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인재 여기 다 모였네! ‘2017 주소히 캠프’ 1박 2일 동행 취재
토요일이었던 지난 16일, 삼성전자인재개발원(경기 용인시 기흥구 서천동)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2017 주니어소프트웨어히어로즈 캠프’(이하 ‘주소히 캠프’)가 열렸다. 주소히 캠프는 주니어소프트웨어아카데미(이하 ‘주소아’)와 주니어소프트웨어창작대회(이하 ‘주소창’)를 개최하며 소프트웨어 분야 인재 양성에 앞장서온 삼성전자가 두 행사에서 활약한 우수 초·중·고교생을 초청해 진행하는 행사. 참가자들은 팀을 이뤄 과제를 해결해가며 각자의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 수준을 점검, 향상시키게 된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된 올해 행사에서 참가 학생들은 △캡틴(1조) △전체이용가(2조) △치킨(3조) △팀레볼루션(Team Labolution, 4조) △1등상 감사합니다(5조) △플라이(Fly, 6조) △7성사이다(7조) △88한조(8조) △9해줘(9조) 등 모두 아홉 개 조로 나뉘어 ‘우리 학교(반)를 하나로 만들어줄 수 있는 것’을 주제로 한 소프트웨어 창작물 제작에 나섰다. 삼성전자 뉴스룸이 이틀간 숨가쁘게 이어진 일정을 ‘밀착 취재’ 했다.
#1. 팀 결성 & 멘토 배정
우리 팀원, 우리 멘토는 누굴까?
네 명씩 팀을 이룬 주소히 캠프 참가 학생들은 한 명씩의 ‘멘토’를 배정 받았다. 멘토는 전원 삼성전자 임직원. 일정 내내 팀원들과 함께하며 과제 수행에 조언을 건넬, 행사 진행에 없어선 안 될 존재다.
#2. 빨리 친해지길 바라!
댄스는 신나게, 대화는 진지하게
어찌어찌 팀이 꾸려지고 멘토도 정해졌지만 여전히 참가 학생 사이엔 어색한 기운이 감돌았다. 이런 순간을 일찌감치 예상하고 주최 측이 마련한 건 일명 ‘아이스 브레이킹(ice breaking)’ 순서. 스피커에서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오자, 처음엔 멈칫거리던 학생들이 조금씩 몸을 풀기(?) 시작했다.
음악과 춤이 함께한 시간 이후 한결 부드러워진 학생들 앞에 대기 중인 다음 프로그램은 멘토와의 본격적 대화. 특별히 이 순서에서 멘토들은 각자 배정 받은 팀으로 가 팀원들의 진로 관련 고민을 듣고 조언을 건넸다.
플라이 팀원 김태일(서울 서라벌고 2년)<위 사진 가운데>군의 꿈은 자신만의 홈네트워크를 구축, 창업하는 것. 플라이 팀 멘토 이규철(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글로벌운영팀)씨<위 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와 한참 대화를 나눈 태일군은 “꿈을 이루기 위해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좀 막막했는데 오늘 멘토링 덕분에 평소 관심 있었던 사물인터넷·머신러닝 기술을 접목해봐야겠단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이규철 멘토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학생이 많단 얘긴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만나보니 (그 수준이) 기대 이상”이라며 “진지한 자세로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 모습이 참 기특하다”고 말했다.
#3. 400분 만에 작품을?
각 팀 “오늘 밤 주인공은 나야, 나!”
오후 두 시. 드디어 본격적 일정이 시작됐다. 이날 각 팀에 주어진 시간은 아이디어 구상(ideation)에 120분, 프로젝트 구현에 280분 등 총 400분. 전체이용가 팀은 학교 내 소통 부재 해결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었다. 소외되는 학생이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는 한편, 간단한 게임을 통해 친구와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돕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설계에 나선 것. 이에 대해 한 팀원은 “소외 받는 친구 대부분이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하는 점에 착안한 아이디어”라고 귀띔했다.
팀레볼루션 팀원들은 ‘마니또’ 놀이에서 힌트를 얻었다. 팀원 이지수(민족사관고 1년)<위 사진 오른쪽>양은 “비밀리에 친구를 챙겨주는 마니또 놀이처럼 모든 사용자가 비밀 친구에게 하트(♡)를 날리며 관심 메시지를 주고받는 커뮤니티 앱을 만들려 한다”며 “LED 조명을 활용, 학급별 메시지 송·수신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도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최 측이 마련한 ‘간식 타임’에도 작업은 계속됐다. 7성사이다 팀에서 만난 한 팀원은 “처음엔 주제와 소프트웨어 지식을 접목할 방법을 몰라 막막했는데 괜찮은 아이디가 계속 쏟아져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며 “남은 시간을 알뜰히 활용해 최고의 결과물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5. 쏟아지는 아이디어
학교 폭력 예방, 이성친구 사귀기…
오후 9시 30분, 길었던 첫째 날 일정이 모두 끝났다. 학생들은 간단히 자리를 정돈하고 삼성전자인재개발원 내에 마련된 숙소로 향했다. 이튿날 오전 9시. 공식 일정이 시작되기 전 ‘몸풀기 체조’ 시간이 마련됐다. 학생들은 전날 함께 고생한 친구들의 어깨를 주물러주고 장난도 치며 긴장감을 해소했다.
