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참깨! 잠겨진 문에 걸린 와이브로의 운명

2010/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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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번의 기회 

“아직 개발 중인데, 시연은 위험합니다.”

“21개국 정상들이 참석하는 APEC정상회의는 와이브로를 세계에 알릴 좋은 기회가 분명합니다.”

“시제품 완성단계이기는 하지만 우리 기술을 우리가 믿어 봅시다.”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 와이브로 시연회, 아직 개발중인데 시연은 위험합니다, 와이브로를 세계에 알릴 좋은 기회입니다!!! 우리 기술, 우리가 믿어 봅시다, 짐 싸세요
개발중인 휴대인터넷 ‘와이브로’를 시연할 기회가 생겼다. 정보통신부, 삼성전자, 국내 서비스사업자인 KT 등이 3개월 간의 협의 끝에 2005년 11월 부산에서 개최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와이브로 시연회를 갖기로 결정한 것이다. 아직 기술이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개발한 와이브로기술을 선보임으로써 세계시장을 선점할 좋은 기회라는 의견에는 일치했다.

“개발하고 검증한 뒤에 APEC에서 시연하려면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개발은 개발대로 진행하고, 검증은 부산에 내려가 실험실을 따로 만들어서 진행해야 할 듯싶습니다.”

“그게 쉽지는 않을 겁니다. 개발과 검증을 동시 진행해도 어려운 점이 많은데, 검증을 부산에서 따로 한다면 문제 공유에 어려움이 더 커집니다.”

“그래도, 여건에 맞춰 하도록 해 봅시다. 불가능하다고 하던 와이브로 개발을 일 년 만에 해낸 우리가 아닙니까!”

새 기술을 선보이기까지 3개월이라는 기간은 아무래도 촉박했지만 그 동안 헤쳐온 것을 고려하면 다시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3개월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임원회의를 진행하면서 밤낮을 가리지 않는 개발팀을 뒷받침했다.

마침내, 2005년 11월 14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열리는 부산전시컨벤션센터 인근에서 계속 시계를 들여다보는 사람이 있었다. 벌써 새벽 세 시가 지났다. 여러 번 점검하고 또 점검했는데도 도무지 원인을 알 수 없어 애꿎은 안테나를 의심하며 괜스레 건드려 본 것만도 벌써 몇 번째다.

2005년 부산 시연 당일, 잘됐는데...ㅠㅠ, 처음부터 끊긴게 아니니 잘 되던 때로 다시 점검해 봅시다
와이브로’ 시연버스는 노선을 따라 운행하고 있었지만 화면은 정지 상태였다. 잘 가동되던 와이브로가 오늘 갑자기 불안정해지더니 LCD 모니터에서 인터넷 화면이 뜰줄을 모른다. 아시아·태평양 각국 정상들과 정보통신 관련 CEO들이 한꺼번에 모이는 자리인 만큼 더 나은 서비스를 보여주겠다고 욕심 부린 것이 화근이었다. 날이 밝으면 바로 시연에 들어가는만큼 시스템 전체를 다시 손볼 여유는 없었다. 대책회의는 소집되었으나 달리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VIP를 태운 차는 언제 출발하지요?”

“오전 여덟 시입니다.”

회의실에서는 이런저런 방법을 시도해보자는 제안들이 쏟아져나왔다. 연륜이 쌓인 김영기 전무야 더 말할 나위가 없지만 젊은 연구원들조차 이런 상황이 낯설지는 않았다.

경우에 따라 긴장 강도가 달라 그렇지 결국은 어떤 방식으로든 문제를 해결해왔다. 이렇게 막막한 경우를 넘겼을 때 연구원들은 ‘사선을 넘었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지금 이 문제는 기술로 해결하겠다고 덤빌 일이 아닌 듯합니다. 원인도 모르는 상황에서 자꾸 소프트웨어나 장비를 건드리면 문제가 더 커질 수 있으니까, 운영으로 접근해봅시다.”

