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5G, IT ‘게임의 판’ 바꾸다
지난 2월 말, 눈이 흔치 않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폭설이 내렸다. 10여 년 만의 이 눈으로 일부 학교엔 휴교령이 선포됐다. 매해 바르셀로나의 2월은 지구온난화 현상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따뜻했다. 하지만 올해는 부쩍 쌀쌀해진 날씨 때문인지 북적거리는 실내 행사장과 달리 거리는 썰렁하기까지 했다. MWC 2018(Mobile World Congress) 전시장 안팎 풍경도 비슷했다.
#1_‘5G 시대’ 방아쇠 당긴 MWC 2018
‘‘Creating a Better Future(더 나은 미래 창조)’를 주제로 열린 올해 MWC의 주인공은 단연 5G(5세대 이동통신)였다. 기업과 기타 관계자 등 10만여 명의 관객은 5G가 바꿀 미래를 주제로 자유롭게 소통했다. 누군가는 시간 지연 없는 기계나 도구를 선보였고 누군가는 눈 깜짝할 속도의 다운로드 시스템을 소개했다. 또 누군가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의 사례를 들었다.
때마침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시행된 KT의 5G 시범 서비스가 호평 받으며 세계 각국 이동통신사는 “2019년 5G 서비스를 상용화하겠다”는 발표를 이어갔다. 액센추어(Accenture)∙에릭슨(Ericsson)∙퀄컴(Qualcomm)∙화웨이(Huawei) 등 관련 기업들은 △단말기 △VR(Virtual Reality) 기기 △안테나와 장비 △헬스 △응용 애플리케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제품을 선보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5G 관련 논의는 대부분 총론에 그쳤다. 제품과 서비스는 여전히 안갯속이었다. 반면, 올 들어 흐름이 바뀌었다. 5G 제품과 서비스가 하나둘 구체화되며 ‘5G 시대에 대처하는 방법’과 관련, 가장 중요한 방향이 설정된 것. MWC 2018 현장은 출발선에 한 줄로 도열한 채 “준비!” 구령에 긴장하며 기다리다가 “땅!” 하는 신호음을 듣자마자 달려나가는 5G 종목 선수들을 연상케 했다.
#2_이동통신사, 5G 업고 ‘화려한 부활’
MWC 2018은 세계 각국 이동통신사가 모처럼 활기를 띤 자리였다. 한때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영향력을 행사했던 이동통신사는 스마트폰 등장 이후 10여 년간 단말기 제조사와 플랫폼 기업에 힘의 중심 축을 내어줬고, 이로 인해 한동안 여러모로 고생했다. 하지만 평창 동계올림픽에서의 5G 시범 서비스가 성공을 거두고, 이후 글로벌 이동통신사들이 잇따라 ‘2019년 5G 상용화’를 선언하면서 MWC 2018은 5G 장비와 솔루션, 서비스의 각축장이 됐다. 자연히 행사장 곳곳에선 이를 주도한 글로벌 이동통신사들의 생동감이 넘쳐 흘렀다.
올해 MWC에서 이동통신사의 존재감 부활을 실감한 건 그들이 자사의 ‘더 나은 미래(better future)’에 모든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듯했기 때문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5G 시범 서비스를 성공시킨 KT는 말할 것도 없고, 에릭슨(안테나)과 퀄컴(와이파이 허브) 역시 KT와 함께 다양한 실험을 진행했다. 이 밖에도 다양한 이동통신사가 자사 5G 서비스를 중점적으로 홍보했다.
#3_중견기업 도약 돋보였던 중국 기업관
올해 MWC에 참가한 중국 모바일 기업은 △레노보(Lenovo)∙화웨이(Huawei) 같은 대기업 △샤오미(Xiaomi)∙오포(Oppo)∙메이주(Meizu) 같은 중견기업 △선전(深圳) 지역을 중심으로 분포한 제조사 등 크게 세 부류로 나뉘었다. 하나같이 뛰어난 제조 기술을 보유했을 뿐 아니라 “싸구려 ‘짝퉁’이나 만든다”는 오명을 벗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특히 눈에 띄었던 건 중견 기업의 도약이다. 사물인터넷(IoT)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 샤오미 제품이 대표적 예. 다소 한정적이긴 했지만 제법 다양한 제품군을 갖췄고 전시 솜씨도 수준급이었다. 하지만 대기업과 일부 중견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 부스는 공간 구성이나 고객 응대 태도 등에서 여전히 과거 형태를 답습하고 있어 중국 기업의 양극화 현상을 실감하게 했다.
