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을 뒤집다 ④엔터테인먼트_IT로 문화를 재창조하다

2016/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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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SUNG NEWSROOM 삼성전자 뉴스룸이 직접 제작한 기사와 사진은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실수 있습니다 스페셜리포트 송년특집 디지털,세상을 뒤집다 4.엔터테인먼트_IT로 문화를 재창조하다

지난 1954년 2월, 한국 대구 근교. 영하 10도를 밑도는 추운 겨울에 미군 병사들이 작은 언덕 기슭의 나무를 베어내고 있었다. ‘특별한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었던 것. 남성이라면 누구라도 가슴 설레게 했던 마릴린 몬로(Marilyn Monroe), 당시 최고의 할리우드 배우이자 ‘섹스 심볼’이었던 그가 오는 것이다. 

 

무대에 자신 없던 마릴린 몬로를 일으켜 세운 힘

마릴린 몬로는 한국전쟁과 그 여파로 아직 고국에 가지 못한 미군 병사들을 위해 나흘간 10회에 걸쳐 쇼를 선보였다. 이날 공연을 봤던 베테랑 테드 셔먼(당시 미군 해군으로 한국전쟁에 참여)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굉장한 저녁이었어요. 향수병에 걸려 있던 모든 병사들이 마릴린 몬로의 춤과 노래에 흠뻑 빠져들었죠. 마릴린이 ‘다이아몬드는 숙녀의 절친(diamonds are a girl's best friend)’이란 노래를 부르던 모습과 그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정말 행복했죠.”

마릴린 몬로 공연 사진

이 공연은 마릴린 몬로에게도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평소 무대에 자신감이 없어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 그는 “10회의 공연을 통해 무대공포증을 완전히 극복하고 청중과의 인터랙션을 즐길 줄 알게 됐다”고 한 인터뷰에서 털어놨다.

"무대에서 내려다보면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저를 쳐다보고 있어요 얼굴엔 행복한 웃음이 가득하고 조금만 특별한 손짓을 해줘도 놀랄 정도로 환호해주고... 제 노래와 춤으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게 정말 뿌듯했어요."

마릴린 몬로의 주한 미군 공연은 관객과 공연자가 ‘인터랙션(interaction)’ 하는 이상적 연행(performance)의 전형이다. 공연자는 춤과 노래에 대한 실시간 관객 반응을 확인하고 관객은 공연자가 연행을 통해 자신들의 삶을 위로해주는 듯한 유대감을 느끼는 것. 

이건 어디까지나 아날로그 시대의 인터랙션이다. 즉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분명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 시절 마릴린 몬로급 엔터테이너가 태평양 상공을 날아 한반도로 올 수 있었던 건 흔치 않은 일이었다. 마릴린 몬로는 당시 미국 최고 야구선수였던 조 디마지오(Joe DiMaggio)와 결혼한 직후, 그가 일본에서 초청 경기를 하는 일정에 신혼여행 겸 동반해서 도쿄까지 왔기에 가능했다. 그런 상황이 아니었더라면 당시 한반도처럼 세계 문화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월드 스타가 온다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 들어오면서 이런 한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게 됐다.

 

오래된 미래, 일방적 매스 미디어에서 인터랙티브 멀티 미디어로

엔터테인먼트[1]는 디지털로 바뀌어가는 세상에서 그 변화폭이 큰 분야이다. 인간이 노래와 춤, 그리고 이야기를 통해 얻는 즐거움은 인류가 집단생활을 해온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다른 동물에선 찾아볼 수 없는 ‘문화적 행동’의 기본인 셈. 아주 오랜 옛날, 동굴 속에서 맹수와 비바람을 피하던 때부터 사람들은 그 집단에서 목청 좋고 흥 많은 사람이 뽑는 노랫가락이나 입담 좋은 사람이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힘든 시간을 이겨냈을 것이다.

조선시대 타작마당에서 판을 벌이던 탈춤패

이런 의미에서 엔터테인먼트는 인터랙티브 기반으로 생겨났다고 볼 수 있다. 조선시대 타작마당에서 판을 벌이던 탈춤패나 중세 유럽에서 하프를 뜯으며 옛날 영웅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던 음유 시인… 관객은 몇 명에서 몇 십 명이 전부였다. 이들은 서로 추임새를 넣어주고 그걸 받아 대사를 바꾸는 등 전통사회에선 어떤 연행이든 한 공간에서 주고 받는 인터랙션을 기초로 진행됐다.

