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펜보다 가늘게 만들고 싶었어요

2010/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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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종(種)이 태어나다

LED 연구개발에 착수한 것은 2007년 11월. LED TV 개발은 전자 VD사업부 개발2그룹과 메카그룹의 50여 명의 엔지니어들이 주축을 맡았다. 50여 명의 팀은 다시 회로파트(김광연 수석), 패널파트(송영란 수석), 기구파트(정성수 수석), 파워보드 파트(장길용 수석) 등으로 나뉘었다. LCD사업부에서는 박진혁 상무가 총 책임자가 되었다. 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가장 먼저 논의한 사안은 ‘얼마나 슬림해야 하는가?’에 대한 기준점을 찾는 것이었다.

‘1인치로 끊어 보자’는 상품기획팀의 요구와 ‘손가락 굵기는 넘지 않겠다’는 개발자들이 숙고하며 찾아낸 최종 합의점은 ‘두께가 30mm를 넘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볼펜보다 얇게 만들어 오게, 그 다음은 내가 책임지겠네.”

LED연구개발팀! 볼펜보다 얇게 만들어오게!!!, 1인치, 두께에 3자를 보이지 않게!!!, 손가락보다 가늘게, 얇게?내가 밀어 줄까?

상품기획 보고를 받은 윤부근 사장은 시장을 창조할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컨셉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엔지니어들은 ‘볼펜보다 얇은’ 20mm대의 초슬림 TV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LED를 백라이트 유닛(BLU) 전체에 바둑판 모양으로 촘촘하게 배치하는 기존의 ‘직하형’ 구조 대신 LED를 백라이트 유닛 테두리에 두르는 ‘에지형(Edge)’ 기술을 취해야 한다는 데 쉽게 합일점을 찾았다.

직하형은 특성상 에지형에 비해 백라이트가 50mm 두꺼워질 수 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에지형은 소모되는 LED 양이 적어 완제품 가격을 저렴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LED TV의 상용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다.

그 때까지 에지형 기술은 휴대폰·내비게이션 등 중소형 애플리케이션용에만 적용되어 있었다. 두께와 소비전력, 가격 모두 에지형이 유리하지만 그만큼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했기에 대형 사이즈에서는 그 어떤 기업도 성공한 사례가 없었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는 전적으로 에지형의 문제점인 ‘열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분산시킬 것이냐’에 대한 매듭 풀기에 달려 있었다. 경쟁업체에서 40인치 이상 에지형 구조의 LED TV 제품을 내놓지 못하는 것도 모두 이 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였다.

대형 패널에 구현할 경우 두께가 얇아 열이 발생하면 뒤틀림이 발생할 수도 있었고, 열 균일도가 틀어지면 화질이 나빠지기 때문에 열 분산 문제를 해결하면 성공 열쇠를 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의 열 해석 전문가가 직접 나섰다.

“가장 기본으로 돌아가 봅시다. 열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습성이 있잖아요. 그런데 기존 패널에는 열을 많이 발생시키는 부위인 영상보드 T-Con이 맨 위쪽에 부착되어 있습니다. 반전설계를 해서 영상보드 T-Con을 아래로 내린다면 어떨까요? 아마 10℃ 이상은 충분히 낮출 수 있을 겁니다.”

테스트 결과는 반신반의했던 엔지니어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설계를 다시 하지 않고 도광판을 돌려 위아래 방향만 바꾸었을 뿐인데 열이 16℃나 떨어진 것이다.

해결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하자 엔지니어들의 창조적인 도전은 급물살을 탔다.

발열을 줄이기 위해 TV 회로를 감싸는 패널 뒷면에 공기가 순환되도록 ‘Air Pipe(공기통로)’를 적용했고, 기구팀에서는 LED의 전극을 직접 외부와 연결하는 Heat Sink(열 발산판)방식을 적용해 방열(放熱) 효율을 향상시켰다. 또 얇은 패널에서 발생할 수 있는 뒤틀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알루미늄 패널을 프레스 형으로 설계, 강도를 극대화했다.

수많은 부품으로 이뤄져있다 보니 각 개발 파트의 긴밀한 협조도 중요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와글와글 미팅’을 도입했다. 와글와글 미팅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의견을 교환하는 일종의 두뇌 미팅이다. 개발 기간 동안 수십 번의 와글와글 미팅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도출됐다.

후발 주자가 따라올 기회를 열어 주며 조금씩 앞서는 것이 아니라 감히 따라오지 못할 수준의 원천기술을 개발해 브랜드파워 1위에 올라서겠다는 윤부근 사장의 다짐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놀라울 만큼 순조로웠던 에지형 LED 개발은 양산을 두 달 앞둔 12월 마무리 시점에 이르자 기어이 대형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코너 부분을 놓쳤어요. 코너 부분에 빛샘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LED가 맞닿는 부분인 모서리의 4개 부분에 희미하게 빛이 새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원인은 온도 편차 때문이었다. 열 분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구조를 다시 만들고, 형상을 변경시키는 등 수백 가지의 아이디어를 쏟아 내며 테스트를 거듭했다.

VD사업부와 메카그룹 엔지니어들이 함께 모여 끝도 없는 밤샘작업을 시작한지 한 달쯤 지났을 때, 연구원들은 빛샘 현상이 나타나는 모서리 부분에 적용되어야 할 최적의 온도편차를 도출해냈고, 수십 번의 테스트를 거쳐 새나가는 빛을 철벽 수비하는 데 성공했다.

엔지니어들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전자제품이지만 수은·납 등이 전혀 없는 친환경 소재를 적용했고, 전력 소모면에서도 55인치 LED TV 전기료를 32인치 LCD TV 수준으로 줄여 40% 이상 에너지 절감 효과를 거두는 데 성공했다.

빛 샘 철벽수비, 열잡았으~, 더 얇고 단단하게
LED TV에 들어간 부품은 전부 새로 설계되었고, 그러한 노력의 결과 1,100건의 핵심특허를 확보하기에 이른다. 선발주자는 아니지만 설계에서 패키지까지 모든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2009년 3월 17일, 국내와 유럽을 시작으로 북미, 중국, 동남아 등 글로벌 시장에 등장한 세계 최초의 대형 LED TV 6000/7000 시리즈는 출시 50일 만에 20만 대 판매 돌파 기록을 세우며 지난해 전 세계 LED TV 시장 규모 19만 대를 가뿐히 뛰어 넘었다.

이는 경…쟁기업들의 예상을 뒤엎고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LED산업을 미래먹거리로 선점해둔 결과였다.

또한 2006년 40인치 RGB LED TV 개발을 시작으로 2007년 70인치 White LED TV를 개발해낸 삼성전자의 하이엔드 기술력이 없었다면 지금의 성공을 확신하긴 어려웠다.

2009년 세계 최초 대형 LED TV 출시 -삼성전자-, 아직 보여줄 것이 더 많습니다! 나는 아직 배고프다~, 출시 50일 20만대 판매 돌파, 볼펜보다 얇은 20mm대 초슬림TV

VD사업부와 메카그룹 엔지니어들은 ‘아직 보여 줄 것이 더 많이 남았다’고 말한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빛을 LED로 구현하겠다’고 공헌하는 삼성전자는 이제막 2쿼터에 들어섰을 뿐이라고 말한다

블루미(삼성전자 기업블로그 운영자)
다음편에도 계속해서 도전정신이 살아있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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