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랩, MWC 2017을 노크하다 <下>쌍방향 VR 콘텐츠 ‘빌드어스’ & ‘트래블러’
MWC(Mobile World Congress)는 자타공인 세계 최대 이동∙정보통신 산업전시회다. 매해 내로라하는 기업이 첨단 모바일 기기와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들고 MWC가 열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찾는다. 덕분에 소비자는 그해 정보통신기술의 현황과 전망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고만고만한 아이디어와 실력으론 명함조차 내밀기 어려운 이 무대에 당당히 출사표를 던진 삼성전자 C랩 4개 과제는 그래서 더 눈길이 간다. 삼성전자 뉴스룸은 어제(21일) ‘릴루미노’ ‘모니터리스’ 팀 인터뷰를 발행한 데 이어 오늘은 ‘빌드어스’ ‘트래블러’ 팀 인터뷰를 게재한다.
▲빌드어스 내에서 서로에 대한 공식 호칭은 실명이 아니라 닉네임이다. (왼쪽부터) 박찬우(CP)∙이장원(Angler) 팀원, 이유정(Jay) CL, 정대연(타조)∙이동헌(K) 팀원
빌드어스(VuildUs)는 사용자가 원하는 가구를 온라인으로 구매하기 전 가상으로 집 안에 미리 배치해볼 수 있는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앱이다. 최근 부쩍 인기를 얻고 있는 셀프 인테리어와 DIY(Do It Yourself), 홈퍼니싱(Home furnishing)[1] 등의 트렌드를 반영해 시장성을 갖췄다.
▲빌드어스를 활용하면 다양한 가구를 실제와 동일한 VR 공간에서 이리저리 배치해볼 수 있다
▲빌드어스 소개 영상. 빌드어스 서비스를 이용하면 실제와 동일한 면적의 가상 공간에 가구를 미리 배치해볼 수 있어 편리하다
빌드어스는 일명 ‘360 뎁스 카메라(360 depth camera)’로 구동된다. 360 뎁스 카메라는 특정 공간을 스캔, 3D 공간 데이터로 변환해주는 기기. 이 과정에서 측량된 깊이 정보(depth data) 덕에 실제 가구를 놓아보지 않고도 가구 설치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빌드어스는 360 뎁스 카메라가 제공하는 공간의 깊이 정보를 기반으로 가상 가구 배치 서비스를 제공한다
빌드어스 팀원들은 여기에 다른 기기로 측량한 공간 정보도 빌드어스로 자유롭게 이동시킬 수 있도록 해 기기 간 호환성을 높였다. 게다가 빌드어스 환경에선 터치패드를 간단히 조작하기만 하면 길이 측정이 완료된다. 줄자로 일일이 길이를 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제이(Jay, 이유정) △앵글러(Angler, 이장원) △CP(박찬우) △K(이동헌) △타조(정대연)…. 팀원들은 서로를 실명 대신 닉네임으로 부른다. 개방적이고 격식 없는 업무 분위기 조성을 노린 일종의 전략이다. 이들이 원래 일하던 부서도 제각각이다. 같은 소속 출신이 한 명도 없을 정도다.
