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디딤돌 인터뷰] ‘홀로서기’ 아닌 ‘함께서기’

2022/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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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생 처음 생긴 내 방

2월 25일 오전 10시, 정민지(20세, 가명) 씨는 평생을 살아온 전북의 한 아동 보육 시설을 떠나 1시간 정도 차로 이동해 삼성 희망디딤돌 광주 센터에 도착했다. 민지 씨는 오늘부터 이 곳에서 혼자 자립 생활을 시작한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자 쓰게 된 방은 드럼 세탁기, 냉장고, 전자레인지, 밥솥, TV가 고루 갖춰진 풀 옵션의 원룸이었다.

그녀는 무엇보다 “월세 없이 관리비만 내고 살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마음에 든다”며 “다른 데 가면 월세 부담 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는데 여기서는 저축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짐 정리를 마친 민지 씨가 이번에는 근처에 있는 편의점을 찾았다.

그녀는 “자립이 집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살림살이를 위한 자잘한 일상 용품은 다 새로 장만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동 보육시설에서 생활하던 한 시간 전까지는 한 번도 사 본 적 없는 멀티탭, 건전지, 물티슈, 행주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점심을 준비하는 민지 씨는 처음으로 본인만의 식사로 라면과 자장면을 섞어 끓이는 일명 ‘짜빠구리’를 만들었다. 민지 씨는 “시설에 있을 때는 영양사 이모가 있어서 직접 음식 할 일이 없었는데 여기서는 제가 다 해아돼서 간단히 점심을 차렸다”고 말했다.

해 보지 않아서 모르는 것뿐, 못하는 게 아니라며 민지 씨는 삼성 희망디딤돌 광주 센터에서 혼자 지내면서 처음 해보는 일들과 앞으로의 생활에 기대감을 보였다.

 

□ ‘홀로서기’ 아닌 ‘함께서기’

아동 양육 시설, 공동생활가정, 가정위탁 등의 보호 체계 아래서 생활하던 청소년들은 만 18세가 되면 보호가 종료된다. 보호가 종료되면 생활하던 곳을 떠나 새로이 살 곳을 마련해 혼자 생활해야 한다.

영아 때부터 전북의 한 보육원에서 생활하다 보육원을 떠나 새로이 살 곳을 마련해 세상에 갓 나온 민지 씨도 보호가 종료된
‘자립준비 청소년’이다.

민지 씨와 같은 자립 준비 청소년들이 홀로서기를 할 때 가장 어려워하는 문제는 ‘살 곳’이다. 민지 씨는 “갑자기 혼자 살아야
한다는 것도 받아들이기 힘든데 직접 살 집까지 구하라고 하니 더 막막했다”고 회상했다.

게다가 퇴소할 때 주어지는 500만원의 정착금으로는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의 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조만간 보호 기간이 만 18세에서 24세까지 연장될 방침이어서 본인이 원하면 시설에 더 머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온전히 혼자 서야 하는 시간은 반드시 오기 마련이었다.

민지 씨는 “그 시간을 미루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해 고민이 깊어갈 무렵, 그녀는 자립 준비 청소년들을 위한 지상 5층 규모의 특별한 집, 삼성 희망디딤돌 센터가 광주에 지난해 6월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 요리부터 임대차 계약서 쓰는 법까지 차근차근 배울 수 있는 곳

삼성 희망디딤돌은 2013년 ‘삼성 신경영’ 선언 20주년을 맞아,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기부한 금액으로 시작된 사회공헌 활동이다.

만 18세부터 25세까지의 자립 준비 청소년들에게 최대 2년간, 1인 1실의 주거공간을 제공하면서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자립이 가능하도록 돕는 게 최우선의 목표다.

이를 위해 삼성 희망디딤돌센터의 담당자들은 요리, 청소, 정리 수납 등 생활에 꼭 필요한 지식은 물론이고 기본적인 금융 지식과 자산관리, 임대차 계약 등의 기초 경제 교육까지 입주자들에게 ‘1대 1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있다.

삼성 희망디딤돌 광주 센터의 김향미 과장은 “월세는 안 내지만 본인이 쓰는 공과금은 직접 내게 하고 있다”며 “그래야 생활비는 얼마가 드는지, 생활비를 알뜰하게 쓰는 법 등 경제 개념도 터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 아동복지협회 김요셉 회장

광주 아동복지협회 김요셉 회장은 “1, 2년 가지고 무슨 도움이 되냐 하는 분들도 있지만 처음 자전거를 배울 때 누가 뒤에서 잡고 있다가 놓아주면 금방 잘 탈 수 있는 것처럼 막 자립한 청소년들에게 믿고 의지할 곳이 있냐, 없냐의 차이는 인생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희망디딤돌의 역할을 강조했다.

민지 씨는 “작은 시설에서 큰 세상으로 나와서 잘 살아 남을 수 있을까 두려움이 컸고, 걱정이 많았는데, 첫 시작을 희망디딤돌 센터에서 할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라며 “주거에 대한 걱정을 던 만큼 공부를 더 열심히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민지 씨는 “시설을 후원해주시는 분들 덕택에 여기까지 왔다며, 앞으로 돈을 모아서 지금의 저같이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부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생활복지학을 전공하는 신입생이 된 그녀의 목표는 의료 사회복지사가 되는 것. 그 꿈을 이뤄 경제적, 심리적인 문제로
병원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 슬기로운 ‘집콕’ 생활

민지 씨보다 2주 먼저 삼성 희망디딤돌 광주 센터에 입주한 김지훈(21세, 가명) 씨는 아침에 눈을 뜨면 “잘 왔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든다고 했다.

