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XSW 2016서 데뷔합니다” 화제의 C랩_②뮤직크로키 ‘험온!’
지금 미국 텍사스주(州) 오스틴에선 정보기술(IT)과 영화, 음악을 아우르는 축제가 한창이다. 소규모 음악 페스티벌로 출발, 어엿한 글로벌 산업 박람회로 떠오른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outh by South West, 이하 ‘SXSW’)가 그 주인공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올해 SXSW는 그 의미가 좀 남다르다. 크리에이티브랩(Creative Lab, 이하 ‘C랩’) 소속 3개 팀이 진행 중인 과제를 선보이게 됐기 때문. 삼성전자 뉴스룸은 ‘SXSW 데뷔’를 앞두고 막바지 작업에 분주한 세 팀의 얘길 들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악상이 떠올랐니? 허밍으로 불러봐! 악보가 ‘뚝딱’
▲허밍 기반 작곡 애플리케이션 ‘험온!’은 뮤직크로키 팀의 첫 번째 작품이다. (왼쪽부터)부차우∙이유경∙최병익(CL)∙안영기∙안지호∙가기환씨
길을 걷다 좋은 음악을 들으면 주섬주섬 스마트폰부터 꺼내는 사람이 제법 많다. 가사를 검색, 노래 제목을 찾기 위해서다. 최근엔 곡조를 인식해 자동으로 노래 제목을 찾아주는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스트리밍 서비스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원하는 곡을 자유롭게 들을 수 있다는 사실까지 생각하면 사실상 스마트폰 하나로 음악에 관한 한 거의 모든 필요를 해결할 수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스마트폰과 음성 인식 기술을 활용한 작곡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개발된다면 어떨까? 삼성전자 C랩 ‘뮤직크로키’ 팀이 바로 그 미션에 도전했다, ‘험온(Hum On)!'(이하 ‘험온’)이란 이름으로.
*해당 영상은 사용기한 만료로 삭제되었습니다▲험온의 주요 기능과 사용법을 직관적으로 소개한 영상
▲험온의 최대 장점은 음악 이론을 전혀 모르는 이도 한두 번만 써보면 누구나 어엿한 악보를 완성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악기 연주 못해도, 악보조차 못 읽어도 작곡 가능?!
앱 시장 중에서도 모바일 작곡 분야는 유독 경쟁이 치열하다. 출시 전부터 강력한 기능으로 주목 받았던 삼성전자 ‘사운드캠프’를 비롯, 우수한 성능을 갖춘 앱도 꽤 많이 나와 있다. 이런 상황에서 후발주자 격인 험온은 ‘사용 편의성’을 앞세워 기존 작곡 앱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험온을 사용하면 전문적 작곡 지식이 없는 사람도 곡 하나쯤은 쉽게 만들 수 있다. 악기를 다루지 못해도 상관없다. 기본 멜로디가 완성되면 그에 어울리는 반주가 자동으로 덧붙여지기 때문.
▲험온은 사용자의 목소리를 인식한 후 이를 녹음, 작곡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구동된다
‘과연 목소리만으로 제대로 된 음악을 만들 수 있을까?’ 팀원들의 설명에도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최병익 CL이 직접 ‘작곡 시연’에 나섰다. 그가 험온 앱을 켠 채 동요 ‘떴다 떴다 비행기’의 곡조를 흥얼거리자, 놀랍게도 스마트폰 화면에 악보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잠시 후 방금 전 들었던 곡조가 스마트폰에서 연주되기 시작했다. ‘좀 밋밋한데?’ 싶은 순간, 최 CL이 ‘발라드 반주’ 기능을 실행했다. 그러자 스마트폰에선 라디오 방송에 나올 법한 ‘발라드풍 떴다 떴다 비행기’가 흘러나왔다.
▲험온을 통해 사용자의 목소리가 악보 위에 음표로 변환돼 나타난 모습
‘음악’을 공통분모로 뭉친 팀원들… “업무가 즐겁습니다!”
허밍(입을 다문 채 콧소리로 발성하는 창법)만으로 작곡이 가능한 앱, 험온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프로젝트를 이끈 최병익 CL은 “전자공학을 전공했지만 음대생 못잖게 음악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를 증명하듯 그가 다룰 수 있는 악기 수는 무려 7개. 심지어 대학 졸업 작품도 피아노 연주를 악보로 바꿔주는 프로그램이었을 정도다.
