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뷰 돌파한 ‘별리섬(My Dream Class)’ 감독 배종을 만나다
“꿈 앞에서 포기해야 했던 1020세대에 따뜻한 칭찬 한마디 건네고 싶었다”
삼성전자 대표 교육 사회공헌 활동 ‘삼성드림클래스’ 소재
변요한·공승연 주연 등 제작진 화려… ‘웰메이드 단편영화’
“보기만 해도 맘 따뜻해진다” 온라인 공개 38일 만의 성과
“귀신보다 무섭고 좀비보다 살벌한 졸업, 취준생이라는 암흑의 터널로 들어가는 것이다.”
단편영화 ‘별리섬(My Dream Class)’(2018)의 첫 장면은 주인공의 암울한 독백으로 시작된다. 그저 취업에 유리한 ‘스펙’을 쌓으려 외딴 섬으로 들어가는 대학생 ‘한기탁’(변요한 분)의 모습에서, 2018년 끝자락에 서있는 청춘들은 어쩌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극중 변요한은 별리섬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며 그들에게 꿈꾸는 법을 불어넣는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도 삶의 의미를 찾아간다. 사실 주인공의 이 같은 성장기엔 영화를 만든 배종(49) 감독이 20대에 대해 갖고 있던 인식 변화가 투영돼 있다.
“삼성드림클래스 현장에서 만난 청년들은 내가 막연히 갖고 있던 20대에 대한 편견을 확 바꿔 놓았다. 그들의 밝은 에너지가 내 심장을 뛰게 했다.”
별리섬(My Dream Class)의 소재는 삼성의 교육 부문 사회공헌 활동인 삼성드림클래스다. 외딴 섬에 드림클래스 신입 영어 강사로 들어간 대학생과 통제 불능 중학생들이 꿈을 찾아가는 과정이 시종 유쾌하게 그려진다. 지난 10월 25일 유튜브·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와 네이버·다음 등 온라인 포털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된 이 작품은 공개 10일 만에 조회수 3000만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 1일 통산 1억 뷰(view, 주요 채널 합산)를 돌파했다.
1억 뷰 돌파를 기념으로 삼성전자 뉴스룸이 배종 감독을 만났다. 소식을 전해 들은 그는 신기해하면서도 그토록 많은 사람이 공감하며 영화를 봤다는 것에 생각이 많아지는 듯했다.
배종 감독은 올봄 “삼성드림클래스를 소재로 영화를 만들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고도 선뜻 수락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7년이나 진행해온 활동을 30분짜리 영상에 담아낼 일이 막막했다. 삼성드림클래스는 삼성이 교육 양극화에 따른 갈등을 줄여 사회 통합에 기여하고자 2012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열악한 교육 여건에 놓인 중학생에게 영어·수학 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이렇게 배운 학생이 대학에 진학, 강사로 다시 참여하면 장학금을 지원한다. 2018년 12월 현재 누적 참여 학생 수는 중학생 7만3000여 명, 대학생 2만여 명. 올해도 중학생 6200여 명과 대학생 155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전국 38개 도시에서 185개 주중·주말교실을 운영 중이다. 이와 별도로 방학(겨울·여름) 캠프는 총 12개가 문을 열었고 중학생 3300여 명, 대학생 1150여 명이 각각 참여했다.
