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간 고이 키운 막내아들 장가보내는 기분… 그래도 썩 괜찮은 이별이죠?”
오래된 가전은 대개 이사할 때 그 수명이 다한다. “낡았다” “너무 크고 무거워 자리를 많이 차지한다”는 등의 이유를 달고 새 제품으로 교체되는 것. 하지만 늘 그런 건 아니다. 수십 년씩 사용해온 가전을 (성능과 무관하게!) 좀처럼 버리지 못하는 사용자는 하나같이 가전을 식구처럼 여긴다. 오랜 시간 동안 함께하며 켜켜이 쌓아온 추억 때문에라도 쉽게 떠나 보내지 못한다.
삼성전자가 시행 중인 신개념 가전 교체 캠페인 ‘스마트 체인지’ 참여자도 예외가 아니다. 좋은 기회를 만나 신제품으로 바꾸긴 했지만, 그 자리를 지키던 옛 가전은 나름대로 오색찬란한 사연을 품고 있다. 삼성전자 뉴스룸은 그중 두 명의 고객을 직접 만나보기로 했다. 첫 번째 인터뷰이는 22년간 아껴 써온 에어컨과 헤어지게 된 주부 이정수(66, 서울 강남구)씨다.
스마트 체인지 캠페인의 시행 취지와 참여 방법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 뉴스룸 기사를 참조하세요
“큰맘 먹고 들인 ‘하이쿨’ 에어컨, 내내 우리 집 복덩이였어요”
정수씨가 삼성 ‘하이쿨(Hi-COOL)’ 에어컨을 처음 만난 건 22년 전 이맘때였다. 당시 대당 평균 판매 가격이 100만 원 이상이었던 에어컨은 말 그대로 ‘부(富)의 상징’. 그가 무리해 허리띠를 졸라맨 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때 살던 집이 언덕 위에 있었어요. 두 아들이 등∙하굣길마다 더위를 못 이겨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이 어찌나 안쓰럽던지…. 그 길로 남편을 졸랐죠, 우리도 에어컨 한 대 들여놓자고. 이튿날 남편이 ‘제일 좋은 제품’이라며 골라 온 게 이 녀석이에요.”
에어컨 설치 공사를 마친 날, 정수씨는 동네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한바탕 자랑도 했다. “친구들은 이후에도 우리 집에 올 때마다 에어컨 바람을 쐬며 ‘정말 시원하다’고 한마디씩 했어요. 식구들은 말할 것도 없었죠.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에어컨부터 켜는 게 일상이었으니까요.”
사실 하이쿨 에어컨은 정수씨네 가족에게 둘도 없는 ‘복덩이’였다. “에어컨을 들인 후부터 희한하게 남편 일이 잘 풀렸어요. 그 덕에 가정 형편이 윤택해졌고, 세 번에 걸쳐 조금씩 더 큰 집으로 이사도 할 수 있었죠. 그러는 동안에도 잔 고장 한번 없이 매해 여름을 우리 가족과 함께해줬으니 각별할 수밖에요.” 그는 “에어컨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지난날의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며 “어느 틈엔가 식구나 다름없는 존재라고 생각하게 됐을 정도”라고 말했다.
“시댁 에어컨 바꿔주세요” 맏며느리의 예쁜 마음이 빚은 기적
정수씨가 식구처럼 여겨온 에어컨을 바꾸기로 결심한 계기는 맏며느리 이재령(38)씨였다. “출시된 지 20년도 더 된 낡은 에어컨을 볼 때마다 이상하게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요즘은 미세먼지가 심해 창문도 제대로 못 열잖아요. 오래된 에어컨으로 여름을 나시는 모습이 못내 맘에 걸렸죠. ‘언젠가 꼭 바꿔드려야겠다’고도 생각했고요.”
기회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찾아왔다. 여느 때처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즐기던 재령씨 눈에 ‘오래된 추억이 담긴 제품 사연을 찾는다’는 삼성전자 뉴스룸 페이스북 이벤트가 우연히 눈에 띈 것. “순간, 시부모님 댁 에어컨이 딱 떠올랐어요. 물론 이렇게 덜컥 당첨될진 몰랐죠.”(웃음)
사실 재령씨가 시댁 에어컨 교체를 권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돌아온 대답은 “아직 쓸 만하니 염려 말라”는 시어머니 정수씨의 답변이었다. “얽힌 사연이 많은 제품이다 보니 떠나 보내기가 쉽지 않으셨던 것 같아요. (이벤트 당첨이란) 좋은 기회로 에어컨을 바꿀 수 있게 됐다고 말씀드리고 나서야 어머님의 허락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결혼한 지 올해로 10년째. 하이쿨 에어컨은 재령씨에게도 많은 추억을 안긴 제품이다. “큰아이가 이 에어컨을 참 좋아했어요. 시댁에 올 때마다 늘 에어컨 앞으로 쪼르르 달려가 날개 부분을 만지작거리곤 했죠.” 실제로 취재진이 찾아간 날, 에어컨 전면엔 정수씨 손자가 직접 그린 헬리콥터 그림이 붙어있었다.
“TV서 보던 무풍에어컨이 우리 집에… 하이쿨, 좋은 데 써주길”
3대의 추억이 깃들어 더욱 애틋한 하이쿨 에어컨, 이젠 정말 떠나 보내야 할 순간이다. 약속된 시각에 딱 맞춰온 에어컨 기사들이 하이쿨 에어컨의 부품을 하나둘 뜯어내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말없이 지켜보던 정수씨는 “꼭 막내아들 장가 보내는 기분”이라며 아쉬워했다. 재령씨는 “(이벤트에 참여한) 다른 사람들의 사연이 너무 쟁쟁해 내 글이 뽑힐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며 “이번에 새로 설치하게 된 무풍에어컨은 수십 년간 시댁에 좋은 일만 안겨줬던 이 아이(하이쿨 에어컨)가 우리 가족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인 것 같다”고 말했다.
드디어 공사 완료! 하이쿨 에어컨이 위치했던 자리엔 로즈골드 컬러가 은은한 최신형 삼성 무풍에어컨(모델명 ‘AF20M9975GFRS’)이 들어섰다. 정수씨는 “식구 같던 에어컨을 떠나 보낸단 생각에 아쉬움이 컸는데 막상 새 제품을 보니 설렌다”며 “드라마에서나 보던 최신 에어컨이 우리 집 거실에 설치돼 있단 게 마냥 신기하다”고 말했다.
정수씨 가족과 22년간 동고동락한 하이쿨 에어컨은 스마트 체인지 캠페인의 취지에 따라 리사이클링센터로 이동, 분해된 후 다양한 공정을 거쳐 최대 97%까지 재활용된다. 오래된 가전제품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채 버려지며 환경에 적잖이 악영향을 끼쳐왔던 걸 떠올리면, 좀 아쉽긴 해도 꽤 ‘아름다운 이별’인 셈이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오래 정들었던 뭔가를 떠나 보내는 일은 의외로 쉽지 않다. 그 사람(이나 물건)에 엮인 추억마저 함께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무도 겨울에 잎을 떨어뜨려야 이듬해 봄 싹을 틔울 수 있는 법. 정수씨네 가족 역시 22년간 정든 인연을 아쉽게 마무리 지었지만, 그 덕에 새로운 추억을 쌓아갈 새 인연을 만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이들 가족을 찾아간 새 에어컨도 하이쿨 못지않은 복덩이가 돼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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