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부터 외국인까지… 2016 SCPC 이색 참가자 3인과의 데이트
‘대학생 프로그래머를 위한 축제 한마당’ 2016 삼성 대학생 프로그래밍 경진대회(Samsung Collegiate Programming Cup, 이하 ‘SCPC’)가 주목 받는 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국내 최대 수준의 규모, 입상자에게 제공되는 파격적 혜택 못지않게 매력적인 요인 중 하나는 다양한 이력의 참가자가 한데 모인단 사실. 지난 18일 본선 직후 삼성전자 뉴스룸이 올해 SCPC 이색 참가자 3인을 수소문해 만난 건 그 때문이었다.
▲(왼쪽부터)히데 이쿠미씨와 조보령군, 윤지학씨. 국적도, 연령도 서로 다르지만 ‘프로그래밍에 대한 열정’ 하나만큼은 세 사람의 확실한 공통분모다
조보령(충북과학고 2년)군은 올해 SCPC에서 단연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참가자 중 유일하게 고교생 자격으로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 (SCPC는 원래 지원 대상을 ‘대학(원)생’으로 한정하고 있지만 운영진은 보령군의 기량과 의지를 높이 사 예외적으로 그의 올해 본선 진출을 허용했다. 참고로 지난해 SCPC엔 당시 중학교 1학년생 이선규군이 비슷한 절차를 밟아 본선에 진출, 눈길을 끌었다.) 보령군은 쟁쟁한 실력을 갖춘 대학생 참가자 사이에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본선에 임해 만만찮은 실력을 뽐냈다.
▲올해 목표를 “최대한 많은 (프로그래밍 경진) 대회에 나가 문제를 하나라도 더 푸는 것”으로 정한 보령군은 요즘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분야에 부쩍 흥미를 느끼고 있다
고교생 자격으로 대학생 대상 경진대회에 참가하려면 큰 결심이 필요했을 터. 하지만 보령군은 담담한 표정으로 “크게 망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워낙 평소에도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올해 목표를 ‘최대한 많은 대회에 출전해 하나라도 더 많은 문제를 풀어보자’로 정했어요.” 실제로 보령군은 SCPC 말고도 다양한 프로그래밍 경진대회에 참가한 경험이 있다. 그의 신조는 ‘기회만 생기면 무조건 도전한다’는 것. SCPC에 도전장을 내밀면서도 “큰 문턱으로 여기지 않았다”는 이유가 짐작되는 대목이다.
보령군은 실력 부문에서도 대학생 참가자 사이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난이도가 꽤 높은 걸로 알려진 1∙2번 문항을 풀어낸 건 물론, 상당수의 참가자가 중도 포기한 3번 문항에선 부분 점수까지 획득했다. 그는 “한 문제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잘못 이해해 시간을 허비했는데 그것만 아니었더라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 같다”며 “(정식 출전 자격을 얻게 되는) 2년 후엔 꼭 수상까지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SCPC는 국내 프로그래밍 경진대회 중에서도 규모가 꽤 큰 편이다. 올해도 두 차례의 예선을 거쳐 추려낸 본선 참가자만 136명(실제 대회에선 1명 결시해 135명)에 이르렀을 정도. 상금 규모나 입상자 혜택 등이 매력적이다보니 ‘프로그래밍 좀 한다’는 실력자들이 자연스레 모여드는 덕분이다. 올해 대회에서 2등의 영예를 안은 윤지학(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1년)씨도 그중 한 명이다.
▲윤지학씨는 SCPC 입상 비결에 대해 “대회를 위해 뭔가 특별히 준비하기보다 평소 꾸준히 문제 풀이에 집중하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고 귀띔했다
지학씨는 ‘지난해 국제정보올림피아드(International Olympiad in Informathics, IOI) 우승자’란 이력 때문에 본선 전부터 다른 참가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IOI에 출전하려면 4인의 ‘대한민국 대표’가 가려지는 국내 선발전을 거쳐야 한다. 본선에선 세계 각국에서 역시 자체 선발전을 거쳐 올라온 300여 명과 최종 경합을 펼치게 된다. ‘IOI 개인종합 1위’란 타이틀의 무게가 남다른 건 그 때문이다. 특히 프로그래밍 분야의 경우 국제적 규모의 경진대회가 아직 많지 않은 탓에 지학씨의 선전은 많은 이를 놀라게 했다.
IOI 입상을 통해 이미 실력을 인정 받은 지학씨가 SCPC를 눈 여겨본 이유는 뭘까? “실력이 뛰어난 친구들이 너도 나도 지원하더라고요. ‘대체 어떤 대회이길래…?’ 호기심이 일었죠.” 실제로 그는 본선 현장에서 익숙한 얼굴을 여럿 만났다. “프로그래밍에 관심 있는 친구들은 고교생 때부터 크고 작은 경진대회에 참가하거든요. 그러다보니 실력자들은 서로를 금세 알아보죠. 올해 SCPC가 제겐 특히 그런 대회였습니다.”
지학씨에 따르면 이번 SCPC는 “즐길 거리 많은 축제 한마당”이었다. 그는 “재밌게 참여한 만큼 내년 대회에도 다시 한 번 도전할 생각”이라며 “그땐 꼭 1등을 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SCPC 주최 측은 올해부터 외국인 참가자도 지원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했다. 일본인 신분으로 본선에 진출한 히데 이쿠미(도쿄대 농학부 환경자원과학과 3년)씨는 그런 변화의 첫 번째 수혜자였다.
▲SCPC에 참가하기 위해 난생처음 한국을 찾은 히데 이쿠미씨는 첫 출전에 3위 성적을 거두며 주목 받았다
이쿠미씨가 SCPC에 참가하게 된 계기는 ‘지인 추천’이다. 국제대학생프로그래밍경시대회(International Collegiate Programming Contest, ICPC)에서 만난 친구 이원철씨가 SCPC를 소개하며 참가를 권한 것. 현재 고려대학교에 재학 중인 원철씨 역시 이쿠미씨와 함께 올해 SCPC에 출전, 본선까지 진출했다. (“일본에서 1년 남짓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는 그는 “다양한 국제대회에 참가하며 한국 친구들을 여럿 사귀었다”고 귀띔했다.)
본선 참가 전 이쿠미씨의 최대 고민은 ‘한국어로 된 문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거였다. 하지만 막상 대회 장소에 도착해보니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 설사 모르는 단어가 있어도 프로그래밍 경진대회의 특성상 변수들을 코딩하는 게 핵심이었기 때문에 최소한 “문제가 이해되지 않아” 못 푸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는 “정작 가장 힘들었던 건 공항에서 대회 장소까지의 거리였다”며 장난스레 웃었다.
이쿠미씨에 따르면 일본에도 SCPC와 유사한 성격의 프로그래밍 경진대회는 꽤 있다. 하지만 SCPC에 견줄 만큼의 규모와 혜택을 갖춘 행사는 흔치 않다고. (그는 이번 대회에서 3위에 입상, ‘SCPC 사상 최초 외국인 입상자’의 영예를 안았다.)
이날 인터뷰에 응한 세 사람은 올해 SCPC에 대해 하나같이 ‘합격점’을 줬다. “문제 난이도도 적절했고 다양한 콘텐츠가 제공된 덕분에 즐길 거리가 많았다”는 게 그들의 공통된 의견. 매끄러운 진행으로 문제 풀이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점 역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들은 또한 “국내외 유수 프로그래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240분간 기량을 겨룰 수 있어 의미 있는 기회였다”고 입을 모았다. 내년엔 또 어떤 이색 참가자가 SCPC를 빛내게 될까? 벌써부터 자못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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