#4_‘생각하는 카메라’ 앞세운 갤럭시 S9
MWC 2018에서 첫선을 보인 삼성전자의 새 스마트폰 갤럭시 S9과 S9+은 독보적이었다. 비교 대상이 없어 싱겁기까지 했다. 개막 전날 개최된 갤럭시 S9∙S9+ 언팩 행사엔 ‘연결되고 소통하며 생각하는 카메라’라는, 분명한 메시지가 있었다. 내 귀에 그건 “이제 단말기 자체보다 어떻게 하면 고객과 자연스레 대화하며 즐겁고 멋진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느냐, 가 더 중요해졌다”는 의미로 들렸다. 그건 “멋진 단말기를 ‘구매’하며 즐거워하는 시대가 가고 좋은 단말기를 ‘사용’하며 행복을 느끼는 시대가 왔다”는 뜻이기도 했다. “우리는 물건을 팔 때가 아니라 고객이 우리 물건을 쓸 때 돈을 번다”는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의 말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MWC 2014에서 스마트폰 보안 솔루션 ‘녹스(KNOX)’를, 이듬해인 MWC 2015에서 모바일 결제 시스템 ‘삼성페이’를 각각 선보였다.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려면 (기업용) B2B 보안과 (일반 고객용) B2C 결제 둘 다 중요하단 사실을 일찌감치 간파한 것이다. 두 시스템은 몇 년 전부터 단말기 제조 분야에서 매섭게 추격해오는 중국 기업을 따돌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분야이기도 하다.
#5_스타트업 돌풍… “진입장벽 따윈 없다”
올해 MWC가 열린 장소는 바르셀로나 피아그란비아 전시장, 그리고 몬주익광장 내 4YFN(4 Years From Now) 전시관이었다. 주 전시장인 피아그란비아에도 스타트업 기업이 있긴 했지만 4YFN 전시관은 800여 개 스타트업 기업이 모인 공간으로 주목 받았다. 특히 최근 해외 IT 전시회에선 글로벌 기업이 자사 제품과 협력 기업 제품을 함께 전시하는 게 추세다. 실제로 삼성전자∙SK텔레콤∙레노버∙퀄컴∙IBM 등의 기업이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그만큼 스타트업의 존재감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4YFN관에 부스를 차린 스타트업들은 한때 높은 진입장벽 때문에 쉬 도전하기 힘든 걸로 여겨졌던 기술∙장비∙단말기 등의 부문에서도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결합, 다양한 결과물을 전시하고 있었다. 몇 년 전과 비교했을 때 한층 성숙해진 면모였다.
다만 현장에서 마주한 스타트업들은 제품과 서비스 전시에 주력하기보다 상호 협력과 투자 설명, 교류 협의 등에 더 주력하는 인상이었다. 특히 역사가 비교적 짧은 기업일수록 개방과 협력을 추구한단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역동적 생동감과 자신감도 느껴졌다. 이 같은 기류는 국내외 기업 간 구분 없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에필로그: ‘더 나은 미래’ 출연에 대한 기대
10여 년 만의 눈으로 쌀쌀했던 바르셀로나 날씨와 달리 MWC 2018 행사장은 봄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었다. 5G 기술을 기반으로 새 시대가 열리고 있단 사실을 인지한 모바일∙통신 사업자들은 앞다퉈 자사의 첨단 기술을 선보였고 삼삼오오 모여 다가올 변화를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행사장 곳곳에서 인공지능과 로봇, 사물인터넷과 스마트홈 등 전 분야에서 ‘게임의 법칙’이 바뀌고 있단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정말 새로운 시대가 다가오고 있으며 그 결과, (올해 MWC의 슬로건처럼) 더 나은 미래가 머지않아 펼쳐질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품게 한 시간이었다.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개인적 소견이며 삼성전자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원고에 쓰인 자료 중 일부는 필자의 페이스북에서 발췌, 인용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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