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도, 전공도 다르지만… 우린 자타공인 프로그래밍 마니아!” 제1회 삼성 대학생 프로그래밍 경진대회 눈길 끄는 이색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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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삼성 대학생 프로그래밍 경진대회(Samsung Collegiate Programming Cup, 이하 'SCPC')가 지난 14일 본선을 끝으로 성황리에 끝났다. 내로라하는 국내 소프트웨어 인재가 한데 모인 행사였던 만큼 본선 참가자 133명을 둘러싼 사연도 다양했다. 삼성전자 뉴스룸은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이력으로 단연 돋보였던 참가자 다섯 명과 행사 직후 마주 앉았다.

경진대회이색참가자인터뷰1▲특이한 이력으로 본선까지 진출, 눈길을 끌었던 SCPC 참가자들. (왼쪽부터)김민수씨, 이선규군, 박상수·박범수 형제, 윤필립씨

*해당 영상은 사용기한 만료로 삭제되었습니다

 

'인문계열 전공자' 김민수_"공대생만 프로그래밍 하란 법 있나요?"

김민수(서울대 외교학과, 26)<아래 사진>씨는 SCPC 본선 진출자 중 딱 두 명 있었던 인문계열 전공자 중 한 명이다. 그가 프로그래밍에 입문한 시기는 불과 1년 6개월 전. 대학에 진학하고도 제법 시간이 흐른 후였다. "저도 처음엔 다른 사람들처럼 프로그래밍을 시작하는 것 자체가 두려웠어요. 하지만 막상 시작해보니 손도 못 댈 만큼 어렵진 않더라고요. '한 번 해보자!' 용기를 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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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지난해 국제대학생프로그래밍경진대회(ACM International Collegiate Programming Contest) 지역 예선에서 인문학도로선 드물게 7위에 오르며 파란을 일으킨 것.

민수씨에 따르면 인문계열 전공자란 사실은 프로그래밍 공부를 할 때 종종 '뜻밖의 장점'으로 작용한다. 작업과 관련, 해외 자료를 찾을 때가 특히 그렇다. "유명한 프로그래밍 웹사이트는 대부분 영문으로 구성돼 있어요. 영어를 못하면 아무리 좋은 프로그래밍 예제가 있다 해도 읽을 수 없어 못 풀죠. 그런 점에서 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해요. 더욱이 제 전공이 외교학이다보니 적어도 영어에 발목 잡힐 일은 없거든요."(웃음)

수많은 해외 프로그래밍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자료를 찾아야 했던 경험 때문일까? 민수씨는 삼성전자의 SCPC 한글 공식 홈페이지 '코드그라운드' 개설 소식을 무척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외국어란 장벽에 가로막혀 코딩 연습을 하고 싶어도 엄두조차 내지 못하던 사람들에게 정말 반가운 소식"이라고 덧붙였다.

민수씨의 희망 진로는 역시나 '개발자'다. 그는 "인문계 고교로 진학하며 코딩에 대한 꿈을 잠시 접어야 해 무척 아쉬웠다"며 "이번에 SCPC 같은 대규모 대회에서 본선까지 진출하며 어릴 적 꿈을 다시 펼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SCPC 본선을 경험하면서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코딩 잘 하는 사람이 정말 많더라고요. 내년 대회에선 꼭 수상권에 들도록 노력해볼 생각입니다. 1년 후, 지금보다 훨씬 발전해 있을 제 모습을 기대해주세요!"

