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박물관이 살아있다! ‘개관 1주년’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 답사기
삼성디지털시티(경기 수원 영통구 매탄동) 내에 자리 잡은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Samsung Innovation Museum, 이하 ‘S/I/M’)이 지난 21일 개관 1주년을 맞았다. S/I/M은 삼성전자의 발전과 함께 성장해온 세계 전자 산업의 역사를 6층 규모, 약 1만1000㎡(약 3300평)의 대형 공간에 펼쳐놓았다. 다채로운 구성과 세련된 전시물, 풍부한 스토리텔링으로 가득한 이곳을 삼성투모로우가 다녀왔다. 일반인도 평일 예약 방문을 신청하면 누구나 도슨트의 친절한 안내와 설명을 곁들여 눈앞에 펼쳐지는 ‘멋진 신세계’를 만끽할 수 있다. 즐길 거리가 한층 풍부해지는 주말 관람도 ‘강추(강력 추천)’. 직접 둘러보며 찾아낸 S/I/M의 매력을 3개 키워드로 풀었다.
▲삼성전자의 역사는 물론, 세계 각국의 전자 산업사를 한눈에 둘러볼 수 있는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이 올해로 첫돌을 맞았다
키워드1. 인터랙션(interaction)_끊임없는 소통을 꾀하다
“박물관에선 뭐든 항상 제자리에 있다.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다. 백 번을 거길 가본다고 해도, 그 에스키모는 물고기 두 마리를 막 잡은 상태고, 새들은 남쪽으로 날아가고 있는 상태…. 달라진 게 없다.”
‘20세기 대표 소설’의 하나로 꼽히는 미국 소설가 샐린저(J.D.Salinger)의 ‘호밀밭의 파수꾼(The Catcher in the Rye)’ 속 이 구절은 박물관에 대한 가장 유명한 언급 중 하나일 것이다. 이 부분은 박물관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대변한다. 박물관은 ‘변함없이, 움직임 없이, 그저 거기 있는 물건들을 모아놓은 곳’이란 통념 말이다.
하지만 손솔잎 S/I/M 학예사에 따르면 S/I/M은 “‘박물관=고루한 곳’이란 통념을 깨는 역동적 전시 방식이 곳곳에 적용된 공간”이다. “S/I/M은 전자 산업의 역사를 중심으로 상설 전시를 운영 중인,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뮤지엄입니다. 또한, 전자 산업이 가장 혁신적으로 구현될 수 있는 사례와 사료를 중심으로 삼성전자가 전자산업에 대해 갖고 있는 철학까지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돼 있죠.”
손 학예사의 설명처럼 S/I/M 관람객은 대형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5층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자신도 모르게 공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된다. S/I/M은 5층부터 1개 층씩 내려오며 관람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5층 제1전시관 ‘발명가의 시대(Seeds of Innovation)’는 전자 산업의 뿌리를 되짚어볼 수 있는 공간이다. 3층 제2전시관 ‘기업 혁신의 시대(Core of Innovation)’는 반도체·디스플레이·모바일 등 3개 존(zone)으로 구분, 기업들의 끊임없는 혁신을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2층 제3전시관 ‘창조의 시대(Inspiring Innovation)’엔 S/I/M 영상관, 그리고 삼성전자의 최신 제품과 솔루션이 전시된 ‘프로덕트 갤러리’가 자리하고 있다. 1층으로 내려오면 삼성전자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역사관과 마주하게 된다. 제1전시관 전체는 다섯 개의 대형 후드 모양 구조물로 나뉜다. 각각 전기·조명·통신·가전·라디오를 주제로 혁신의 세계를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된 공간이다.
▲S/I/M은 전시관 입구에서부터 관람객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한다. 책으로 접하는 것보다 한층 강렬한 ‘사용자 경험’을 통해 전자 산업 관련 지식을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S/I/M에서의 체험은 방문객의 적극적 행동에서 시작된다. 전기의 발명으로 인류가 한층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게 되기까지의 역사를 보고 싶다면 눈앞에 놓인 패러데이 발전기(Faraday generator) 플라스마 볼(plasma ball) 모형을 손으로 돌려 전기를 일으켜야 한다. 전기 스파크가 생기는 순간, 스위치가 ‘온(on)’ 상태로 바뀌면 비로소 대형 후드 안쪽 화면을 통해 전기의 역사가 펼쳐진다. 그뿐 아니다. 오래된 라디오의 튜너를 돌리면 ‘치지직’ 잡음이 들리고 주파수가 딱 맞춰지는 순간, 화면이 켜지며 라디오의 역사가 펼쳐진다.