‘사선’을 자주 넘어 본 김 전무가 당황해 하는 일부 연구원들을 가라앉혔다.

“처음부터 끊긴 게 아니니까, 잘 되던 때로 돌아가 점검해 봅시다. 기록을 다 가져오세요. 그때 순서대로 다시 하겠습니다.”

일단 운영 쪽으로 접근하자는 결정을 내리자 모든 연구원들은 김 전무의 지시에 따라 신속하게 움직였다. 4시가 넘어가는 무렵에 인터넷 화면이 잘 떠 있던 시간대와 그때의 운영 순서를 알아냈다. 이 순서대로 계속 반복해보니 과연 다섯 시 경부터는 시연버스가 이동하는 중에도 영상 화면이 잘 흐르고 있었다.

문제를 해결했다는 안도감에 다들 기분이 좋아져 시연버스를 서너 번 더 돌게 했으나 이동 영상은 그동안 한 번도 끊이지 않았고 다른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 김 전무도 긴장이 풀렸다. 아침 일정을 위해 잠깐 숙소에 들러 샤워하고 남은 한 시간 정도 눈을 붙이기 위해 침대에 누웠다. 그러나 잠시 동안의 휴식은 돌연 울려온 휴대폰 벨소리에 순식간에 깨졌다.

곧 시연버스가 올 시간이야! 불러! 찾아야해!, 건물주인! 문 열어 주세요~, 잘됐는데...ㅠㅠ, 고장난 앰프가 설치된 건물 문이 잠겨있습니다
“또 안 됩니다.”

전화기 너머에서는 상황을 지켜보던 연구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여섯 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와이브로 첫 시연은 오전 여덟 시. 이제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에는 무슨 문제인가?”

시연을 준비한 3주 동안 괜찮던 앰프가 말썽이었다. 앰프가 망가진 건 한눈에 확인 할 수 있는 문제이고, 여유분의 앰프가 있으니 이번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듯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복병이 숨어있었다. 한 연구원이 당황한 기색으로 앞에 섰다.

“앰프를 설치한 건물 문이 잠겨있습니다.”

김영기 전무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이유로 첨단기술을 담은 와이브로 시연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얼마나 우스꽝스러우랴. 연구원들이 총동원되어 건물주인을 소리 질러 부르며 건물 숲을 샅샅이 뒤졌다. 원시적인 방법이지만 효과가 있었다.

“누군교?”

건물 주인이 눈을 부비며 나타났고, 상황을 설명하는 동안에도 시간이 흘렀다. 연구원이 마침내 앰프를 들고 나타났을 때는 이미 시연시작 시간인 오전 여덟 시가 가까운 시각이었다. 연구원 손이 바쁘게 움직이고 앰프의 마지막 선을 꽂고, 이제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는 표정으로 일어섰다.

“시연버스가 옵니다!”

시연버스가 옵니다!, 또 한 번의 사선을 넘었습니다, '멍'도 잡고, '문' 도 열고...감사합니다~, WOW! 달리는 차에서 인터넷을?!!, 무선 초고속 인터넷 대단합니다!
옥상에서 동정을 살피던 연구원이 소리치며 가리키는 곳에서 VIP를 태운 시연버스가 나타나더니 건물 앞을 지나쳐갔다. 슬로우 모션으로 돌아가는 영화 장면처럼 아주 느린 속도로 느껴졌다. 그 시각, 버스 안에서 VIP들은 이동 중에도 끊이지 않는 초고속 인터넷 화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시연은 성공이었다. 소식을 전해들은 연구원들은 맥이 풀려 주저앉아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지만 입가에는 웃음이 번져 있었다.

2005년 APEC정상회의 행사에서 실시한 세계 최초 와이브로 시연은 마침내 성공했다. 아시아·태평양 각국 정상들의 눈앞에서 성공했다는 것은 세계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by 삼성전자 기업블로그 운영팀 블루미

다음편에는 계속해서 흥미진진한 와이브로 개발사를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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