– 고심 끝에 별리섬(My Dream Class)의 메가폰을 잡았다. 계기가 있었나
“30분 안에 등장 인물들의 성장기를 통해 드림클래스의 가치를 드러내는 게 어려워 보였다. 게다가 영화로서 지루하지 않게 풀어가야 하니까. (연출 제안을) 거절하러 갔다가 전남대학교에서 열린 드림클래스 여름캠프 행사를 참관하게 됐다. 그곳에서 오랜만에 가슴 한편이 뜨겁게 뛰는 느낌을 받았다. 어쩌면 이 작품이, 나도 모르게 빠져있던 매너리즘을 극복하게 해줄 수 있겠단 생각이 들더라. 그 자리에서 최면에라도 걸린 듯 ‘해보겠다’고 말했다. 삼성드림클래스는 너무 외진 데 살아서, 혹은 뭔가가 부족해서 제대로 교육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돕는 프로그램 아닌가. 그 사실을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 오랜만의 단편영화 작업이라고 들었다. 현장 분위기는 어땠는지
“별리섬(My Dream Class)의 흥행을 이끈 건 8할이 배우의 힘이다. 특히 주연을 맡은 변요한씨는 드라마 ‘미스터션샤인’(tvN)이 끝난 지 1주일 만에 우리 영화에 합류했다. 어느 배우라도 큰 작품을 끝낸 다음엔 쉬고 싶어하는데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려줬다. 당시 요한씨가 그러더라, 단편영화를 하면서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그때 ‘아, 변요한이란 사람이 이런 배우구나!’ 생각하며 감동을 받았다. 순수성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그래서 고마웠다. 촬영 기간 내내 스태프들 모두 현장을 즐겼다. 내게도 그 시간은 ‘힐링 타임’이었다. 별리섬(My Dream Class)은 스토리텔링적 측면에서 장편영화의 특성을 많이 갖춘 작품이다. 각 등장 인물의 성장 과정을 담아내야 해 장면 수(cut)도 많이 필요했다. 우리에게 허락된 촬영 횟수는 단 5회. 작품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콘티 작업 단계에서부터 노력을 많이 기울였다. 촬영은 지난 9월 제주에서 진행됐는데 다행히 날씨 운이 좋았다. 폭우 예보를 전부 피해 가 스태프 사이에서 “올해 운 다 끌어 쓴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돌 정도였다.”
별리섬(My Dream Class)은 ‘웰컴투 동막골’(2005) ‘조작된 도시’(2017) 등의 영화로 연출력을 인정 받은 그가 개명(박광현→ 배종)한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영화다. 30여 분의 러닝 타임에 코미디·공포·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적 특성이 고루 담긴 게 특징. 여기에 ‘미녀는 괴로워’를 쓴 노혜영 작가가 합류, 톡톡 튀는 캐릭터와 대사까지 완성됐다. 나머지 제작진의 면면도 화려하다. △촬영 남동근 감독(‘안시성’) △색보정 덱스터스튜디오(‘신과 함께: 인과 연’) △음악 모그(‘밀정’ ‘동주’ ‘수상한 그녀’)…. 극중 ‘정석’ 역을 맡은 배우 공승연과 걸그룹 트와이스 멤버이자 공승연의 친동생 정연이 참여한 OST 주제곡 ‘별처럼’도 화제를 모았다.
–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낸 비결에 대해 스스로 평가한다면
“별리섬(My Dream Class)은 완전히 창조해낸 이야기가 아니라 오랜 기간 쌓여온 실제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이야기다. 삼성드림클래스 관계자와 강사로 참여한 대학생, 수업을 받은 중학생을 차례로 취재하며 날 포함한 제작진이 여러 번 감동했다. 우리가 느낀 감정을 영화에 고스란히 담아내려 노력했는데 그 덕분에 사람들이 많이 공감해준 것 같다. 댓글 중 ‘영화를 보며 위로 받았다’ ‘내 얘기 같다’는 내용이 많다고 들었다. 고3 딸아이가 말해준 댓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영화를 보고 나니 삼성이란 기업이 좋아질 것 같다’였다. 감독으로서 여러 의미로 기분 좋은 반응이다. 너무 감사하다.”
