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고객 가치, 힌트는 ‘연결성’에 있다
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연결, 사업 구조(business paradigm)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현상이다[1].
자동차를 예로 들어보자. 자동차를 직접 구매하려는 소비자 수는 점차 줄어들 것이다. 자동차가 필요할 때마다 중개 플랫폼, 이를테면 ‘우버(Uber)’ 같은 걸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 받는 게 훨씬 더 편하기 때문이다. 운동화나 셔츠 같은 생필품 구매 행태도 달라질 게 분명하다. 사람들은 대량으로 생산된 기성품 중 하나를 고르기보다 각자의 취향이나 신체적 특성을 반영, ‘맞춤형’ 제품을 제공 받으려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생산자(혹은 공급자)를 중심으로 형성돼온 기존 산업 생태계 전반은 머지않아 소비자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제조업뿐 아니라 모든 산업에 걸쳐 나타날 전망이다.
자동차 구매자 감소와 맞물린 우버 이용률 급증
오늘날 주요 기업은 이 같은 추세에 발맞춰 디지털 기술을 활용, 사업 절차를 ‘소비자 중심’으로 바꾸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런 노력은 3차 산업혁명 때처럼 그저 상품 생산 과정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상품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를 발굴하고 △이를 다시 고객에게 전달하며 △이용 정도에 따라 비용을 청구하는 등 모든 사업 영역에 걸쳐 발견된다. 이게 바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다. 디지털 전환은 디지털 기술이 도입된 사업의 전(全) 영역이 유기적으로 이어져야 비로소 완성된다.
이제까지의 디지털 전환이 ‘생산 라인의 디지털화(化)’를 중심으로 전개됐다면, 앞으로의 디지털 전환은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에 연결성(connectivity)을 제공하는 형태로 이뤄질 것이다. 이때 연결성은 기본적으로 ‘상품이 인터넷에 연결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인터넷에 연결된 상품은 (역시 동일 인터넷 상의) 다른 사용자나 상품, 한 걸음 더 나아가 인터넷 클라우드 어딘가에 존재하는 인공지능과도 다양하게 연결될 수 있다.
요컨대 다른 사물이나 사람, 혹은 인공지능과의 연결은 그 자체가 새로운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즉 ‘특정 상품에 연결성이 더해지면 전에 없던 신규 고객 가치 제공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해볼 수 있다.
어떤 제품이 인터넷에 연결돼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사용자가 제품과 멀리 떨어진 곳에 있더라도 해당 제품의 상태를 파악하거나 동작을 제어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이미 많은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냉장고 속 식자재를 확인하며 스마트 램프를 켜고 끈다. 가스레인지 밸브도 간편하게 잠근다. 제품 제어 과정에 굳이 사람이 관여하지 않는 형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인터넷에 연결된 공기청정기는 실시간 기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동 여부를 스스로 판단한다. 사무실에 설치된 시스템 에어컨은 실내 거주자 수를 자동으로 헤아려 냉방 온도를 조절한다.
매출, ‘제품 팔아서 올리는’ 형태 말고 뭐 없을까?
연결성을 갖춘, 그래서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상품의 등장은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창출하는 데에도 유용하다. 그동안 제품을 만들어 팔기만 했던 제조 기업들은 이제 소비자의 제품 이용 빈도·환경 등 관련 정보를 바탕으로 제품을 원격으로 관리할 수도, 필요한 정비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다른 사업 분야를 활성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제품을 이용할 수도 있다. 매월 일정한 대여료를 지불하고 두 달에 한 번씩 필터 교체·청소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수기를 예로 들어보자. 이때 소비자는 정수기를 실제로 쓴 만큼 이용료를 지불하게 된다. 그리고 역시 사용량을 기준으로 필터를 교체하거나 청소 주기를 조절할 수 있다.
특정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이용 행태·환경, 활용 방식 같은 정보는 그 제품의 기능을 개선하거나 고도화하는 데에도 충분히 쓰일 수 있다. 이를테면 제품에서 가장 이용되는 기능이 제어판의 맨 앞쪽에 자리 잡고, 거의 이용되지 않는 기능은 새로운 기능으로 대체되지 않을까? 물론 메뉴의 구성이나 배치는 개별 사용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또한 새로운 기능이나 서비스는 언제든 인터넷으로 업데이트되고 설사 보안상 결함이 발견되더라도 즉각적 대응이 가능해진다. 말하자면 인터넷에 연결되는 제품이 스스로 진화를 거듭하는 셈이다.
‘자주, 많이 쓰일’ 제품 만드는 데 역량 집중해야
그렇다면 연결성 갖춘 상품이 제공하는 가치는 어떻게 하면 발견할 수 있을까? 상품의 유형이나 특성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 최소한 다음 세 가지 질문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 는 게 내 생각이다. 첫째, 상품을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와 연결해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둘째, 상품을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와 연결하면 당면한 문제를 더 쉽고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 셋째, 연결성이 부가되며 달라지는 상품의 특성을 사용자가 자연스레 수용할 수 있는가? 세 질문 모두 “앞으로의 기업은 상품을 기획·판매·이용할 때 공급자 관심사보다 이용자 관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내포하고 있다.
설사 어떤 상품이 이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져 시장에 나온다 해도 사용자가 그 상품을 자주 쓰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일 것이다. 특정 상품이 사용자에 의해 자주, 많이 이용된다는 건 곧 그 상품이 제공하는 고객 가치가 그만큼 크고 다양하단 사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업은 단순히 튼튼하고 정교한 상품을 만들려고 노력하기보다 사용자에 의해 더 많이, 더 자주 쓰이는 제품을 만드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개인적 소견이며 삼성전자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1] 이 과정은 앞선 칼럼(기업, ‘디지털 트랜스포머’로 변신해야 산다’)에서도 ‘사이버물리시스템(Cyber-Physical System, CPS)’이란 개념으로 언급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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