 

'될성부른 떡잎' 이선규_"호기심에 도전했다 최연소 본선 진출"

이선규(경기 용인 이현중학교 1학년)<아래 사진>군은 이번 SCPC에서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속담이 가장 잘 어울리는 참가자였다. 유일한 '중학생 본선 진출자'였던 이 열다섯 소년은 영재교육원 교사의 소개로 SCPC를 알게 된 후 단순한 호기심으로 신분을 속인 채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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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저 '참가에 의의를 두는' 맘으로 시작했지만 1∙2차 예선을 차례로 통과했고, 주최 측 배려로 대학(원)생으로 한정된 본선에 '특별 참가자' 자격으로 진출했다. (SCPC 시상식에 참석했던 이상훈 삼성전자 경영기획실 사장은 축사 도중 이례적으로 선규군을 언급하며 "삼성전자 최고 프로그래머 출신인 이효건 부사장보다 크게 될 친구"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자그마한 체구로 제한 시간이었던 네 시간 동안 꼬박 문제 풀이에 열중하는 그의 모습은 본선 현장에서도 화제가 됐다.

선규군이 프로그래밍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 덴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IT 분야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아버지 이민직씨 덕에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레 프로그래밍을 접할 수 있었던 것. 사실 '빼어난 프로그래밍 실력'은 선규군 가족의 이력이기도 하다. 그의 여동생 예린(경기 용인 상현초등학교 5학년)양 역시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와 삼성전자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1회 주니어소프트웨어창작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실력자'. 아버지의 아낌 없는 지원 아래 남매가 프로그래머의 길을 착실히 밟고 있는 셈이다.

경진대회이색참가자인터뷰4▲선규군에게 아버지 이민직씨는 든든한 후원자인 동시에 '선배 프로그래머'이기도 하다

3시간 정도였던 선규군의 하루 중 코딩 공부 시간은 SCPC 1차 예선이 시작된 후 '거의 종일'로 늘었다. "가르칠수록 재미를 붙여 나중엔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찾아서 하더라"는 게 이민직씨의 귀띔. 이씨는 "선규가 아직 어려 영어 실력이 부족한 편인데 코드그라운드가 개설되면 외국어 걱정 없이 마음껏 문제를 풀어볼 수 있을 것 같아 안심"이라고 말했다.

 

'최고의 라이벌 겸 파트너' 박범수∙상수 형제_"사실 저희 별로 안 친해요"

경진대회이색참가자인터뷰5▲박범수<사진 왼쪽>∙상수 형제는 프로그래밍 대회에 팀을 짜 출전한 적도 있을 정도로 끈끈한 우애를 자랑한다

웃는 모습이 똑 닮은 박범수(21)씨와 박상수(19)씨는 '형제 수상자'로 주목 받은 경우. 같은 고교(서울과학고)를 거쳐 나란히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한 둘은 이번 SCPC에서 사이 좋게 3등상(박상수)과 5등상(박범수)을 나눠 가졌다.

"사실 별로 안 친한 사이"라며 웃는 이들은 실제로 정 반대 성격의 소유자다. 범수씨는 조용하게 집에서 혼자 시간 보내는 걸 좋아하는 반면, 쾌활하고 사교적인 상수씨는 형과 달리 밖에 나가 이것저것 해보는 걸 즐긴다.

형제는 바둑 학원을 운영하던 고모부의 영향으로 함께 바둑을 시작했다가 차례로 프로그래밍 세계에 입문했다. 둘은 "바둑을 익히며 집중력과 논리력이 향상됐는데 당시 경험이 프로그래밍을 공부할 때도 큰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사실 두 사람의 SCPC 동반 출전은 동생 상수씨의 '공(?)'이 크다. "비슷한 대회 중에서도 규모가 크고 수상자 특전도 많더라고요. 오프라인으로 실력 겨룰 만한 대회가 많지 않기도 하고요. 형은 이번 대회 참가를 계속 주저했었어요. 제가 계속 나가보자고 떼를 썼죠."(박상수) "처음엔 좀 내키지 않았던 게 사실이지만 참가하길 잘 한 것 같아요. 솔직히 알고리즘 분야는 개발자 사이에서도 크게 주목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혼자 공부하다보면 느슨해지기 쉬운데 이런 대회에 한 번씩 출전하면 제 자신도 동기 부여가 많이 되죠."(박범수)

구체적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둘의 목표는 흔들림 없이 '프로그래머'가 되는 것이다. 컴퓨터 게임이 좋아 프로그래밍의 세계에 입문한 범수씨는 "여전히 게임 개발에 흥미가 있지만 좀 더 신중하게 시간을 두고 향후 진로를 고민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상수씨는 "아직 스무 살도 안 된 만큼 구체적 목표를 세우진 않았다"면서도 "일단은 재밌어서 계속 하고 있는 코딩 공부를 열심히 한 후, 관련 실력을 무기로 훗날 진짜 해보고 싶은 일에 도전할 생각"이란 포부를 밝혔다.