– 별리섬(My Dream Class)은 삼성의 사회공헌 활동인 삼성드림클래스가 소재인 작품이다. 평소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어떻게 생각해왔는지 궁금하다
“내 딸은 삼성드림클래스를 이미 알고 있더라. 학생들 사이에선 꽤 인지도 높은 프로그램이란 걸 이번에 알았다. 이번 작업을 진행하며 삼성드림클래스 운영진의 ‘진심’을 봤다. 사실 대기업이 펼치는 사회공헌 활동, 말처럼 쉽지 않은 게 현실이지 않나. 이런 행보를 꾸준히 지속해오고 있다는 것 자체로도 칭찬 받을 만하다. 내 평소 지론이 ‘칭찬은 더 크게 알리며 해야 한다’는 것이다. 칭찬은 뭔가를 더 좋은 쪽으로 발전시킨다고 믿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번엔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의미와 가치에 방점을 두고 작업했다. 삼성은 한국인의 일상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고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기업이다. 그런 만큼 앞으로도 꾸준히 사회적기업으로서의 역할을 해나가길,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바란다.”
– 영화를 보는 내내 ‘꿈과 그 추구에 대한 가치를 말하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더라
“내 20대를 돌아보면 어른들의 칭찬에 힘입어 거침없이 꿈을 추구해갈 수 있었다. 대학교 4학년 때부터 내 꿈은 영화인이었다. 모든 게 풍족한 여건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생활고나 주변 시선 때문에 꿈을 포기할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요즘 젊은 친구들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벌써 너무 많은 걸 포기하는 데 익숙해진 모습을 보며 어른으로서 미안한 마음이 컸다. 이번 영화를 통해 그들에게 ‘그래도 아직 세상은 희망을 품을 만한 곳’이란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 주된 시청 연령층이 10대와 20대다. 그들에게 무슨 말을 해주고 싶었나
“삼성드림클래스 강사는 대학생이다. 강사 친구들을 만나 대화해보면 처음엔 자기가 아이들에게 뭔가를 가르치겠다며 시작하지만 결국 자신이 제일 많이 배우고 변화한다더라. 자신을 믿고 의지하는 사람이 있단 사실을 20대 때 느끼긴 쉽지 않다. 별리섬(My Dream Class)을 보는 대학생들이 삼성드림클래스를 통해 스스로 변화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되길 바란다. 삼성드림클래스 수업 대상인 중학생에겐 ‘날 믿고 지지하는 사람이 어딘가엔 반드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길지 않은 영화지만 그 안에 묻어나는 따뜻함, 그 느낌과 감성을 감각적으로 느꼈으면 한다.”
– 꿈이란 게 비단 10대나 20대의 전유물은 아닐 것이다. 마음속에 간직해온 꿈이 있다면
“농담으로 ‘140살까지 살겠다’고 말하며 다닌다. 그만큼 영화감독으로 오래 일하고 싶어서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영상을 통해 사람들과 교류하고 소통하며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난 내 일이 너무 좋다. 좀 더 가깝게 그리고 있는 꿈은, 오래전부터 기획해온 SF영화를 완성시키는 것이다. 장르적 특성상 제작비도 많이 들고 한국 시장에서 제작하기엔 여러모로 어려움이 있다. 요즘은 그 (SF)영화를 만들 수 있을 만큼 감독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다채로운 영화를 기획 중이다.”
– 어떤 영화감독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별리섬(My Dream Class) 때도 그랬지만 영화를 만들 때 가장 중시하는 게 하나 있다. ‘소외 계층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담자’는 것이다. 이때 ‘소외’란 비단 경제적 소외만을 뜻하지 않는다. 마음 한편에 외로움을 간직한 이, 이런저런 이유로 사회에서 고립된 이 모두가 소외 계층 아닐까? 내가 만든 영화로 그들에게 온기를 건네고 싶다. 특히 10대에겐 그들의 손을 잡아주는 ‘용감한 어른’이 절실하다. 그맘때엔 누구나 쉬이 상처 입고 폭주할 수 있으니까. 좋은 어른의 역할이 필요한 것도 바로 그 순간이다. 이제껏 꽤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들어왔다. 혹자는 내 영화들 사이에 ‘교집합’이 없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그 모든 작품에 나만의 세계관이 확고히 존재한단 사실이다. ‘외로운 인간상에 위로를 건네는 영화’가 그것이다. 난 앞으로도 ‘위로가 필요한 누군가에게 기꺼이 손 내미는’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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