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삼성부부의 노르웨이 여행기 2탄
노르웨이에서 맞는 두 번째 아침, 여전히 날씨는 흐렸지만 왠지 비가 오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우산과 우비는 숙소에 두고 조금 더 가벼운 차림으로 호텔을 나섰다.
베르겐역에서 어제와 같은 열차를 타고 보스에서 내려 울비크(Ulvik)로 향하는 버스를 갈아탔다. 어제 구드방겐에서 보스로 가는 길에도 느꼈지만 기차나 페리보다는 버스에서 보는 풍경이 훨씬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자연과 보다 더 가깝기 때문이 아닐까 싶지만…
※ 모든 사진은 NX10 으로 직접 촬영한 사진입니다 🙂
어느새 날씨는 완전히 맑아졌다.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푸른 하늘!! 오늘은 왠지 아주 멋진 여행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버스가 울비크에 도착할 무렵, 기사 아저씨는 하르당게르 피요르드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지점에서 잠시 차를 세웠다. 눈치를 보던 관광객들이 하나 둘 버스에서 내려 눈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다.
지금 이 순간, 무슨 말이 필요하랴…
그저 두 손을 마주 잡고 피요르드가 굽이쳐 흐르는 장관을 두 눈에 담았다.
햇살이 물결에 반사되어 무척 눈이 부셨다.
울비크에 내리니 송네 피요르드에서 탔던 페리보다 훨씬 작은 페리가 대기하고 있었다. 고요한 물결을 헤치고 30분, 페리가 도착한 곳은 에이드 피요르드(Eid Fjord). 전날 보았던 플람 보다 훨씬 더 한적하고 조용한 시골마을 같았다.
마치 동화 속에서 튀어나올 법한 아름다운 풍경에 기분이 좋아진 우리는 신이 나서 마을을 누비고 다녔다. 피요르드를 배경으로 한껏 높이 뛰어보기도 하고…
파랗고 깊은 피요르드에 물수제비를 띄우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 곳에도 역시 대규모의 캠핑장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캠핑카를 세워 두고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는 가족들의 단란한 모습 속에서 여유가 느껴져, 내 마음도 한없이 늘어졌다.
이렇다 할 기념품 상점도, 오락 시설도 없는 곳이지만 벤치에 앉아 한없이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은 금방 흘러갔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보이는 것은 산과 물 뿐인 피요르드의 풍경이지만 느낌은 완전히 달랐다.
송네 피요르드가 거칠고 험준한 산과 쉴 새 없이 쏟아지던 폭포로 역동적인 느낌을 주었다면 하르당게르 피요르드는 푸르고 잔잔한 물결, 그리고 피요르드를 둘러싼 야트막하고 완만한 산자락에 자리 잡은 과수원과 밭들이 목가적인 풍경을 만들어 냈다.
사실 하르당게르 피요르드 일정을 먼저 잡은 바람에 스트륀(Stryn)에서 1박을 해야 하는 브릭스달 빙하(Briksdal) 일정을 포기해야 해서 내심 아쉬움이 컸는데, 하르당게르 피요르드는 그 아쉬움을 충분히 만회할 만큼 아름답고 행복한 추억을 잔뜩 만들어 주었다.
페리는 다시 노르헤임순(Norheimsund)까지 피요르드를 따라 세 시간여를 달렸다.노르헤임순은 노르웨이에서 아름답기로 유명한 도시 중 하나라고 한다. 원래는 한 시간의 여유가 있어 이 곳을 산책하려고 했었는데, 어쩐 일인지 베르겐으로 돌아가는 버스가 벌써 대기하고 있었다.
결국 아기자기한 건물들을 뒤로 한 채 버스에 올랐다. 다음에 또 노르웨이에 가게 될 기회가 생긴다면 그 때는 꼭 캠핑카를 하나 빌려 유유자적 피요르드를 돌아다녀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유달리 맑았던 날씨 때문이었을까? 숙소로 돌아가기가 못내 아쉬웠던 우리는 마트에 들러 와인이라도 한 병 사들고 들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아무리 뒤져봐도 와인이 보이질 않았다. 꿩 대신 닭이라고, 하는 수 없이 맥주를 집어 들고 계산대로 향했는데 이럴 수가… 저녁 8시 이후에는 주류 구입이 불가능하단다. 게다가 맥주 외의 주류는 베르겐 역 뒷 편의 주류 판매소(Vinmonopolet)에서만 구입이 가능하다고… 하는 수 없이 아쉬운 마음만 가득 안은 채 빈손으로 숙소로 돌아왔다.
일단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관광 안내소에 들러 ‘베르겐 카드’를 하나 구입했다. 이 카드만 있으면 오늘 하루, 베르겐 시내의 버스와 경전철(시내 구간만)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각종 관광 명소 입장 요금을 할인 받을 수 있다. 내친 김에 주류 판매소 위치도 미리 알아 두었다.
첫 번째로 들른 곳은 플뢰옌(Floyen) 산 전망대! 케이블카를 타고 순식간에 올라간 전망대에서는 베르겐 항구가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아름다운 바다와 피요르드에 둘러쌓인 이 자그마한 항구 도시가 우리가 4일간 머물렀던 도시, 노르웨이 제2의 도시다.
수족관을 나와 다시 한참을 걸어 어시장으로 향했다. 기차를 타기 위해 베르겐역을 갈 때마다 지나쳤던 어시장이지만 한창 활기를 띤 시간에 오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어시장 한 켠에는 각종 수산물과 야채, 채소 그리고 기념품을 파는 a상인들이 늘어서 있었다. 마침 배가 고픈 참이라 이 곳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노르웨이산 논알코올(Non-alcohol) 맥주와 함께 새우 꼬치요리를 먹었다.
싱싱하다 못해 날 것에 가까운 해산물들의 손질 안 된 적나라한(?) 모습을 본 신랑은 충격을 받았는지 평소 좋아하는 대게를 보고도 본 척 만 척, 난데 없는 햄버거를 주문했다.
밥을 다 먹고 일어서려니, 에고고… 아직 반나절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스무살 무렵, 유럽 여행을 다닐 때는 한 달 동안을 걸어다녀도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어릴 때는 돈이 없어 여행을 못 다니고 직장인이 되어서는 시간과 체력이 없어 여행을 못 다닌다는 말이 정녕 사실인가 보다.
오랜 세월 베르겐의 상징이 되어 버린 브뤼겐(Bryggen) 지역에는 독특한 디자인숍과 공방,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이 잔뜩 늘어서 있었다. 13세기 한자동맹 당시 번성했던 과거의 공방을 18세기에 재현해 놓은 목조 건물 거리인데 아직까지 보존이 잘 되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 곳에서는 불을 피우거나, 담배를 태우는 것도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호텔과 가까워 매일 지나다녀서인지 어떤 곳보다 더 친숙하고 정이 많이 들었던 아름다운 거리!
도시에 머무르는 날이 많아지는 만큼, 돌아가야 할 날이 머지 않았다는 사실은 마음을 무겁게 한다.야속하리만큼 질긴 태양도 이 날 만큼은 떨어지지 않았으면 하고 얼마나 바랐는지 모른다. 베르겐 항구를 바라보며 신랑과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물론, 일찌감치 주류 판매소에서 사온 와인도 한잔씩 곁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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