▲지난해 초부터 본격적 개발에 착수한 빌드어스는 치열한 사내 경쟁을 뚫고 채 1년도 안 돼 ‘MWC 참가’ 기회를 얻었다
이유정 CL(Creative Leader)은 “기존 VR 콘텐츠는 대체로 수동적이란 느낌이 강해 ‘사용자가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상호 대화형 콘텐츠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며 “그 대상을 물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인테리어’ 주제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후 팀원들과 힘을 모아 ‘깊이 정보 측정’ 기능을 갖춘 360 뎁스 카메라 제작에까지 성공했다. 물론 난관이 없진 않았다. 정대연 팀원은 “가상 공간에서 가구를 실제 크기로 자연스레 배치할 수 있게 하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빌드어스로 가상 공간에 테이블을 배치한 모습. 소품의 경우 이미 설치한 가구 위에 놓아 잘 어울리는지 살피는 것도 가능하다
빌드어스 팀원들은 올해 MWC에서 ‘자연스러운 가구 배치’와 ‘정확한 데이터 제공’이 어우러진 앱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장원 팀원은 “벽이 있는 공간과 달리 바깥이 비치는 유리창 같은 공간에서 깊이 정보를 정확하게 확보하는 게 어려웠지만 현재는 후보정 공정을 통해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빌드어스 팀의 1차 목표 시장은 B2B이다. 하지만 머지않아 개별 소비자를 공략하는 B2C 시장 진출도 가능하리라 전망하고 있다
박찬우 팀원은 “우리가 자체 개발한 360 뎁스 카메라와 앱의 조합이 다른 사업 부문과 연계되면 추가 수익 모델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초기엔 B2B(Business To Business) 형태로 이용되겠지만 360 뎁스 카메라에 보다 정밀한 레이저 베이스 측정 방식이 탑재된다면 추후 인테리어 업체나 시공사와 수익을 배분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공사는 공사할 공간을 쉽게 살펴본 후 홍보할 수 있고, 인테리어 업체는 해당 공간에 입주할 소비자를 대상으로 자사 가구를 미리 배치해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팀원들은 “앞으로 갈 길이 더 멀다”고 입을 모은다. 일단 ‘가구가 놓여있는 공간에서의 가구 제거와 공간 추정 기술’을 빌드어스 앱에 구현하려 노력 중이다. 또 고가의 초정밀 레이저 베이스 측정 방식 대신 오차 범위 5% 미만 측정 방식을 채택, 일반 소비자를 겨냥한 중저가 솔루션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우리 기술로 일반인의 VR 콘텐츠 생산과 AR(증강현실) 맵 제작 등 관련 시장이 좀 더 활성화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처럼 MWC 도전 이후에도 이들이 승승장구하길 기대한다.
인간의 언어 생활은, 말하자면 생물과 같다. 시간이 흐르며 단어 자체의 뜻이 달라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를테면 환승(換乘)이란 단어도 그렇다. 본래 사전적 의미는 ‘다른 노선이나 교통수단으로 갈아탐’이지만 ‘트래블러(traVRer)’ 팀이 선보인 동명의 앱을 체험한 후엔 여기에 뭔가 새로운 의미를 더해야만 할 것 같다. MWC 2017에서 VR 영상으로 ‘가상 공간에서의 환승’을 구현할 예정인 이들을 만나 좀 더 자세한 얘길 들었다.
트래블러 팀을 이끌고 있는 나문성<위 사진> CL은 “기존 대부분의 여행 영상은 촬영자가 미리 정해둔 코스를 좇아갈 수밖에 없고, 특정 여행지의 특정 명소를 보려 해도 정확히 어느 지점에 그 명소가 등장하는지 알 수 없어 제목만으로 영상 내용을 추측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며 “사용자 입장에서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시청 경험이 끊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트래블러 개발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트래블러는 동영상을 자유자재로 ‘갈아타며’ 희망 지역을 둘러볼 수 있는 영상 플랫폼이다
트래블러는 쉽게 말해 위치 기반 온라인 영상을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예를 들어 A 지역을 여행할 계획인 사용자라면 여행 전 검색으로 해당 지역을 찾은 후 촬영자가 등록해둔 위치(이동) 정보를 확인한 후 영상을 감상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트래블러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사용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영상을 ‘갈아탈’ 수 있다.
진로를 바꿀 수 있는 건 물론이고 갈림길이나 실내로의 전환도 가능하다. 같은 장소의 시간대별 모습으로 이동할 수도 있으며, 근처 숙소나 맛집을 검색하는 일도 문제없다. 여행 계획지를 사전 답사하는 것과 다름없는 수준이다.
