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소프트웨어 주역이 한자리에! 제1회 삼성 대학생 프로그래밍 경진대회 본선 현장
지난 14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 미래의 소프트웨어 주역들이 집결했다. 제1회 삼성 대학생 프로그래밍 경진대회(Samsung Collegiate Programming Cup, 이하 ‘SCPC’) 본선이 열렸기 때문. SCPC는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 활성화와 인재 육성을 목표로 삼성전자가 지난해 시작한 사회공헌 사업. 이날 본선 경연장엔 두 차례의 예선을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한 130여 명의 참가자가 모여 각자의 프로그래밍 기량을 겨뤘다.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240분. 코딩(coding)을 향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청년들의 에너지로 가득했던 현장을 찾았다.
다과 즐기고 포토월서 촬영도… ‘축제’ 같았던 사전 등록
▲등록 부스에선 SNS에 ‘#SCPC’ 해시태그를 달아 인증샷을 올리는 이벤트가 진행됐다<위 사진>. 쉽고 간편하게 참여할 수 있어 참가자 사이에서 호응이 컸다
입장이 시작된 오전 11시 30분, 행사장 앞으로 참가자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등록을 마친 참가자들은 행사장 한쪽에 마련된 다과를 즐기고 포토월에서 사진을 촬영하거나 제품 전시 공간을 둘러보는 등 하나같이 대회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주최 측은 참가자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본 대회에 앞서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기대 반, 설렘 반… ‘파이팅’ 넘치는 참가자들의 출사표
▲”저희도 이 트로피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요?” 행사장 한쪽에 전시돼 있던 트로피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참가자들. (왼쪽부터) 윤지훈(고려대)∙이현수(성균관대)∙이원철(고려대)씨
제아무리 ‘절친’이라도 경연 앞에선 ‘선의의 경쟁자’일 수밖에 없다. 나란히 예선을 거쳐 본선 행사장을 찾은 윤지훈∙이원철(이상 고려대)씨와 이현수(성균관대)씨는 대회 시작 전 트로피를 배경 삼아 사진 촬영에 한창이었다. 이원철씨는 “현장에 와보니 학교에서 ‘프로그래밍 고수’로 소문난 선배들이 여럿 보인다”며 “프로그래밍 실력으론 상위권을 노리기 힘들어진 만큼 지금이라도 경품 추첨을 적극적으로 노려야 하나 고민 중”이라며 겸손한(?) 소감을 전했다. 반면, 윤지훈씨는 “아는 문제만큼은 틀리지 않고 풀어내는 게 목표”라며 다부진 출사표를 던졌다.
▲박수진씨는 “예선 직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운이 좋아 본선에 참여할 수 있었다”며 겸손해 했다
대부분의 참가자가 남성이었기 때문인지 간간이 눈에 띄는 여성 참가자가 유독 시선을 끌었다. 박수진(성균관대)씨는 “본선에 참여하게 돼 기분이 좋다”는 말로 설레는 마음을 전했다. 그는 “본선에서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 학교에서 배운 내용 위주로 복습했다”며 “최선을 다하면 3위 정도는 기록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조심스럽게 수상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강지훈씨는 일찌감치 자신의 자리에 앉아 노트북과 키보드를 점검하며 대회 막바지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강지훈(서울대)씨는 “프로그래밍을 통해 또래들과 경쟁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기쁘다”며 대회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그는 “(프로그래밍) 대회 참가는 오랜만이어서 약간 긴장되지만 마지막까지 어떤 문제가 출제될지 기대하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드디어 막 오른 본선… “창의와 공유 함께하는 자리 되길”
모든 참가자가 입장을 마친 후 이효건 삼성전자 부사장의 개회사와 운영진(손기성 삼성전자 소프트웨어센터 차장)의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됐다. 참가자 전원에 대한 격려와 대회 진행 시 주의 사항 등이 언급됐다. “각자 책상에 놓인 기계식 키보드와 마우스 패드는 참가 기념 선물”이란 운영진의 설명이 이어지자 이내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날 오리엔테이션에선 △주니어 소프트웨어 아카데미 운영 △삼성 오픈소스 컨퍼런스 개최 등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과 대중화를 위한 삼성전자의 노력이 소개됐다. 손기성 차장은 “이번 행사가 ‘그들만의 리그’로 비쳐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창의적 아이디어를 담은 코드가 많이 나와야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이를 더욱 많은 사람이 공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리 없이 치열했던’ 논리의 최전선, 마지막 승자는?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대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날 참가자들에게 주어진 문제는 △감시로봇(250점) △의료봉사(300점) △트리(450점) △코끼리의 경로(500점) 등 총 4개. 네 시간에 걸쳐 모든 문제의 코딩을 정확하게 완료해야 하는 ‘미션’이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다목적홀 전면 대형 스크린엔 ‘실시간 순위 목록’이 떠올랐다. 주최 측이 참가자별 문제 풀이 과정을 수시로 파악, 중간 순위를 보여주는 화면이었다.
