케스트라 버전

▲피아노 버전

※뮤직크로키 팀은 “허밍 인식율을 높이고 싶다면 조용한 환경에서 허밍음에 가장 가까운 음으로 소리 내보라”고 귀띔했다

 

“악기 소리 인식되고 튜토리얼 기능 갖췄으면”

험온 베타 버전을 실제로 사용해본 고려대학교 밴드 동아리 ‘아드레날린’ 멤버들. 정민지∙심의재∙송성인씨

이날 인터뷰에 응한 세 사람이 험온 베타 버전을 사용하며 느낀 점은 뭘까? 송성인씨는 “은근히 예민한” 프로그램의 특성에 주목했다. 그는 “미세한 음성 떨림까지 음표로 만들어주는 걸 보고 좀 감탄했다”며 “사람 목소리는 기본적으로 조금씩 떨릴 수밖에 없는데 (험온은) 그런 것까지 잡아주니 종종 생각지도 못한 악보가 튀어나와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심의재씨는 험온을 써본 후 “좀 더 다양한 악기를 인식할 수 있다면 한결 완성도 높은 앱이 될 것”이란 조언을 건넸다(그의 담당 악기는 드럼이지만 이날은 아드레날린 대표 모델로 나선 만큼 ‘특별 포즈’를 취했다)
▲심의재씨는 험온을 써본 후 “좀 더 다양한 악기를 인식할 수 있다면 한결 완성도 높은 앱이 될 것”이란 조언을 건넸다(그의 담당 악기는 드럼이지만 이날은 아드레날린 대표 모델로 나선 만큼 ‘특별 포즈’를 취했다)

심의재씨는 험온에 대해 “허밍만 할 줄 알면 누구나 작곡가에 도전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란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일단 아이디어가 참신한 것 같아요. 저희도 MT 가서, 혹은 공강 시간에 동아리실에서 즉흥 연주를 종종 하거든요. 그때마다 험온을 꺼내 들면 재밌는 결과물이 나오겠죠? 정식 버전에선 허밍뿐 아니라 악기 소리까지 인식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요? 그럼 정말 좋은 앱이 될 것 같아요.”

정민지씨는 “정식 버전에 ‘튜토리얼’과 ‘공유’ 기능이 꼭 추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정민지씨는 “정식 버전에 ‘튜토리얼’과 ‘공유’ 기능이 꼭 추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앱을 다운로드해 쓰는 경우가 많진 않다”는 정민지씨는 앱 사용이 서툰 이를 위한 튜토리얼 기능을 제안했다. “험온이 제공하는 ‘메트노롬’ 기능이 정말 편리했어요. 제가 베이스를 맡고 있어 그런지 박자에 유독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거든요. 험온은 메트로놈 BPM(분당 비트 수)를 최소 60에서 최대 180까지 설정할 수 있어 정확한 박자로 녹음할 때 유용했어요.”

 

“작곡, 통화처럼 할 수 있는 날… 기대할게요!”

아드레날린 멤버들의 애정 어린 조언은 삼성전자 뉴스룸에 의해 고스란히 험온 개발진에 전달됐다. 실제로 험온 정식 버전 개발에 한창인 뮤직크로키 팀원들은 다양한 사용자 평가 결과를 취합, 베타 버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힘쓰고 있다. 단적인 예로 정식 버전 출시 이후엔 여러 번 나눠 녹음한 악보를 하나로 합칠 수 있는 ‘악보 통합’ 기능이 제공될 예정이다. 험온에 저장된 음원을 추출, 사용자가 SNS에 그 결과를 공유할 수 있는 기능 추가도 고려 중이다.

뮤직크로키 팀원들은 ‘누구나 자신의 영감을 쉽고 간편하게 기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험온을 기획했다. 비록 아직 걸음마 단계이긴 하지만 험온이 사용자의 관심과 평가를 토대로 일취월장하길 기원한다. 그래서 머지않아 ‘누구든 통화하듯 간단하게 작곡에 도전할 수 있는’ 세상을 맞게 되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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