20세기로 접어들면서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대중사회 형성과 매스 미디어의 등장으로 인터랙션이 정반대 양상을 띄게 된 것. 연행은 더 이상 ‘주고 받는 것’이 아닌 ‘일방적인 것’으로 성격이 바뀌게 된다. 예를 들어 라디오 청취자들은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대본대로 진행되는 드라마나 정해진 순서에 따라 들려주는 음악 프로그램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TV가 보다 사실적으로 연행 모습을 보여주게 됐다고 하더라도 ‘문화 소비자들이 수동적으로 주어지는 엔터테인먼트를 받아들이기만 했다’는 사실엔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DNA 속엔 여전히 인터랙티브한 연행에 대한 욕구가 있었나 보다. 일방적일 수밖에 없는 현대 매스 미디어 구조 속에서도 청취자들은 방송국에 엽서를 보내 자신의 목소리를 내려 했다. 1970년대 카세트 플레이어 보급 이후 음악방송에서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나오면 이를 녹음, 조각조각 모아 ‘나만의 음악 프로그램’을 만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인기 드라마 속 주인공이 비극적인 죽음에 임박했다가도 시청자들의 거센 항의 표현에 되살아 오래 행복한 삶을 누리게 되는 일도 종종 있었다. 

1970년대에 흑백 TV를 보고 있는 사람들
(출처: 위키피디아)

 

디지털 기술, 적극적 인터랙션 욕구 일으켜
 
20세기 말 등장한 디지털 기술은 사람들의 DNA 속에 깔려 있는 인터랙션 욕구에 여러 모로 표현 방식을 제공한다. 미국 클레이튼 주립대학교(Clayton State University) 다이앤 풀턴 박사팀은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직접적인 인터랙션의 도입을 촉진시킨 건 디지털 게임”이라고 분석했다. 사람들은 자판∙마우스∙조이스틱 혹은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Head Mounted Display, HMD) 등을 이용, 게임의 일부로서 스토리의 흐름을 바꾸어갈 수 있단 사실에 열광한다. 다수의 인기 게임이 오픈 베타 등을 통해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을 최대한 반영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도 이 때문.

사전에 길고 치밀한 준비 과정을 둬야 하는 제작 과정 특성상 드라마는 인터랙션이 가장 반영되기 어려운 분야로 꼽힌다. 따라서 소비자 참여(input)는 드라마 선택 과정에서 일차적으로 반영되는 부분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요즘 드라마 엔터테인먼트에선 시청자들의 선택폭이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지고 있다. 가정 공급용 영상 채널의 변화를 훑어봐도 마찬가지다. 한 세대 이전만 해도 지상파 방송 채널이 지정된 시간에 보내주는 콘텐츠 시간에 맞춰 TV 앞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최근엔 지상파 방송 외에도 △VOD △케이블 방송 △네트워크 TV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시스템과 무수한 채널들이 있다. 콘텐츠를 즐기는 방식도 다양해졌다. 스트리밍으로 보거나 다운로드해 필요한 때에 꺼내볼 수 있게 된 것. 감상할 수 있는 콘텐츠 수도 거의 무제한이다.

TV/외부입력 Blu-ray player HDMI 1 , Game Console HDMI 2 , Samsung TV tv,sam's Travel pics USB , [Phone]Sam Phone Netwark , HDMI4 , DVI , Component

향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진일보한다면 콘텐츠 소비자가 콘텐츠 내용 전개에 참여하는 날도 머지 않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인류가 오랜 세월 동안 익숙해져 왔던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가 디지털을 통해서 구현되는 것이다.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는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미래형 문화 자산이다. 문화비평가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Helena Norberg-Hodge)의 표현대로 ‘아주 오래 전부터 있었던 미래’(ancient future)인 셈이다.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혁명의 대표 아이콘 ‘K-팝’

무대를 보는 사람들이 환호하고 있다

드라마와는 대조적으로 대중음악의 경우, 디지털로 인한 인터랙션이 이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방향으로 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K-팝의 성공을 들 수 있다. 