목록 속 참가자가 끊임없이 엎치락뒤치락 하는 가운데 홀 내부엔 시종일관 ‘고요한 소음'(?)이 울려 퍼졌다. “탁탁탁탁…” 누구 하나 입을 열지 않았지만 장내는 순식간에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로 가득 채워졌다. 일부 참가자는 문제 풀이가 뜻대로 안 되는지 손톱을 물어 뜯거나 머리를 긁적이기도 했다.
▲이벤트 경품으로 받은 SSD를 들고 ‘좋아요’ 포즈를 취한 당첨자들
정확하게 오후 다섯 시 반, 본선 종료를 알리는 사회자의 안내가 울려 퍼졌다. 그제야 참가자들은 잔뜩 웅크리고 있던 어깨를 등받이에 기댔다. 여기저기서 나직한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시상에 앞서 장시간 치러진 대회로 지쳐 있을 참가자들을 위해 선배(이정훈 삼성SDS 선임)와의 짧은 대화, 그리고 경품 이벤트가 이어졌다. SSD부터 기어 S2까지 다양한 경품이 속속 주인을 찾아갔다. 경연 도중 더없이 진지했던 참가자들은 경품에 당첨된 후 쑥스러워하며 기념 촬영에 임했다.
모든 이벤트가 끝난 후 드디어 모두가 기다리던 시상식이 시작됐다. 본격적 시상에 앞서 축사를 건네기 위해 무대에 오른 이상훈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사장은 “두 차례에 걸쳐 치열한 예선 경쟁을 뚫고 본선에 진출한 참가자 전원에게 격려와 감사 메시지를 전한다”는 말로 운을 뗐다.
이상훈 사장은 “삼성전자엔 국내외를 통틀어 7만 명 가까운 개발 인력이 있고 그중 60%가 소프트웨어 종사자이지만 소프트웨어 인재 육성은 앞으로도 삼성전자가 절실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라며 “세상은 이미 소프트웨어 인재가 이끌고 있으며 향후 그 비중이 점차 커질 예정인 만큼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한 참가자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이 첫 행사인 만큼 진행 과정에서 다소 미흡한 부분도 있었겠지만 향후 지속적으로 완성도를 높여가려 한다”며 “그 과정에서 나도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진 시상식,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마자 무대로 뛰어나가는 수상자들의 표정에선 미처 감추지 못한 기쁨이 스쳐갔다. 1차 예선부터 본선까지 수 개월간 이어진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트로피를 들고 밝은 얼굴로 기념 사진을 촬영하는 수상자의 모습을 보니 고진감래(苦盡甘來)란 사자성어가 절로 떠올랐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은 곧 국가 경쟁력과 연결된다. 이제 막 첫걸음을 뗐지만 이번 경진대회가 품고 있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지식을 ‘공유’함으로써 더욱 풍성해지는 프로그래밍 생태계가 이제 막 싹을 틔운 셈이기 때문. 소프트웨어에 관심 있는 이들의 관심과 응원을 자양분 삼아 SCPC가 앞으로도 ‘소프트웨어 강국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선도하는 마중물로 활약할 수 있길 기대한다.
[인터뷰] ‘제1회 SCPC 문제 출제 위원’ 김성열 건국대 인터넷미디어공학부 교수
“미래 소프트웨어 경쟁력, 핵심은 기본기”
SCPC는 코드를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대회란 점에서도 매우 뜻깊은 행사다. 본선 현장에서 만난 김성열 건국대 인터넷미디어공학부 교수는 “핵심 가치를 ‘공유’로 정한 SCPC는 국내 소프트웨어 저변 확대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1회 SCPC 문제 출제 위원이었던 김 교수는 현재 국제대학생프로그래밍대회(ICPC) 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해외에선 이미 코드를 공유하고 참가자 간 기량을 겨루는 프로그래밍 대회가 활성화돼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SCPC가 갖는 의미는 작지 않죠.” 그에 따르면 ‘참가자에 대한 전폭적 지원’ 역시 이번 행사의 특징 중 하나다. “철저한 사전 준비와 홍보로 프로그래밍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킨 점도 높이 삽니다. 특히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의 지원은 소프트웨어 붐을 일으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거예요.”
김성열 교수는 이날 참가자를 비롯, 소프트웨어 (예비) 꿈나무들에게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져야 한다”고 거듭 주문했다. 그는 “기본기가 튼실하지 않은 프로그래밍과 아이디어는 무용지물”이라며 “실제로 프로그래밍 대회 기출 문제를 봐도 기본기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사물인터넷 시대로 접어들며 이제 소프트웨어는 말 그대로 모든 분야에 적용될 겁니다.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좀 더 많은 사람이 프로그래밍 능력을 갖춰야겠죠. 프로그래밍 교육의 저변 확대가 중요한 건 바로 그 때문입니다. 기본기가 단단하게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복잡한 소프트웨어를 구현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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