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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쓴 시(詩), ‘진짜 시’일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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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뉴스룸이 직접 제작한 기사와 사진은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세상을 잇(IT)는 이야기. 인공지능이 쓴 시, '진짜 시'일 수 없는 이유.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상, 지금여기를 관통하는 최신 기술의 현주소가 궁금하신가요? IT 전문가 칼럼 세상을 잇는 이야기는 현대인이 알아두면 좋을 첨단 테크놀로지 관련 상식을 전하고, 거기서 얻을 수 있는 메시지를 다 함께 생각해보는 삼성전자 뉴스룸의 신규 기획 연재입니다. 분야별 국재 최고 석학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고급 지식의 향연, 맘껏 누려보세요!


인공지능이 쓴 시. 이제 짙은 연기를 상항하라. 잠에서 깨어 날아가는 해를 되풀이하여 또 다른 날을 향하여 뒤엉킨 나무란느 개념 물의 또 다른 측면 이미 여기에 있음을 본다. 연속된 그녀의 얼굴 그것이 공유되고 있음을 오래도니 친구들이 꿈을 전하고 있음을

 

봇포엣(botpoet.com)이란 웹사이트를 아시는지. 이 사이트는 방문자에게 ‘시인이 쓴 시’와 ‘인공지능 장착 봇(bot)이 쓴 시’를 차례로 보여주며 방문자가 일명 ‘튜링 테스트(Turing test)’를 수행하게 한다. 튜링 테스트는 컴퓨터가 스스로 사고하는지 여부를 측정하기 위해 영국 수학자 앨런 튜링(Alan Turing)이 1950년대에 제안한 실험. 참여자는 커튼으로 가려져 보이지 않는 상대방과 텔레그래프로 채팅, 커튼 뒤 존재가 사람인지 컴퓨터인지 구분한다. 이때 양자를 쉬 구분하지 못하면 컴퓨터가 스스로 사고하는 걸로, 혹은 인간 지능에 근접한 걸로 본다. 편리하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엄밀한 방법은 아니다.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봇’ 작품으로 오판하다

봇포엣에 접속, 튜링 테스트에 참여해본 적이 있다. 대부분 정답을 맞혔지만 늘 그런 건 아니었다. 어떤 시는 사람이 쓴 건데 봇이 쓴 걸로 착각했고, 봇이 쓴 시를 두고 사람 작품이라고 판단하기도 했다. 파블로 네루다[1]가 쓴 시를 봇 작품이라고 잘못 말했을 땐 시인에게 괜히 미안하기도 했다. 시가 영문으로 작성된 탓에 단어 선택이나 문장 배치 등이 자아내는 어감을 면밀하게 포착하기 어려웠고, 그 결과 시인의 시적 파괴와 봇의 엉뚱함을 구별하지 못한 게 오판의 원인이었다.

인공지능이 시나 소설을 쓰고, 영화 시나리오를 완성하며, 신문 기사를 작성하고, 그림이나 작곡에 도전하는 건 신기한 SF적 상상이 아니라 일상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인공지능이 시인∙소설가∙화가∙작곡가의 밥그릇을 (심각한 수준에서!) 위협하고, 더 나아가 의사∙변호사∙대학교수∙건축가∙프로그래머의 일자리를 빼앗아갈 날도 멀지 않았다.

사실 컴퓨터가 시를 쓰는 건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인공지능이 시나 소설을 쓰고, 영화 시나리오를 완성하며, 신문 기사를 작성하고, 그림이나 작곡에 도전하는 건 신기한 SF적 상상이 아니라 일상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인공지능이 시인·소설가·화가·작곡가의 밥그릇을 (심각한 수준에서!) 위협하고, 더 나아가 의사·변호사·대학교수·건축가·프로그래머의 일자리를 빼앗아갈 날도 멀지 않았다.

시를 쓰는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오늘날의 변화가 단순히 경제·경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사회·문화 전반에 걸친 인간의 삶이나 존재 자체에 대한 변화를 추동(推動)하고 있다, 는 주장은 조금도 과장이 아니다. ‘인간은 필요 없다’(원제 ‘Human Need Not Apply’)란 책을 쓴 제리 카플란(Jerry Kaplan) 미국 스탠퍼드대 법정보학센터 교수는 인공지능이 몰고 온 노동 시장의 파괴와 불평등 심화에 대해 고민하며 “그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경제 체계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때 고민과 주장의 시점은 ‘미래’가 아니라 ‘현재’다.

