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두드린 엄마의 편지 한 통
한 세달 전쯤의 일이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오니 나와 신랑의 이름으로 회사에서 보낸 듯한 우편물이 도착해 있었다.
내용인 즉, 임직원의 가족들을 위한 패밀리 삼성이란 사이트가 만들어졌으니 가입해서 행운권 번호를 입력하면 추첨을 해서 경품을 준다는 내용이었다. 일인당 행운권 번호를 한 개씩만 입력할 수 있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확률을 높여 보고자 엄마 아이디도 만들어 드렸었는데, 운이 지지리도 없는 나는 역시나 꽝이었다.
여러분의 추천 한방이 저희에겐 큰 힘이 된답니다~ ^^
시간이 지나 자연스레 머릿 속에서 사이트에 대한 기억이 지워져 갈 무렵 엄마로부터 문자 메시지가 한 통 도착했다.
“쏭아, 엄마 패밀리 삼성 비밀번호가 뭐였지?”
“응? 갑자기 패밀리 삼성은 왜요?”
“아니, 그냥 좀 살펴 보려고…”
뭔가 좀 수상쩍긴(?) 했지만 비밀번호를 알려 드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생일이 되었다. 엄마께 겸사겸사 안부 전화를 드리니, 뜬금없이 패밀리 삼성에 글을 남겼으니 확인해 보라고 하셨다. 부랴부랴 사이트를 찾아 들어가니, 엄마의 육성이 생생히 느껴지는 짤막한 글이 하나 남겨져 있었다.
(오류가 나서 글이 날아가 버린 바람에 내가 글을 읽을 수 없자, 다음 날 한번 더 글을 남겨 주셨다)
아, 정말! 관리 안 할 거면 압수하신다니… 엄마의 유머 섞인 투정이 어쩐지 웃음이 나서 한참을 웃다가 이내 코끝이 찡긋해졌다. 작년 12월, 결혼을 하기 전까지 무려 28년이라는 세월 동안 내 생일날이면 엄마는 한결 같이 아침 일찍 일어나 미역국을 끓여 주셨다. 생일 밤에는 모든 약속을 뒤로 하고 늘 가족들과 케이크에 불을 붙이고 샴페인도 한잔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했었는데, 결혼 후 처음 맞는 내 생일이 엄마는 내심 허전하고 쓸쓸하셨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엄마와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같이 목욕탕에 가서 수다도 떨고 얼굴에 팩도 하고 등도 밀어 드렸었는데 최근 일년 간은 한 번도 가지 못한 것 같다. 전화를 할까, 문자 메시지를 남길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엄마가 볼 수 있게 사이트에 댓글로 짤막한 글을 남기기로 했다.
그리고 며칠 뒤, 엄마의 글을 한번 더 읽으려고 사이트에 접속했을 때 우리처럼 패밀리 삼성을 이용하는 임직원 혹은 그 가족이 남긴 따뜻한 댓글을 보았다. 부모님의 마음, 그리고 또 자식의 마음은 다들 비슷비슷한 것일까?
어린 시절, 내 눈에 비친 엄마는 새로운 것을 겁내지 않고 도전하는 멋진 여성이었다. 생계를 위해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하루종일 일을 하시면서도 틈틈이 공부해서 방송통신대학을 졸업하셨다(비록 6년이 걸리긴 했지만 ^^).
또 한번은 컴퓨터를 배워오시더니, 나와 오빠에게 깜짝 이메일을 보내기도 하셨는데 그때 굉장히 기쁘고 또 놀라서 신나게 메일을 주고받았던 기억이 난다. 글쓰기에도 재주가 있으셔서 최근엔 엄마가 쓴 사연이 라디오에 당첨된 일도 있었다. 그 덕에 잡지에까지 우리 가족의 사연이 소개되기도 했었다. (엄마의 사연 보러가기)
맥가이버처럼 무슨 일이든 척척 해내는 멋진 울 엄마,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쳐도 늘 꿋꿋하게 이겨내시는 강인한 모습도… 여장부 같은 성격 속에 감추어진 여리디 여린 내면도…
엄마, 엄마의 큰 사랑을 늘 받기만 하는 막내딸이 너무너무 사랑하는 거, 아시죠?
아, 이번 주말엔 전서방 변호도 할 겸, 엄마께 전화 한통 또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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