형제는 "처음 도전할 땐 입상권 안에만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대회를 치르고 보니 점점 욕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열심히 준비해 다음 번 SCPC에도 참가해야죠. 그땐 꼭 상위권에 입상해 부상으로 주어지는 해외 컨퍼런스 참관 기회를 꼭 얻고 싶습니다!"

 

'준비된 개발자' 윤필립_"로봇∙교육… 프로그래밍 가능성은 무궁무진"

프로그래밍 하면 떠오르는 여러 분야 중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로봇 아닐까? 그런 점에서 윤필립(카이스트 기계공학과 4학년)<아래 사진>씨는 이번 SCPC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참가자였다. 중 3 때 로봇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로봇 구동 체계인) 프로그래밍 공부도 덩달아 시작하게 된 경우이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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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필립씨와 삼성전자의 인연은 꽤 오래됐다. 그는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 부문 인재 양성을 위해 운영 중인 삼성소프트웨어멤버십 대전 지역 회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SCPC 개최 소식 역시 삼성소프트웨어멤버십 활동 도중 접하게 됐다.

그는 SCPC에 대해 "대회 자체도 인상적이었지만 코드그라운드 개설 소식이 더 기뻤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생태계 전체로 보면 이보다 더한 뉴스가 없죠. 한국은 아직 오픈소스 활동 기반이 열악하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처럼 큰 기업이 앞장서서 코드 공유 플랫폼을 구축했다는 건 정말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필립씨는 한때 '로봇 꿈나무'였던 이력에 걸맞게 졸업 후에도 소프트웨어와 로봇을 접목할 수 있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마이크로 프로세서에 내장돼 미리 정해진 기능을 수행하도록 설계된 소프트웨어)' 분야 연구를 계속할 생각이다. "요즘은 로봇 못지않게 교육에도 관심이 많이 가더라고요. 교육과 IT를 접목한 '에듀 테크' 분야 공부를 좀 더 해보고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남은 이야기_"SCPC, 두 번째 행보가 더 기대됩니다!"

삼성전자가 오랜 준비 끝에 선보인 SCPC. 참가자들의 눈에 비친 대회 면면은 어땠을까? 김민수씨는 "처음 개최되는 대회란 사실을 잊을 정도로 진행이 매끄러워 인상적이었다"며 일단 '합격점'을 줬다. 그는 "만점자가 많이 나오거나 제한 시간이 너무 남으면 참가자 사이에서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대회'란 혹평이 나오기 일쑤"라며 "그런 점에서 이번 SCPC는 여러모로 무난하고 깔끔하게 마무리됐다"고 덧붙였다.

이선규군은 "중학생인 내가 풀기에 문제가 다소 어려웠지만 쟁쟁한 실력을 갖춘 형∙누나들과 동등한 자격으로 경쟁할 수 있어 굉장히 뜻깊었다"고 자평했다. 윤필립씨는 "모처럼 집중력을 발휘하느라 두통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생각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박범수∙박상수 형제는 "프로그래밍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고수'들이 거의 다 참가해 출전 자체로도 자극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비단 SCPC 개최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더라도 최근 소프트웨어가 부쩍 각광 받고 있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 김민수씨는 "대부분의 하드웨어가 충분한 성능을 갖추게 된 만큼 이제부터의 차별화 요소는 소프트웨어에서 가려질 것"이란 전망으로 그 이유를 대신 설명했다. 그리고 그 징후는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인재들의 등용문이 될 SCPC의 향후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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