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은 없다! TV를 벽에 걸어라!
“너무 성급한 거 아닙니까?”
“지나치게 앞서가다간 되레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2004년 그런 전례를 직접 목격하지 않았습니까.”
2008년 4월 수원사업장의 한 회의실.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윤부근 사장과 임원진들이 ‘2009년형 TV 모델’ 선정을 두고 격렬한 논쟁을 펼치고 있다. 윤부근 사장이 보르도 신화를 이어갈 주역으로 발광다이오드(LED) TV를 풀 라인업으로 가져가겠다는 과감한 승부수를 던지자, 한 임원이 경쟁업체의 실패 사례를 거론하며 제동을건 것이다. 회의실에는 기나긴 침묵이 흘렀다. 삼성전자가 어떻게 4년 연속 TV 1위를 이어 갈지 여부가 이 날 회의 결정에 따라 판가름 난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중요한 자리였다.
“누가 사업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겠지요. 우리가 만들면 시장이 창출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부근 사장의 자신에 찬 목소리였다. 보르도를 통해 시장 선점의 중요성을 경험한 윤부근 사장은 업계에서 보는 것보다 LED TV 시장은 훨씬 더 큰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향후 15%의 성장률을 지속한다면 2017년에는 현재의 D램 시장 규모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시장이 만들어지기를 기다리면 너무 늦는다고 판단한 윤부근 사장은 LED TV시장을 창조할 채비에 나섰다. 같은 시기 수원사업장 VD사업부에는 실무진이 모여 2009년 시장에 출시될 상품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이제는 화질 하나만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네. 고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해. 이미 얇아지고 가벼워진 TV에 사람들이 더 바라는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소비자 요구사항 중에 이런 게 있어요. 벽에 TV를 걸어 두고 멋있게 보고 싶은데 설치공사가 복잡해서 포기하고 결국 스탠드형으로 사용하게 된다는 거죠. 그런데 걸어두지 않고 세워 두고 보면 슬림하다는 느낌이 약해져요. 벽걸이 TV에 대한 미련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겁니다.”
“맞아. 우리 집사람도 그런 불평을 하더군. 쉽게 벽에 걸려면 어떡해야 할까? 액자처럼 만들면 못 하나만 박아서 누구나 걸 수 있을 텐데….”
“액자요? 그럼 패널을 종이 두께로 만들어야 할 걸요. 그건 너무 심하잖아요.”
‘액자’라는 발언을 한 상품기획실 이경식 상무 역시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LED TV의 두께는 94mm. LED TV를 최초로 개발한 기업에서 만든제품이 그 정도인데 하물며 두께를 절반도 아닌 4분의 1수준으로 줄인다니 누가 생각해도 가까운 미래에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모두의 머릿속을 스치고 있던 그때였다.
“꼭 불가능한 건 아닌 거 같은데….”
선행개발팀 송영란 수석의 혼잣말이었다. 모두의 시선이 일순 송 수석에게 모아졌다.
“시제품이긴 하지만 우리한테 10.8mm LED 패널이 있잖아요. 무게도 40인치가 10kg 정도 밖에 안 되니까 액자 컨셉으로는 딱이네요. 한번 해 볼만 하지 않나요?”
회의 참석자들이 놀란 건 그 ‘용감한 도전정신’ 때문만은 아니었다. 상품기획단계에서 상품기획자가 아닌 개발자가 먼저 파격적인 사이즈 혁신을 제안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LED의 발광현상이 최초로 발견된 것은 100년 전인 1907년. 이후 적색 LED(1962), 녹색 LED(1968)가 발명되었고, 1996년 일본 니치아(日亞)에서 백색 LED를 개발하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었다. 이 날 회의실에 모인 이들 모두에게 ‘LED가 TV 시장을 장악하게 될 것’이라는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었다.
과거 TV의 대명사였던 브라운관(CRT)이 백열등 수준 화질이었다면, 냉음극 형광램프(CCFL)를 백라이트로 사용한 LCD 는 형광등 수준이고, ‘빛을 내는 반도체’로 불리는 발광 다이오드를 광원으로 사용하는 LED TV는 지금까지의 TV 화면과는 차원이 다른 ‘빛의 화질’을 구현할 수 있었다. 하지만 LED TV의 시장은 ‘먼 미래에 일어날 일’이라는 것이 모든 이들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송 수석이 ‘가능성’을 제시하자 여기저기서 다른 개발자들이 액자 같은 TV를 구현할 아이디어를 쏟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TV가 액자처럼 슬림해 진다면 낙하산 줄 같은 와이어(Wire)로 걸이를 만들면 어떨까요? 벽체 공사를 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넥(neck) 부분을 투명하게 만들면 마치 액자처럼 떠 있는 느낌이 생기지 않을까요?”
경영진의 비전과 실무자들의 의지가 암묵적인 혼연일체(渾然一體)를 이뤄내자 ‘액자 같은 TV’ 개발에 급 시동이 걸렸다. 보르도를 통해 슬림의 파격에 단련된 소비자들을 다시 한 번 놀라게 할 새로운 신화 탄생이 시작된 것이다.
다음편에는 계속해서 흥미진진한 와이브로 개발사를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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