정오 무렵, 드디어 모든 팀이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치킨 팀<아래 사진>이 선보인 결과물은 일명 ‘스쿨 웨더(School Weather)’. 학교 폭력의 실태는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 앱이다. 사용자는 앱을 실행하는 것과 동시에 학교 폭력 관련 설문조사에 참여하게 된다. 투표 후엔 △스쿨 날씨 공개 △신고 △민원 △문제 완화 등 네 단계를 거쳐 학교 폭력 예방 솔루션에 동참하게 된다.
발표 순서에서 특히 주목 받은 건 익명 기반 메신저 ‘뭐해?’를 개발한 7성사이다 팀이었다. 발표를 맡은 신은수(청심국제고 1년)<아래 사진>군은 “예측 가능한 인생은 재미 없지 않느냐”며 “그게 우리가 익명 메신저를 개발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좋아하는 (이성)친구에게 ‘뭐해?’란 문자 메시지를 익명으로 보내 호기심을 유발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 소통 단절을 예방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6. 금상은 어느 팀으로?
폭력 피해 사연 확인 앱 만든 ‘캡틴’
드디어 수상 팀 발표 시각, 금상은 캡틴 팀에 돌아갔다. 캡틴 팀원들은 학교 폭력 피해 학생의 사연을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는 앱 ‘뉴스케치(Newsketch)’를 개발했고, 직관적 사용성과 높은 완성도를 인정 받아 최고 상의 영예를 안았다. 은상과 동상은 각각 7성사이다 팀과 치킨 팀이 받았다. 나머지 여섯 팀도 ‘열정상’을 사이 좋게 공동 수상했다.
캡틴 팀 소속 김동욱(창원과학고 2년)군은 “캠프에 오기 전 올해 행사에 쟁쟁한 친구들이 여럿 참가한단 얘길 전해 들어 설레는 한편, 긴장도 됐다”며 “우리 팀은 다양한 연령대 친구들이 모여 독특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주고받은 덕분에 좋은 결과물을 완성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디어 구현에 실질적 도움을 준 곽종임(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소프트웨어상품화개발팀) 멘토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곽종임 멘토는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팀원들이 진지하게 과제에 도전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며 “연구에 몰두하는 학생들을 보니 소프트웨어 관련 행사에 수 차례 도전했던 예전 내 모습이 떠올라 감회가 새롭더라”고 말했다. “잠시 잊고 지냈던 열정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에요. 학생들은 저더러 도와줘서 고맙다고 하지만 지나고 보니 정작 도움 받는 건 저란 생각이 듭니다.”
올해 주소히 캠프 금상 팀원들에겐 ‘뜻밖의 특전’이 하나 더 주어진다. 데니스 홍 교수와 함께 2017 평창동계올림픽 성화 봉송에 참여할 기회를 얻은 것. 팀원들은 “기대치 않았던 선물을 받은 느낌이라 좀 얼떨떨하지만 다시 못 올 영광인 만큼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7. 데니스 홍 교수 특강
“실패 두려워 말고 늘 도전하세요”
모든 시상이 끝난 후 올해 주소히 캠프의 심사위원으로도 활약한 데니스 홍 교수의 특강이 이어졌다. 대학(UCLA 기계공학과) 교수로, 로멜라(RoMeLa)연구소장으로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그는 “교육자로서 학생들의 도전을 응원하기 위해” 흔쾌히 미국에서 날아왔다.
홍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로봇 △다윈(DARwIn) △찰리(CHARLI) △소르(THOR) △나비로스(NABiRos) △발루(B.A.L.L.U) 등 그간 자신이 만들어온 로봇을 차례로 소개하며, 각 로봇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신이 겪어온 시행착오를 일일이 설명했다. 특히 강의 내내 그가 강조한 건 실패를 두려워 않는 자세, 그리고 자신의 연구 성과에 대한 확신이었다.
“전 ‘축구 하는 로봇’을 만듭니다. 주변에선 말하죠. 로봇 만드는 기술을 축구보다 더 중요한 곳에 써야 하지 않느냐고요. 저도 그 문제로 한참 고민했어요. 그런데 여러분, 로봇이 축구조차 못하면 대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축구 하는 로봇을 만들다 보면 자연스레 인체 운동 원리를 이해하게 됩니다. 그럼 자연스레 의료 영역에도 공헌할 수 있단 게 제 생각입니다.”
실제로 그는 요즘 의료용 로봇 개발에 한창이다. 그 과정에서 과거 축구 로봇 설계 과정에서 수집한 정보가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건 물론이다. 한편, 이날 강의 도중 학생들이 가장 크게 환호한 대목은 발루 개발 뒷이야기였다. “지금 나와있는 로봇은 대부분 걷기 동작이 부자연스럽습니다. 전 ‘중력 방향을 바꿀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했고 그 발상의 전환 덕에 ‘헬륨 풍선을 활용해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발루를 개발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죠.”