나도 당신도 이미 알고 있다. 인공지능은 시를, 그것도 엄청난 속도로 쓸 수 있단 사실을. 시인 한 사람이 한 편의 시를 쓰기 위해 멀리 여행을 떠나고 술을 마시고 실연을 당하고 불면의 날을 지새는 동안 인공지능은 모르긴 해도 100만 편쯤의 시를 뚝딱 완성해낼 것이다

같은 이유로 ‘시 쓰는 봇’ 역시 이제 그리 신기하지 않다. 나도 당신도 이미 알고 있다. 인공지능은 시를, 그것도 엄청난 속도로 쓸 수 있단 사실을. 시인 한 사람이 한 편의 시를 쓰기 위해 멀리 여행을 떠나고 술을 마시고 실연을 당하고 불면의 날을 지새는 동안 인공지능은 모르긴 해도 100만 편쯤의 시를 뚝딱 완성해낼 것이다. 그중 10만 편 정도는 사람이 쓴 시와 구별되지 않을 테고 1000편은 뛰어난 시인의 작품이라고 해도 믿길 만한 수준일 게 분명하다. 10편 정돈 ‘걸작’으로 명명해도 될 정도 아닐까? 이세돌과 커제가 하루 한두 판의 대국을 소화하는 동안 알파고가 수십, 수백 판의 대국에도 끄떡없었던 것처럼 생산성 측면에서 인간은 이미 인공지능의 비교 대상이 아니다. 설령 그게 시를 쓰는 일이라 해도.

 

시를 시일 수 있게 해주는 건 시인의 삶과 생각

그런데 말이다. 시를 쓴 주체가 사람인지 컴퓨터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해서 컴퓨터가 쓴 글을 시라고 불러도 되는 걸까? 예를 들어 앞서 예로 든 ‘100만 편의 시를 쓴 인공지능’ 작품 중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하자(사실 이건 윤동주의 시이지만 봇이 그 비슷한 내용의 시를 썼다고 가정해보잔 얘기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시를 읽는다'는 행위의 핵심은 상념에 있다. 사색이 불러일으키는 공명과 파장을 통해 마음이 깊어지고 양식이 쌓인다. 하나의 단어가 주는 미학적 느낌이 아무리 강해도 궁극적으로 그 느낌이 시를 쓴 사람의 삶과 연결되지 않으면 싶은 의미를 깨닫기 어렵다

그런데 시를 쓴 주체가 사람이 아니라 봇이란 사실을 알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때도 봇이 부끄러워하고 괴로워한 걸 상상할까? 그럴 리 없다. 봇에겐 삶이나 감정이 없기 때문이다. 봇은 내면의 서정을 토해내려 활자를 이용하는 게 아니라 학습된 알고리즘에 따라 단어를 이리저리 무심하게 배치할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윤동주의 시를 닮은 위의 것은 교묘하게 배치된 단어의 조합일 뿐 시는 아니다.

단어의 조합

따지고 보면 봇포엣의 튜링 테스트 역시 알고리즘 속 시뮬레이션 기능을 점검하는 하는 과정에 불과하다. 봇의 시적 상상이나 서정적 능력을 측정하는 건 아니란 얘기다. 사람들이 윤동주와 네루다의 시를 읽고 감동하는 건 그저 그들이 선택한 단어와 문장의 조합이 훌륭해서가 아니다. 그들이 만든 시적 문장과 그들의 삶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고 느끼며 배우고 싶기 때문이다. 봇이 쓴 시가 튜링 테스트를 통과한다 해도 진정한 의미에서의 시는 될 수 없는 이유 역시 거기에 있다.

 

온갖 봇’들의 홍수에서 정신 차리고 살아남기

정보를 단순히 취합해 기사를 만들어내는 알고리즘에서 비판적 저널리즘 정신을 기대할 수 없듯, 몇몇 단어 조합으로 '시 비슷한 글'을 만들어내는 봇에서 시인 정신을 바라는 건 난센스다. 그것들은 시뮬레이션일 뿐 실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보를 단순히 취합해 기사를 만들어내는 알고리즘에서 비판적 저널리즘 정신을 기대할 수 없듯, 몇몇 단어 조합으로 ‘시 비슷한 글’을 만들어내는 봇에서 시인 정신을 바라는 건 난센스다. 그것들은 시뮬레이션일 뿐 실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 이제 칼럼 서두에서 번역했던 시의 원문을 읽어볼 차례다. 신중하게 생각해보기 바란다. 이걸 쓴 건 사람일까, 인공지능일까?


영어로 된 시

 

이건 ‘특이점(singularity)’ 개념의 주창자로 유명한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이 만든 알고리즘 ‘사이버네틱 포엣(Cybernetic Poet)’의 작품이다. 난 처음 이 시를 읽고 ‘사람 작품’이라고 착각했다. 긴가민가했지만 마지막 구절(‘passed their dreams’)에서 깜빡 속고 말았다. 오래된 친구들이 전하는 꿈, 이라니. 세상에, 속을 만하지 않은가.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개인적 소견이며 삼성전자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1] Pablo Neruda(1904~1973). 칠레 시인으로 1971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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