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고, 아직 ‘미래형 상점’쯤으로 보이세요?
2016년 12월 미국 시애틀 아마존 본사 건물 ‘데이원(Day1)’ 1층에 ‘아마존고(Amazon Go)’란 명칭의 특이한 상점이 들어섰다.
대기 줄, 지불 과정, 계산 점원… 전부 없는 상점
아마존고는 고객이 계산대 앞에 줄을 설 필요도, 계산할 필요도 없다는 의미로 ‘노 라인즈, 노 체크아웃(No Lines, No Checkout)’ 등 두 가지를 강조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노 캐셔(No Casher)’까지 거론했고, 이는 로봇이 단순 노동력을 대체함으로써 발생할 일자리 부족에 대한 공포심을 부추기기에 충분한 화제였다. 이후 아마존고는 로봇이 불러올 ‘일자리 전쟁’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의 부정적 효과를 설명할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가 됐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일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끝없이 침소봉대(針小棒大)되는, 과장된 걱정일 수도 있다. 혁신과 논란 사이에 있었지만 아마존고가 사람들을 놀라게 한 획기적 상점이었단 사실만큼은 틀림없었다.
개점 초기 아마존고를 이용할 수 있는 고객은 아마존 직원뿐이었다. 그 때문에 한동안 끝없는 루머가 양산됐다. 하지만 아마존은 무인상점의 기술적 불안성과 무한한 구축 비용, 그리고 일자리 이슈 관련 정치적 압박을 둘러싼 갖가지 의문과 염려에 1년여 동안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그러는 사이, 한국∙일본∙중국에선 아마존고를 흉내낸 기업이 속속 등장했다. 모두 방식은 다르지만 결과는 동일한(줄 서지 않아도 되고 계산원도 없는 상점) 모델이었다. 특히 중국에선 유사 모델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MWC 상하이 2017’에 소개된 ‘스마트페이’와 알리바바의 ‘타오카페(TAO CAFE)’가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뜻밖의 난관 “쇼핑, 편의가 전부일 줄 알았는데…”
1년 넘게 ‘직원 전용 공간’이었던 아마존고가 일반인에게 문을 연 건 올 1월 22일(현지 시각). 개점 당일, 매장 입구엔 역사적 순간을 한발 앞서 체험하려는 고객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물론 ‘계산용 줄’은 아니었다). 아마존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어느 정돈지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아래는 직원들만 이용하던 시절과 일반 고객에게 처음 개방된 날 아마존고 매장 모습을 비교한 사진이다.
일반인 대상 개방 이후 매장을 둘러보니 몇 가지 특징이 눈에 띄었다. 우선 출입구, 그리고 (구매자가 미성년자인지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주류 코너에 안내 직원이 배치돼 있었다. 물건을 전시, 정리하는 직원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직원 80명이 필요한 매장도 아마존고 시스템을 적용하면 8명의 직원으로도 충분히 운영될 수 있다” “첨단 기술 적용이 파격적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같은 전문가 분석의 신빙성이 문득 의심스러워졌다.
아마존 측 설명에 따르면 아마존고는 컴퓨터 비전과 센서 융합, 그리고 딥러닝 알고리즘이 합쳐진 일명 ‘저스트워크아웃 테크놀로지(Just Walk Out Technology)’다. 아마존고는 고객이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해당 고객의 동선을 촬영하고 전용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통해 고객 정보를 확인한 후 동선을 파악한다. 상품에 탑재된 센서와 고객 스마트폰은 연동되며, 자동 결제와 전자영수증 등의 기술도 적용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가 향후 고객용 맞춤 서비스를 구현할 기술에 적용되리란 사실은 지금껏 아마존이 진행해온 사업의 특성을 보면 충분히 추측 가능하다. 특히 다양한 상품과 고객의 동선을 중복으로 점검하기 위해 매장 천장에 설치한 100여 개 센서<아래 사진 참조>는 비용 최적화 장치라기보단 최소한의 실수까지 방지하기 위한 장치란 느낌을 준다.