데니스 홍 교수가 자신의 오랜 롤모델이란 김효태(대전 경덕중 1년)<위 사진 오른쪽>군은 “평소 존경해온 분의 강의를 가까이서 접하게 돼 좋았고, 청중과 소통하려 노력하는 모습에 감명 받았다”고 말했다. “저도 로봇공학자가 꿈이거든요. 하지만 이제까진 ‘과연 내가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로멜라연구소의 자유로운 분위기, 그리고 교수님이 만들어오신 창의적 로봇들을 접하며 다시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었어요. 이번 강의를 계기로 앞으로도 로봇공학자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도전을 계속해보려 합니다.”
[미니 인터뷰]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 UCLA 교수
“내 인생은 매 순간이 도전… 다음 목표는 인재 양성”
행사 직후 데니스 홍 교수를 따로 만나 잠시 대화를 나눴다. 세간에 ‘천재 로봇공학자’로 잘 알려진 그는 “앞으론 ‘교육자 데니스 홍’으로 더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의 1문 1답.
로봇에 처음 관심 갖게 된 계기는
“일곱 살 때 영화 ‘스타워즈’를 보고 처음 로봇공학자의 꿈을 품었다. 그때까진 수학을 싫어했는데 ‘로봇을 공부하려면 과학을 이해해야 하고, 과학을 잘하려면 수학 지식이 필수’란 사실을 깨달은 후부터 수학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다”
바쁜 일정을 쪼개어 방한했다고 들었다
“열 시간 넘게 비행기 타고 온 보람이 있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학교 폭력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참 아름답더라. 초등학생도 꽤 있었는데 ‘연결’이나 ‘소통’ 같은 키워드를 접목, 창의적 아이디어를 구상해내는 게 대견했다. 그 모습을 보며 오히려 내가 에너지를 얻고 가는 느낌이다”
‘도전의 아이콘’이다. 지금 가장 신경 쓰는 도전은?
“인재 양성이다. 내가 만든 로봇, 내가 쓴 논문 물론 다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내가 더 자랑스럽게 여기는 건 내가 가르친 학생들이다. 내 도전 정신을 이어받은 제자들이 앞으로 인류에 이바지할 수 있는 도전을 꼭 이뤄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성화 봉송에도 참여하는데
“사실 평창동계올림픽과 난 꽤 닮은 점이 많다. 한국도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세 차례나 도전하지 않았나. 나 역시 수많은 도전과 시행착오를 거쳐 로봇을 발명할 수 있었다. 올림픽 정신의 기본이 ‘한계에 대한 도전’이듯 나도 이번 성화 봉송에 참여하며 한계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자세를 세계 각국에 전파하고 싶다”
미래의 로봇공학자 후배에게 한마디 한다면
“로봇을 만들고 싶다면 그전에 반드시 해야 하는 일에 대해 반드시 기억해라.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결코 혁신을 완성할 수 없다. 고리타분하게 들릴지 몰라도 도전을 멈추지 말았으면 한다.”
#8. 에필로그
도전해라, 되도록 불가능한 것에!
사실 주소히 캠프의 사실상 첫 번째 관문은 주소창이다. 올해로 3년째 주소창의 문을 두드렸고 이번 캠프에도 참석한 오준석(선린인터넷고 3년)<위 사진>군은 “평소 접하기 힘든 경험을 해볼 수 있는 점, 관심사가 비슷한 또래와 교류할 수 있는 점, 삼성전자 임직원 멘토에게 실질적 조언을 들을 수 있는 점 등이 주소창의 진짜 매력”이라고 말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힘으로 과제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저 스스로도 창의력이 신장되는 걸 느껴요. 주소창 참여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도 안드로이드 앱 개발 분야를 좀 더 공부할 생각입니다.”
김지원(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프로토콜개발팀)<위 사진 가운데> 멘토는 이번 캠프에서 만난 학생들에게 “전공은 성적에 맞춰 정하기보다 관심 가는 걸로 선택하는 게 좋다”고 귀띔했다. “대학 진학이 최종 목표가 돼선 안 됩니다. 학업과 본인이 좋아하는 걸 병행해나가는 게 중요해요. 주소히 캠프는 학생들이 오랫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실전 무대에서 발휘할 수 있는 기회란 점에서 무척 뜻 깊은 행사라고 생각합니다.”
데니스 홍 교수는 말했다, 모든 도전은 ‘가능할지 불가능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된다고. 그래도 눈앞에 놓인 장애물을 극복하려면 일단 도전해야 한다. 도전 없인 성공도 없기 때문이다. 불가능은 결국 도전하지 않는 사람들의 핑계일 뿐. 그런 의미에서 올해 주소히 캠프 참가자들과 데니스 홍 교수, 그리고 이들이 함께 성화 봉송에 참여할 평창동계올림픽은 공통점이 많다. 불가능에 도전하자(Do What You Can’t), 설사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나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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