제2전시관 ‘S/I/M 랩’을 찾은 방문객이 정확한 지식을 얻으려면 적극적 실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스크린에 떠오른 다양한 사물 아이콘에 손을 갖다 대면 해당 사물이 지닌 파동 형태가 나타난다. 각 형태의 특정 부분에 다시 손을 대면 해당 파동의 속성과 도달 거리가 눈앞에 펼쳐진다. 교실에선 쉬이 이해하기 어려운 파동(wave) 개념을 터치스크린으로 체험하며 익힐 수 있게 한 구성이 돋보인다.
S/I/M 곳곳에 숨겨진 인터랙션 요소는 관람객이 머리와 몸을 함께 움직여 뮤지엄 콘텐츠를 체험, 그 결과를 잊히지 않는 기억으로 각인시킨다. 제2전시관 내 ‘갤럭시 볼’ 코너가 대표적 예. 이곳을 찾은 관람객이 삼성 모바일 디바이스에 S펜으로 손글씨를 쓰면 그 결과물이 중앙 공간의 커다란 원형 플랫폼에 떠오른다. 관람객의 표정을 인식, 스크린에 자신과 유사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세계 각국 사람들의 사진을 보여주는 감정 인식 기술도 인기 코너 중 하나다. 김혜정 S/I/M 전시 디자이너는 “S/I/M은 현대적인 동시에 아날로그적 감성이 느껴지는 곳”이라며 “여느 뮤지엄과 달리 사람의 마음을 이끄는 힘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랙션엔 비단 ‘사용자와 기기(device)’ 차원만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지역사회 등도 다양한 상호작용을 통해 소통을 꾀한다. S/I/M이 일반인과 학생, 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다채로운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건 그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막 개발을 끝냈거나 개발 중인 제품과 기술이 일목요연하게 전시된 것 역시 외국 바이어들과의 활발한 교류 형성에 마침맞은 구성이다.
태동 단계에서부터 S/I/M을 지켜봐 온 방진선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차장은 “전자산업이란 큰 틀에서 삼성전자 얘길 풀어나가고 있는 S/I/M은 국내 뮤지엄 업계에서도 상당히 독특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콘텐츠 자체만으로 학습이 될 수 있도록 전시 구성을 체계적으로 가꿔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S/I/M의 최대 인기 코너 ‘갤럭시 볼’. 특히 어린이 관객 사이에서 호응이 뜨겁다
키워드2. 인테그레이션(integration)_시간과 공간이 만나다
통합(integration)은 S/I/M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또 하나의 요소다. 서로 다른 장치가 한데 어우러지게 함으로써 일정한 상승 효과를 발휘하도록 돕는 형태다. 우선 시간과 공간의 통합이다. 200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터키 작가 오르한 파묵(Orhan Pamuk)은 “진정한 박물관은 시간이 공간으로 변형된 곳”이라고 말했다. S/I/M을 둘러보면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짐작할 수 있다.
▲안락한 의자에 앉아 가전제품을 한 손으로 맘껏 작동시키는 풍경, 10년 후면 집집마다 펼쳐질 일상이 될 수도 있다. S/I/M ‘스마트홈’ 코너에선 삼성전자 기기를 활용, 스마트홈을 미리 체험해볼 수 있다
이유정 S/I/M 사원(인포메이션 담당)은 관람객이 S/I/M 공간에서 ‘나’와 ‘세계’ 사이의 동질감과 유대감을 공유할 수 있는 포인트에 집중한다. “S/I/M은 지난 1년간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점점 존재감을 드러내며 안정기에 접어들었어요. 그 과정에서 저 역시 끊임없는 도전과 변화를 위해 노력 중이고요. 어떻게 보면 S/I/M도 저도 ‘현재진행형’이란 공통점을 지닌 셈이네요. 여느 뮤지엄이 그렇듯 S/I/M을 찾아오신 분들도 이 공간에서 ‘나’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박물관은 원래 ‘역사를 통해 나타난 기억을 유·무형의 상태로 보존하는 곳’이다. 이렇게 볼 때 ‘시간’ 차원이 박물관에 담기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광범위할 뿐 아니라 유동적이기까지 한 ‘공간’ 개념까지 박물관에 구현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S/I/M은 현대 문명을 주도하고 있는 전자·정보 산업의 주요 테마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구성, 공간 차원까지 성공적으로 녹여냈다.