현 시점에서 아마존고가 위협적인 건 ‘기술’ 때문이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기술이 인간 일자리를 빼앗아갈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공포감, 그리고 아마존고 등장 이후 앞다퉈 유사 매장을 선보이는 추종 기업의 공세가 더 큰 문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 기관이 1000명의 아마존고 예상 고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응답자의 66%는 아마존고 쇼핑 방식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이는 아마존고를 설계하며 ‘편리한 쇼핑’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아마존의 원래 의도와 달리 여전히 상당수 소비자는 기존 쇼핑 방식에 더 즐거움을 느낀단 사실을 보여준다. ‘그냥 상점으로 들어가 필요한 물건을 집어 들고 나오는 행위’가 희열과 만족을 줄 거란 아마존의 생각과 달리 ‘인간다운 소비’에 관성적으로 집착하는 것이다.
일자리 감소 공포? ‘그 너머’까지 볼 줄 알아야
혹자는 아마존고를 “인류에게 내려진 축복”이라 말한다. 반면, 한편에선 “축복은커녕 오히려 재앙일 수 있다”며 우려한다. 하지만 이런 논의는 사실상 무의미하단 게 내 생각이다. 아마존고처럼 ‘인간 노동력 없이 최소한의 자원으로 최고 편의를 제공하는 서비스나 시스템’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무인 편의점 ‘빙고박스’ 누적 점포 수는 올해 5000개를 넘어설 전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세븐일레븐과 이마트, 위드미 등이 무인 편의점 관련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무인 상점의 최종 목표는 뭘까?
이와 관련, 한 언론은 “아마존고가 제공하는 편의 덕분에 고객은 한층 다양하고 비싼 상품을 구매하게 될 것이며, 결과적으로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인상점 시스템이 널리 보급되면 고객의 쇼핑 정보가 실시간으로 수집돼 구매 취향 파악에 쓰일 게 분명하다”며 전문가라도 된 것처럼 각종 전망을 내놓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들의 분석과 예견, 주장 등은 흡사 ‘밥을 먹으면 배가 부르다’는 명제와 같다. 너무 당연한 얘길 마치 새로운 논리인 듯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고가 아니더라도 세상은 이미 DT(Data Technology) 시대로 들어섰고, 현대인은 이를 기반으로 한 AI(Artificial Intelligence) 세상에 살고 있다. 아마존은 이미 쇼핑 정보를 기반으로 고객의 다음 쇼핑 행위를 예상하는 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아마존이 136억 달러에 인수한 식료품 체인 ‘홀푸드마켓’의 아마존고 적용 여부에 관한 얘길 들은 적이 있다. 홀푸드마켓에 아마존고 시스템을 적용하면 현재 5만 명에 가까운 직원이 하는 일을 4000여 명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이와 유사한 사례로 2012년 아마존이 인수한 ‘키바(KIVA) 로봇’의 경우, 센터당 수만 달러를 절약하고 유통 창고의 효율을 20% 이상 높일 수 있는데도 아마존은 전체 물류센터의 일부(3만 대)에만 (키바로봇 활용) 자동화 시스템을 적용했다. 물론 당시엔 그 조치만으로도 적지 않은 사람이 “이러다 로봇에게 우리 일자리를 빼앗기게 되는 것 아니냐”며 걱정했다. 이미 그곳에서 일하고 있던 직원들은 불안해했고 일반 대중 역시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의 도입이 단지 일하는 사람 수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라고만 본다면 이는 하수의 예견에 불과하다.
구성 가격이나 서비스의 완벽성은 차치하더라도 아마존고는 그 자체로 뛰어난 서비스이자 시스템이다. 단순한 ‘미래형 쇼핑 방식’이 아니라 미래 생활 전체를 바꿀 가능성을 품은 기술이기도 하다. 아마존고 같은 첨단 기술을 그저 편리나 효율 측면에서 접근하지 않고 그 이면을 들여다보려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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