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9000, 품격을 디자인하다 (2) 어느 누구도 품격을 양보하지 않았다
2012/11/23

“그때 주목한 것이 고급 보석의 대표 격인 시계였습니다. 메탈을 정교하게 다듬은 명품 시계는 Copper 칼라를 바탕으로 수십 년을 이어오는 타임리스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어요. Copper 칼라는 가볍지도 진부하지도 않았습니다. 무게감도 있죠. 우리는 이 Copper 칼라에서 ES9000의 품격에 걸맞은 색을 뽑아내기로 했습니다.” (김희봉 책임,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디자인그룹)

“하지만 어느 누구도 ES9000의 칼라를 양보하지 않았습니다. 경영진을 비롯한 평가자, 한마디 조언을 위해 회의에 들어온 동료들도 칼라를 콕 찍어 설명하지는 못해도 ‘그 칼라가 ES9000의 것인가’ 만큼은 늘 깐깐하게 판단했죠. 완벽한 프리미엄이 그리 쉽게 완성되던가요? 그 깐깐함과 자존심은 견딜 만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ES9000의 오리지널 칼라다’라는 말이 우리는 너무도 듣고 싶었으니까요.” (김의석수석,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디자인그룹)
Rose Gold

대형 TV에서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칼라를 ES9000에 적용시키는 과정이 수월했던 것은 아니다. 맨 처음 Copper 칼라만을 놓고 품평했을 때 ‘위험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이런 색이 대형 TV에 어울리나?’, ‘연세 드신 사모님들이 좋아할 만한 옛날 색깔 아니냐?’는 의문도 디자인팀 내에서 생겼다. 그 의문을 해소할 방법은 끝없는 도전뿐이었다. 24,000시간의 고민, 15,000장의 디자인, 120일 간의 PT, 340시간의 회의 속에 Copper 칼라는 금색으로, 다시 핑크골드색으로, 다시 샴페인색으로 바뀌고 또 바뀌었다. 분홍과 노랑을 동시에 머금은 칼라의 속성상, ES9000의 절제감과 고급스러움을 표현할 ‘단 하나의 색’을 만들기는 어려웠다. 대형 제품이라는 특성, 검은색 TV 유리화면 ․ 주변 환경과의 어울림도 미세한 조율이 필요한 조건들이었다. 여기에 조명에 따라 다르게 반사하는 색 문제를 해결하고자 디자인팀은 목업 제작업체, 회의실, 디자인실 등 관련 공간의 조명을 모두 통일시키기도 했다.
보통 40~50개면 형태가 나타나던 아트피스(조각 샘플)는 색을 입히고 가공하면서 수 백개를 훌쩍 넘어섰다. 75인치 전체 목업도 10개 이상 만들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어느 누구도 규정하지 않은 색, 삼성전자 ES9000라는 이름에 걸맞은 단 하나의 색, ‘로즈 골드(Rose Gold)’가 탄생했다. 세상을 압도하는 하나의 선을 위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