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마시멜로를 만든 사람들_“관리가 아닌 ‘존중’의 마음을 담았습니다”
삼성전자가 최근 올바른 스마트폰 사용 습관을 기르도록 돕는 서비스인 ‘삼성 마시멜로’(이하 ‘마시멜로’)를 출시했습니다. 마시멜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은 부모가 일방적으로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지 않고 아이들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올바른 사용을 이끌어내 주목받고 있는데요. 부모와 자녀를 모두 만족시키는 마시멜로 앱,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삼성전자 뉴스룸이 마시멜로를 만든 개발·기획·UX 담당자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자녀 스스로 스마트폰 사용 규칙을 지키면서 가족과의 유대감까지
마시멜로는 △자녀가 최대 8개의 앱을 직접 선택해 자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마시멜로 모드’ △부모 입장에서 자녀가 장시간 사용하지 않기를 원하는 ‘관리 앱’ △자녀가 스마트폰 사용 규칙을 잘 지켜서 모은 포인트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기프트’로 구성됩니다. 자녀가 부모와 함께 사용 규칙을 정하고 이를 스스로 지켜 보상을 얻음으로써 올바른 스마트폰 사용 습관은 물론 재미까지 얻을 수 있습니다.
Q. 왜 마시멜로를 기획하게 됐나요?
정재원(기획): 최근 어린이와 청소년의 올바른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 소비자뿐 아니라 업계도 고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자녀를 둔 부모는 아이에게 폰을 사줄지, 사준다면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걱정이 많죠. 저도 같은 입장의 엄마로서 서비스를 기획하다보니 아이 스스로 잘 사용하는 게 중요하단 걸 깨달았습니다. 기존의 스마트폰 관리 앱은 부모가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을 일일이 통제할 수 있어 부모는 만족하지만 아이들은 싫어하는 앱이 됐죠. 따라서 부모의 감독이 아닌 자녀의 자율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김규식(기획): 주변을 보면 부모들이 어쩔 수 없이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내주면서도 매우 찜찜해 합니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접할 수밖에 없는 현재의 환경에서 스마트폰 중독 예방을 위해 제조사가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자녀의 입장에서 부모의 강요가 아니라 관심을 느낄 수 있는 서비스를 목표로 기획했습니다. ‘무엇을 제어할까’가 아니라 ‘무엇을 풀어줄까’를 고민한 거죠.
▲삼성 마시멜로를 기획한 김미라·김규식·정재원씨(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서비스개발팀)와 박지은씨(서비스비즈팀)<왼쪽부터>
Q. 개발 단계에서 새로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유경용(개발): 마시멜로는 참여 부모보다 사용자인 아이들이 더욱 좋아하는데요.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이 스스로 절제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아이들의 인격을 존중하는 앱이기 때문이죠. 바람직한 사용 방향을 스스로 알고, 본인의 자제력에 대한 보상으로 원하는 재미를 얻을 수 있도록 개발했습니다. 규칙을 지키면서도 재미있고 부모에게 떳떳해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서비스죠.
김문규(개발): 아이들을 존중하면서 어느 선까지 관찰하고 어떻게 정보를 제공할 것인지, 제조사의 소프트웨어 개발자이기에 가장 잘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프레임워크·플랫폼 개발 엔지니어들과 긴밀히 논의하고 자체 코드 개발 등 대응 방안을 함께 모색하면서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여갔죠.