▲김창원(사진 왼쪽) 팀원과 김지해 팀원은 ‘후발대’로 참여했지만 과제에 대한 애착은 초기 멤버 못지않다
트래블러 개발에 ‘후발대’로 참여한 김창원∙김지해 팀원은 “아이디어를 처음 들었을 때 ‘맞아, 나도 이런 영상이 있었으면 했는데!’ 싶어 무척 흥미로웠다”고 입을 모았다. 여행 동영상이야 방송이나 유튜브 등 다양한 매체에서 공급하고 있지만 하나같이 특정 방향으로 완성된 콘텐츠여서 일반 여행자가 느끼는 갈증을 100% 해소하진 못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과제 개발 작업이 초기부터 탄탄대로였던 건 아니다. ‘가상여행 콘텐츠’란 콘셉트 자체가 생소한데다 하나부터 열까지 사용자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야 했기 때문. VR 콘텐츠의 특성상 사용자가 뭘 하는지,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파악하기 힘든 점도 팀원들의 발목을 잡았다. 고심 끝에 팀원들은 사용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는 한편, 모바일 기기에서도 직관적으로 앱을 사용할 수 있도록 수 차례 실험 과정을 거쳤다.
▲트래블러는 VR 기기와 모바일 기기에서 두루 사용 가능하다. 추후 사용자가 늘어나면 여행뿐 아니라 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활용도 기대해볼 수 있을 전망이다
실제로 트래블러 앱은 철저하게 사용자 눈높이에서 제작됐다. 여행 경로를 타인과 공유할 수 있도록 해 함께 갈 일행과 계획을 세우기 쉽도록 한 것 등이 대표적 예다.
문종보<위 사진> 팀원에 따르면 트래블러의 사업성은 얼마든지 확장될 수 있다. “트래블러 사용량이 늘면 (홍보 수요가 있는) 테마파크나 주요 여행지 관련 콘텐츠 수가 크게 늘 거예요. 그렇게 되면 전문 촬영 기술을 갖춘 영상 인력의 수요도 덩달아 급증하겠죠. 개인 방송 시장 규모도 커질 거고요.”
더욱이 트래블러엔 기본적으로 상당량의 정보가 저장된다. 여기엔 단순 로드뷰(road view)는 물론이고 풍부한 시간적∙환경적 요소가 더해질 예정이다. ‘광화문’을 예로 들면 △평소 거리 모습 △지난 몇 달간 토요일 오후 풍경 △특정 해 특정일 날씨처럼 소소하면서도 방대한 정보가 차곡차곡 쌓이는 것이다. 나문성 CL은 “이렇게 축적된 정보는 사용자 필요에 따라 언제든 다시 확인하거나 골라 볼 수 있어 쓰임새가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며칠 후면 MWC에 참가하기 위해 출국할 팀원들은 요즘 보다 많은 방문객이 편안하게 트래블러 앱을 즐길 수 있도록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다. △조작 편의성 강화 △콘텐츠 질 제고 △어지러움 방지 등이 대표적. 팀원들은 “MWC에 다녀온 후 현장 반응을 취합, 올 상반기까진 앱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대 역량 펼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해준 회사에 감사”
MWC 같은 대형 행사는 개별 팀의 열정과 노력만으로 데뷔하기 어려운 무대인 게 사실이다. 올해 참가 기회를 얻은 4개 C랩 팀도 삼성전자의 전폭적 지원 덕에 자신들의 과제를 글로벌 시장에 선보일 수 있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C랩 팀에 △기존 업무과 구분되는 별도 작업 공간 제공 △유연한 업무 일정 보장 △과제 개발 시 필요한 외부 기관과의 협업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빌드어스(위 사진)와 트래블러 팀원들은 “과제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업무 분위기 덕분에 우리 아이디어를 단시간에 구체화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동헌 빌드어스 팀원과 김지해 트래블러 팀원은 인터뷰 내내 “우리 과제가 MWC에 가다니 정말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며 뿌듯해했다. 두 팀 모두 오랫동안 철저히 준비한 만큼 보란 듯이 성과를 거두고 돌아왔으면 좋겠다.
[1] 가구·인테리어 소품, 생활용품 등을 활용해 집안을 꾸미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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