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삼성부부의 노르웨이 여행기 1탄

2011/10/15 by 블로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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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내기 삼성부부의 노르웨이 여행기 1탄

 
봄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던 4월 무렵,신혼 여행을 다녀온 지 채 6개월이 지나지 않았는데 못말리는 방랑벽이 다시금 살랑 살랑 내 마음을 흔들었다. 직장생활 5년차. 1년에 한 번씩은 어딘가로 떠나야 직성이 풀리는 이 못된 버릇!

틈만 나면 여행사 사이트에 접속해 여행 상품을 알아보며 여름 휴가 생각에 마냥 들뜨던 그 무렵,

TV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다. 노르웨이에 여행을 왔다 피요르드(Fjord)에 매료되어 그 곳에서 농사를 짓고 사는 부부의 환한 미소를 보고 올 여름 여행지를 노르웨이로 결정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웬 날벼락! 떠나기 이틀 전 토요일 아침, 짐을 꾸리던 중 믿겨지지 않는 황당한 소식을 들었다. 평화롭기 그지 없다는 ‘노벨상의 나라’에서 70여 명의 사상자를 낸 끔찍한 테러가 발생했단다. 슬프고 안타깝고 놀라운 마음은 이내 근심거리로 바뀌어 뉴스를 몇 번이고 반복해 보았다. 여행을 취소하자니 어마어마한 환불 수수료가 아까웠고, 눈 질끈 감고 떠나자니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무엇보다 나라 분위기가 말이 아닐 텐데…

고심 끝에 사고가 일어났던 수도 오슬로를 빼고 베르겐에서 하루 더 머무는 것으로 여행 일정을 변경했다. 이렇게 뒤숭숭한 마음과 걱정, 그리고 설렘이 뒤섞인 오묘한 마음으로 노르웨이를 향해 떠났다.
※ 모든 사진은 NX10 으로 직접 촬영한 사진입니다 🙂

노르웨이 경유항공편

▲ 출처 :구글맵/출처가 명기된 이미지는 무단 게재, 재배포할 수 없습니다


한국에서 노르웨이까지는 직항 항공편이 없다. 따라서 경유 항공편을 이용해야 하는데, 거리상 가장 짧은 핀란드 항공을 이용하기로 했다.

테러의 여파일까? 인천 공항에서 약 9시간을 날아 도착한 헬싱키 공항에서는 꽤 까다로운 입국심사가 있었다. 이것 저것 어찌나 물어보는 것이 많은지…

이 곳에서 오슬로 공항까지 2시간, 그리고 오슬로에서베르겐까지 1시간, 비행기를 중간에 갈아타는 시간을 합치면 인천을 떠난 지 약 17 시간만에, 우리 부부는 비로소 베르겐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보통의 경우 오슬로에서 베르겐까지는 기차로 이동하며 피요르드를 구경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신랑이 교대근무를 하는 터라 휴가를 길게 쓰지 못해 우리 부부는 비행기로 한방에 이동했다.

북위 60도, 선선하다 못해 쌀쌀하기까지 한 이 곳은 백야가 한창이었다. 밤 열한시가 넘어도 지지 않는 질긴 태양을, 두꺼운 암막 커튼으로 꼭꼭 가렸다.그래도 백야 때문이었는지, 시차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설렘 때문이었는지 첫날 밤은 거의 설치고 말았다.

“따르르릉~ “

비몽사몽, 알람 소리를 듣고 일어나 커튼을 걷으니 베르겐 항구가 한 눈에 내려다보였다. 어제 밤엔 피곤해서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제법 전망이 좋은 방을 배정 받았던 모양이다. 호텔 식당에서 신선한 치즈와 햄, 빵으로 아침 식사를 했다. 작은 호텔이지만 음식 맛은 나쁘지 않았는데, 노르웨이에서만 생산된다는 산양 젖과 우유를 섞어 만든 갈색 치즈에서는 독특한 캐러멜 맛이 났다.

첫 날은 노르웨이의 피요르드 중 가장 규모가 크다는 ‘송네(Sogne) 피요르드’ 를 보러 가기로 했다. 피요르드 투어는 기차, 버스, 페리 등의 교통수단을 다양하게 갈아타야 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미리 모든 교통 수단이 포함된 1일 패스를 구입해두었다.

베르겐 역


비가 올 것 같이 흐린 날씨에, 우산을 챙겨 들고 호텔을 나섰다. 
걸어서 베르겐 역에 도착하니 간소한 플랫폼에 뮈르달(Myrdal)로 향하는 열차 시간이 표시되어 있었다. 열차 시간 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어 역에 있는 커피숍에서 카페 라떼를 한 잔 사서 몸을 녹였다.