▲삼성 마시멜로 개발을 담당한 김진희·유경용·김문규씨(서비스개발팀)<왼쪽부터>
Q. UX 디자인에서 중점을 둔 부분이 궁금합니다.
추희정(UX): 실제로 자녀가 처음 스마트폰을 사게 된 상황에 놓인 엄마의 마음으로 참여했는데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사용하면서 서로 소통하고 유대감을 강화할 수 있는 UX에 중점을 뒀죠. 또한, 마시멜로를 사용하는 어린이들은 생활 습관을 익히는 중요한 시기에 있는데요. 자녀의 스마트폰 구입 시기에 대해 해외의 한 통신사는 부모와의 약속을 일상적으로 잘 지키는지, 자기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고 잘 챙기는지를 지침으로 제시하기도 합니다. 저희는 아이들이 마시멜로를 쓰면서 약속과 신뢰를 배워갈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장일구(UX): 마시멜로를 통해 자녀 스스로도 스마트폰 사용 현황을 확인하고 온·오프라인으로 부모와 아이가 소통하는 앱이 되도록 노력했습니다. 마시멜로에선 부모가 특정 앱들을 무조건 사용 금지하는 게 아니라 덜 쓰기를 바라는 관리 앱으로 설정합니다. 아이는 규칙을 지켜서 쌓은 포인트로 선물을 요청하거나 관리 앱 사용시간을 좀더 얻을 수 있죠. 이처럼 보상의 재미를 제공해 올바른 스마트폰 사용에 동기 부여가 되도록 했습니다. 캐릭터나 목표 달성 배지(badge), 친구들과의 현황 비교 등도 재미를 더하는 요소들입니다.
이은빈(UX): 부모와 자녀의 커뮤니케이션이 딱딱해지지 않도록 캐릭터를 도입했습니다. 서비스 명칭인 마시멜로를 활용해 사자 캐릭터를, 아이들이 좋아하는 사탕을 응용해 캔디 캐릭터를 디자인했죠. 사실 캐릭터에 대한 선호는 매우 주관적인데요. 출시 전 베타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피드백을 반영해 너무 어리거나 유치해 보이지 않도록, 남녀 구분 없이 골고루 좋아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기획·개발 담당 동료들과 어느 때보다도 긴밀하게 협업한 덕분에 서비스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캐릭터를 고도화시킬 수 있었어요.
▲삼성 마시멜로의 UX를 디자인한 이은빈·장일구·추희정씨(UX혁신팀)<왼쪽부터>
아이들의 뜨거운 반응을 확인한 베타 서비스
마시멜로 서비스의 명칭은 스탠포드 대학의 심리학자 월터 미셸(Walter Mischel) 박사의 ‘마시멜로 테스트’란 실험에서 유래했습니다. 사회적 행동과 자제력에 대한 추적 연구인데요. 눈앞에 둔 달콤한 마시멜로처럼 참기 어려운 스마트폰, 베타 서비스에 참여한 아이들은 어떻게 사용했을까요? 삼성전자는 서비스 출시에 앞서 부모와 자녀 각 1명으로 구성된 60개 팀을 대상으로 베타 서비스를 진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사용자들의 눈높이에서 거듭 생각하며 마시멜로를 향상시킬 수 있었습니다.
Q. 베타 서비스를 진행해보니 어땠나요?
박지은(기획): 서비스라는 건 직접 사용해봐야만 알 수 있고, 사용자가 초기에 불편해 하면 성공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잠재 고객들로부터 생생한 피드백을 받고자 했습니다. 아이들은 처음엔 자유를 뺏기는 앱이라고 생각해 부정적이었지만, 나중엔 자신의 포인트가 궁금해서 마시멜로를 자꾸 실행하는 게 문제일 정도로 인기가 좋았습니다. 아이들이 부모 눈치를 보지 않고 목소리를 많이 내줘 좋은 의견들을 반영할 수 있었어요.
김미라(기획): 만드는 입장에선 쉽다고 생각했지만 사용자인 부모와 자녀가 어렵다고 느낀 부분들을 개선했는데요. 마시멜로에 접속해 가장 자주 접하는 홈화면을 카드 형태로 더 보기 쉽게 만들고, 딱딱하거나 난해한 용어가 있는지 다시 살폈습니다. 그래픽 UI도 더 세심하게 다듬었어요. 베타 서비스 참여자들로부터 마시멜로를 매개로 아이와 이야기할 기회가 많아졌다는 평가를 많이 들었습니다. 대화가 부족했던 아빠와 딸이 마시멜로 사용 이후엔 오히려 엄마가 질투를 느낄 정도로 가까워졌다고 전해온 가족도 있었죠.
