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로 황폐해진 세상서 피어난 AI의 꿈

2018/10/16 by 조성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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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뉴스룸이 직접 제작한 기사와 사진은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웹드라마 ‘고래먼지’, 이렇게 봤다 ’AI 전문가’ 조성배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교수 미세먼지로 황폐해진 세상서 피어난 AI의 꿈고독이나 소외감은 현대 사회를 관통하는 최대 문제 중 하나다. 일부는 반려 동물을 기르며 외로움을 달래기도 하지만 그게 근본적 해결책일 순 없다. 이와 관련, 일본이나 미국 등 몇몇 선진국을 중심으로 ‘인간과 정서적 교감이 가능한’ AI 탑재 로봇 개발 연구가 한창이다. 극중 미로와 같은 AI가 실제 사회 구성원이 돼 인간 꿈을 이뤄주고 소통도 돕는 동반자 역할을 하면 좋겠다. 이러나 저러나 앞으로의 AI는 편의성과 효율성 증대 노력을 거쳐 인간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일조하리란 게 내 생각이다.

수려한 영상미와 화려한 캐스팅. 가까운 미래(2053년) 사회의 피폐해진 환경과 메마른 인간관계를 토대로 AI와 같은 첨단기술이 매개하는 소통을 그린 이야기. 웹드라마 ‘고래먼지’에 대한 첫 느낌이었다. 최근 미디어 소비 성향의 변화로 소위 ‘짤방’으로 불리는 마이크로 콘텐츠가 성행하고 있는데, 완성도 측면에선 가히 군계일학이라 해도 과하지 않을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잘 만들어진 한 편의 드라마가 전달하고자 하는 심오한 내용에 뭔가를 덧붙이기보다 ‘AI 전공자의 눈에 비친 드라마 속 가능성과 한계’를 되새기는 걸로 감상을 대신할까 한다.

#1. 인간의 꿈 이뤄주는 AI?

고래먼지 메인 포스터

이 드라마엔 미세먼지와 가뭄으로 폐허가 된 세상에서 고립된 인간관계 때문에 고독한 인간 군상이 등장한다. 고래를 보고 싶은 소녀와 소통에 목말라 있는 기상캐스터, 오지 않는 전철을 기다리는 역무원···. 모두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꿈을 가진 사람들인데, 이들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하기 위해 첨단 기술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VR 헤드셋과 투명 디스플레이로 가상 공간에서 실제 같은 허구를 경험하고, AI와 홀로그램으로 가상의 물건과 단순 교신을 넘어 정서적 교류가 가능한 세상을 그리고 있다.

푸른 바다에서 고래를 보고 싶어하는 소녀는 AI로 꿈을 이루고, 어쩌면 어린 시절 소중한 추억을 되살려 엄마의 사랑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치매에 걸린 역무원도 소녀가 남기고 간 홀로그램 덕에 기다리던 전철과 마주하는 꿈을 이뤘고, 소통에 굶주렸던 기상 캐스터는 AI 덕에 소녀와 바다로 간다. 투명 디스플레이나 자신만의 AI와 소통하느라 타인과 관계 맺는 법을 잊어버린 인간의 문제를 AI가 다시 해결해준 것이다. 그런데 드라마 속에 배치된 여러 가지를 종합해보면 이 모든 게 실제였나, 싶기도 하다. 마치 장자의 꿈이나 영화 ‘매트릭스’처럼 이 모든 게 AI 미로의 꿈은 아닐까? 어쩌면 고래먼지는 신기루 같아서 이룰 수 없는 꿈이고, AI가 그걸 가상으로 꾸며낸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2. ‘드라마니까’ 가능한 설정

AI 금붕어와 소녀

극중에선 금붕어나 아들처럼 친근한 모습이 시청자의 몰입감 형성에 기여했지만 AI의 모습이 굳이 그래야 할까? 사실 AI 자체보다 그걸 ‘현실적’ 모습으로 만드는 게 기술적 측면에서 더 어려울 수 있다. 실제에 가깝게 만들수록 인간의 몰입감은 커지지만 정서적 교감은 오히려 어려울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을 심리학적 용어로 ‘이상한 골짜기(uncanny valley, 인간과 비슷하게 생긴 로봇을 보면 생기는 불안감·혐오감·두려움)’라고 하는데, 애니메이션 속 등장 인물이나 인형이 최대한 간결하게, 추상적 형태로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즉 고래먼지 속 AI를 실제로 만들려면 이 ‘골짜기’를 극복, 실제와 동일하게 느낄 정도로 높은 수준의 기술이 필요하다.