“험온 개발에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건 친구였어요. 악보도 볼 줄 모르고 다룰 수 있는 악기도 없는데 음악성은 뛰어났죠. 한 번은 그 친구가 흥얼거린 멜로디를 악보로 만든 후 반주를 넣어 선물했거든요. 그랬더니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그런 과정을 반복하는 동안 ‘이걸 자동화할 수 있지 않을까?’란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사무실에 건반이 있단 사실이 꿈만 같다”는 최병익 CL은 “가장 좋은 점은 음악적 재능을 업무에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험온에 내장된 기술은 일명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이다. 최 CL은 “최근 크게 화제를 모은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여러 차례의 대전을 통해 학습하며 성장하듯 험온도 기존 악보들의 코드를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정확성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험온 개발 과정에서 유독 어려웠던 기능은 두 가지. 사람의 허밍을 정확하게 악보로 추출하는 기능이 하나, 멜로디에 어울리는 반주를 붙이는 기능이 다른 하나였다. 특히 “모바일 환경의 연산 능력 수준에서 사람의 음정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게 쉽지 않았다”는 게 뮤직크로키 팀원들의 가장 큰 고충이었다. (실제로 팀원들은 출국을 며칠 앞둔 인터뷰 당시에도 알고리즘을 최적화하고 개선하는 부분에 많은 힘을 쏟고 있었다.)
▲”아직 배울 것이 많지만 C랩을 통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는 안지호 팀원
안지호 팀원은 “설령 알고리즘이 제대로 동작했다 해도 사람 귀엔 어색하게 들리는 경우가 왕왕 있다”며 “이 부분은 앞으로도 계속 고민하며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귀띔했다.
▲뮤직크로키 팀원들은 “요 몇 달간은 연일 ‘야근 모드’였다”면서도 “남이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어서 그런지 밤늦도록 사무실을 지켜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라”고 입을 모았다
안지호 팀원에 따르면 험온 개발 과정에선 ‘웃지 못할 해프닝’도 수 차례 있었다. “앱 개발을 위해 회의실에서 매일 20분 정도 테스트를 진행할 때였어요. 평소와 같이 테스트 중이었는데 갑자기 옆 회의실에서 벽을 쿵쿵 치는 소리가 나더라고요. 무슨 일인가 싶어 가보니 다른 부서 부장님이 ‘회의 중엔 노래를 부르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시더군요(웃음). 다행히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 위기(?)를 모면했죠.”
팀원의 열정을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사용자가 활용할 반주 데이터를 구축하려면 실제로 악기를 연주하고 녹음해야 한다. 하지만 동료들이 업무에 집중하고 있는 낮 동안엔 마땅한 연주 공간이 없는 상황. 고심 끝에 이들이 방식은 ‘야근’이었다. 안지호 팀원은 “어느 날 최병익 CL이 반주 데이터를 만들겠다며 혼자 남았는데 다음 날 출근해보니 밤을 새워 필요한 작업을 모두 끝내놓았더라”며 “이 일을 하며 열정 하나만큼은 확실히 배워간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인의 축제’ SXSW서의 활약, 기대해주세요!”
C랩 과제 중에서도 우수성을 인정 받아 SXSW 참가 기회를 얻은 뮤직크로키 팀원들은 인터뷰 당시 ‘세계 무대 데뷔’ 사실에 한껏 고무돼 있었다. 이들에게 “행사장 현지에서 어떤 방식으로 험온을 소개할 계획이냐”고 묻자 “팀원 전체가 마치 모차르트처럼 로코코풍 의상을 입고 관람객을 맞이할 생각”이란 답변이 돌아왔다. 다소 장난스러워 보이는 계획이지만 여기엔 의외로 팀원들의 깊은 고민이 담겨있다. 고전 음악가들이 다소 어려운 방법으로 작곡에 도전했다면 오늘날 작곡은 그보다 훨씬 쉬운 방법으로도 가능하단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 팀원들은 “의상 말고도 허밍 체험 후 실력에 따라 ‘참 잘했어요’ 같은 메시지가 담긴 스티커를 붙여주는 등 다양한 홍보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험온은 “이리 와봐!”란 뜻의 영어 표현 “컴온(Come On)!”에서 착안한 명칭이다. 동사 ‘컴(come)’의 자리에 ‘흥얼거리다’ 혹은 ‘콧노래를 부르다’란 뜻의 동사 ‘험(Hum)’을 배치, ‘허밍해봐!’란 의미의 과제명으로 거듭난 것. 멋진 언어유희를 통해 탄생한 ‘험온’이 ‘작곡’ 하면 떠오르는 보편적 용어가 될 그날까지 뮤직크로키 팀의 도전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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