▲부모와 자녀가 마시멜로에서 스마트폰 주요 사용 현황을 각각 확인할 수 있습니다
Q. 베타 서비스, 개발자에겐 어떤 도움이 됐나요?
유경용(개발): 개발자도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이 중요합니다. 참여자와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으며 진행하니 부서 간 소통이 강화되고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 높아졌죠. 기획자가 원하는 다양한 기능과 개발 상의 효율은 항상 부딪히기 마련인데요. 사용자에게 직접 피드백을 받으며 진행하니 개발에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사실, 마시멜로에서 유해 사이트 차단 기능을 적용하기 위해 실제로 각종 웹사이트에 접속, 테스트하다보면 회사에서 주변 사람들이 오해하는 건 아닌지 걱정되는 등 에피소드도 많았는데요. 베타 서비스 참여자들의 호응을 받으며 보람 있게 일할 수 있었습니다.
김진희(개발):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이 정도로 즉각적이고 열렬한 반응은 처음이었습니다. 베타 서비스 중 포인트 관련 오류가 발생했을 때 참여 자녀들이 실시간으로 심각하고 진지한 피드백을 보내왔는데요. 세세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됐을 뿐 아니라 아이들이 마시멜로를 어떻게 쓰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저도 가족들과 함께 베타 서비스에 참여했는데요. 아이들에게 직접 물어보며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어 좋은 기회였습니다.
김문규(개발): 베타 서비스에서 아이들이 앱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유익하게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시멜로의 비전과 의미를 다시금 발견했습니다. 저 역시 가족과 직접 마시멜로를 사용하며 동일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아내는 처음에 아이에게 스마트폰 사주는 것 자체를 반대했지만 ‘내가 개발하는 앱이 우리 아이에게도 도움이 될 거다’라고 자신있게 설득했죠. 포인트를 얼마나 쌓았고, 앞으로 약속을 더 잘 지켜서 함께 피자를 먹겠다는 등 마시멜로를 화제로 이야기가 늘어날 때마다 자녀의 자주성과 가족의 소통이 강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했습니다.
▲자녀가 포인트 범위 안에서 원하는 선물을 요청하면 부모는 구매 요청 알림을 받게 됩니다
사회에 도움이 되는 가족 플랫폼으로 발전하길
마시멜로는 4월 27일 한국과 미국에 정식 출시됐습니다. 오늘 모인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부모와 아이 모두 행복할 수 있도록 마시멜로를 만들었다”며 “공공 부문에서도 아이들에게 추천해줄 수 있는 유익한 앱, 사회에 기여하는 앱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는 바람을 나타냈습니다.
Q. 마시멜로를 정식 출시한 소감과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추희정(UX): 자녀의 스마트폰 구입은 전 세계 부모의 공통적인 갈등거리입니다. 오늘날 디지털 세대는 어려서부터 스마트 기기를 접하기 때문에 결국은 어떻게 하면 유익하게 사용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판단했죠. 아동·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은 앞으로도 업계가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할 과제인데요. 이런 관점에서 마시멜로는 삼성전자가 새로운 분야에 대해 고민하고 서비스 영역을 확장한 의미 있는 결과이자 출발점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정재원(기획): 노력했던 결과물이 나온다고 생각하니 벅찬 동시에 향후 발전에 대한 책임감도 깊어집니다. 부모와 아이가 더욱 많은 것을 함께하는 가족 플랫폼으로 진화시켜 ‘마시멜로가 좋아서 아이에게 갤럭시 스마트폰을 사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박지은(기획): 키즈모드와 마시멜로가 잘 연계돼 ‘부모와 아이 모두 안심하고 즐겁게 쓸 수 있는 갤럭시’라는 인식이 강화되면 좋겠습니다. 스마트 기기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이 부모의 스마트폰을 키즈모드라는 안전한 환경에서 사용하고, 좀더 자라서 자신의 스마트폰을 소유하면 마시멜로를 통해 스스로 생각하고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두 서비스를 통해 아이들이 좋은 습관을 기르며 재미를 얻기를 기대합니다.
우리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사줘야 할지, 스마트폰에 중독되진 않을지 걱정이 앞서는 게 부모의 마음입니다. 무작정 막기보단 스스로 절제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삼성전자도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마시멜로가 많은 가정에 행복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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