이윽고 열차가 도착했다. 생각했던 것 보다 상당히 낡아 보이는 열차가 왠지 친근하게 느껴졌다. 어디에선가 나타난 배낭을 멘 여행객들이 잔뜩 열차 객실을 채웠다. 기차는 플랫폼을 벗어나 피요르드의 깊숙한 곳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역방향으로 앉은 터라 조금 멀미가 나긴 했지만 터널과 터널 사이,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아름다운 풍경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뮈르달은 산으로 둘러 쌓인 작은 시골 마을


뮈르달은 산으로 둘러 쌓인 작은 시골 마을이었다.
이 곳에서부터는 별도의 산악 열차로 갈아 타고 플람(Flam) 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열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날 법한 좁은 길과 터널 구간이 이어졌다. 온통 암벽으로 이루어진 이 구간을 다이너마이트를 이용해 터널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아찔하면서도 환상적인 절경에 저절로 탄성이 나왔다.

그리고 드디어 송네피요르드의 한 자락, 플람에 도착했다. 이 곳에서부터는 피요르드를 따라 구드방겐(Gudvangen)까지 페리로 이동을 하게 되는데 출발 시간까지 3시간 정도 여유가 있어 플람 주변을 산책하기로 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일단 음식점에 들어갔다. 마침 점심 뷔페 시간이라 한껏 기대를 하고 음식들을 둘러보는데 삶은 연어, 훈제 연어, 연어 회 온통 연어 투성이다. 연어를 좋아하긴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연어 요리는 또 처음이었다.
뭐, 그래서 싫었던 것은 아니고…

노르웨이 연어 요리


피요르드로 둘러 쌓인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하며 이곳 저곳을 산책하다보니, 주차장에 일렬로 늘어서 있는 캠핑카들이 눈에 띄었다. 
캠핑족들을 위한 놀이터에 주차장, 급수시설, 화장실, 캠핑카 전용 숙소까지, 노르웨이는 캠핑장 시설이 잘 되어 있는 편이라 캠핑카로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도 참 많았는데 자전거나 카누를 싣고 다니며 피요르드에서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을 보니 여행을 와서까지 시간에 쫓겨 빡빡하게 움직이는 내 모습이 비교되며 내심 부러워졌다.

 

들판에 있는 놀이터


페리에 오르니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 그래도 선실 보다는 갑판에서 경치를 즐기는 편이 좋겠다 싶어 베르겐 역에서 받아 온 우비를 입고 바깥 쪽에 자리를 잡았다.
거대한 물줄기를 따라 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피요르드 지형은 빙하가 몇 백년에 걸쳐 산을 침식시키며 해안선과 만나 생긴 침식 지형인데, 일반적으로 물에 의해 침식된 계곡과 달리 U 자 형태를 하고 있어 더 거대한 느낌이 들었다. 피요르드의 양 옆으로는 해발 1000m 가 넘는 산들이 늘어서 있었고 산 꼭대기에서 크고 작은 폭포가 수없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 편의 아름다운 동양화를 보는 듯 신비로운 느낌이 들었다.

 

안개로 덮힌 산


30분 정도 지났을 무렵인가, 어디선가 갈매기들이 떼 지어 나타났다. 
함께 배에 탄 어린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먹고 있던 과자를 나누어 주었지만, 갈매기가 시끄럽게 울어대며 여기저기 헤집고 다니는 통에 조금 귀찮았다.

아.. 이 녀석들 때문에 도대체 사진을 찍을 수가 없네!

어라, 그런데 찍어 놓고 보니 은근 괜찮은 느낌이다.

 

구르방겐


날씨가 좋지 않아서인지 갑판에만 서있으려니 몸이 으스스해서, 선실에 내려가 몸을 녹일 겸 따뜻한 핫초코를 한 잔씩 사 마셨다. 
겨울에나 입을 법한 두꺼운 카디건에 우비까지 걸쳤건만 이 곳이 정녕 여름이란 말인가……

구드방겐에서는 이 곳 저 곳 둘러볼 여유도 없이 곧장 보스(Voss)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아차 하다가는 버스가 끊길 시간이라 서둘렀는데 사람이 너무 많았다. 버스 기사는 한참동안 무전기로 씨름을 하더니 입석이 불가능하니, 일어선 사람들은 다음 버스로 갈아타 달라고 했다.


새로 도착한 버스로 산길을 이동하다보니 과연, 입석이 불가능한 이유가 납득이 갔다. 우리가 이동해야 할 길은 피요르드의 양 옆에 늘어서 있었던 산 능선을 따라난 구불구불한 일차선 도로였다. 버스는 마치 묘기를 하듯 천천히 그 아찔한 도로를 잘도 빠져나갔다.

피요르드


보스를 거쳐 다시 베르겐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8시 40분. 
해가 넘어가도 한참은 넘어가야 할 시간이건만 구름 속에 숨었을 뿐 아직 어둑어둑해지려면 한참 멀었다. 백야 기간이라 그런지 상점들도 문을 닫지 않고 연장 영업을 하는 모양이었다. 조그만 중국 식당에 들어가 볶음밥을 주문했다. 하루 종일 돌아다녔더니 허기가 져서 꽤 많은 양을 게눈 감추듯 먹어 치웠다.

백야를 즐기는 사람들


거리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나와 맥주를 마시며 백야를 즐기고 있었다. 우리도 밖에 나가 술이나 한잔 할까 했지만, 이내 피로가 몰려와 다음날을 기약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은 날씨가 맑았으면 좋겠다.

동갑내기 삼성부부의 노르웨이 여행기 2탄 (Click!)

 

한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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