지훈 씨는 “누가 희망디딤돌 어떠냐고 물어보면 진짜 ‘몸만 오면 된다’, ‘모든 게 다 돼 있다’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2층에 있는 피트니스 센터는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이용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19 상황 이후 운동할 곳이 마땅치 않아 고민이었는데 넓은 공간에 기구들도 다양해 ‘운동할 맛이 난다’고 강조했다.

▲(왼쪽) 1층 카페테리아, (오른쪽) 2층 피트니스센터

지훈 씨는 이야기 상대가 필요하거나 고민이 있으면 1층에 있는 센터 사무실을 찾는다. “재활용 쓰레기를 어떻게 버리는지, 앞으로 내가 희망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어떤 자격증이 필요한지, 학원은 어떤 곳으로 다니면 좋을지까지 센터 담당자 분들이 내 일처럼 조언해주고 챙겨준다”며 앞으로 자주 이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 삼성 희망디딤돌 센터에서 꾸는 지훈 씨의 꿈

원예학을 전공하는 22학번 신입생인 지훈 씨는 중학생 때부터 농업에 관심이 많았다. 처음에는 단순히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말에 끌렸는데 앉아 있는 것보다 몸을 움직이고 쓰기를 좋아하는 자신의 성향과도 잘 맞았다. 그래서 그는 농업고등학교에 진학했다.

학창 시절에는 종자기능사, 조경기능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친구네 과수원과 스마트 팜에서 일하며 현장 경험도 쌓았다. 지훈 씨는 “씨앗을 심으면 그 자리에 열매가 됐든 뭐가 됐든 반드시 뭔가가 나온다”며 “농사만큼 정직한 노동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원예학과를 졸업한 후에는 직접 농장을 운영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서기 위해 그는 최근에 일본어 공부도 시작했다. 언젠가 일본에서 가서 새로운 농업 기술을 배울 수도 있어 미리 준비하는 차원이다.

미래를 준비하고 계획하는 삶. 지훈 씨는 이 모든 게 안정적으로 머물 수 있는 집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지훈 씨는 “의식주 중에 가장 큰 ‘주’가 해결됐다. 집에 대한 걱정을 희망디딤돌센터가 덜어줬으니 미래를 위해 나를 위해 더 투자할 수도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훈 씨는 요즘 공부하는 분야가 하나 더 생겼다. 자립이 눈앞에 다가와 있던 작년 6월, 지훈 씨는 우연히 재테크 강의를 들었다.

그날 이후 그는 “삼성 희망디딤돌을 딛고 진짜 세상 밖으로 나갈 때 지금보다 더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경험이라면 무엇이든지 해 보자”라는 말을 매일 아침, 마음에 새기고 있다고 했다.

또, “지금까지는 남들과 출발선이 달라 결과도 다른 인생이 될 거라고 체념한 시간이 많았는데 2년 뒤에는 반드시, 노력하면 된다는 말을 몸으로 보여주고 싶다”고 자립 의지를 강하게 보였다.

 

□ 작은 변화들_나만의 ‘루틴’ 지키기

이사 일주일 만에 민지 씨의 방에 변화가 생겼다.

민지 씨는 고등학교 때까지는 교복을 입어서 옷장이 하나면 충분했는데 대학생이 되니까 두 개는 있어야 할 것 같다며 하루 종일 인터넷을 뒤져 4단 서랍장을 주문했다.

직접 조립해야 하는 제품이라 혼자 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는데 막상 해 보니까 별 거 아니었다며 그녀는 홀로서기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지훈 씨는 일상의 규칙을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 중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집에 돌아와 운동하고 밥 먹고 잠드는, 평범하지만 결코 쉽게 지킬 수 없는 일들.

오늘도 그는 새벽 5시 50분에 일어났다고 했다. 지훈 씨는 “잠은 밤 10시에 자는데 이 생활 패턴을 지킬려고 노력 중”이라며 “사람이 바뀌어야 생활도 나아진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훈 씨는 오늘 저녁은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해 먹겠다고 했다. 지훈 씨는 한 번도 만들어 본 적은 없지만, 앞으로 계속 직접 만들어 먹어야해서 하나하나씩 새로운 요리들에 도전해보고 있다.

삼성 희망디딤돌 광주센터 김향미 과장은 “혼자 한 달 이상 살아본 민지 씨와 지훈 씨를 대상으로 추가적으로 필요한 사항들을 파악해 교육 프로그램 등을 지원해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 지역사회의 관심을 불러 일으킨 삼성 희망디딤돌 센터

광주 아동복지협회 김요셉 회장은 삼성 희망디딤돌 센터 운영 후, 지역 사회 곳곳에서 입주 청소년들을 돕고 싶다며 먼저 연락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광주 진곡산단이라는 산업단지가 있는데 그쪽에서 먼저, 센터 입주자들이 기술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게 지원해주고, 산단에 있는 회사들에 취업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겠다고 연락을 해왔다”며 삼성 희망디딤돌 센터가 생김으로서 지역 사회에 주는 파급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 희망디딤돌 광주 센터에서는 지역의 경찰서 직원들이 찾아와 센터의 입주자 대상 운동기구 사용법에 대한 강의도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광주 시민들이 자립준비 청소년들을 돕기 위한 디딤돌 장학회를 결성해서 현재 9명의 청소년들을 후원하고 있다. 이 중 1명은 삼성 희망디딤돌 광주 센터에 입주한 청소년들이다.

김요셉 회장은 “돌을 하나 던지니까 그 파장이 사회적 관심으로까지 커지고 있다”며 “그 동안 저희가 오랜 시간 자립 준비 청소년에 대한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 회사가 만든 작은 사업이 사회적 관심을 끌어내는 획기적인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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