2000년대 초, 한국의 시청각형 대중문화는 일본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해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젊은 층으로 폭넓게 애호가층을 확대해나갔다. 남북미·인도·중동·유럽까지 영역을 넓힌 K-팝을 두고 그간 학계에선 여러 가지 분석이 있었다. “유튜브 같은 동영상 플랫폼이나 소셜미디어가 없었더라면 지금과 같은 성공은 불가능했을 것”이란 인식이 일반적이다. 

글로벌 시대 속 넓은 지지층을 확보하기 위한 엔터테인먼트 아이템의 조건은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폭넓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콘텐츠, 또 하나는 그 콘텐츠를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지도록 하는 마케팅이 그것이다. 

수많은 아날로그 TV

20세기 아날로그 시대엔 대규모 아날로그 시스템을 갖춘 편이 단연 유리했다. 넓은 지역에 걸쳐 홍보할 수 있는 자본과 역량이 있어야 하는 건 기본. 국가 간 문화교류 협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해 쉽게 다른 나라에도 도입될 수 있는 조건이 깔려 있어야 했다. 거기엔 드라마 내용이나 노래 가사가 현지 문화에 맞춰 번역된 후 전달해야 한다는 점까지 포함돼 있었다. 이런 점에서 글로벌 문화에서 주변부에 위치한 국가의 아이템들이 문화 선진국인 미국·영국·프랑스와 경쟁한다는 건 처음부터 게임이 안 될 정도로 불리한 조건을 안고 가는 것이었다.

한국전쟁 직후부터 미군 부대를 중심으로 미국과 유럽의 대중음악을 비교적 빨리 접해왔던 한국은 TV 보급과 함께 선진국의 문화 콘텐츠를 많이 방영해왔다. 이를 보면서 자란 세대들은 본토의 젊은층 못지않은 글로벌한 대중문화 감각을 익힐 수 있게 됐다. 여기에 SM·YG·JYP 등 대형 기획사들이 체계적인 트레이닝 시스템과 한국인 특유의 예술 감각과 글로벌한 제작 감각을 통합, 지구촌 어디에서나 환영 받을 수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2008년 이후 온라인에서 K-팝을 검색한 조회수 추이  2008~2012 1. 슈퍼주니어 <쏘리쏘리>,소녀시대 <지> 2. 원더걸스 <노바디> 3.SM타운LA투어 4.SM타운 유럽공연 5.빅뱅2011 유럽 MTV상 수상 6.빅뱅<얼라이브>로 빌보드 차트 데뷔 7.싸이<강남스타일>유튜브 최고 인기 동영상 <출처:위키피디아>

대형 기획사가 기획 단계부터 유튜브나 소셜 미디어를 마케팅 전략에 적극적으로 이용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역동적 안무와 결합돼 단순한 가락이 반복되는 음악 연행은 한국어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K-팝을 접하고 매료된 외국인들은 한국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게 된다.

이들은 종종 K-팝 사랑을 리액션 비디오로 만들어 동영상 플랫폼에 업로드한다. 아직까지 언어 문제로 인해 K-팝 스타가 해외 팬들과 직접 소통하는 예는 많지 않다. 하지만 동영상 플랫폼에 올라오는 해외 관객들의 댓글이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들어오는 메시지는 기획사 차원에서 좋은 마케팅 참고 자료인 동시에 홍보 창구 역할을 한다.

스스로 경험하는 동안에도 적응이 안될 정도로 진전이 빨랐던 K-팝 열풍. 한 세대 이전만 해도 대중문화 주변국이었던 한국이 순식간에 글로벌 신드롬의 주역으로 올라설 수 있었던 건 디지털의 힘에 뒷받침됐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기술적 도약과 그에 맞물리는 콘텐츠 혁신이 우리의 마음과 영혼을 ‘즐겁게’ 만들어줄지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디지털 혁신 앞날이 기대된다.


[1] 캠브리지 영어 사전은 “엔터테인먼트란 노래∙춤∙연극∙영화∙TV쇼 등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하는 행동’이라고 정의한다. 우리말 번역어로 ‘연예(演藝)’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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