기능적으로도 AI가 사람들 간 대화를 관찰하면서 맥락을 이해하고 적절히 끼어든다거나,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따위의 설정이 실재하려면 매우 어려운 문제들이 해결돼야 한다. 인간에겐 그리 어렵지 않은 일, 이를테면 AI 스피커를 사용할 때 늘 이름을 먼저 불러 요청한 사항에 대한 답을 구하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는 에코(아마존)나 어시스턴트(구글)는 물론, 누구(SK텔레콤)와 기가지니(KT) 등 국내외 시판 제품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다.

#3. AI, 대체 얼마나 발전할까

사람들이 마주앉아 밥을 먹고 있는 모습

극중 미로와 같은 AI, 실제로도 출현할 수 있을까? 구글에서 언어이해 연구를 총괄하는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에 따르면 21세기 인류 발전은 20세기 그것의 1000배에 이를 전망이다(이를 일명 ‘수확가속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이 이론을 적용했을 때 2045년이면 (인간이 만든) 기계의 지능이 인간 지능을 뛰어넘는 ‘특이점’이 도래할 전망이다. 인간 능력을 뛰어넘는 AI가 등장할 날이 30년도 남지 않은 것이다. 정말 그럴까?

AI를 말하다 보면 자꾸 인간의 지능 체계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AI는 실상 ‘감정’이기 때문에 ‘생존’을 동기로 삼을 필요가 없다. 또 일반적으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은 선형적 발전을 통해선 도달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다리 넷 달린 의자에 앉아 공중부양 하려는 사람이 부단한 노력 끝에 세 개 다리로 균형 잡는 법을 익힌 후 두 개 다리로, 다시 한 개 다리로 균형을 잡는 데 성공했다 치자. 하지만 그 방식으로 모든 다리가 공중에 뜰 수 있다고 생각할 순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4. ‘자가발전 AI’ 출현 가능성

사람들이 AI를 통해 날씨를 확인하고 있는 모습

세간의 관심만 놓고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인간을 뛰어넘는 ‘초(超)지능’이 곧 등장할 것 같다. 지능은 본질적으로 다양한 측면을 내포하며, 2018년 10월 현재 AI가 성공을 거둔 건 특정 분야에 불과하다. 이와 달리 일반 AI는 모든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AI가 바둑이나 퀴즈 같은 게임을 인간보다 잘하려면 높은 수준의 일반지능이 필요할 것”이란 평가가 일반적이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특수 목적 AI만 갖고도 인간 챔피언에게 이기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가능했다(물론 이 프로그램들은 바둑이나 퀴즈 풀이 외에 다른 지능을 필요로 하는 일은 할 수 없다).

게임 분야에서 인간 최고 고수를 이기는 AI는 생각보다 훨씬 간단한 방법으로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 점에 착안하면 다른 지능 역시 예상 외로 단순하게 개발될 수 있다. 만약 특수 AI를 실현하는 간단한 방법이 모여 특이점을 돌파하면 그 시점부턴 AI가 자기 개선을 통해 소위 ‘지능 폭발’을 일으킬 수도 있다. 실제로 스웨덴 철학자 겸 미래학자 닉 보스트롬은 “여러 개의 특수 AI가 개발되며 누락됐던 주요 부분이 채워지는 순간, 특이점을 넘어설 것”이라고 주장한다.

에필로그: AI를 향한 ‘희망사항’

고래먼지 주인공 3명

고독이나 소외감은 현대 사회를 관통하는 최대 문제 중 하나다. 일부는 반려 동물을 기르며 외로움을 달래기도 하지만 그게 근본적 해결책일 순 없다. 이와 관련, 일본이나 미국 등 몇몇 선진국을 중심으로 ‘인간과 정서적 교감이 가능한’ AI 탑재 로봇 개발 연구가 한창이다. 극중 미로와 같은 AI가 실제 사회 구성원이 돼 인간 꿈을 이뤄주고 소통도 돕는 동반자 역할을 하면 좋겠다. 이러나 저러나 앞으로의 AI는 편의성과 효율성 증대 노력을 거쳐 인간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일조하리란 게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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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배

연세대학교 컴퓨터과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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