‘통합’이란 키워드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미디어의 성격에서도 드러난다. 흔히 박물관에선 미디어의 시각적 속성을 활용, 메시지를 전한다. 하지만 여기에 청각이나 촉각 등 다양한 감각이 더해지면 메시지 전달 효과는 극대화된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통해 메시지를 먼 거리로 보내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라디오가 대중에게 보급되기 시작한 진원지는 1920년대 유럽과 미국이었다. 하지만 1960년대에 접어들며 라디오는 그 왕좌를 TV에 물려줘야 했다. 라디오는 오로지 청각에 의존한 미디어인 데 반해 TV는 시·청각이 통합돼 한층 더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미디어였기 때문이다.
S/I/M 곳곳을 둘러보면 자신도 모르게 모든 감각이 활발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지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글로벌 시장을 석권한 최신 모바일 기기 체험 코너, 혹은 스마트홈 시연 공간을 통해 관람객은 ‘첨단 전자 기술’이 빚어내는 편리하고 쾌적한 세상을 오감으로 마주할 수 있다.
키워드3. 인스피레이션(inspiration)_보다 나은 미래를 꿈꾸다
1년 전 공식 개관한 이래 S/I/M은 한층 성숙한 박물관으로 도약하기 위해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를 위해 S/I/M 스태프들은 밤낮없이 공든 탑을 쌓아 올려왔다. 학습 프로그램 운영 업무를 맡고 있는 박세은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대리는 “메이트 프로그램 운영과 S/I/M 안정화 업무로 정신없이 바빴던 지난해 연말엔 분(分) 단위로 시간을 쪼개 쓰며 일하다 퇴근길에 차 액셀러레이터 밟을 힘이 없어 한참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난다”며 웃었다. “그래도 함께 고생한 동료들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돌아가는 관람객을 떠올리며 힘을 냈어요. S/I/M에서의 경험을 놀라워하는 관람객들이야말로 제 힘의 원천이죠.”
▲S/I/M/이 전시 공간 곳곳에 심어놓은 영감적 요소는 어린이·청소년 관람객에게 강렬한 비전을 제시한다
S/I/M에서의 체험은 누구에게나 향후 삶의 선택과 행동에 새로운 요소를 더해준다. 만약 체험의 주체가 어린이라면 그 요소는 해당 어린이의 인생에 더욱 크고 강력하게 작용할 것이다. 잘만 하면 세상을 바꾸는 힘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 영화계의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의 SF영화 ‘쥬라기공원(Jurassic Park)’ 시리즈는 어린 시절 그가 자주 놀러 갔던 프랭클린연구소 과학 박물관이 아니었더라면 탄생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S/I/M의 경험이 자아낸 영감에 집단지성의 힘까지 더해지면 더욱 강력한 발상이 가능해진다. S/I/M이 제공하는 어린이·대학생 메이트 프로그램은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IT’란 S/I/M의 메시지를 운영자 입장에서 체험하도록 해줌으로써 미래의 주역들이 풍부한 영감을 토대로 생산적 도약을 꿈꿀 수 있게 돕는다. 성인에게도 S/I/M은 새롭고 신명 나는 영감의 놀이터다. 실제로 해외 바이어와 각계각층의 사회적 지도자를 포함한 관람객들은 하나같이 S/I/M이 펼쳐 보이는 미래 비전에 매료됐다.
S/I/M은 지난 20일 첫선을 보인 1주년 기념 특별전 ‘삼성전자, 개발을 말하다’를 통해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갈 채비를 갖췄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S/I/M 프로젝트를 총괄해온 장재관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부장은 S/I/M 스태프들의 포부를 이렇게 전했다.
▲S/I/M은 개관 1주년을 맞아 오는 6월 19일까지 특별 기획전 ‘삼성전자, 개발을 말하다’를 개최한다
“S/I/M 스태프 전원은 모든 관람객이 S/I/M을 둘러보며 ‘끊임없는 혁신 활동을 통해 인류 삶에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삼성전자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느끼고 가시길 바랍니다. 앞으로도 저희는 비단 삼성전자 차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모든 분,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이 전자 산업을 포함한 과학 전반에 대해 이해와 상식을 넓혀갈 수 있도록 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할 계획입니다.”
▲ S/I/M 스태프들은 지난 1년간 S/I/M의 오늘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해왔다. 그들의 손끝에서 계속 발전해갈 S/I/M의 미래는 또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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